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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3: 국어국문과/문예창작과 통합스레[질문/잡담/소설얘기] 레스 (11)
  4. 4: 텅빈 고통이 느껴지는 글을 자기 문체로 써보자 레스 (40)
  5. 5: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고 있어! 팁이나 충고를 주겠어? 레스 (4)
  6. 6: 내가 쓴 소설을 평가해 주었으면 해! 레스 (7)
  7. 7: 글이 안 써질 땐 레더들은 어떻게 해? 레스 (2)
  8. 8: 초보 글쟁이를 위한 안내서 레스 (55)
  9. 9: 자신이 쓴 글의 처음/마지막 문장을 써보자 레스 (46)
  10. 10: 텅 빈것같은 단편소설 써줘 레스 (66)
  11. 11: 인터넷 상에서 웹소설 연재하는 레더들 모여라! 레스 (99)
  12. 12: My novel is in English-영어 소설 창작 스레! 레스 (13)
  13. 13: 소설창작러로서 꿈과 로망을 말해보자! 레스 (2)
  14. 14: 소설창작판 잡담스레 레스 (184)
  15. 15: 소설 쓸때마다 넣는 요소 적고가는 스레 레스 (36)
  16. 16: 한문장만으로 여러 감정이 뿜뿜하게 만들어보자 레스 (535)
  17. 17: 자신이 쓴 소설의 명대사를 적어보자 레스 (75)
  18. 18: 우리는 왜 소설을 쓸까? 레스 (47)
  19. 19: 죽음을 자기만의 문체로 써보는 스레 레스 (285)
  20. 20: 주어진 단어 3개로 글을 적는 스레 레스 (144)
  21. 21: 자기가 쓰고싶었던 한문장으로 소설을 써보자 레스 (1)
  22. 22: '용서'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소설을 써보자! 레스 (30)
  23. 23: 살고 싶었다. 라는 걸로 시작하는 글을 써보자! 레스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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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26: 한 문장씩 소설을 이어가는 스레 레스 (546)
  27. 27: ♡외로우니 릴레이 로맨스나 쓰자♡ 레스 (6)
  28. 28: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는데 도와줬으면 한다. 팁, 충고 바람 레스 (6)
  29. 29: 자기가 쓰거나 썼던 또는 맘에드는 소설 주인공 이름 쓰고 가보자 레스 (58)
  30. 30: 쓰다만 소설 집합해! 레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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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34: 짝사랑을 묘사해보는 스레 레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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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37: -개인소설스레-피드백 및 검수 환영 레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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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45: ~소설창작판 1000제~ 레스 (189)
  46. 46: 문이 열렸다. 를 첫 문장으로 글 써 보는 스레 레스 (116)
  47. 47: 소오설 레스 (9)
  48. 48: 소설창작러들 국어국문학과/문예창작과 혹시 궁금하니? 레스 (22)
  49. 49: 소설을 구상하는 법을 말해보자 레스 (24)
  50. 50: 떠오르지 않는 단어 물어보는 스레 레스 (1)
( 4953: 26) 위 레스의 마지막 문장으로 소설을 적는 스레
1
별명 :
이름없음
작성시간 :
17-06-12 18:52
ID :
mamb+Hdz2ILF+
본문
윗 레스의 마지막 문장을 첫 문장으로 한 소설을 적어보자! 예시는 >>2, >>3 레스에 첨부할게.

ㅜ 나는 낡은 물을 열고 낡은 집처럼 쓰러졌다.
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b+Hdz2ILF+

나는 낡은 물을 열고 들어와 쓰러졌다. 그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 그는 나를 혐오하게 되었다. 난 이해할 수 없는 결과에 부딪혀 쓰러졌다. 곰팡이 슨 벽으로부터 물이 새어 나왔다. 빗물도 눈물도 아닌 액체가 방을 채웠다. 비처럼 씻어내지도, 눈처럼 적립하지도 못하는 멍청한 인생의 증거 제1호였다.

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b+Hdz2ILF+

비처럼 씻어내지도, 눈처럼 적립하지도 못하는 멍청한 인생의 증거 제1호였다,

소연이 보낸 문자였다. 고시원의 침대에서 난 통쨰로 얼어붙었다. 이 문장의 화자는 분명 나겠지. 그런데 무슨 목적일까? 내가 소연의 멍청함의 첫 번째 증인이란 건가? 소연과 나는 대학교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에 불과했다. 더욱이 애착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우리는 입시에 실패하고, 별다른 취미나 능력도 얻지 못한 채 고향으로 내려온 연어였다. 곰에게 잡아먹히거나, 씨를 뿌리고 썩은 고기처럼 부패할 운명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부끄러워하며 만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부끄러웠다.

