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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창작 게시판 목록 총 207개의 스레드

새로운 스레드 만들기
  1. 1: 생각의 배설구 레스 (5)
  2. 2: 악당이 주인공인 창작물을 쓸려면 뭐가 필요할까? 레스 (72)
  3. 3: 인터넷 상에서 웹소설 연재하는 레더들 모여라! 레스 (114)
  4. 4: 6단어로 소설쓰기 레스 (134)
  5. 5: 위 레스의 마지막 문장으로 소설을 적는 스레 레스 (34)
  6. 6: 텅빈 고통이 느껴지는 글을 자기 문체로 써보자 레스 (44)
  7. 현재: 글러들아 여기ㅔ조각글 투척해조 레스 (147)
  8. 8: 한문장만으로 여러 감정이 뿜뿜하게 만들어보자 레스 (547)
  9. 9: 텅 빈것같은 단편소설 써줘 레스 (74)
  10. 10: 짝사랑을 묘사해보는 스레 레스 (55)
  11. 11: 장르소설 작가지망생의 조각글 모음 레스 (5)
  12. 12: 제발 하루에 한번만 들어오자 하루에 한번만... 완결이 목표다! 레스 (241)
  13. 13: 자기가 쓰거나 썼던 또는 맘에드는 소설 주인공 이름 쓰고 가보자 레스 (61)
  14. 14: 초보 글쟁이를 위한 안내서 레스 (56)
  15. 15: 소설창작판 잡담스레 레스 (192)
  16. 16: My novel is in English-영어 소설 창작 스레! 레스 (15)
  17. 17: 조각글을 모아보자 레스 (6)
  18. 18: 소설 쓸때마다 넣는 요소 적고가는 스레 레스 (39)
  19. 19: 여름을 배경으로 글 한조각 써주고 가 레스 (46)
  20. 20: 설정 한 조각씩 뱉어놓고 가기 레스 (3)
  21. 21: '용서'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소설을 써보자! 레스 (36)
  22. 22: 한 문장씩 소설을 이어가는 스레 레스 (553)
  23. 23: 우리는 왜 소설을 쓸까? 레스 (48)
  24. 24: 스토리 만들어 보기 레스 (54)
  25. 25: 죽음을 자기만의 문체로 써보는 스레 레스 (289)
  26. 26: 글이 안 써질 땐 레더들은 어떻게 해? 레스 (4)
  27. 27: 소설검수 해주는 스레 레스 (108)
  28. 28: 섬뜩한데 아무것도 아닌 말을 적어보자. 여러분의 필력을 보여줘! 레스 (79)
  29. 29: 자신이 쓴 글의 처음/마지막 문장을 써보자 레스 (48)
  30. 30: 살고 싶었다. 라는 걸로 시작하는 글을 써보자! 레스 (99)
  31. 31: 세계관 쓰는 방법 공유하자! 레스 (4)
  32. 32: 국어국문과/문예창작과 통합스레[질문/잡담/소설얘기] 레스 (12)
  33. 33: 판타지 소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망상소재를 써보자. 레스 (26)
  34. 34: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고 있어! 팁이나 충고를 주겠어? 레스 (5)
  35. 35: 내가 쓴 소설을 평가해 주었으면 해! 레스 (7)
  36. 36: 소설창작러로서 꿈과 로망을 말해보자! 레스 (2)
  37. 37: 자신이 쓴 소설의 명대사를 적어보자 레스 (75)
  38. 38: 주어진 단어 3개로 글을 적는 스레 레스 (144)
  39. 39: 자기가 쓰고싶었던 한문장으로 소설을 써보자 레스 (1)
  40. 40: ♡외로우니 릴레이 로맨스나 쓰자♡ 레스 (6)
  41. 41: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는데 도와줬으면 한다. 팁, 충고 바람 레스 (6)
  42. 42: 쓰다만 소설 집합해! 레스 (1)
  43. 43: 그저 스레주가 단편을 쓸 뿐인 스레드 레스 (8)
  44. 44: 언어에 대한 감각을 기르기 위해 단어를 성찰해보는 스레. 레스 (6)
  45. 45: 완결이 목표라는 스레를 보고 나도 한 번 해볼까 해. 레스 (7)
  46. 46: -개인소설스레-피드백 및 검수 환영 레스 (9)
  47. 47: 여기다가 소설 쓰는거야? 도와죠... 레스 (1)
  48. 48: 제일 많이 댓글 받은 게 언제고 몇개야? 레스 (8)
  49. 49: 소설에 필요한 의학적 정보를 주는 스레 레스 (28)
  50. 50: 소설쓰면서 느낀점들 쓰고가는 스레! 레스 (49)
( 379: 147) 글러들아 여기ㅔ조각글 투척해조
1
별명 :
이름없음
작성시간 :
16-07-23 22:58
ID :
maRIFo6nR7+8U
본문
열심히 썼든 대충 휘갈겼든, 그 어떤 조각글이라도 환영합니다.
9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oy8OPfmV2Ko

