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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창작 게시판 목록 총 139개의 스레드

새로운 스레드 만들기
  1. 1: 한문장만으로 여러 감정이 뿜뿜하게 만들어보자 레스 (359)
  2. 2: 글러들아 여기ㅔ조각글 투척해조 레스 (120)
  3. 3: 죽음을 자기만의 문체로 써보는 스레 레스 (187)
  4. 4: 소설쓰면서 느낀점들 쓰고가는 스레! 레스 (38)
  5. 5: 소설에 필요한 의학적 정보를 주는 스레 레스 (12)
  6. 6: 소설검수 해주는 스레 레스 (20)
  7. 7: 텅 빈것같은 단편소설 써줘 레스 (38)
  8. 8: 6단어로 소설쓰기 레스 (12)
  9. 9: 1년 프로젝트 - 하루에 한 편씩 레스 (6)
  10. 10: 자기가 쓰거나 썼던 또는 맘에드는 소설 주인공 이름 쓰고 가보자 레스 (31)
  11. 11: 심심할 때마다 쓰는, 기도. 레스 (6)
  12. 12: 한 문장씩 소설을 이어가는 스레 레스 (433)
  13. 13: 제발 하루에 한번만 들어오자 하루에 한번만... 완결이 목표다! 레스 (155)
  14. 14: 영어 실력도 기를 겸 영어로만 글을 써 보는 스레 레스 (50)
  15. 15: 대사를 이어 받아 묘사 하는 스레 레스 (144)
  16. 16: 만약 병사들이 레스 (6)
  17. 17: ~소설창작판 1000제~ 레스 (116)
  18. 현재: 주어진 단어 3개로 글을 적는 스레 레스 (108)
  19. 19: 의지박약 저퀄러가 뭔가 쓰는 스레 레스 (4)
  20. 20: 소설 쓸때마다 넣는 요소 적고가는 스레 레스 (6)
  21. 21: 각종 팁을 주고받고 해볼까요? 레스 (33)
  22. 22: 인소를 쓰다가 끝부분에 막나가 보자 레스 (17)
  23. 23: 책 제목을 주제로 글을 써보자 레스 (24)
  24. 24: 자신이 쓴 소설의 명대사를 적어보자 레스 (15)
  25. 25: 살고 싶었다. 라는 걸로 시작하는 글을 써보자! 레스 (24)
  26. 26: 문이 열렸다. 를 첫 문장으로 글 써 보는 스레 레스 (91)
  27. 27: 소설창작판 단어공책 레스 (18)
  28. 28: 무퇴고 작문 레스 (5)
  29. 29: 그녀는 죽었다. 레스 (15)
  30. 30: 감성적인 릴레이 소설 쓰자! 레스 (5)
  31. 31: 죽어버렸습니다. 레스 (4)
  32. 32: 음악을(노래를) 주제로 글을 써보자! 레스 (6)
  33. 33: 설마 실화일까...? 레스 (2)
  34. 34: 주제를 던져주면 그걸 가지고 짧은 글을 써준다 레스 (13)
  35. 35: 언데드 레스 (3)
  36. 36: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생각 레스 (3)
  37. 37: 이별을 묘사해 보자 레스 (49)
  38. 38: 소년과 소녀 레스 (3)
  39. 39: 가로등 아래에서 레스 (4)
  40. 40: 소재 투고 스레 레스 (116)
  41. 41: 소설창작판 잡담스레 레스 (108)
  42. 42: 짝사랑을 묘사해보는 스레 레스 (1)
  43. 43: 세계의 악당과 인류의 구세주 레스 (10)
  44. 44: 하루에 한줄씩 레스 (7)
  45. 45: 이 글은 결코 실화가 아닙니다. 레스 (5)
  46. 46: 스레주가 상황문답 리퀘받는 스레 레스 (3)
  47. 47: 텍스트 게임을 위한 스토리창작을 같이 해보자 레스 (57)
  48. 48: 영웅활동일지 레스 (4)
  49. 49: 동상이몽을 주제로 글을 써보자! 레스 (1)
  50. 50: 악당이 주인공인 창작물을 쓸려면 뭐가 필요할까? 레스 (42)
( 641: 108) 주어진 단어 3개로 글을 적는 스레
1
별명 :
이름없음
작성시간 :
16-08-02 09:02
ID :
maktII+8tvKYc
본문
예전 스레딕에 있던 듯이, 글을 적고 단어 3개를 제시하면 돼.

ㅜ 해변, 흉터, 아들
6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08FmJOF8wQY

ㅗ  먹구름이 가득해 곧 비올듯 한 날. 사람도 차도 건물도 별로 없는 한적한 동네에 50년은 된듯한 낡은 서점에서 왜인지 눈에 띄는 먼지쌓인 책을 샀다.
 ' 아, 이거 교과서에서 봤었는데. 그립네.'
 오랜만의 추억거리에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지어졌다. 오랜만의 옛날추억에 잠겨있는데 톡 톡거리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점점 더 거세게 오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책을 옆에 두고 시동을 걸어 운전하는데 창문에서 빗물이 새어나와 자꾸 얼굴에 맞았다.
 '방탄유리니 멀쩡한 줄 알았는데 글러먹었네. 앗, 이런'
 조수석 창문에 무언가가 떨어진듯 원모양으로 된 금에서 새어나온 빗물이 펼쳐져 있는 책에 떨어져 얼른 잡아 챘지만 한 페이지의 절반이 이미 젖어 있었다.
 빗물에 빨갛게 얼룩진 한페이지. 그리고 제가 잡아  묻은 빨간 지문 옆의 글귀 '죽는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 좋네. 마음에 들어."
 정말인지 그는 눈까지 휘며 짙게 웃음을 지었다.

 ㅜ 눈물 코미디 편지

6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uve6X0WxFTI


너의 편지가 도착한 날이었다.
너는 나를 떠나고 갔었다.
나를 떠나고 갔으면서, 편지를 보낼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비웃는 것인가. 아니면 동정하는 것인가. 네가 내게 보낸 편지 때문에 나는 또 다시 우스운 꼴이 되어 버렸다.
또 다시 희망을 가져버렸다. 뜯지도 못한 네 편지가 가진 의미를 수천 가지는 생각하면서.
너는 내게 뭐라고 하고 싶었을까. 왜 편지를 보냈을까. 요즘같은 시대에, 할 말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해도 족한것을.
왜 내게 편지를 보냈을까. 아끼고, 또 아끼던 편지를 떨리는 손으로 마침내 뜯어 보았을 때, 보인 글씨는,
아, 나를 우습게 만들었다, 너는 또. 나를 버리고 갔던 그 때처럼, 나를 설레게 했던 바로 방금 전 처럼.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래, 코미디가 따로없었다. 혼자 설레고, 혼자 잃고, 혼자 슬퍼하고, 혼자 아파하는, 원맨쇼, 그 가운데 춤을 추는 코미디언. 눈물을 흘리되 눈물을 보이지 않아야 하는 코미디언. 하얗고, 얇은 종이 뒤에 숨은 관객은 코미디언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나쁜 자식.
나한테까지 청첩장을 보낼게 뭐람.

ㅜ 톱니바퀴, 시계, 공간

6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vxmQ2LPM2PE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은 아마도 파도가 모래알을 쓰는 소리, 그리고 팽팽하게 당겨진 피아노 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그 뒤를 따라왔다.

"오, 세상에,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 했지 뭐니!"