다시 문자가 왔다. 잘못 보냈다. 난 안도했으나 동시에 무서워졌다. 넌 그새에 인생을 살았구나. 나와는 다르게. 한 번의 수신에 나는 절망하도록 평범한 내 인생이 두려워졌다. 무너지는 데엔 짧은 문장으로도 충분했다.

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vvnM97HyzFk

무너지는 데엔 짧은 문장으로도 충분했다. 그동안 쌓아올렸던 탑은 어이없게도 쉽게 무너져내려 버렸다. 정말이지, 한 순간이었다.

5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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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2yNddEQKl2Q

정말이지, 한 순간이었다. 농구공은 링 위를 빙 돌더니 그물을 철썩, 뒤흔들었다. 잠시 정적, 그리고 무엇보다 빠른 함성.

이것으로 괜찮은 거야? 실력도 아닌 운으로 결정되어 버렸어. 시험하곤 다르잖아. 이게 세상이야? 이런 생각을 할 시간도 주지 않고 동료들은 내게 몰려왔다. 잘했어, 4초가 남았으니 재역전은 불가능해! 사실상 이긴 거야!

생각은 증발했다. 난 자리를 잡았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4초, 모든 것이 결정되고 무엇도 바뀌지 않을 4초만이 내 앞에 남아있었다.

6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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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eR9fIasl/Og

4초, 모든 것이 결정되고 무엇도 바뀌지 않을 4초만이 내 앞에 남아있었다. 이미 되돌리기엔 늦어버렸다. 답안지가 밀려써진것을 눈치챈것은 종이 울리기 4초전이었다.
4,3,2,1 땡. 뒤에서부터 답안지 걷어내주세요.
차라리 몰랐다면 속편했을까, 결과 발표전까지는 행복했을까. 이리 억울한 기분이 들진 않았을까.
몇년이고 몇번이고 준비했던 시험이었다. 이번만은 기필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검게 칠해진 OMR 마킹 처럼 눈앞이 막막하기만 하였다. 이제 다시는 기회따위 없을, 그런 기분이었다.

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tCE/24SMFY2

이제 다시는 기회따위 없을,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멍한 머리로 초침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땡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다시 자리에 앉아, 다음 과목의 시험지가 오기를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떴다.

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gfrHNDso/NQ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떴다.
그렇게 또 다시 시작됬다. 방금 일어났지만 나는 얼마나 잠을 못 잔걸까?
오늘 하루를 끝내지 않는다.
몇번을 반복하더라도 해내야해.
나는 또 다시 문을 열었다.

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AL1rNEVJAtI

나는 또 다시 문을 열었다.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곳으로 나 스스로가 다시 발을 디딘 것이다.

여전히 이 곳은 더러웠고, 음침하고, 음산하고 그리고 죽음의  향기가 짙게 가라앉아있는 곳이다. 꾸덕하게 붙어있는 저 벽의 무언가는 내 목을 옥죄는 손길이 되었고, 저 너머의 까마귀가 보내는 시선은 수십 수백개의 시선이 되어 감쌌다.

발목을 붙잡는 잿빛 거리의 안개며 소름끼치도록 조용하기만한 이 거리의 정경은 뇌리에 박여있는 모습 그대로다.
<정경 情景/1.정서를 자아내는 흥취와 경치. 2.사람이 처하여 있는 모습이나 형편.>
껌벅이는 가로등, 끼릭거리는 그네, 반쯤 죽어가는 나무 몇 그루와 삭막한 표정으로 이쪽을 흘기며 제갈길 가는 산송장들. 그러나 밤이 되고 저들의 일을 하게 될 적엔 산송장의 겉 껍질을 벗어던지고 죽음과 가까운 기운을 흩뿌리며 맹수보다도 날쌔게 이 '곳'의 너머의 사냥감에게 달음박질 칠것이다.  나 또한 이들과 다름없이 해가 숨죽인 야음( 夜陰)을 기다리리라.