그것들은 그만큼 행복일 수 있지 않느냐.

10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HeJXexF/K3A

그것이 너의 행복이라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10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NH+UGyhE7aE

두 번 다시 겨울로 돌아갈 수 없겠지. 여름의 싱그러움과 열기는 나를 숨 막히게 해.

10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4JygaKGFUpw

나는, 길을 잃었어요.
모든 것도 잃었지요.
산산히 부서지고 부서지고 나니까 없더군요.

아무 것도, 아무 것도요.

어쩌면 나는 멍청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이들과 같이 사랑을 읊고 나서 그렇게 난 매몰차게 떠나가리라 -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고.

그렇게 난, 나는 길을 잃었어요.
모든 것도 잃었어요.

10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HAFrUZrLHvI

기억은 언제나 시간의 수의를 입고 망각의 강을 건넌다.

10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HAFrUZrLHvI

몰랐고, 모르며, 모를 것이다.

10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qOKQiYiW+Bo

거실은 넓지도 좁지도 않았다. 낡은 2인용 소파 위에는 남매가 각자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의 정면에는 새카만 화면의 tv가 있었다. 이윽고 주림이 입을 열었다.
 "야."
 주호는 오른발로 왼쪽 다리를 긁는 기술을 선보일 뿐 답하지 않았다. 주림이 다시 말했다.
 "야. 야. 야."
 주림에게 볼을 꾸욱 눌리면서도 주호는 답하지 않았다. 주림이 다리털을 뽑을 자세를 취하자 주호는 다리를 마구 휘두르며 의지를 꺾었다.
 "아! 왜!!"
 씩씩대는 주호를 경멸하듯 내려다보며 주림이 명했다.
 "리모콘 가져와라."
 주호는 다리 뿐만 아니라 어깨까지 뒤흔들며 소리질렀다.
 "싫다고! 니가 갖고오라고!!"
 "지x말고 니가 갖고와라."
 "니가 더 가깝잖아!! 왜 맨날 나만 시키는데!!"
 주림이 화려한 네일아트가 되어있는 손톱으로 주호의 종아리에 손을 뻗으려는 자세를 취하자  주호가 질색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 뽑지말라고!!!!!"
 주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주호가 앉았던 자리에 다리를 뻗었다. 이제 주호에게 돌아올 곳은 없었다.

10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hhdobIF/ssA

집이 조용하다, 이즈음이면 미끄러질 듯 달려나와 나에게 안기려 드는 네가 있어야 맞는데. 어제는 네가 사주었던 시계가 고장이 나고 말았다. 처음에는 건전지의 문제리라 생각했지만 영영 고장나 버린 것이라더라. 나는 시계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어 가까운 이의 영정사진처럼 너의 시계를 안고 그저 눈물만 흘려보내었다. 이제 시계는 옷장 속에 매장되었다. 집을 잃은 너의 시간만이 어리둔절한 채 방황할 뿐이었다.

10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u/Wg0l67TQo

계획이라는 단어 자체가 싫다. “ㄱ”에다가 “ㅖ” “ㅎ” “ㅚ” “ㄱ” 이라는 그 철자부터가 혐오스럽다. 누가 이 역겨운 어감을 만들어냈을까? 그 소리의 느낌이 귀에 닿을 때, 귀부터 뇌로 이어진 통로가 오소소 소름이 돋는 걸 느낀다. 참으로 징그러운 소리다. 이 단어를 누가 나에게 들려줄 때 멱살을 잡아서 바닥에 팽개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 단어는 소름에서 끝나지 않고 투명한 족쇄가 되어 내 현재, 미래를 옭아맨다.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것’. 그 사실이 숨통을 조인다. 목에 칼끝을 겨누는 단어다.