머리가 반쯤 벗겨진 키가 작고 통통한, 그러니까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수학 선생님같은 중년 남자가 바삐 움직이며 소리쳤다. 온 사방이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진 참으로 기묘한 공간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 남자가 건네주는 공구들을 받아들었다가, 다시 그에게 알맞은 공구를 건네는 것을 반복했다. 누군가 내 뒤통수를 후려쳐 쓰러진 것도 아니고 술을 진탕 퍼마시고 길거리에서 퍼질러 잔 것도 아닐진대, 왜 멀쩡하게 내 침대에서 잠들었던 내가 눈을 뜨자마자 생판 모르는 요상한 남자의 수발을 들고 있는 지가 의문이었다.

"신이시여, 왜 이렇게 고장난 톱니들이 많은지. 거기 있는 나사를 좀 조여주겠니? 그래, 그것 말야."

"이봐요, 당신 대체 누구예요. 누군데 나한테 이런 막노동을 시켜요?"

6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vxmQ2LPM2PE

>>62

"제멋대로 시계 안으로 뛰어든 침입자를 재워주고 깨워줬으면 그걸로 됐잖니? 우선 거기 나사부터 해결하자꾸나."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남자가 가리키는 나사를 조였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톱니바퀴들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서로를 굴리고 굴러갔다. 아무래도 내가 들었던 소리는 톱니들이 맞물리는 소리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제 다 했으니 말해주세요. 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예요? 왜 멋대로 잘 자고 있는 사람을 납치한 거죠?"

"납치라니, 그런 끔찍한 소리 말아라!

세상에, 양팔로 스스로를 끌어안은 채 부르르 몸을 떠는 중년 남자는 덥수룩한 수염의 외양과 이다지도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ㅜ 크레파스, 하늘을 나는 배, 날개.

6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dozr81l0XwU


...크레파스로 무엇을 그려볼까나. 사람? 동물? 식물?? 이왕이면 내가 어렸을 때 꿈꿔왔던 하늘을 나는 배를 그려볼까? 스케치북에 그냥 배를 그리고, 돛도 달고, 창문도 그려놓고, 아 이왕이면 갈색으로 그리자! 그리고 키작고 배불뚝이 선장 하나 그려놓고 알록달록하게 많은 사람들을 그리자. 그리고 날개를...날개를 달고..

 그래,알아. 이거 다 꿈인거. 사람들은 알록달록이 아니라 흑백이야. 배는 하늘을 날지 못하지. 나 도대체 몇 살인데 이런 짓을...
 난 언제쯤 날개를 달고 하늘로 갈까. 예전부터 오랜 꿈이었어. 난 이제 하늘로, 훨훨-

다음날 신문에 팔에 날개를 그려놓고 자살한 사람의 기사가 나왔다.

6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dozr81l0XwU

>>64 아 빼먹어버렸다!
ㅜ여름, 어울리지 않는, 솜사탕

66
별명 :
ㅇㅇ
기능 :
작성일 :
ID :
maynIhZEvWrrk


그 날은 내가 겪은 여름 중 가장 무더웠고 푹푹 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며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여 일찍 집을 나섰다.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내가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다. 괜찮다. 여름의 열기에 녹아버리는 솜사탕처럼 나도 오늘 세상에서 사라질테니까.

ㅜ 안경. 발. 거짓말

6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6KfPvzqgS7w

ㅗ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유리 조각들이 발을 찔러왔다.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곧 발바닥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천천히 안경을 꺼내들었다. 이제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붉은 빛으로 덮인 유리 더미에 맨발로 서있는 나. 언제부터 여기에 서 있었던 거지. 눈물이 흐를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는 그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진 공예품을 좋아하던 그녀 생각이 난다. 네가 반짝일 수 있게 널 비춰주는 태양이 되어 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지. 미안. 거짓말했어. 너에게 난 유리의 투명함을 더럽히는 이 새빨간 핏덩어리였을 뿐.
유리 위에 떨어진 물방울은 너무나도 눈부시다.

ㅜ 시계, 공원, 바람

6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dvLV9yx0S9I

ㅗ 그 시계를 줍지 말았어야 했다.
 할머니께선 버려진 물건을 함부로 줍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그리도 하셨다. 그러니까 지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 건 순전히 내 잘못이다. 음기라든지 팥을 뿌린다든지 그런 건 전부 구시대적 미신으로 치부해버린 내 잘못.
 아니, 생각해보면 이거 전통종교랑 관련있긴 한건가? 잘 모르겠다. 지금껏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구닥다리 시계 하나 주웠다고 이렇게 세상이 멈춰버리는 현상 같은건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오후 7시, 평소같았다면 산책하러 나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동네 공원에서 지금 나는 이리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살아오면서 느꼈던 중에 가장 큰 외로움 말이다.
 "저기 누구 내말 들리는 사람 있어요? 손!"
 손을 들기는 커녕 미미한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는다. 목을 쥐어짠 보람이 없다.
 역시 시계 때문이라고 길바닥에 버리거나 있었던 자리에 돌려놓기도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바람조차도 멈춘 공원에 움직이는 것은 나 하나뿐. 달리던 채로 굳어있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나는 머리를 쥐어뜯는다. 이젠 어떡하지?

ㅜ 고백 양파 비닐봉투

69
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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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w50JsGbxy9s

ㅗ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에 문을 기껏 문을 열었더니 아무도 없었다. 뭐야.. 하고 집에 들어서려는 순간 시야에 검은 물체가 아른거렸다. 누군가 고의로 쓰레기를 버려두고 간 것이다. 원한 살 만한 일은 딱히 하고 살진 않았는데.. 역겹고 뭐가 들어있을지 몰라 두렵기도 했지만 내용물의 정체가 궁금해 일단 가지고 들어왔다. 비닐봉투에서는 썩은 양파 냄새가 났다. 봉투를 여는 순간 소름이 확 끼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백하자면.. 그곳엔 내가 가장 증오하던 사람의 흔적이 잔인하게 남겨져있었기 때문.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미 7년 전에 죽어버린 걸. 현기증이 났다. 온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눈을..마주쳐버렸어

ㅜ 과대망상 환청 꿈

70
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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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wW+P5CxpXiQ

ㅗ"또 시작이네...지겹지도 않나."
한동안 잠잠하나 싶더니 또다시 그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야 내 과대망상이겠거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쯤되면 그게 착각이라는것쯤은 누구라도 알것이다. 단순한 환청이라면 크게 신경쓰이지 않겠지만 누군가 자꾸 귓가에 대고 키득거린다거나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거린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내일은 정말 병원이라도 가봐야 겠다. 이비인후과정도? 라고 생각하며 나는 애써 들리는 목소리를 지우며 중얼거렸다.
"그래, 일단 자자. 자고 일어나서 병원에 가보는거야."
그러면 최소한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는 알 수 있겠지.그렇게 다짐하며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아 설마 아무 이성 없다고 하는거 아니야? 그럼 정신병원에 가야하는건가 그건 싫은데...따위의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나는 서서히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결코 잊혀지지 않을, 그리고 다시는 꾸고싶지 않을 그런 꿈을.