10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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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3/PyrIuTA0I

나 또한 이들과 다름없이 해가 숨죽인 야음을 기다리리라.
적막과 어두움 그리고 희미하게 비추어지는 달빛 사이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먹잇감이 제발로 맹수의 보금자리에 찾아온 꼴이 아닐 수 없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위해 피가 터져나올 정도로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번에는 성공해야해, 안그러면 네 몫은 물론 미래도 장담 할 수 없을거다. 불현듯 그의 퉁명스럽던 마지막 경고가 머릿속을 스쳤다. 뒷목이 서늘해지는 그의 목소리가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칼을 더욱 힘주어 잡게 만들었다. 이제 내게 마지막은 없다.

 나는 알 수 없을 누군가의 단말마가 적막을 깨버린다.
그러나,  곧 고요가 이 도시를 다시 삼켜 버렸다.

11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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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krrDQOsDgQ2

곧 고요가 이 도시를 다시 삼켜 버렸다. 시끄러웠던 고함또한 이 도시의 고요에 삼켜졌다. 모든 사람들은 병원에서 구원을 바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마치 혹사병의 시기가 돌아온듯이, 빠른속도로 전염병이 세계에 돌았다. 그 괴성이 잠잠해졌음은, 병에 시달리는 환자가 죽었으리라 짐작 가능했다.
이름없는 질병. 이름이 있었다면 이 병은 그렇게 퍼지지 못했겠지. 소녀는 안전을 위해 몇 겹으로 막고있는 방 안에 난 유일한 창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언제쯤 나에게 죽음이 올 지 몰라.'

소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의 의미와 다짐의 의미가 함께하는 행위였다.
소녀는 창가를 바라보다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듯 자리를 뜨고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다 먹고 남은 쓰레기만 남아 있었다.

"아. 나가야겠네."

소녀는 빤히 보다 중얼거렸다. 소녀는 우비를 입고, 장갑을 끼고, 방독면을 착용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외출인데다, 이젠 길가에 돌아다니는 잠복기의 환자가 늘어났을터이므로 떨리지 않는게 요상할것이다.
소녀는 바들거리는 손으로 두꺼운 쇠문을 열고 나갔다. 이젠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모든부분을 조심하자. 죽을각오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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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ma/RvibBRuy5E

안전지대가 아니다. 모든부분을 조심하자. 죽을각오로 나가자.

철골에 새겨진 글자는 언제 썼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녹이 슬어 있었다. 지은지 얼마 안 된, 새 페인트 냄새도 가시지 않은 초등학교 정글짐의 일부를 이루기에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철골이었다. 조심히 손을 들어 글자를 어루만지자 늙어버린 녹이 손끝을 찔렀다.

학교가 들어서기 전 이곳은 폐건물이라 했다. 몇십 년 전 화재로 문서가 전소해 그 건물이 몇 년이나 되었는지, 소유주가 누구였는지조차도 알 수 없을 만큼 아주 오래된 건물이라 소유주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이 학교를 짓기로 결정하기 몇 달 전에 익명의 발신자가 시장 앞으로 건물의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문서 한 장을 보냈을 뿐. 덕분에 이 근처의 아파트값은 신나게 상승세를 탔더랬다.
30년 전의그 소녀를 찾기 위한 유일한 단서는 이제 그 종잇조각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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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maiHDwjVaED3c

이영이 주머니에서 낡은 사진을 꺼냈다. 사진 속에서 물방울무늬 헤어밴드를 두른 소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30년 전의 그 소녀를 찾기 위한 유일한 단서는 이제 그 종잇조각 하나뿐이었다.
 "희삼아. 각오는 됐어?"
 이영이 빈정대며 물었다.
 "네 작은 사심 하나로 시간법칙을 깨부술 각오가?"
 "조롱은 때려치워. 김이영."
 희삼이 이영을 향해 눈을 흘겼다. 이영은 못 들은척 입을 찢어져라 벌려 하품을 했다. 희삼은 능청떠는 이영의 손에서 사진을 뺏어들었다. 사진 속에 박제된 미소, 이젠 그것을 사진 밖으로 꺼내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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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qX5cYwgDegg

사진 속에 박제된 미소, 이젠 그것을 사진 밖으로 꺼내줄 차례였다. 비록 그 사진은 흐릿했던데다, 빛바랜 색이었지만.
일단 그 시신을 데려왔다. 신기하게도 부패되지 않아있었다. 마치 누군가 인공적으로 방부처리 한 듯 말이다.
곧 21세기의 세기말 과학기술의 실험이 일어났다. 아직까지 실험해본적 없는 기술, 하지만 성공한다면 그 무엇보다 빛날 기술. 이것을 진행하기 위해 모인 학자들의 손을 꼬옥 쥐며 패인 주름살서 연륜이 느껴지는 할머니가 말한다.

