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입력 폼
현재 Loading... 타임라인 FAQ
접속자집계 오늘 142 어제 2,374 최대 10,129 전체 898,155

/공지(건의&신고)/FAQ/(Android)/스레드 홍보하기/

스레더즈에서는 성별(여혐, 남혐), 정치, 종교 문제를 다루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레더즈는 전체연령가 익명 사이트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연락처를 공유하게 된다면 차단 사유에 해당됩니다.

뉴비를 위한 별명칸 사용 가이드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2D가 3D보다 좋다고!! 2D판이 열렸습니다!

최애를 현실로! 인형/피규어판이 열렸다고?!!

소설창작 게시판 목록 총 180개의 스레드

새로운 스레드 만들기
  1. 1: 제발 하루에 한번만 들어오자 하루에 한번만... 완결이 목표다! 레스 (210)
  2. 2: '용서'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소설을 써보자! 레스 (2)
  3. 3: ♡외로우니 릴레이 로맨스나 쓰자♡ 레스 (1)
  4. 4: 죽음을 자기만의 문체로 써보는 스레 레스 (232)
  5. 5: 한문장만으로 여러 감정이 뿜뿜하게 만들어보자 레스 (451)
  6. 6: 위 레스의 마지막 문장으로 소설을 적는 스레 레스 (19)
  7. 현재: 주어진 단어 3개로 글을 적는 스레 레스 (132)
  8. 8: 소설창작판 잡담스레 레스 (157)
  9. 9: 의 레스가 쓴 것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바꿔보자 레스 (43)
  10. 10: 한 문장씩 소설을 이어가는 스레 레스 (511)
  11. 11: 섬뜩한데 아무것도 아닌 말을 적어보자. 여러분의 필력을 보여줘! 레스 (43)
  12. 12: 자신이 쓴 소설의 명대사를 적어보자 레스 (53)
  13. 13: 소설검수 해주는 스레 레스 (83)
  14. 14: 글러들아 여기ㅔ조각글 투척해조 레스 (131)
  15. 15: 인터넷 상에서 웹소설 연재하는 레더들 모여라! 레스 (22)
  16. 16: ~소설창작판 1000제~ 레스 (155)
  17. 17: 음악을(노래를) 주제로 글을 써보자! 레스 (11)
  18. 18: 우리는 왜 소설을 쓸까? 레스 (9)
  19. 19: 문이 열렸다. 를 첫 문장으로 글 써 보는 스레 레스 (106)
  20. 20: 판타지 소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망상소재를 써보자. 레스 (5)
  21. 21: 소설 쓸때마다 넣는 요소 적고가는 스레 레스 (12)
  22. 22: 소설창작러로서 꿈과 로망을 말해보자! 레스 (1)
  23. 23: 편지: 마음 속 이야기 레스 (1)
  24. 24: 소설창작러들 국어국문학과/문예창작과 혹시 궁금하니? 레스 (14)
  25. 25: 6단어로 소설쓰기 레스 (80)
  26. 26: 소설을 구상하는 법을 말해보자 레스 (9)
  27. 27: 책 제목을 주제로 글을 써보자 레스 (28)
  28. 28: 텅빈 고통이 느껴지는 글을 자기 문체로 써보자 레스 (28)
  29. 29: 자기가 쓰거나 썼던 또는 맘에드는 소설 주인공 이름 쓰고 가보자 레스 (47)
  30. 30: 초보 글쟁이를 위한 안내서 레스 (37)
  31. 31: 대사를 이어 받아 묘사 하는 스레 레스 (158)
  32. 32: 살고 싶었다. 라는 걸로 시작하는 글을 써보자! 레스 (67)
  33. 33: 소재 투고 스레 레스 (121)
  34. 34: 악당이 주인공인 창작물을 쓸려면 뭐가 필요할까? 레스 (53)
  35. 35: 자신이 쓴 글의 처음/마지막 문장을 써보자 레스 (25)
  36. 36: 스토리 만들어 보기 레스 (51)
  37. 37: 소설창작판 단어공책 레스 (19)
  38. 38: 짝사랑을 묘사해보는 스레 레스 (37)
  39. 39: 소설에 필요한 의학적 정보를 주는 스레 레스 (23)
  40. 40: 죽음을 자신만의 문체로 표현해 보자고! 레스 (2)
  41. 41: 다이스 돌려서 소설 써본다. 레스 (52)
  42. 42: 개그소설? 에 특화되신분... 레스 (10)
  43. 43: 한 소녀의 이야기 레스 (23)
  44. 44: nonononononononononononofiction 레스 (6)
  45. 45: 틀리기 쉬운 단어, 맞춤법스레! 레스 (61)
  46. 46: 이별을 묘사해 보자 레스 (64)
  47. 47: 내킬 때마다 정돈되지 않은 조각글 던지고 갈 거야 레스 (6)
  48. 48: Dreaming Actor ( 부제 : 스레주의 스토리 짜는 연습 ) 레스 (6)
  49. 49: 성전, 그리고 혁명 레스 (2)
  50. 50: 스레주가 조각글 or 시 적는 스레 레스 (17)
( 641: 132) 주어진 단어 3개로 글을 적는 스레
1
별명 :
이름없음
작성시간 :
16-08-02 09:02
ID :
maktII+8tvKYc
본문
예전 스레딕에 있던 듯이, 글을 적고 단어 3개를 제시하면 돼.