ㅜ애원,위선자,겁쟁이

71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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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1Sx7PJ5gvDg

ㅗ ㅗ 방금 전부터, 그가 땅에 무릎을 대고 기며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제발, 제발..."
 애원하는 목소리가 등뒤에서부터 들려와 귓전을 울렸다. 들은척도 하지 않자 그는 내 오른쪽 다리에 매달려 걸음을 방해했다. 걷어차려는 동작을 취하며 그를 다리에서 떨어내려 했지만 보기보다 힘이 센지 꼼짝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그를 내려다보자 그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말을 쏟아냈다.
 "부탁해. 제발.... 한 번만 들어주라. 내 소원이야. 평생 단 하나뿐인 소원. 넌 할 수 있잖아. 그리고 내가 무슨 말 하는지도 알잖아. 제발. 이것만 들어준다면 이제 네게 매달리는 일도 없어. 다신 귀찮게 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진짜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부탁하자. 응?"
 거기까지 말하고는 그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이 내가 청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좌절감 때문인지, 보다 공손케 보이려는 수작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이제는 거의 남지 않은, 그에 대한 동정심을 쥐어짜내어 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네의 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직면하라고. 도망치면 겁쟁이가 될 뿐이야."
 내 말을 들은 그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다리를 놓고 일어서더니, 분노에 찬 소리를 버럭 질러 댔다.
 "그래서 싫다는 거야? 내 부탁, 들어주기 싫단 거냐고! 내가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조용한 공기를 찢었다. 귀를 막았지만 부질없었다. 성대를 가루로 만들 작정인지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에 대한 비난들을 쏟아냈다.
 "날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게 아닌 거 알아! 겉으로 그런 척 하고 있을 뿐이지! 위선자! 넌 지저분한 위선자야!"
 "입 좀 닥쳐."
 그러나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하면 할수록 탄력을 받는지 점점 더 데시벨을 높이고 있었다. 이젠 거의 비명과 가깝게 들리는 그의 거슬리는 목소리를 더이상 참지 못하게 된 나는 한숨을 쉬며 자켓 안쪽에 손을 집어넣었다. 정말 이런 짓에선 손 떼려고 했는데. 나는 누구에게랄것도 없이 한탄하며 권총을 꺼내어 그의 머리를 정확히 겨누고, 이윽고 방아쇠를 당겼다.

ㅜ 열차, 사막, 나비

7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UfdSSviB6l2

ㅗ 잠에 취해 몽롱해진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황금빛 지평선이었다. 분명 눈을 감기 전에는 해저를 지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여기까지 온 걸까. 하여간 이래서 굳이 비싼 좌석에 앉을 필요가 없다니까. 바깥 풍경을 구경하기도 전에 기절하듯 잠들어버리니, 원. 바다와 사막 사이에 있었을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쳐버린 것이 아쉬웠지만 이미 지나간 걸 어쩌겠는가.
나는 정신도 차릴 겸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은 조용했다. 열차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고 있는데다 남은 사람 자체가 워낙 없어서 더욱 그런 것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이 황금 사막까지 오는 일은 드물다. 살기 편한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은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닌, 정말로 사막밖에 없는 곳이니까.
넓직한 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오자 사막 특유의 강렬한 햇빛이 눈에 강렬한 스파이크를 먹인다. 차양 정도는 만들어둬라, 좀. 황금 사막이 종착역이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쓰잘데기없이 속으로 투덜거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열차 덕분에 덥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담배 한 개비를 아주 느긋하게 태우는 동안 나는 주머니에서 부스럭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종이를 꺼내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오아시스와 야자수 한 그루가 그려진 촌스러운 엽서. 그리고 거기에 쓰여있던 글.

-네가 필요해.
나를 도와줘.
세계의 끝에서 기다릴게.

보내는 사람의 이름도, 받는 사람의 이름도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있는 것은 모란꽃과 나비그림 뿐.
모란꽃은 나의 심볼이며, 나비는, 10년 전에 헤어지고 2년 전에 부고를 들었던 그의 심볼이었다.

7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UfdSSviB6l2

ㅜ 하늘, 인어, 화살

7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20z9xDhUBug

ㅗ 문득 하늘을 보니 가슴속에 아로새겨진 기억이 떠올랐다.
7살 무렵 그 날도 오늘과 같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하늘이였다. 그랬기 때문일까 고개를 들어 하늘만을 보며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같은 모습인 하늘이였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던중
무언가를 밟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떨어져버린 시선에 하나 둘씩 굴러오고 있는 진주가 보였다.
자그만히 들리는 숨소리에 눈을 옆으로 돌리자 화살에 맞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인어가 있었다.
그 눈물은 떨어질때마다 마치 구해달라는 신호처럼 땅을 짚고있는 나의 손을 툭툭 쳤다.
너무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나 그대로 집으로 내달렸다. 꿈을 꾼것이라고 인어가 있을리가 없다고 피어오르는 생각을
잠재우며 눈을 꽉 감았다. 다음날 새벽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그 장소로 향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지만 상처치료를 위해 반창고와 연고를 양손에 꼭 쥐고 나왔다. 잊을 수 없는 그 장소에 도착했지만 인어는 커녕
핏자국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옆의 풀 숲에 진주 한알이 남아 있을 뿐이였다.
내가 도망치지 않고 바로 인어를 도왔다면 어땠을까. 정말 내가 인어를 본것이 맞았을까 하는 의문을 되새기며
그날은 잊을 수 없는 내 기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ㅜ프리지아, 기적, 종이

7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D5IgPuqFGc

ㅗ 당신이 좋아하는 프리지아를 샀습니다. 평소에 돈에 대해 인색하는 나도 오늘만큼은 한움큼 쥐어 한 다발을 손에 들고있습니다. 306동, 당신이 좋아하는 3과 6이 들어간 숫자네요. 당신이 계신 주소가 적힌 꾸깃한 종이를 펴보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엘레베이터에 탑니다. 미세한 진동이 느껴져오는 이 순간이 마치 내 심장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주네요. 순간은 순간입니다. 저는 곧 어색한 발걸음을 떼내어 당신에게 가까워집니다. 300동, 301동, 302동...
중간에 거울이 있어 잠시 숨을 고르며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중간에 귀여운 꼬마가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탕을 하나 쥐어줬습니다. 중간에는 당신과 비슷하게 생긴 노인네가 인사를 걸어와 잠시 멈췄고. 지금은 뿌옇게 흐려진 시야를 어찌할 줄 몰라 멈추었습니다. 발이 쉬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내 발에 접착제를 붙여놓은 것만 같아요. 당신을 보러가야 하는데 당신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노고가 서린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아서요. 이제 곧 3시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시간이네요.
기적은 이미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오늘 하루하루가 기적의 일부분 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렵게 프리지아를 건넸습니다. 당신은 그 어떤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지어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시야가 흐려지긴 하지만, 조금 참아보도록 할게요. 기적의 순간에 눈물을 흘리면 안된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점점 안정을 찾습니다. 나도, 당신도. 이제는 영원한 기적을 맛 볼 시간인가 봅니다.
사실은, 하고픈 말이 아주 많았어요. 그렇지만 말 하진 못했습니다.
그 언젠가 저 아득한 곳에 내가 가게 된다면 그때 이야기 해 주려고요, 그러니 그때 까지 나를 기다려주세요.

ㅜ 인연 열쇠 초콜렛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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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인연? 웃기고 있네. 헛소리 말고 그쪽 집으로 돌아가세요."
"아이, 자기 너무하다~"

그녀가 몸을 비비 꼬면서 되도않는 애교를 부렸다. 그러나 같은 여자인 내게 애교 따위가 통할 리 만무했다. 나는 불쾌한 속마음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진심이거든요? 가라고 했어요. 3초안에 돌아가세요. 3, 2, ..."
"너무하잖아~ 정말. 갈 곳 없단 말야. 하루만 재워 줘. 응?"
"그건 내 알바 아니고요, 꺼지시라고요."

내 말에 볼을 둥글게 부풀리는 그녀는 솔직히 인형으로 만들고 싶을 만큼 귀엽다. 물결치는 웨이브 머리, 시원스레 큰 눈, 귀여운 코와 흰 달걀처럼 매끈한 피부는 화장품 광고 모델이라도 가능할 것 같고, 적당히 살이 붙어 선이 돋보이는 다리와 빨간색 야상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거리를 걸으면 선망과 질투의 눈빛이 무수히 집중될 것 같은 그녀가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것일까.