10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hR9C8FFgMbQ

시를 쓰는 일. 그 숭고한 작업을 내가 잠시 훔쳐볼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을 내가 들을 수 있었음은 나에게 있어선 정말 큰 영광이었다. 시선을 잃어서 질투로 살아가기 바빴던 나에게, 그대는 내가 감히 화를 낼 수도 없을 만큼 아름다운 언어를 보여주었다. 지난 길에 흘린 낱말이 엮여 새가 되고 나무가 되고 그대가 되었다. 아름답다는 단어보다 더 높은 차원의 수식어가 필요했지만 말을 잊은 나는 입술을 깨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0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ypPYuy6nGNY

"당신만은.. 절 믿어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바라보지마.. 나를 탓하듯이 보는 저 눈이 싫었다. 질척하게 내리는 비와 그 사이에 우리.

"... 너가 나에게 뭐라고?"

우리 사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11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XdmJZiYvduA

쏴아-
한두방울 떨어지는가 싶었던 빗방울이 금새 폭우가 되어 내린다.
얼굴이 따가울만큼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모두들 비를 그으러 뿔뿔이 흩어졌지만 나는 그냥 오도카니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니 사실은 아무도 흩어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내 주변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으니까.
비가 와서 흩어진거라고, 그래서 혼자 여기에 서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 뿐이다.

"좀처럼 그치질 않네.."

11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NjpEmtro2TA

나는 죽었어. 나는 네게 말한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11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LVRFA72LSGQ

하얀 종이 위로 잔뜩 흘려버린 검은색 물감
너에게 물들여질 것 같아 두려워

11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6MaXL49tutQ

땀에 흠뻑 젖어 깨어나 가장 먼저 깨달은것은 갈증이었다. 참을수없는 갈증. 분명히 실내인데도 모래바람에 목구멍의 수분이 말라가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정수기에게 경배하듯 물컵을 대었으나 잔이 채 채워지기도 전에 연거푸 들이마셨다. 아직 사하라 사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나뿐일리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거실로 나가 tv를 켰다. 차마 잠들 용기는 없었다.

11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zgszx/pFxtQ

13살에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 최소 90년간 당신을 잊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어요.
그 어린 나이에 난 당신과 이어진 강한 끈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옛날부터,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당신을 알았음을 확신했어요. 이 생 또한 무수한 연결고리 중 하나이겠죠.

11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UB/AMy3ladY

기억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그가 가만히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역겹지? 나도 알아. 된다면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리고 싶어. 사람 하나를 흔적도 없이 잊는다는 거, 나도 정말 지겨워! 그런데 이게 안 되는 걸 어떡해, 이렇게 잊는 거 싫은데, 어떡해.......

11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CyserNxFefQ

당신은 나의 별이에요. 내가 항상 이야기하곤 했죠. 당신은 나의 별이에요. 높디 높은 우주에서 빛나는 별. 가로등 불빛에 가려서 네온 사인에 묻혀서 보이지 않았었나봐요. 기어코 시끄러운 도시에 올라가 화려한 불빛에 휩싸여 지내온 내가 멍청이입니다.
차라리 완전히 잊을게요. 지금 어설프게 돌아가봤자 안타깝고 아쉽기만 할 테니까. 그러니까, 일단은 잊을게요.
사실 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멋진 당신은 그새 사라지거나 망가지지 않으실 테니, 그것으로 됐습니다.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어제의 나에게 상냥한 내가,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오늘의 나일 수 있도록, 나는 오늘을 있는 힘껏 열심히 살겠습니다. 여태껏 잘못도 후회도 많이 한 만큼, 앞으로는 잘못도 후회도 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일의 나는 조금 더 나은 나일까요. 미래의 나는 조금 더 정답에 가까울까요. 네, 이런 거 걱정할 새에 한 자라도 더 봐야죠!
고마워요. 존재해주셔서. 당신의 목소리가 나에게까지 이어진 것이 다행이에요. 당신을 좋아합니다. 존경합니다. 응원합니다.

11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Ua0Rrcc5KIc

마구 숨통을 갈겨 놓은 거울의 저 편에서 웃는 건 결국 나였다. 손에 피를 잔뜩 묻힌 채로 누구보다 절망에 가득 차서 바라보는 모습은 괴물과 진배 없을 뿐이었음을. 아아,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 사정없이 떨어지었다.