ㅜ 해변, 흉터, 아들
8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Yu47Y8QCI5g

"천만에. 그럴 리가 없잖아."
난 그 질문을 받은 사람이 할 법한 대답을 연기하였다. 그렇게그 겨울 목마른 나는 투명하였다. 내가 세어져봤자 모두에게 민페야. 무능력자니까.

ㅜ 축제, 경품, 지갑

8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BbInD65AfY



이곳은 일본의 어느 한 작은 도시. 오늘 그 도시는 다른 날보다 비교적 바쁘게 돌아갑니다. 내일이 다름 아닌 여름축제날이기 때문이랍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성별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죠.

다음 날이 되면 많은 풍경들을 보게 될 거예요.
밤이 되면 예쁠 풍경 속에서 길게 줄지어서 있는 가게들, 아리따운 색의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넓은 수조 주변에 모여 쭈그려앉은 상태로 열심히 금붕어 건지기에 도전해보는 사람들의 열정적인-가끔 짜증을 내는 사람도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모습, 인기 만화영화의 가면을 머리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링고아메나 타코야키 등을 나누어먹는 사람들의 모습, 경품을 따기 위해 지갑을 냉큼 열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 여름축제하면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아름다운 불꽃놀이의 광경...

아아, 여동생이 떠오르네요. 여동생은 여름축제를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답니다. 유카타를 입는 것도 좋아했고, 금붕어를 건지는 것도 좋아했고, 타코야키를 먹는 것도 좋아했고, 경품을 타는 것도 좋아했고, 밤에 볼 수 있는 불꽃놀이 또한 좋아했습니다. 여름축제를 즐길 깨마다 보여주는 그 즐거운 듯한 미소를 보면 언제나 저도 따라 웃게 되더라고요. 여동생의 행복해하는 그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졌습니다.
그래요, 그 시절이 너무나도 좋았죠.

"...산책이라도 나가볼까요."

여름축제가 가까워지는 날들, 특히 바로 그 전 날-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에 밖으로 나와서 사람이 그리 북적이지는 않는 길거리를 천천히 걸어보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답니다. 내일 입을 유카타를 고민하는 여자의 이야기, 여름축제를 누구보다도 기대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간혹 들을 수 있는, 여름축제에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해서 우려하는 이야기도 말이죠. 그래도 괜찮답니다. 모두가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면 그런 일은 분명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또 다시...제 여동생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은 거예요. 그렇게 믿습니다.


ㅜ 가족, 불행, 행복

8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0g5tLQ/d+Gs

ㅗ 불행의 연속이었던 인생에서, 그대라는 사람을 만나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행복했다.