"내, 내 부모님이오... 꼭, 꼭 잘 살려주시오..."

19세기 말, 사진 기술이 완성될때 찍은 사진이라고 할머니는 이어 설명했다. 그 두 눈에는 슬픔과 기대, 바람이 담겨있었다.
모인 학자들은 할 말이 없었다. 의학자, 과학자 가릴 것 없었다. 다들 조용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분명 좋은일이 있으리 믿으며 말이다.

얼마 뒤였다. 결과는 보고됐다. 상태가 꽤 좋다 했다. 곧 눈을 뜰 수 있을것이라고 말이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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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vigplv6HfeA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그 차분하고,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웃음과 달리 내 얼굴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금방이라도 쏟아낼 것 같은 울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왜, 왜 웃으시는 거예요..."
"내 마지막, 우리 손주가 지켜봐주니까 좋아서 그러지..."
아무것도 모르는 남이 그리 쳐다보면 기분 좋겠어?
할머니의 입은 다물린 채 미소가 사라지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우리 손주 그리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까 많이 슬프네..."
할미는 손주 마지막으로 보는 건데, 좀 웃어봐.
그 말에, 나는 슬픔을 감추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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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Wb5NSs0sIe2

그 말에, 나는 슬픔을 감추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복잡한 표정을 짓는 것을 더럽게 빠른 눈치로 보아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네가 매달린다면 나는 곤란해. 나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리고 그 사람에게는 우리 사랑의 소중한 결실이 있어...
"알았어."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리고 그가 느끼기에도 맥빠지는 소리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이제 그만 놓아줄게. 소중한 풍선을 계속 쥐고 다니다 바람이 다 빠져버린 것을 눈치챈 아이처럼, 아쉬운 듯 하늘하늘 날아갈 풍선을 날려보낸 뒤 괜히 허공을 휘젓듯.
"대신 너도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줄래."
바람빠진 풍선은 멀리 가지도 못하고 아이의 발치에 흐느적 흐느적 떨어지겠지만,
나는 이제 그를 그만 놓아주고 싶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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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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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mauFP/xBOEhoA

나는 이제 그를 그먼 놓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내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놓아주려고 해도, 계속 내 발 밑에 기어들어와 빌었다.

"주인님, 주인님!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노예 해방을 위해 내가 열심히 운동하더라도 그 사내는 노예해방을 원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사내의 행동을 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날, 계급제 폐지가 공식 발표됐다. 나는 이제 저 사내를 놓아줄 때가 왔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내는 내 집에 얹혀있었다. 밥을 제대로 주건 안주건, 잠잘 공간을 내주건 안내주건 상관없이.

"제발 좀 너희 집에 가라..."

"주인님, 주인님이 그런말씀을 하시면!"

어휴, 어쩔 수 없는걸까. 나는 사내의 이름을 여태껏 모르면서 부려왔었다. 그냥 살다보면 알아서 돌아가겠지. 이름이라도 알아봐야겠다.

"너 이름이 뭐냐?"

"리거슨이요."

그럼 오늘부터 난 사내와 이름을 알고, 노예관계가 아니라 동거관계로 있게 되는것이다. 그런데 왜이렇게 묘한 느낌일련지.

18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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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dtXzEme4qPQ

그런데 왜 이렇게 묘한 느낌일련지.
위도, 아래도, 앞도, 뒤도, 왼쪽도, 오른쪽도, 내 손도, 애초에 방향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이상할 정도로 편안했다.
영원히 이렇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19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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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TM6okVai/I

영원히 이렇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내게 네가 한 말이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 했다.
너는 죽게 될테고, 나는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할테니까.
그러나 이것만은 약속하고 싶었다.
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알아내서 힘이 되어주겠다고.
너의 죽음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네게 힘이 되어주겠다고.

2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fsG6zYD9LEw

너의 죽음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네게 힘이 되어주겠다고.

겐타가 점심 메뉴를 이야기하듯 가볍게 말했다. 확신인가, 약속인가.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줄곧 컴퓨터에 머무르나, 분명 웃고 있었다. 그렇기에 신뢰할 수 있다. 너라면 내가 죽은 뒤에도 날 도울 수 있겠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곧 죽겠지만, 너는 승리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시간과 가까워지는 칼날을 보며, 나는 더욱 자신했다. 지금 이곳을 벗어난 겐타가 곧 해답을 찾아내겠지. 나를 노리는 눈동자를 비웃었다.