11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VvXBr/FFG8I

아..너는 이제야 나를 봐주는구나
내가 이렇게 죽어 가야지만 너는 나를 바라보는구나
너는 정말 나빴다..나쁘고 나쁘고 나빴다
정말 나쁘고 정말 냉정하디 냉정한 너인데 어째서 나는 지금 이 죽어가는 순간에라도..
니가 봐준다는 사실에 이렇게나..행복한걸까..?

119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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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pr3J/4snLHw

넓게 펼쳐진 하늘의 끝부분에 저물어가는 태양이 매달려 있었다. 하늘의 끝에서부터 서서히 붉은 빛으로 달아올랐다. 본래 하늘이 띄고 있던 푸른 빛과 밝아오는 부분이 겹쳐져 연보랏빛이 만들어졌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 말문이 막혔다. 무언가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능력은 항상 뛰어나지 않은 편이었다. 내가 아름답다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질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최근엔 cg기술이 발달하여 온갖 환상 속 풍경을 화면 내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고도 들었다. 그러나 인공적인 그래픽과는 사뭇 달랐다. 거인을 마주했다기보다 온 우주를 마주한 것 같다고나 할까, 장대하다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만큼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여하튼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었다.

120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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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pr3J/4snLHw

조직과 사람들, 무리 속에서 어느 순간엔가 나 자신을 잊었다.
아, 이 경우는 사람은 아니겠군. 마음속의 또다른 누군가가 조소했다.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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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maFN9X8sBVU6k

소녀의 머리카락이 떠올랐다.

 밤하늘 색과 비슷한, 내가 좋아했던 푸르고 검은 긴 머리카락이 이제는 마치 밤하늘과 너를 잇는 가지같아 보였다. 너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있다.

소녀의 발이 부유했다.

땅에서 겨우 1cm정도일까? 소녀의 몸이 조금 떠오르고, 소녀는 중심을 잃은지 살짝 흔들렸다. 이제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는 그제야 조금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마지막이니만큼, 그 검은 눈동자를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마주봤다. 나를 꿰뚫어보는 너의 그 시선을 언제나 좋아했는데.

소녀가 이제 완전히 떠올랐다.

이제 너는 나를 내려본다. 눈을 잠시 가렸다가 올라가 제 자리에 돌아가는 속눈썹이 길다. 겹겹이 붙은 속눈썹을 나는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나의 작은 세상이 이제 종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소녀의 눈 위로 물방울이 떠서 하늘 높이 날아간다.

나의 세상은 너와 너 뿐이였는데. 그럼 이제 내 세상은 어떻게 되는걸까. 나는 네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네가 환하게 웃었다. 그것은 내가 너를 기억하게 될 너의 영정이기도 했고 나의 세상에 종말을 선고하는 도장이기도 했다. 나의 세상이 밤과 같은 색으로 천천히 녹아갔다.

122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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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VW/zVsIgQ7o

그러고보면 너는 나와 지나치게 잘맞았다. 노래 취향, 싫어하는 음식, 가치관, 성격, 옷 매무새. 그래서 네가 날 위해 태어난 줄 알았다.

지옥같았던 시간들, 그 정점의 낭떠러지에서 마법같이 네가 나타나 내 손을 잡아준 것은 운명이라 믿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우연이라 믿었다. 너와 영원히 함께할 줄 알았다. 친구로써던, 연인으로써던.

네가 내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된 지금,
내가 울고있는 단 한가지 이유.

네가 보고싶어.
다시 너의 손을 잡고싶어.
그때 그날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나를 구원해주오.

돌아와요, 사랑스러운 그대여.

123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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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c+FiFE1uOWE

경직된 눈에서 혐오감이 흘렀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서 해를 입을까 불안했는지 수전증이라도 걸린 사람마냥 손을 벌벌 떨었다. 남자는 겁이 많은 성격이자, 소심한 유형이였는데도 저렇게 말을 내던질정도면 아주 많이 시달린 듯 싶었다. 말을 하고 싶은데 목이 말라 할 수 없었다. 남자를 붙잡고 싶었는데 가슴이 저려서 손을 건넬 수 가 없었다. 아팠다, 너무 아팠다.
남자가 자신에게 이럴 줄은 정말 몰랐는데. 자신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고 도망갈 줄은 몰랐는데. 저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우리 다신 보지 말자.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어도 너를 가질 수 없는건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가지고 싶었는데, 가질 수 없었다. 제-기랄 세상이 공평하다는 말은 개소린 줄만 알았는데 피부로 맞닿으니 피가 날 듯 아렸다. 세상은 기분 나쁠정도로 공평하다. 모든 걸 가져도 가지고 싶은 건 당최 못 가지게 한다.