"하루만, 그거면 엄마도 화 풀릴 테니까. 딱 하루만. 응?"

도저히 돌아갈 것 같지 않은 기세다. 경찰을 부른다면 자연히 해결되겠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모질지 못하다.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좋게 말하면 착한 게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다. 한숨을 쉬는 나에게 그녀는 말없이 호소의 눈빛을 보냈다. 겨우 눈꺼풀을 깜빡이는 정도의 단순한 행동에도 애교를 일일히 녹여내는 그녀를 내심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도 저런 능력이 있었다면 이제껏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떠나지 않았을까 하고 이제와선 소용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열쇠를 돌려 잠금쇠를 풀었다.

달칵.

다음 레스 >>77 에 계속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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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진짜, 진짜로 고마워~ 자기는 역시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야."

순수한 기쁨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이런 표현은 진부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진짜로 눈을 반짝일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어떤 광원이나, 가로등이나, 필라멘트 따위가 비친 게 아니라 온전히 기쁜 마음으로 눈을 빛낼 수 있는, 그런 신기한 사람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다. 나는 지금 그런 사람에게 하룻동안 내 집의 반을 내주게 생겼다. 재워 주기로 결정하고도 찝찝함을 차마 지우지 못하는 내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신이 나서 야상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집어 내게 내밀었다. 내용물을 포장하듯 감싼 그녀의 손 끝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이거, 좋은 건 아니지만 스위스 제. 지금은 가진 게 이것 뿐이네."

그녀가 멋쩍어하며 건넨 것은 초콜릿이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조그마한. 키세스 초콜릿이 이것보다 조금 더 작을까, 헛웃음을 참지 말고 망신을 줄까 생각했지만 앞으로 만 하루동안 그녀와 붙어지낼 걸 생각하면 그보다 멍청한 짓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난 마음을 바꿔 그녀의 작은 손바닥에서 그보다 더 조그마한 스위스 초콜릿을 집었다. 곧 스위스 초콜릿이 내 혓바닥 위로 올라앉았다. 체온이 초콜릿을 녹여 달콤한 액체가 혓바닥에 스미는 것이 느껴졌다. 크기는 밤톨만한 주제에 스위스제 초콜릿은 의외로 상상 이상의 맛을 냈다. 나는 그저 신을 마주한 신도들처럼 마음 속으로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타인의 감정에 민감한 그녀는 그 사실을 바로 캐치하고 생긋 웃었다.

"맛있지? 그치? 맛있는 거랬어."

나는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며 혀를 이용해 초콜릿을 입 안에서 한바퀴 굴렸다. 그리고 그녀의 빨갛게 언 손을 잡아끌며 집 안으로 직행했다. 갑작스럽게 이끌려 놀란 그녀가 카나리아가 재잘거리는 톤으로 한바탕 무어라고 쏟아내었지만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도라서 나는 마음놓고 웃을 수 있었다. 보일러가 열심히 데워놓은 집의 따듯한 기운이 그녀의 두 손을 녹이는 데에 하루라는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ㅜ 찹쌀떡, 바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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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합격기원」
「수능, 힘내자!」
「수능…─」

"아, 씨."

짜증을 내며 식탁 위에 켜켜히 올려진 총천연색의 찹쌀떡을 슬쩍 밀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던 찹쌀떡은 잠시 흔들거리는가싶더니, 이내 살짝 기울인 상태에서 멈추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않아 오히려 짜증이 배가 되었다. 다시 한번 더 건들일려는 찰나,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째랑째랑한 목소리는 얼굴을 보지 않아도 엄마의 것이리라.

"윤 가을! 뭐하는거니? 빨리 방에 들어가. 어서!"
"…엄마, 나 방금 들어왔는데."

저녁밥은? 자그맣게 항의하는 목소리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금방 묻혔다.

"좀 있으면 너희 오빠 수능이잖아. 배려해주면 안되니? 당장 들어가!"
"아니, 나 저녁…"
"대충 간식 가져다줄테니까 방에 들어가! 윤 가을, 말 안들어?"

엄마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쳇, 하고 혀를 차며 식탁의 대부분을 점렴한 찹쌀떡 중 몰래 하나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 책가방을 던지고, 양말은 대충 구석에 던져뒀다. 던진 책가방 옆으로 찹쌀떡이 나뒹굴었다.
심통스럽게 볼을 부풀리며 괜히 찹쌀떡을 꾹꾹 눌렀다. 예쁜 분홍색 상자 안의 하얗고 말랑한 찹쌀떡이 뭉그래졌다.

"치. 오빠 편만 들어, 엄마는. 수능이 뭔 대수라고."

바보같아. 왜 수능에만 매달려있는거야? 방 한 구석에 뒹구는 축구공에 시선을 두었다. 수능이랍시고 재미없는 목걸이를 목에 건 뒤로 오빠는 장난거리는 전부 다 내다버렸다. 오빠 몰래 겨우 가져나온 축구공만이 외롭게 제 방을 뒹구르르 굴러다녔다.
푹, 하고 비닐랩에 구멍이 뚫렸다. 너무 눌러댔는 것 같다. 손가락이 비닐랩을 뚫고 찹쌀떡을 뭉개버렸다. 침대가 하얀 가루로 엉망이다. 쓸쓸함에 침대 위로 얼굴을 묻었다.


ㅜ 시한부, 연인,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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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따뜻하다..그치?"
얼마남지 않은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한없이 흐느끼는 소리만 들린다. 쥐어짜는 듯, 고통스러운 울음소리.

"왜 울어.. 예쁜 얼굴 다 망가졌네.  얼마 안남았는데 이럴꺼야?"

"너..!! 흐..어떻게 그런말을 해!! 가지마..갈꺼면 나랑 같이가!!"

링거바늘이 수백번 뚫고 지나간 얇은 피부로 감싸진 손이 부드러운 볼에 닿았다. 이 와중에도 눈물로 반짝거리는 두 눈이 예뻤다. 어깨까지 흐트러진 웨이브 머리가 부드러워 보였다.원망스럽다는듯 후려치는 두 손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았다. 바보야 치려면 더 세게 쳐. 이게 마지막인데.

"너, 나따라서 오기만 해봐? 진짜 혼날줄알아"

"차라리 혼내..혼나고 같이 죽어!! 너, 이렇게 가면 나 다른남자랑 계속 바람필꺼야. 계속 딴남자 만날꺼야!!"


"그래. 나 가면 나 잊고 행복하게 살아야해. 알겠지?"

더이상은 무리였다. 억지로 서있던 다리에 힘이 풀리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눈앞이 흐려졌다. 울고있는 너를 위로해주고 싶은데 더이상 근육은 일을 하지 않았다.

"..가지마.."


갸냘픈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난 여행을 떠났다. 영원히.




ㅜ(지쳐 죽을것같아 살려줘) 벚꽃,전설,결국엔 들킨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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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활동을 마친 뒤, 나는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 늦었다고 뭐라 하겠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걸음을 재촉했다. 역시나, 교문 앞에서는 네가 서있었다.

“오늘 너무 늦게 나왔잖아! 동아리 끝난 지가 언젠데!”

“뒷정리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 미안해.”

그러자 너는 알겠다며, 얼른 집에 돌아가자고 말했다. 너는 내가 10살 때쯤에 전학을 온 아이였다. 이렇게 작은 시골 마을에 전학을 오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 나는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긴 생머리에,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어디인가 무심한 표정 때문인지 처음에는 별로 정이 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너는 금세 친구들을 사귀었고, 나하고도 금방 친해졌다. 그렇게 시간을 흐르고 흘러서 우리들은 학창시절을 1년 정도 남겨두고 있었다.