ㅜ 마음 선풍기 마우스

8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N3daDgfPax2

ㅗ 무더운 7월의 날, 선풍기가 고장나 버렸다. 새로 구입할 돈이 없던 나는 고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컴퓨터의 마우스를 잡았지만, 컴퓨터 역시 작동되지 않아 마음이 울적했다.

8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N3daDgfPax2

ㅜ 동성 이성 양성

8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P2KdJ/0UKz+

ㅗ 나는 처음엔 이성애자였고, 후엔 동성애자가 되었다. 너의 성별에 따라 난 이성애자였다가 동성애자가 되었다. 난 너를 좋아해서 양성애자가 되었다.


ㅜ노래 음표 벌레

9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7+7c6sRSbo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며 외쳤다, "콩쿠르 연습 잘 되가냐?"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한 번 들려줘봐. 응?" 너는 알겠다며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악보 위에는 여러 개의 음표들이 나돌고 있었다. 음표들은 악보 위에서 아름답게 춤추었다.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으악!"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는 끊기고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황급히 눈을 떠 너를 보았다. "왜 그래?!"
"버.....벌레가.." 피아노를 자세히 봐보니 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나는 그 벌레를 종이로 감싸 밖으로 놔 주었다.
"자 이제 됐으니까, 피아노 계속 쳐줘." 너는 그제야 다행이라는 듯 숨을 내뱉고 피아노로 다시 걸어갔다.

ㅜ 여름, 달, 파도

9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XS703lpeecs

ㅗ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날따라 너무 더워서 집에만 박혀 있기에는 힘든 날씨였다. 얇은 겉옷을 대충 걸치고는 집을 나와 근처에 있던 바닷가로 향하여 잠시 잔잔히 물결이 치던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의 하늘 한가운데에 달이 떠서 수면의 위로 물결에 천천히 흔들리는 또 다른 달이 비추어졌다. 그렇게 멍하니 바다를 보기만 하다가 모래사장에 앉자마자 바다 위에 비춰지던 달은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에 부서져 버렸다.
파도는 천천히 밀려와 내가 앉아 있는 곳 앞까지 다가오는 듯 싶다가 결국 코앞에서 점점 사라졌다. 달은 이제 파도에 가려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파도가 오지 않을 때까지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ㅜ 숲, 인형, 바구니

9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kANFX01PgFY

소녀는 어둡고 음침한 숲 속에 홀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곳저곳에 못이 박힌 인형을 바구니에 넣어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여기면 될 거야."

한 그루의 나무 앞에 멈춰선 소녀는 무릎을 굽혀 바구니를 땅에 내려놓고, 나무 밑의 흙을 손으로 파내기 시작했다. 소녀의 하얀 두 손이 돌부리에 긁히고 채여, 흙이 잔뜩 묻고 더러워졌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다 팠다. 그럼,"

긴장감 속에서 소녀는 조심스레 인형을 꺼내 꽤 깊숙히 흙을 파낸 자리에 넣고, 다시 흙을 덮었다. 소녀는 인형을 묻은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땅을 파느라 힘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압박 때문인지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 저주로 이제 끝난 거야. 다시는, 그래...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을 거야..."

소녀는 빈 바구니를 집어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숲을 빠져나왔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집에 도착해, 바로 잠자리에 누웠다. 그녀는 기다리고 기다릴 것이다. 저주인형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ㅜ 음악, 블루베리, 수영장

9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YN2m1xoLLic

ㅗ꽤나 간만에 만난 멋들어지는 여름 휴가였다. 난 친구들과 수영장 옆 의자에 누워서 쓸데없는 말이나 주절거리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날 차버린 전남친 이야기 같은 것들이 주된 주제였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여기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로 한 본 목적일 것이다. 친구들이랑 좀 떠들면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얘네는 더 짜증나게만 만들 뿐이었지, 내 기분은 하나도 생각을 하지 않은듯 보였다.