소녀은 작게 웃으며 다친 가슴을 부여잡고 울었다, 가장 높은 곳의 몰락이였다.

124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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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p42lL1iPYJo

난 짝사랑이 좋아.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에델바이스가 좋아. 멀리 있을 때 아름다운 허상이 좋아. 정말로 가까이 다가가거나 사귀게 되면 어둡고 아름답지 않은 모습을 보게 돼. 먼 발치에서 내 상상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는 사람과 그걸 사랑하는 게 좋아.

내가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그래. 가끔 특정한 음식이 엄청나게 땡길때가 있어. 하지만 한 숟갈만에 충만감과 행복감은 사라지고 다음부터는 남기지 않기 위해 의무적으로 위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을 뿐이지. 기회비용은 이미 지불했으니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먹기를 그만둬. 음식은 먹지 않았을 때 가장 맛있어.

요즘엔 그런 생각도 들더라. 사람이나 음식만이 아니라 일도 마찬가지라고. 이상은 너무 쉽게 일상이 되어버려. 과거의 내가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것들이 현재의 내게는 당연한 게 되어버리고 결국 지루해져. 그러니까 이상은 닿지 않는 곳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나는 일부러라도 이상에 닿지 않는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나는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었어. 그리고 그걸 실천하다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나를 그리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지. 내가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난 아직까지도 그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아갔을거야. 그 사람들에게 나도 소중하다는 착각에 사로잡혀서 내 인간관계는 탄탄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했겠지.

12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p42lL1iPYJo

허울뿐인 행복은 어째서 진정한 행복이 아니야? 마음이 벅차고 웃음이 나오고 가슴 언저리가 간질간질한건 매한가지인데. 우리 몸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아. 즐거운 꿈을 꾸면 엔도르핀이 돌고 무서운 꿈을 꾸면 아드레날린이 나오지. 생일선물을 꿈꾸는 어린아이는 행복해. n년째, 생일선물로 받은 레고는 어디에 처박혀 있어?

난 최고가 되고싶었어. 절뚝거릴 줄 알았는데 내 걸음걸이를 보면 정상까지 오르는 게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이젠 여기서 더 나아갈 필요를 모르겠어.

12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Scn7tlVGA8k

남은 건 한 발. 적에게 이미 두 발.
마지막 한 발은 머리다.

12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hR0Lh+NeVn+

벚꽃이 흩날렸다. 어느 진한 여름날 내렸던 장맛비처럼 꽃잎이 봄바람을 타고 공중에 춤췄다. 하늘거리던 나비는 선율에 맞추어 꽃과 노닐었다. 나는 그 화려함 속에서, 어쩔 줄을 몰라 가만히 서있었다.

12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HaIN4ppfAXU

몸에 힘이빠져 구르다시피 아편을 피운다. 좁은 침상 위를 구르다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은 유리파편으로 난장판이다. 마치 철거현장의 잔재인듯했다. 낙하의 충격으로 파편들이 신체 이곳저곳에 참 바르게도 박혔다. 아픔보단 재미를 견딜 수 없어 실실 웃었다. 참 기특하기도해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들보다 훨씬 좋다. 마음에 쏙 들었다. 약간의 자랑이다만, 마음을 연 상대는 열 손가락으로 샐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외톨이였지만 사랑을 갈구하지는 않았다. 하찮은 영웅놀이는 상당히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위치라는 이름의 족쇄를 스스로 채운 이유가 뭐였더라. 필요없다. 떠나보내는건 한순간일지어니.