“저기, 내 말 듣고 있어?”

갑자기, 말을 걸어온 탓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얼떨떨하게 있을 뿐이었다.

“역시나, 안 듣고 있었구나. 들어 줬으면 했는데.”

“미안, 다시 한 번 해줄래?”

너는 목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기 저 산 정상에 벚꽃나무 한 그루가 있잖아? 그 나무에 대한 전설이야. 옛날에 어느 한 절세미인이 있었대. 그 절세미인은 중국의 서시나 양귀비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만큼 아름다웠대. 그녀에게는 정혼자가 있었어. 그 둘은 다정하게 지내며, 혼인을 올릴 날만을 기다렸지. 그런데 어느 날, 전쟁이 터졌어. 온 나라의 남자들은 전쟁에 나서게 되었고, 그건 그 정혼자한테도 예외가 아니었어. 그녀는 그 벚꽃나무 아래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대. 해가 뜨기도 전에 나와서 달이 하늘높이 떠있을 때나 집에 들어가기를 반복했지.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큰 화를 당하게 되었어. 그 날도 그녀는 달이 하늘높이 떠서야 집에 돌아가기 시작했지.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남자들이 다가와서 그녀를 범했어. 그녀는 순결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벚꽃나무에서 목을 매달아 죽었대.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에 돌아온 그 정혼자도 그녀의 뒤를 따라 그 곳에 목을 매달아 죽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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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4PhLLaGDMEs

“왠지, 소름 돋는 이야기네.”

“그래?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잠시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얼른 돌아가자!”

“알았어...”

나는 너의 말을 끊고, 좀 더 걸음을 빨리 했다.

미안해,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알아. 하지만, 말해서는 안 돼. 하늘이 말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 비밀인 걸. 그러니까 정말 미안해. 내가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에는 들킬 비밀이란 걸 알고 있어. 아니, 어쩌면 이미 들킨 비밀이고, 너는 내가 스스로 말해주기를 원할지도 몰라. 하지만, 말해 줄 수 없어. 당장이라도 전부다 기억하고 있다고, 정말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어. 정말 미안해.

나는 전해주지도 못할 말을 곱씹으며 계속 너와 함께 걸어갔다.

ㅜ 시계, 초콜릿,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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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문득 눈이 떠졌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것 같았다. 시계를 확인하니 이미 등교시간을 한참 지나있었다.
어라..알람이 왜 안 울렸지?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밥 먹을 새도 없이 부랴부랴 챙겨 집을 나섰다.
허겁지겁 달려서 겨우 1교시 전에 학교에 도착했다. 쉴새없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으려는데 이질감이 느껴져 주위를 돌아보니 책상 대형이 여느 때와 달랐다.
넌 시험기간에도 지각이야?
같은 반 아이가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그렇다. 난 오늘이 시험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 우두커니 서있는 내게 그 아인 초콜릿을 건네며 시험 잘 보라는 말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교실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왔다. 시끌벅적하던 교실은 이내 조용해졌고, 나는 텅 빈 눈으로 앞 자리 아이가 넘겨주는 시험지를 받았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에 응하려는데 무언가 톡,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시험지가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나는 애써 침착하려고 하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틀어막았다.
그 때 감독하는 선생님이 와서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뭘 꺼내는 거 다 봤어. 쓰던거 그대로 멈추고 교무실로 따라와
나는 너무 기가 막혀 놀란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만 보는데 그 때 사물함 쪽에서 시끄러운 기계 알람 소리가 났다.

번쩍, 하고 눈이 떠졌다.

ㅜ 투명인간, 갈증, 소름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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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이야. 무야. 텅 비었어. 인간일격의 이 구절에 넉아웃당하고 하루 일상을 포기한 날 있었다.

투명인간은 별 것 아니다. 일상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오면 세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없는 것과 다름없어진다. 길거리에는 출결이 없다. 이제 서로를 구별할 것은 그들의 목적지뿐. 그러나 난 골목길을 미리 헤어나왔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듯, 누구도 귀가를 피할 수 없다. 난 일탈은 이로 충분하고, 목적지 있는 일상에 돌아가야 할까 생각했다. 여행에 실망한 중년 회사원처럼 넥타이도 풀어 헤치고.

"이봐!"
그때 만난 너희들. 들떠 있었다.

"카페에서 녹두도 기다리자!" "지난번 보드게임 카페?"  "4번 출구로 올 거잖아. 거 앞 별다방이 나아."
"배고파." 그때 햇빛처럼 파고드는 네 목소리. 순식간에 목적지는 맥도날드로 결정됐다. 난 가만히 말 없이 결정을 기다렸다. 거리의 혼잡함은 내 목소리와 맞지 않았다.

녹차를 먹고 싶었는데. 갈증이 심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끌려 실내로 들어가 콜라로라도 목을 축인다면, 그걸로 된 거다. 난 우선 너희들이 좋다. 그래서 웃음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그 겨울 공기를 헤치는 발 한 걸음이

너에게 붙잡혔다. 넌 내 어깨를 잡고 귀 옆에서 서서히 발성했다. "왜 자기주장이 없어? 우리가 싫은 거지?"
아니. 완전히 오해야. 그러나 내 호감도가 네 기준으론 싫음에위치했을지도 모르고, 주장이 과연 좋은 것인지도 알 수 없어, 난 소름을 억누르며 조금씩 입을 열었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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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에. 그럴 리가 없잖아."
난 그 질문을 받은 사람이 할 법한 대답을 연기하였다. 그렇게그 겨울 목마른 나는 투명하였다. 내가 세어져봤자 모두에게 민페야. 무능력자니까.

ㅜ 축제, 경품, 지갑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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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일본의 어느 한 작은 도시. 오늘 그 도시는 다른 날보다 비교적 바쁘게 돌아갑니다. 내일이 다름 아닌 여름축제날이기 때문이랍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성별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죠.

다음 날이 되면 많은 풍경들을 보게 될 거예요.
밤이 되면 예쁠 풍경 속에서 길게 줄지어서 있는 가게들, 아리따운 색의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넓은 수조 주변에 모여 쭈그려앉은 상태로 열심히 금붕어 건지기에 도전해보는 사람들의 열정적인-가끔 짜증을 내는 사람도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모습, 인기 만화영화의 가면을 머리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링고아메나 타코야키 등을 나누어먹는 사람들의 모습, 경품을 따기 위해 지갑을 냉큼 열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 여름축제하면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아름다운 불꽃놀이의 광경...

아아, 여동생이 떠오르네요. 여동생은 여름축제를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답니다. 유카타를 입는 것도 좋아했고, 금붕어를 건지는 것도 좋아했고, 타코야키를 먹는 것도 좋아했고, 경품을 타는 것도 좋아했고, 밤에 볼 수 있는 불꽃놀이 또한 좋아했습니다. 여름축제를 즐길 깨마다 보여주는 그 즐거운 듯한 미소를 보면 언제나 저도 따라 웃게 되더라고요. 여동생의 행복해하는 그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졌습니다.
그래요, 그 시절이 너무나도 좋았죠.

"...산책이라도 나가볼까요."

여름축제가 가까워지는 날들, 특히 바로 그 전 날-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에 밖으로 나와서 사람이 그리 북적이지는 않는 길거리를 천천히 걸어보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답니다. 내일 입을 유카타를 고민하는 여자의 이야기, 여름축제를 누구보다도 기대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간혹 들을 수 있는, 여름축제에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해서 우려하는 이야기도 말이죠. 그래도 괜찮답니다. 모두가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면 그런 일은 분명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또 다시...제 여동생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은 거예요. 그렇게 믿습니다.