한숨을 쉬며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시끄러운 물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볼륨 업 버튼을 눌러댔다. 노래는 얼마전 나온 최신 가요들로 잔뜩 채워 넣었다. 평소같으면 물 근처에 가보기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그저 전남친을 잊기에 바빠서 노래 가사에 집중했으나, 야속하게도 노래 가사는 애인을 떠나보내고 잊은 척 하는 내용의 노래였다.

그렇게 흠뻑 짜증에 젖어 시간을 보내면서 해가 점점 기어 올라갈수록 날씨는 더울대로 더워지기 시작했다. 쨍하게 내리쬐며 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해는 아직은 애인이랑 행복한 것 같다.

친구도, 노래 가사도, 햇빛도 내 마음 알지 못하는 정말이지 멋들어지는 휴가, 수영장의 잔물결이 햇빛에 반짝이고만 있었다.

그래도, 블루베리 칵테일 만큼은 괜찮았을지도.

ㅜ드로잉 북, 빼빼로, 뜨개질

9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NWqzWV278NA

ㅗ "흐아암-"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니 책상에는 언젠가 그에게 둘러줄 목도리가 될 대바늘과 짧게 짜여진 노란 털실, 그리고 그와 처음으로 여행을 간 장소인 바닷가가 그려지다 만 드로잉 북이 있었다. 두 물건 모두 어제 밤을 새워서라도 완성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의 결과물이었다. 새삼 그를 위해 무언가라도 해주겠다고 무작정 잡았는데... 하여간 그 날은 정말 손에 잡히는 일이 없었다, 라는 핑계로는 그에게 부끄러워진다. 일단은 너무 피곤했다고 치자.
천천히 침대 옆에 놓여진 작은 서랍장으로 시선을 돌리니 서랍장의 위에는 저번 빼빼로 데이에 그가 선물해준 바구니가 놓여져 있다.
내 마음 같아서는 평소에도 파는 작은 빼빼로 하나면 충분한데 뜯기 아까워서, 또 그에게 받은 선물이라 받고도 한동안 놔두었다. 품에 한아름 안길 정도의 바구니에는 빼빼로 몇 개와 곰인형이 포장지로 보기 좋게 싸여 있다.
갑자기 베게 밑에서 익숙한 알람음이 들려왔다. 베게를 들추니 밑에 내 핸드폰이 깔려 메세지 수신의 알림을 띄운다. 한참 전에 그에게서 온 문자였다. 급하게 문자를 확인해보니 '어제는 잘 들어갔어? 오늘도 좋은하루:)'라는 다소 수수한 문자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누군가의 애인으로서 부족한 나에게 주는 짧은 말이다. 씻고 나면 가장 먼저 그가 선물한 빼빼로를 먹으며 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할 생각이다.

ㅜ 저녁, 관람차, 도시락

9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gk+58+Ftshc

"응, 응. 일곱시. 관람차 앞에서 만나. 응, 나도 사랑해."
너와 만날 생각을 하니 세포 하나하나가 붉게 물드는 기분이었다. 내가 해주는 건 뭐든 맛있다던 너를 떠올리며 도시락을 준비하고, 항상 1시간 먼저 나와 기다리는 너를 알기에 오늘은 나도 일찍 나가볼 생각이었다.
 촌스럽지만 도시락 바닥에 써두었다. 이젠 내 아내가 되어주지 않겠느냐고. 저녁을 다 먹을 때 쯤이면 너는 이게 뭐냐고, 촌스럽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예쁘게 웃어주겠지. 그렇게나마 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너를 만나기 30분 전,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평소같지 않은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감쌌다. 손을 비벼 볼에 가져다댔다. 어쩐지 네가 해줄 때처럼 따숩지가 않았다.