12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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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도 그렇게 춥던날이 있었다. 겨울철이면 항상 들고 다녔던 붉은 손난로를 잃어버려 유난히 추웠던 날이었다. 어찌나 춥던지, 그 날 새벽은 뒤척이다 이내 부르르 떨며 깨버리고 말았다. 유일한 창문을 열자 투명하지만 날카로운 공기가 볼을 건드리고 스쳐왔었다. 희미한 그림자가 구름에 일렁거렸던 날, 가득 수놓아진 별들 때문에 넋 놓고 하늘을 보던 날이었다. 그 날, 안개 같은 어둠을 걷으며 슬며시 떠오른 해와 함께 네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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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네가 준 것을 처리하지 못했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그것을 버릴 수가 없다.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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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어. 짓밟듯 내뱉은 그 말은 덧없이 허공에서 흩어질 뿐이었다.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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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한 통의 전화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날은 유독 내게도 혹독한 날이었다. 나는 세상의 폭력으로부터 도피해 작은 pc방에 숨어들었다.
 내 전화기가 울렸을 때 나는 헤드폰을 끼고 있었다. 그래서 전화가 온 줄 몰랐다. 네가 나를 애타게 찾을 때 나는 빌어먹을 포탑이나 철거하고 있었다.
 내가 뒤늦게 전화를 걸었을 때 너는 울면서 말했다. 개새끼야. 니가 전화 하라며. 아플때나 힘들때나 의지하라며. 네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촛불처럼 가물거렸다. 앞으로 친구라고 부르지마라. 날 친구라고 기억하지도 말고, 우리가 친구였다고 기억하지도 말고. 친구였던 적도 없었던거야. 우린. 그 뒤로는 네가 눈물을 삼키는 소리만 꼴깍꼴깍 들려왔다. 그러니까 그게 너의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사과하지 않았다. 변명도 하지않았다. 나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수화기를 붙들고 한참동안 앉아있었다. 음성사서함의 삐 소리가 들릴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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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가 금지어가 아니네??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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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머리를 묶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머리카락을 송두리째 자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미용사도 아닌 내게 누가 머리를 잘라달라고 할까. 아, 머리를 잘라달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그런 사람은 엄청나게 큰 가위를 가지고, 자기 얼굴만한 날을 가진 큰 가위를 가지고 찾아와야 한다. 그래야 나도 그 사람도 후회없이 머리를 자를 수 있을 테니까. 그만한 각오를 가져야 하는 거야. ‘머리’라는 것의 의미가 그러니까. 모든 걸 가장 처음보고, 모든 감정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지. 그런 머리가 가진 무거움이, 바로 그 각오인 거야. 살아있음과 맞먹을 정도의 각오.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살아있다면 우리는 죽음에도 살아있는 만큼의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그러니까 ‘살아있음’의 의욕과 ‘죽음’에 대한 의욕이 같아야 한다고 말이다. 삶에 대한 욕망이 너무 강하면 죽음을 두려워한다. 근데, 죽음에 대한 욕망이 너무 강하면 또 삶을 두려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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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봐. 담담히 얘기하던 너의 얼굴엔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시시하네. 무료함에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몇 초 뒤에 또 널 본다. 넌 그저 턱을 괴고선 힐끗,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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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한 송이를 들고 온 것은 퍽 잘한 일이었다.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킨 채로 네가 앉아있다. 침대도, 방 안도, 네 피부만큼이나 하얗다. 나는 장미를 네 손 위에 얹어 놓았다.

너의 텅 빈 눈이 나를 향한다. 그 시선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낯선 이를 보고 있다.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은 필요하지도 않았고 필요할 수도 없었다.

너의 손 위에 올려놓은 장미는 붉은 눈물을 흘린다. 그것이 나 대신 울어주었다. 너는 아직 장미를 보지 않는다.

나는 장미를 가리킨다. 그리고 사랑을 속삭였다. 기억을 잃은 너에게 하는 두 번째의 프로포즈. 너는 웃었다. 그리고 다시 누웠다. 장미는 그대로 두었다.

나는 네 옆에 앉았다.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침묵이 방 안에 가득하다. 너는 방금 전까지 웃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나는 손톱을 깨물었다.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본다.