ㅜ 가족, 불행,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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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불행의 연속이었던 인생에서, 그대라는 사람을 만나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행복했다.

ㅜ 마음 선풍기 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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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무더운 7월의 날, 선풍기가 고장나 버렸다. 새로 구입할 돈이 없던 나는 고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컴퓨터의 마우스를 잡았지만, 컴퓨터 역시 작동되지 않아 마음이 울적했다.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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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3daDgfPax2

ㅜ 동성 이성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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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나는 처음엔 이성애자였고, 후엔 동성애자가 되었다. 너의 성별에 따라 난 이성애자였다가 동성애자가 되었다. 난 너를 좋아해서 양성애자가 되었다.


ㅜ노래 음표 벌레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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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며 외쳤다, "콩쿠르 연습 잘 되가냐?"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한 번 들려줘봐. 응?" 너는 알겠다며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악보 위에는 여러 개의 음표들이 나돌고 있었다. 음표들은 악보 위에서 아름답게 춤추었다.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으악!"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는 끊기고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황급히 눈을 떠 너를 보았다. "왜 그래?!"
"버.....벌레가.." 피아노를 자세히 봐보니 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나는 그 벌레를 종이로 감싸 밖으로 놔 주었다.
"자 이제 됐으니까, 피아노 계속 쳐줘." 너는 그제야 다행이라는 듯 숨을 내뱉고 피아노로 다시 걸어갔다.

ㅜ 여름, 달,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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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날따라 너무 더워서 집에만 박혀 있기에는 힘든 날씨였다. 얇은 겉옷을 대충 걸치고는 집을 나와 근처에 있던 바닷가로 향하여 잠시 잔잔히 물결이 치던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의 하늘 한가운데에 달이 떠서 수면의 위로 물결에 천천히 흔들리는 또 다른 달이 비추어졌다. 그렇게 멍하니 바다를 보기만 하다가 모래사장에 앉자마자 바다 위에 비춰지던 달은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에 부서져 버렸다.
파도는 천천히 밀려와 내가 앉아 있는 곳 앞까지 다가오는 듯 싶다가 결국 코앞에서 점점 사라졌다. 달은 이제 파도에 가려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파도가 오지 않을 때까지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ㅜ 숲, 인형, 바구니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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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어둡고 음침한 숲 속에 홀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곳저곳에 못이 박힌 인형을 바구니에 넣어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여기면 될 거야."

한 그루의 나무 앞에 멈춰선 소녀는 무릎을 굽혀 바구니를 땅에 내려놓고, 나무 밑의 흙을 손으로 파내기 시작했다. 소녀의 하얀 두 손이 돌부리에 긁히고 채여, 흙이 잔뜩 묻고 더러워졌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다 팠다. 그럼,"

긴장감 속에서 소녀는 조심스레 인형을 꺼내 꽤 깊숙히 흙을 파낸 자리에 넣고, 다시 흙을 덮었다. 소녀는 인형을 묻은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땅을 파느라 힘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압박 때문인지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 저주로 이제 끝난 거야. 다시는, 그래...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을 거야..."

소녀는 빈 바구니를 집어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숲을 빠져나왔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집에 도착해, 바로 잠자리에 누웠다. 그녀는 기다리고 기다릴 것이다. 저주인형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ㅜ 음악, 블루베리, 수영장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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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꽤나 간만에 만난 멋들어지는 여름 휴가였다. 난 친구들과 수영장 옆 의자에 누워서 쓸데없는 말이나 주절거리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날 차버린 전남친 이야기 같은 것들이 주된 주제였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여기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로 한 본 목적일 것이다. 친구들이랑 좀 떠들면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얘네는 더 짜증나게만 만들 뿐이었지, 내 기분은 하나도 생각을 하지 않은듯 보였다.

한숨을 쉬며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시끄러운 물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볼륨 업 버튼을 눌러댔다. 노래는 얼마전 나온 최신 가요들로 잔뜩 채워 넣었다. 평소같으면 물 근처에 가보기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그저 전남친을 잊기에 바빠서 노래 가사에 집중했으나, 야속하게도 노래 가사는 애인을 떠나보내고 잊은 척 하는 내용의 노래였다.

그렇게 흠뻑 짜증에 젖어 시간을 보내면서 해가 점점 기어 올라갈수록 날씨는 더울대로 더워지기 시작했다. 쨍하게 내리쬐며 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해는 아직은 애인이랑 행복한 것 같다.

친구도, 노래 가사도, 햇빛도 내 마음 알지 못하는 정말이지 멋들어지는 휴가, 수영장의 잔물결이 햇빛에 반짝이고만 있었다.

그래도, 블루베리 칵테일 만큼은 괜찮았을지도.

ㅜ드로잉 북, 빼빼로, 뜨개질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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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흐아암-"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니 책상에는 언젠가 그에게 둘러줄 목도리가 될 대바늘과 짧게 짜여진 노란 털실, 그리고 그와 처음으로 여행을 간 장소인 바닷가가 그려지다 만 드로잉 북이 있었다. 두 물건 모두 어제 밤을 새워서라도 완성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의 결과물이었다. 새삼 그를 위해 무언가라도 해주겠다고 무작정 잡았는데... 하여간 그 날은 정말 손에 잡히는 일이 없었다, 라는 핑계로는 그에게 부끄러워진다. 일단은 너무 피곤했다고 치자.
천천히 침대 옆에 놓여진 작은 서랍장으로 시선을 돌리니 서랍장의 위에는 저번 빼빼로 데이에 그가 선물해준 바구니가 놓여져 있다.
내 마음 같아서는 평소에도 파는 작은 빼빼로 하나면 충분한데 뜯기 아까워서, 또 그에게 받은 선물이라 받고도 한동안 놔두었다. 품에 한아름 안길 정도의 바구니에는 빼빼로 몇 개와 곰인형이 포장지로 보기 좋게 싸여 있다.
갑자기 베게 밑에서 익숙한 알람음이 들려왔다. 베게를 들추니 밑에 내 핸드폰이 깔려 메세지 수신의 알림을 띄운다. 한참 전에 그에게서 온 문자였다. 급하게 문자를 확인해보니 '어제는 잘 들어갔어? 오늘도 좋은하루:)'라는 다소 수수한 문자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누군가의 애인으로서 부족한 나에게 주는 짧은 말이다. 씻고 나면 가장 먼저 그가 선물한 빼빼로를 먹으며 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할 생각이다.

ㅜ 저녁, 관람차,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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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응. 일곱시. 관람차 앞에서 만나. 응, 나도 사랑해."
너와 만날 생각을 하니 세포 하나하나가 붉게 물드는 기분이었다. 내가 해주는 건 뭐든 맛있다던 너를 떠올리며 도시락을 준비하고, 항상 1시간 먼저 나와 기다리는 너를 알기에 오늘은 나도 일찍 나가볼 생각이었다.
 촌스럽지만 도시락 바닥에 써두었다. 이젠 내 아내가 되어주지 않겠느냐고. 저녁을 다 먹을 때 쯤이면 너는 이게 뭐냐고, 촌스럽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예쁘게 웃어주겠지. 그렇게나마 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너를 만나기 30분 전,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평소같지 않은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감쌌다. 손을 비벼 볼에 가져다댔다. 어쩐지 네가 해줄 때처럼 따숩지가 않았다.