심심하다.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올려다보았다.
'xx놀이공원, 운행중이던 관람차 이탈로 56명 사망 172명 부상'



...느리게 지나가는 글자 무더기 속에 너의 이름이 없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ㅜ기억, 증오, 수선화

9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ILN5+Yi5ZA


새하얀 수선화 꽃잎들 한가운데, 무슨 자신감인지 징그럽게도 톡 튀어나온 샛노란 것이 참 보기 싫어 뜯어내 버렸다. 유리조각과 흩어진 물얼룩들, 노란 꽃가루와 빨간 피가 한데 어울려 뒹굴었다. 입가에 떠오르는 자조적인 미소가 점점 기괴해 지고 몸이 떨려온다. 한두번이 아님에도 익숙해 지지 않는 아픔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이딴걸... 이딴걸 선물로 주고가?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의 괘씸함이 곧 아픔을 증오로 뒤바꾸어 놓았다. 결국 그녀는 수선화 한송이를 통째로 낚아 목부터 땄다. 미친듯이 찢기고 짓뭉개진 그것을 던진 그녀가  초점없는 눈으로 울려대는 휴대폰을 응시했다. 죽여버릴 거야. 그 어린 나를 비참하게 밟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 곱디 고운 수선화 같던 나를, ... 너만 아니였다면 지금도 나 자신을 칭송했을 날, 한치의 더러움도 묻어나지 않았을 날. 그랬을... 어릴적의 나를.

“ 다 죽자. 난 이제 잃을 게 없어. 나자신을 가장 먼저 잃었거든. ”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아 휴대폰을 잡아채 던져버렸다. 모든것이 산산 조각난 게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너가 어디 사는지 알아. 네가 누군지 잘 알아. 너를 어떻게 죽이면 좋을지, 방금 막 생각이 났어. 기대해. 그리고, 수선화 고마워. 이제 찢어지는건 그만할래. 대신 니가 찢어져라. 10년만에 다시본 수선화. 곧 너도 네 선물처럼 만들어 줄게.

ㅜ 발자국, 그림자, 하늘

9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yVRrNTQqPYk


노을진 하늘에 길어진 너의 그림자를 뒤쫒는다. 머리위가 이니라 거의 정면에 위치한 태양 덕분에 길어진 너의 그림자를 조심스레 밟아보기도 하고 너의 것 위로 나의 그림자를 덮어보기도 했다.

아아- 부질없음에 눈물이 난다.

차마 온기가 느껴지는 너의 곁으로 다가갈 용기가 없어 스토커처럼 너의 발자취를 따라, 너가 밟았던 보도블럭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나를 용서말아라.

비가 오면 너의 신발에 묻은 물기로 생긴 발자국 위에 내 발을 올려보고, 눈이 오면 눈위에 찍힌 발자국  바로 옆에 내 발자국을 찍어, 같이 걸어간 연인마냥 만드는 날, 용서말아라.

하늘에서 토해내는 빗물이, 눈송이가 나였으면 하고, 불어오는 바람이 나였더라면. 적어도 지금보단 너에게 더 자주, 더 많이 마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핸드폰, 개나리, 욕조

9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eT1IBGWui0w

드디어 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따듯한 날이었다. 가로수 넓게 핀 개나리 덕분인지 오랜만에 만난다는 기대감과 기쁨덕인지 그 어느날보다 제일 따듯한 날이었다. 핸드폰을 들어 이리저리 구도를 맞춰서 개나리를 찍었다. 가서 얼른 보여줘야지.
 내 사랑하는 그이 작년 겨울 그날 이후 집안에 틀어박혀서 전혀 나오지 않는 안타까운 나의 그이 캄캄한 집안에서 죽어가던 그이가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떠올라 눈가가 뜨거워졌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동생이 자전거를 타다가 나를 들이 박았다는 건 어제 말했고 날도 따듯하고 개나리도 예쁘게 폈으니 산책하자고 물어볼까. 안입던 치마지만 오늘은 오랜만의 봄이니까. 화장도 해봤는데 알아줄까.
 그이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답이 없다. 그는 원래 답을 해주지 않지만 어느정도 회복했으니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직 그정도는 아니었나보다. 서운하지만 시간은 많으니까. 열쇠로 따고 들어온 집은 여전히 어두웠다.물소리가 들리니 씻고있는 중인걸까.
 "나왔어!!"
..아무반응이 없다. 왜지? 설마 욕조에서 잠든건 아니겠지. 물소리에 내 목소리가 안들린걸까. 문을 꽉 안닫아 보이는 바닥이 붉다. 떨리는 손이 미는 그대로 열리는 문 안에 보이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아아 그대여. 어찌 이리가는 것인가. 붉은 욕조는 뜨거웠다.
 오늘은 정말 따듯한 날이었다