내가 이겼어, 멍청아.

21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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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Qh9AXwK6zJk

내가 이겼어, 멍청아. 라고 하는듯한 소리에 피가 흐르는 고개를 간신히 돌려 쳐다보았다. 피죽이 돼 움직일수 없는 나외는 다르게 살짝 베이거나 찔리거나 쓸린 수준에 그쳤다.

"……, 뭐라고?"

"내가 이겼다고. 못 알아 들어?"

저녀석은 분명 우리 연구소의 인공지능 연구용이었는데, 어째서. 일명 코드네임 ARN은 나를 내려다보며 비웃고있었다. 분명 쟤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사람의 몸을 빌린 인공지능에 불과한데…… 인간이 그에 져버렸다.
나는 곧 죽을것처럼 흐릿한 정신이지만 깨어있기 위해 노력했다. 더이상 나올거 같지 않은 목소리를 쥐어짰다.

"그래. 정말 대단하네. 대단해."

이젠 더이상 정신이 멀쩡하지 않을 것 같다……. 눈 앞이…… 흐릿해…….

다음날, 나는 왜인지 상처가 붕대로 둘둘 말려진 채 병원침대에 누워있었다. 옆에는 연구소 동료들이 있었다.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붕태로 칭칭 감겨있다.

"……?"

그렇게 어느정도 흐르고, 퇴원은 아니지만 움직일 만 해졌다. 나는 바로 당장 연구소를 찾아갔다. 연구소는 수복돼있었다. ARN은 웃으며 날 반겼다.

그것이, 내가 죽기전에 본 것이었다…….

2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iPlGeNdo+Go

그것이, 내가 죽기전에 본 것이었다. 방금 내린 눈처럼, 이상할 정도로 새하얀 대리석 덩어리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내 표정은 어땠을까. 경악? 아니면 공포? 나는 차라리 웃는 표정이었기를 바란다.

컴퓨터 액정 속에 떠있는 문서 파일에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적어넣었다. 이제 나가볼까.

23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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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ErwoOOYrDJA

구두코를 매끈한 대리석 바닥에 부드럽게 부딪힌다. 동시에 손끝으로 잘빠진 카라를 스쳐 시계 줄을 한칸 조인다.
똑딱이는 초바늘,
여유로운 긴바늘과
움직이지 않는 작은 바늘이라.

이 문뒤에, 온갖 종류의 바늘들이 모여있는 것이렷다.

2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ErwoOOYrDJA

"...뭐야.."

난 또, 문 열자마자 바늘이 쏟아진다던가.. 아님 적어도 온 바닥에 바늘은 박아놓기라도 한 줄 알았더니...

"고슴도치잖아...?"

기특하게도 쓰다듬어달라며 제 가시에 내 손가락이 찔리지 않도록 가시를 축 늘어뜨린 고슴도치를 조심스레 품에 안아올린 채 방을 빠져 나왔다. 그냥 고슴도치 한마리 있다고 하면 되지. 나 겁 많은 거 알면서 꼭 말로 겁을 주곤 한다.

지독한 악취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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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내 앞에 있는 이 잘생기고 같잖은 남자가 까칠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 그래서 뭐... 헤어지자고? "

짜증이 난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짜증나고 기분이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잘생겼단 생각을 하는 내가 가장 신물이 난다.
너무 싫어. 진짜 이 상황도 난 너무 싫고 너 얼굴 보는 것도 너무 화나고 진짜 그래서 견딜 수가 없어.
넌 네가 제일 잘난 줄 알지. 내가 네 멋대로 휘둘리는 거 보니까 재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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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제일 잘난 줄 알지. 내가 네 멋대로 휘둘리는 거 보니까 재밌지?

악에 받친 말들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하고 목구멍 안에서 파스스 흩어져버렸다. 아마 그 말이 거의 사실이라서, 아니, 무엇보다 내 앞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 이 자식이 두려워서.

그래, 두려워서일 것이다. 역겹게도.

“무슨 말 하려던 거 아니었어? 왜 도로 입을 다물어?”

궁금하게. 얼른, 지껄여봐.

사근사근 속삭이는 그 목소리에 싸르르,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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