심심하다.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올려다보았다.
'xx놀이공원, 운행중이던 관람차 이탈로 56명 사망 172명 부상'



...느리게 지나가는 글자 무더기 속에 너의 이름이 없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ㅜ기억, 증오, 수선화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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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수선화 꽃잎들 한가운데, 무슨 자신감인지 징그럽게도 톡 튀어나온 샛노란 것이 참 보기 싫어 뜯어내 버렸다. 유리조각과 흩어진 물얼룩들, 노란 꽃가루와 빨간 피가 한데 어울려 뒹굴었다. 입가에 떠오르는 자조적인 미소가 점점 기괴해 지고 몸이 떨려온다. 한두번이 아님에도 익숙해 지지 않는 아픔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이딴걸... 이딴걸 선물로 주고가?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의 괘씸함이 곧 아픔을 증오로 뒤바꾸어 놓았다. 결국 그녀는 수선화 한송이를 통째로 낚아 목부터 땄다. 미친듯이 찢기고 짓뭉개진 그것을 던진 그녀가  초점없는 눈으로 울려대는 휴대폰을 응시했다. 죽여버릴 거야. 그 어린 나를 비참하게 밟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 곱디 고운 수선화 같던 나를, ... 너만 아니였다면 지금도 나 자신을 칭송했을 날, 한치의 더러움도 묻어나지 않았을 날. 그랬을... 어릴적의 나를.

“ 다 죽자. 난 이제 잃을 게 없어. 나자신을 가장 먼저 잃었거든. ”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아 휴대폰을 잡아채 던져버렸다. 모든것이 산산 조각난 게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너가 어디 사는지 알아. 네가 누군지 잘 알아. 너를 어떻게 죽이면 좋을지, 방금 막 생각이 났어. 기대해. 그리고, 수선화 고마워. 이제 찢어지는건 그만할래. 대신 니가 찢어져라. 10년만에 다시본 수선화. 곧 너도 네 선물처럼 만들어 줄게.

ㅜ 발자국, 그림자,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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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진 하늘에 길어진 너의 그림자를 뒤쫒는다. 머리위가 이니라 거의 정면에 위치한 태양 덕분에 길어진 너의 그림자를 조심스레 밟아보기도 하고 너의 것 위로 나의 그림자를 덮어보기도 했다.

아아- 부질없음에 눈물이 난다.

차마 온기가 느껴지는 너의 곁으로 다가갈 용기가 없어 스토커처럼 너의 발자취를 따라, 너가 밟았던 보도블럭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나를 용서말아라.

비가 오면 너의 신발에 묻은 물기로 생긴 발자국 위에 내 발을 올려보고, 눈이 오면 눈위에 찍힌 발자국  바로 옆에 내 발자국을 찍어, 같이 걸어간 연인마냥 만드는 날, 용서말아라.

하늘에서 토해내는 빗물이, 눈송이가 나였으면 하고, 불어오는 바람이 나였더라면. 적어도 지금보단 너에게 더 자주, 더 많이 마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핸드폰, 개나리, 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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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따듯한 날이었다. 가로수 넓게 핀 개나리 덕분인지 오랜만에 만난다는 기대감과 기쁨덕인지 그 어느날보다 제일 따듯한 날이었다. 핸드폰을 들어 이리저리 구도를 맞춰서 개나리를 찍었다. 가서 얼른 보여줘야지.
 내 사랑하는 그이 작년 겨울 그날 이후 집안에 틀어박혀서 전혀 나오지 않는 안타까운 나의 그이 캄캄한 집안에서 죽어가던 그이가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떠올라 눈가가 뜨거워졌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동생이 자전거를 타다가 나를 들이 박았다는 건 어제 말했고 날도 따듯하고 개나리도 예쁘게 폈으니 산책하자고 물어볼까. 안입던 치마지만 오늘은 오랜만의 봄이니까. 화장도 해봤는데 알아줄까.
 그이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답이 없다. 그는 원래 답을 해주지 않지만 어느정도 회복했으니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직 그정도는 아니었나보다. 서운하지만 시간은 많으니까. 열쇠로 따고 들어온 집은 여전히 어두웠다.물소리가 들리니 씻고있는 중인걸까.
 "나왔어!!"
..아무반응이 없다. 왜지? 설마 욕조에서 잠든건 아니겠지. 물소리에 내 목소리가 안들린걸까. 문을 꽉 안닫아 보이는 바닥이 붉다. 떨리는 손이 미는 그대로 열리는 문 안에 보이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아아 그대여. 어찌 이리가는 것인가. 붉은 욕조는 뜨거웠다.
 오늘은 정말 따듯한 날이었다

손목시계.절벽.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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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져

그래. 참으로 간단한 말이지. 난 모든 실수에 책임을 져야 한다 떠벌리고 다니던, 사르트르를 오독한 생활력 없는 독서가였으니, 그 말을 아주 손쉽게, 손목시계로 햇빛을 반사시키듯 돌려주면 되었겠지. 난 우선 냉소하였는데, 노트북이 가방에서 떨어져 조별과제의 실험 데이터들이 축적되기 이전과 같은 접근 불가한 상태로 돌아가게 된 것은 내 자유의 범위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누군가는 네 좌절에 책임을 져야 했고(한다 너는 믿었고), 성적을 매긴 교수는 시스템으로 장기를 맞바꾼, 즉 인간보다는 시계장치에(네 태도를 보자면 태양에) 가까운 자이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모양이었으니까.

이리 나는 지껄여보았으나 생활력 없는, 햇빛을 견디지 못하는 자이므로 이따위 관념놀이는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아니, 이것은 과장이다. 햇빛을 못 견디는, 주어진 일을 못하는 학생이 이 대학에 들어오는 건 드물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안 하고 있기에 무책임한 자, 무임승차자라 불릴 수 있는 듯하다.
럭키! 이름이 늘어났다! 이름을 변명처럼 줄줄 늘여 살아있음을 변명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이상.
무시해주었으면 한다. 랩실에 자정까지 남아 colony pcr과 electrophoresis을 진행 중인, 갈 곳 먼 엉터리 문학도인 뿐이니까. 따지고 보면 나도 억울하다. 무임승차자이기는 하지만 이 버스에, 대학에 거의 억지로 밀어넣어졌는걸. ...아, agarose gel을 만들어두어야겠구나. 읏차, comb를...잠시...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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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제 내 평판은 끝이겠지. 있어야 할 곳에 드디어 안착했다는 기분이다. 그래, 난 흰 실험복을 입은 주제에 옷에 맞는 꿈을 꾸지 않는, 제 태어난 이유를 모르는 쥐공장의 쥐란 모양이니까. 그뿐인가, 난 겁쟁이어, 저 한 마디에 겁먹고는 이렇게 다시 실험을 진행 중인 것이다. 고작 힐난이 두려워서. 지난주만 해도 이리 생각했는데-정오의 태양에 사라져버린 내 소중한 분신을, 내 미래와 능력을 분신하여서라도 애도하자고. 그런데 나는 무얼하고 있는가. 두려움에, 제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해, 양지에, 대학의 내부에, 옷에 맞는 꿈에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내 소설가란 장래희망 역시 생존을 위한 임시방편이었을지 모른다. 아니, 난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자임이 증명되었으므로 이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됐다. 해야 할 일을 하라. 행복해져라. 할 일을 함으로써 미래를 위하고 남은 시간으로 현재를 위하라-이리 말하는 당신들은 무책임한 나를 싫어하겠지! 좋다, 나도 그 정도는 예상했다! 날 경고한 후 내쫓아도 좋다! 그러나 난 내게 정직하다. 꿈이 변명의 수단임을, 이름을 늘리는 또 하나의 방법임을 감추지 않으련다. 내가 꿈을 내 위에 올려놓는 자가 아니었으며 계속 마찬가지일 것임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는 물 빠져나간 간척지를, 태양이 만들어낸 땅을, 태양이 원할 작물, 옷에 맞는 성과로 채우지는 않으련다! 이것이 나, 무책임한 자의 논리다! 과거를 위하는, 삶에 맞지 않는 성격인  부적응자의 논리다!