손목시계.절벽.노을

9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kc5AQ2KR2s

책임을 져

그래. 참으로 간단한 말이지. 난 모든 실수에 책임을 져야 한다 떠벌리고 다니던, 사르트르를 오독한 생활력 없는 독서가였으니, 그 말을 아주 손쉽게, 손목시계로 햇빛을 반사시키듯 돌려주면 되었겠지. 난 우선 냉소하였는데, 노트북이 가방에서 떨어져 조별과제의 실험 데이터들이 축적되기 이전과 같은 접근 불가한 상태로 돌아가게 된 것은 내 자유의 범위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누군가는 네 좌절에 책임을 져야 했고(한다 너는 믿었고), 성적을 매긴 교수는 시스템으로 장기를 맞바꾼, 즉 인간보다는 시계장치에(네 태도를 보자면 태양에) 가까운 자이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모양이었으니까.

이리 나는 지껄여보았으나 생활력 없는, 햇빛을 견디지 못하는 자이므로 이따위 관념놀이는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아니, 이것은 과장이다. 햇빛을 못 견디는, 주어진 일을 못하는 학생이 이 대학에 들어오는 건 드물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안 하고 있기에 무책임한 자, 무임승차자라 불릴 수 있는 듯하다.
럭키! 이름이 늘어났다! 이름을 변명처럼 줄줄 늘여 살아있음을 변명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이상.
무시해주었으면 한다. 랩실에 자정까지 남아 colony pcr과 electrophoresis을 진행 중인, 갈 곳 먼 엉터리 문학도인 뿐이니까. 따지고 보면 나도 억울하다. 무임승차자이기는 하지만 이 버스에, 대학에 거의 억지로 밀어넣어졌는걸. ...아, agarose gel을 만들어두어야겠구나. 읏차, comb를...잠시...

10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kc5AQ2KR2s

하여튼, 이제 내 평판은 끝이겠지. 있어야 할 곳에 드디어 안착했다는 기분이다. 그래, 난 흰 실험복을 입은 주제에 옷에 맞는 꿈을 꾸지 않는, 제 태어난 이유를 모르는 쥐공장의 쥐란 모양이니까. 그뿐인가, 난 겁쟁이어, 저 한 마디에 겁먹고는 이렇게 다시 실험을 진행 중인 것이다. 고작 힐난이 두려워서. 지난주만 해도 이리 생각했는데-정오의 태양에 사라져버린 내 소중한 분신을, 내 미래와 능력을 분신하여서라도 애도하자고. 그런데 나는 무얼하고 있는가. 두려움에, 제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해, 양지에, 대학의 내부에, 옷에 맞는 꿈에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내 소설가란 장래희망 역시 생존을 위한 임시방편이었을지 모른다. 아니, 난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자임이 증명되었으므로 이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됐다. 해야 할 일을 하라. 행복해져라. 할 일을 함으로써 미래를 위하고 남은 시간으로 현재를 위하라-이리 말하는 당신들은 무책임한 나를 싫어하겠지! 좋다, 나도 그 정도는 예상했다! 날 경고한 후 내쫓아도 좋다! 그러나 난 내게 정직하다. 꿈이 변명의 수단임을, 이름을 늘리는 또 하나의 방법임을 감추지 않으련다. 내가 꿈을 내 위에 올려놓는 자가 아니었으며 계속 마찬가지일 것임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는 물 빠져나간 간척지를, 태양이 만들어낸 땅을, 태양이 원할 작물, 옷에 맞는 성과로 채우지는 않으련다! 이것이 나, 무책임한 자의 논리다! 과거를 위하는, 삶에 맞지 않는 성격인  부적응자의 논리다!

pcr 종료. 기계장치가 허락한 시간이 지났다. Objective에 적힌대로 deletion mutant의 선별 여부를 확인하자. 적힌대로, 적힌대로... 쓰기를 포기하고도 나는...
원리에 맞추어 이름들의 길이를 분석하자.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란 모양이니까.