바깥은 눈이 온다. 눈이 멎으면 봄이 오겠지. 그리고 다시 여름이 온다. 너도 나에게로 다시 다가온다. 나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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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을 맞으며 떠오른 생각은 그저 그런 생각이였습니다. 매 시간 죄를 지어갔습니다. 하얀 화이트보드에 아무것도 그려놓지 않고서는 그저 눈사람이라며 억지를 부릴 뿐이였습니다. 좋아하던 소설책에는 아무색 잉크나 죄다 부어버리고 그 속에 칙칙한 얼굴을 묻었습니다. 그는 방금 그의 셔츠에서 뜯어낸 단추 서너개 삼키고는 답답하다며 이미 죽어버린 고등어 같은 두 눈깔을 껌뻑였지만 이미 죽은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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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둑,
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말라 비틀어진 나무는 애처로운 소음을 내뿜었다.
함께 있을 시절 생명력을 내뿜던 나도 그 말라 비틀어진 나무의 꼴을 한 지금은 애처로운 손길을 뻗고 있을 뿐이다.
아아 그대여 떠나지 말아줘요.
의미 없는 말소리만이 그 자리를 채웠고 투둑하며 남은 생명력을 내버리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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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고 오직 너를 볼수만 있어 나는 애가 탄다. 아니, 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영상 속 당신은 멋진 주인공이지만, 또한 애달프다.
이 그리움은 죽어야 없어질까.
그리고 다시 태어나 당신의 존재를 알고, 또 그리워하겠지. 그 곳에서는, 그리움 이전에 당신을 붙잡을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꼭 달려가서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소담스런 눈을 맞으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아직까지도 살아 있노라고,
절대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얘기하겠지.
그리고 무한히 보고싶다는 말을 할거야.
네가 떠난 날, 비가 오는 그 날이면 늘 네가 보고싶었다고.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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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건, 너를 위해서였다. 빌어먹을 운명으로 인해 사랑하던 이들을 남겨두고 소멸되야했던, 너를 위해서. 너를 살리기 위해서. 너와 사랑하기 위해서 나는 태어났고, 운명적인 시간이 올때까지 나는, 너를 기다렸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몇번이나 죽고 되살아났다. 그 모든 기억을 가지고, 10000년의 시간동안 너 말고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너를 사랑해서. 너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서.


그리고 드디어. 10000년의 기다림의 끝에는 이제 막 태어난 네가 있었다. 정령에게 태어났다. 라고 하는것이 퍽이나 어울릴까 싶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너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너 또한 나를 보고 행복했다는 말을 들으며 얼마나 행복했던지. 차갑고 무뚝뚝한 네가 나를 보며 웃는것에 다른 이들이 얼마나 놀랐던지.
 
 애초에 서로를 원해 태어난 운명이였다. 첫 만남에 서로 사랑한다 말했던 사이인데.
네가 정령왕이든. 신이 되었든. 태어나기 전에 보고온 미래처럼 네가 잠깐이라도 희생되는 것은 이기적인 나로써는 두고볼 수 없어서, 스그로 자처해 악신을 없앤 너를 다시 살려냈다.

 너를 다시 만난 그 순간에 준비했던 말들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냥 너에게 달려가 너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몇번이고 다시 태어나 너를 만나러 갔다. 너를 만나러 갈테니, 그 자리에서 기다려달라고 말하던 너를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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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x년경, 유북시에서 유북제1중을 다니던 선후라는 아이가 있었다.