pcr 종료. 기계장치가 허락한 시간이 지났다. Objective에 적힌대로 deletion mutant의 선별 여부를 확인하자. 적힌대로, 적힌대로... 쓰기를 포기하고도 나는...
원리에 맞추어 이름들의 길이를 분석하자.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란 모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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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서 글들이 뛰어내리고 있어. 추상적인 글귀들이야. 삶의 구체성이 아닌 관념의 추상성. 하나가 내 팔짱을 끼어. 가면이 고백을 하면 무슨 모양일까? 미가 눈을 가로막은 경험을 이해하니? 하나가 내 어깨를 잡아. 살아있음이 폭력임을, 학문이 허영임을 설파해 겨우 살아남는다. 하나가 내 팔을 잡아. 인간은 초극되어야 한다. 하나가 뛰어내려. 생은 무의미하기에 더욱 잘 살 수 있다. 난 저 절벽 뒤에, 비합리적인 추론이나, 내 잃어버린 모든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내 잃어버렸다는 감각을 없애주지 않을까
그 희망이 너무 낯선데, 내 나신을 너무나 편안히 감싸서-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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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졸았나 보다. 난 장치의 전원을 끈다. 비교되었어야 할 이름들이 시간이 지나 모두 gel 밖으로 탈주하였다. 난 고개를 턴다. 톡이 와있다. "계속 늦어진다면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의 이 말이 노트북 수리와 내 게으름 중 무엇을 겨누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한 번 두렵다.
절벽 끝에 서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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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뛰어드는 쥐. 저들은 군중의 어리석음에 대한 은유였다. 꿈을 꾸지 않으면 이리 되는 건 너, 라는 위협이었다. 그러나 이 랩에서 꿈 없는 자, 어리석은 자는 나란 모양이고 바다로 뛰어드려는 자도 나라는가 보다.

동이 트고 있다. 다시 해가 뜬다. 정밀한 시계들은 모두의 손목에 배급돼, 갈 곳 없는 책임을 받아줄 나 같은 자들에 햇빛을 겨눌 것이다. 노을이었으면 한다. 낮이 가고 서둘러, 난 내 무능력으로 개화하지 못한 글재주를 애도할 수 있을, 밤이 오면 좋겠다.

ㅜ 교통카드 우체통 동생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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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하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며 교통카드가 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곧이어 나는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집을 향해 바삐 걷는 발걸음과는 상반되게 시선은 빨간 우체통에 고정이 된 채였다.
점점 뒤로가는 우체통을 향해있는 고개가 당길즘에서야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반응하던 시선을 거둘 수 있었다.
주머니에서 여러번의 진동이 느껴졌다.
동생의 전화였다. 정말로. 곤란했다.
오늘도 우체통을 지나쳤기 때문이다.
오늘도 엄마에게 우리의 소식을 전해주지 못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ㅜ콘센트, 뒤꿈치, 잠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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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소설창작방에서 저 오른쪽 하단의 새로고침 아이콘은 정말 독인것 같어... 실수로 눌러서 글이 날아가버렸어...ㅠㅠㅠ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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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vXpt6juL9wk



아침 6시. 콘센트 충전기에 꽂힌 핸드폰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을 끄며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도 그 꿈을 꿨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면 어김없이 이 꿈을 꾸곤 한다. 꿈에서 나는 감은지 얼마 안 되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싸곤 엄마가 방금 차려준 밥을 먹는다. 그러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 밤새 콘센트에 꽂혀있던 핸드폰을 빼내어 학교에 가려가다 그만 아무것도 없는 방바닥에서 미끄러져서 발라당 넘어지고 만다. 그리고 바닥에 무방비하게 놓여 있던 눈썹 칼에 발뒤꿈치가 베려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이다. 내 방에서 나는 우당당 소리를 듣고 엄마가 놀란 얼굴로 날 보러 들어온다.

ㅜ겨울, 아이스크림, 짝사랑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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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쌩쌩 부는 어느 아침이었다. 나는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덜 말리고 나온 머리는 어느 새 얼어붙어 내 뒤통수 언저리에 딱딱해져 있었다. 이상하다,햇빛은 따뜻한데 바람만 차네. 그렇게 생각하며 발갛게 물든 코를 훌쩍이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때였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내 등교 단짝. 그 애는 이상스럽게도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있었다. 쟤는 춥지도 않나.

"야, 너는 이 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냐?"

그 애는 막 아이스크림을 까서 입에 문 참이었다.

"추웅 나에 엉는 아이흐크이니 더 아히딴마이지!"

"뭐?"

"으어어어어 차차차차가워. 그러니까, 추운 날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다고. 뭘 모르네."

그 애는 입에 문 아이스크림을 다시 손으로 옮겨 쥐어 내게 말을 전하고는 다시 입에 물고 콧노래를 불렀다. 나는 뭐, 그런가보다. 싶어서 입을 한 번 꾹 다물고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그 애도 나와 함께 골목길을 걸었다.

"잠깐만, 여기 있어봐."

뜬금 없이 편의점 앞에 날 세워두더니 허둥지둥 들어갔다 나왔던 그 애. 뭔가 싶어서 눈썹을 올렸더니 내 뒤통수에 뭔갈 들이댄다.

"으악!"

또 장난이려나 싶어 눈을 감으며 고개를 홱 숙였더니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왜?

"너 뒷머리가 다 얼어서 캔커피로 좀 녹여보려고 했다야. 뒷태가 아주 마귀할멈이야."

아, 이런.

"이거 줄 테니까 양 쪽 주머니에 넣어. 손시렵잖아."

제 주머니에서 따끈따끈한 캔 커피를 두 개나 꺼내 내 손에 들려주었다. 난 얘가 왜 이러나 싶어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날따라 실실거렸던 그 애. 이상한 날이었다. 날도 이상스레 추웠고, 그 애도 이상하게 실실거렸고.

"어~고마워~"

대충 대답하고는 캔커피를 내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그런데 넌?

"너는?"

"야, 니 거 샀는데 내 거 안샀겠냐."

"하긴."

그렇게 시덥잖은 말을 귀와 코, 볼이 빨개진 채로 나누며 학교로 향했다.


ㅜ드라이기, 페트병, 고물상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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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건조한 바람을 사정없이 내뿜는 헤어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며 문득 생각해냈다.
 이대로 녹아버리면 어떨까. 바닥에 내가 잔뜩 있겠지. 정말 다 녹아버려서 뼈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면 좋겠다. 착한 사람들한테 미련이 생기지 않게끔.
 기분나쁜 나를 커다란 콜라 페트병에 나눠서 담고는 여러 곳을 다니게 될 거야. 장기같은 건 이미 다 쓸 수 없게되었으니 병원은 아니겠지. 고물상. 그래, 고물상일 거야. 녹아버린 나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가족들에겐 가장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받아줄까? 가분나쁜 붉은 색 액체를 어디다가 팔 수 있다고. 고물상에게도 거절당하는 걸까.
 좋은데, 그거. 부모라는 사람들에게 엿먹일 수 있을 거야.

 축축함이 베어나오지 않는 머리카락을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지으며 난 약국으로 향했다. 염산이라는 거, 비쌀까?


ㅜ 역사(교통사고의 그 역사), 안개꽃,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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