10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I//epxFURDI

절벽에서 글들이 뛰어내리고 있어. 추상적인 글귀들이야. 삶의 구체성이 아닌 관념의 추상성. 하나가 내 팔짱을 끼어. 가면이 고백을 하면 무슨 모양일까? 미가 눈을 가로막은 경험을 이해하니? 하나가 내 어깨를 잡아. 살아있음이 폭력임을, 학문이 허영임을 설파해 겨우 살아남는다. 하나가 내 팔을 잡아. 인간은 초극되어야 한다. 하나가 뛰어내려. 생은 무의미하기에 더욱 잘 살 수 있다. 난 저 절벽 뒤에, 비합리적인 추론이나, 내 잃어버린 모든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내 잃어버렸다는 감각을 없애주지 않을까
그 희망이 너무 낯선데, 내 나신을 너무나 편안히 감싸서-

10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I//epxFURDI

어느새 졸았나 보다. 난 장치의 전원을 끈다. 비교되었어야 할 이름들이 시간이 지나 모두 gel 밖으로 탈주하였다. 난 고개를 턴다. 톡이 와있다. "계속 늦어진다면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의 이 말이 노트북 수리와 내 게으름 중 무엇을 겨누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한 번 두렵다.
절벽 끝에 서

10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Q//oogIj0ZU

바다로 뛰어드는 쥐. 저들은 군중의 어리석음에 대한 은유였다. 꿈을 꾸지 않으면 이리 되는 건 너, 라는 위협이었다. 그러나 이 랩에서 꿈 없는 자, 어리석은 자는 나란 모양이고 바다로 뛰어드려는 자도 나라는가 보다.

동이 트고 있다. 다시 해가 뜬다. 정밀한 시계들은 모두의 손목에 배급돼, 갈 곳 없는 책임을 받아줄 나 같은 자들에 햇빛을 겨눌 것이다. 노을이었으면 한다. 낮이 가고 서둘러, 난 내 무능력으로 개화하지 못한 글재주를 애도할 수 있을, 밤이 오면 좋겠다.

ㅜ 교통카드 우체통 동생

10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dGU4PNLBVNI


삑. 하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며 교통카드가 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곧이어 나는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집을 향해 바삐 걷는 발걸음과는 상반되게 시선은 빨간 우체통에 고정이 된 채였다.
점점 뒤로가는 우체통을 향해있는 고개가 당길즘에서야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반응하던 시선을 거둘 수 있었다.
주머니에서 여러번의 진동이 느껴졌다.
동생의 전화였다. 정말로. 곤란했다.
오늘도 우체통을 지나쳤기 때문이다.
오늘도 엄마에게 우리의 소식을 전해주지 못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ㅜ콘센트, 뒤꿈치, 잠

10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vXpt6juL9wk

.....ㅠㅠㅠㅠ소설창작방에서 저 오른쪽 하단의 새로고침 아이콘은 정말 독인것 같어... 실수로 눌러서 글이 날아가버렸어...ㅠㅠㅠ

10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vXpt6juL9wk



아침 6시. 콘센트 충전기에 꽂힌 핸드폰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을 끄며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도 그 꿈을 꿨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면 어김없이 이 꿈을 꾸곤 한다. 꿈에서 나는 감은지 얼마 안 되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싸곤 엄마가 방금 차려준 밥을 먹는다. 그러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 밤새 콘센트에 꽂혀있던 핸드폰을 빼내어 학교에 가려가다 그만 아무것도 없는 방바닥에서 미끄러져서 발라당 넘어지고 만다. 그리고 바닥에 무방비하게 놓여 있던 눈썹 칼에 발뒤꿈치가 베려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이다. 내 방에서 나는 우당당 소리를 듣고 엄마가 놀란 얼굴로 날 보러 들어온다.