동창이란 연결고리는 빈약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학창시절의 그 아이를 기억한다.
선후에게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기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것을 매력이라 부르는 데 반대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력이라 불리는 것은 당사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 그러나 선후가 타고난 기질에 이끌린 사람들은 이유없이 그 아이를 혐오하고 야유하며 갖은 해를 끼쳤다. 당사자의 피와 살을 깎아내는 그 선천적인 기질을 나는 긴 고민 끝에 매력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매력이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끄는 힘, 선후가 가진 기질을 매력이 아니면 무엇이라 설명하겠는가?
선후의 매력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뒤흔들어 결국엔 당사자와 자신의 멱살을 잡고 깊고 깊은 수렁으로 끌어들였다. 선후의 매력에 휘말리기 시작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아무리 참되고 고결한 인격자라도 그 아이 앞에선 악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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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북제1중의 급식실 수준은 한 마디로 먹을 수 있는 쓰레기였다. 오죽하면 방금 밥을 배식받은 학생들이 코를 막고 급식판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쳐박았을까? 그래도 매주 수요일만큼은 형편이 나았다. 잔반 없는 날로 지정된 수요일에는 꼭 고기반찬이 나왔다. 전교생이 지옥같은 월요일과 화요일을 견뎌내는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점심시간에 체육관 구석구석까지 공을 굴리던 1학년 그룹은 나와 선후를 포함해 스무명 남짓이었다. 이 대인원은 점심시간 10분 전까지 공차기를 하고서 급식실에 몰려갔다.
어쨌거나 우리는 매일 선후의 식판 형편을 목격해왔던 것이다. 고추장 불고기가 선후의 식판에서는 고기 한 점 없는 빨간 감자조림으로 둔갑했다. 국에 건더기는 하나 없었고 어떤 날은 밥 양이 반토막나있었다.
이 불공정한 처사에 대해 급식 아주머니는 바퀴벌레를 보듯 선후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너무 많으면 남길 게 분명하니까 적게 주었다.
그렇다고 선후가 우리들 중 소식가에 속하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 무렵, 급식 아주머니조차도 선후를 반목하고 기만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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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와 첫 만남을 가진 사람들은, 하다못해 급식 아주머니까지 입을 모아 말하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싫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직 열넷밖에 먹지 않은 햇병아리를 잔인하게 괴롭히고 상해하고 방해하여 인간성을 버린 악의를 표출하고 싶어했다. 평소 선한 사람들에게는 파급력이 배로 컸다. 잘은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향한 이유없는 악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아주 낯설고 기묘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선후의 언행이나 외모가 비호감을 부를만한 것이었냐면 그것도 아니다. 학기 끝무렵에 친구(주로 나, 나였다.)로부터 욕설을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선후는 부모 없이 자랐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예의바르고 적당히 양보할 줄 아는 아이였다. 복장은 말쑥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옷깃에선 섬유유연제의 좋은 냄새가 풍겼다. 적어도 내 눈에 사람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비호감을 받을 만한 연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선후는 지금껏 경멸에 찬 시선밖에는 받아본 일이 없다고 했다. 낡은 아동용 그네를 끼익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1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불과 이틀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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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읍시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거주지를 옮긴 나는 동네를 탐험하며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었다. 집에서 10분거리를 걸어나가면 아파트 단지에 작은 놀이터가 있었다. 놀이터 바로 옆에는 501동 아파트가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곳이 바로 선후의 집이었다.

개학을 기다리며 동네를 어슬렁대던 나는 우연히 놀이터를 방문했다가 울고 있는 선후를 마주쳤다. 중학생 시절의 나는 우는 또래아이를 지나치기엔 상냥했지만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서툴렀다. 어찌할 바 모르는 나를 앞에 두고 선후는 모래와 가슴팍을 적시며 미주알고주알 속내를 털어놓았다. 무언가를 털어놓을 사람이 간절하게 필요해 보였다. 나는 자동차용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끝까지 들어주었고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아내고서야 선후는 이름을 물었다.

-내 이름은 지원이야.-

나는 첫 목소리를 내었다. 그걸 듣고서 선후는 진이 다 빠진 목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지원, 지원아.-

그 아이의 눈동자 너머에서 나는 의심과 불안과 두려움을 보았다.

-넌 내가 싫지 않아?-

차마 다른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싫지 않아.-

그러자 선후는 그네가 매달린 쇠사슬을 만지며 한동안을 말이 없었다. 감정을 되씹는 것 같기도 했고 내 답을 의심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나는 잘못 태어난 게 아닐까? 막 태어난 나를 보고서 우리 엄마는 나를 없애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가냘픈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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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후의 많고 많은 물음, 어느 것 하나에도 답해주지 못하고 비참하게 굽은 선후의 등을 내려다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가엾은 선후의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생각은 그 아이의 등을 보자마자 떠오른 충동에 가까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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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의 척추를 발로 걷어차 부러뜨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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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후와 친구가 된다면 내내 이런 충동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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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행해야만 네가 행복하다면 나는 얼마든지 불행해져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내 세상의 모든 것은 너를 위주로 돌아갔으니까. 넌 내 세상이자, 사랑이었으며, 삶의 이유였다. 그렇기에 나는 너를 위해 죽는 걸 택했다.

내 사랑의 끝은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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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하는 겨울의 초저녁, 나는 랜턴을 방으로 가져와 불을 붙이고 방의 커튼을 쳤다.
닫혀진 커튼 뒤로 석양이 지고있었고, 랜턴 속 촛불은 바흐의 에어에 맞춰 아롱아롱 몸을 흔들며 춤추고있었다.
그렇게 겨울의 저녁은 몇분만에 세상을 어둡게, 더욱 어둡게 삼켜버렸고
땅거미가 왔을때 즈음에야 랜턴에서 새어나온 빛을 보며 비로소 깨달았다.
랜턴의 뚫린 곳에서 세어나온 불빛이 방에 펼쳐져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방이라는 커다란 랜턴 속에서 촛불이 일렁이는 작은 랜턴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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