ㅜ겨울, 아이스크림, 짝사랑

10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cZgB+GvbzTw



칼바람이 쌩쌩 부는 어느 아침이었다. 나는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덜 말리고 나온 머리는 어느 새 얼어붙어 내 뒤통수 언저리에 딱딱해져 있었다. 이상하다,햇빛은 따뜻한데 바람만 차네. 그렇게 생각하며 발갛게 물든 코를 훌쩍이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때였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내 등교 단짝. 그 애는 이상스럽게도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있었다. 쟤는 춥지도 않나.

"야, 너는 이 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냐?"

그 애는 막 아이스크림을 까서 입에 문 참이었다.

"추웅 나에 엉는 아이흐크이니 더 아히딴마이지!"

"뭐?"

"으어어어어 차차차차가워. 그러니까, 추운 날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다고. 뭘 모르네."

그 애는 입에 문 아이스크림을 다시 손으로 옮겨 쥐어 내게 말을 전하고는 다시 입에 물고 콧노래를 불렀다. 나는 뭐, 그런가보다. 싶어서 입을 한 번 꾹 다물고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그 애도 나와 함께 골목길을 걸었다.

"잠깐만, 여기 있어봐."

뜬금 없이 편의점 앞에 날 세워두더니 허둥지둥 들어갔다 나왔던 그 애. 뭔가 싶어서 눈썹을 올렸더니 내 뒤통수에 뭔갈 들이댄다.

"으악!"

또 장난이려나 싶어 눈을 감으며 고개를 홱 숙였더니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왜?

"너 뒷머리가 다 얼어서 캔커피로 좀 녹여보려고 했다야. 뒷태가 아주 마귀할멈이야."

아, 이런.

"이거 줄 테니까 양 쪽 주머니에 넣어. 손시렵잖아."

제 주머니에서 따끈따끈한 캔 커피를 두 개나 꺼내 내 손에 들려주었다. 난 얘가 왜 이러나 싶어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날따라 실실거렸던 그 애. 이상한 날이었다. 날도 이상스레 추웠고, 그 애도 이상하게 실실거렸고.

"어~고마워~"

대충 대답하고는 캔커피를 내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그런데 넌?

"너는?"

"야, 니 거 샀는데 내 거 안샀겠냐."

"하긴."

그렇게 시덥잖은 말을 귀와 코, 볼이 빨개진 채로 나누며 학교로 향했다.


ㅜ드라이기, 페트병, 고물상

10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dqrfg4yPBXs

ㅗ 
 건조한 바람을 사정없이 내뿜는 헤어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며 문득 생각해냈다.
 이대로 녹아버리면 어떨까. 바닥에 내가 잔뜩 있겠지. 정말 다 녹아버려서 뼈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면 좋겠다. 착한 사람들한테 미련이 생기지 않게끔.
 기분나쁜 나를 커다란 콜라 페트병에 나눠서 담고는 여러 곳을 다니게 될 거야. 장기같은 건 이미 다 쓸 수 없게되었으니 병원은 아니겠지. 고물상. 그래, 고물상일 거야. 녹아버린 나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가족들에겐 가장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받아줄까? 가분나쁜 붉은 색 액체를 어디다가 팔 수 있다고. 고물상에게도 거절당하는 걸까.
 좋은데, 그거. 부모라는 사람들에게 엿먹일 수 있을 거야.

 축축함이 베어나오지 않는 머리카락을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지으며 난 약국으로 향했다. 염산이라는 거, 비쌀까?


ㅜ 역사(교통사고의 그 역사), 안개꽃, 이불

10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Gw1Hxgl5fHs

꿈뻑, 눈을 감았다 뜨자 내 시야에 가득 들어찬 안개꽃. 이상스럽게도 붉어 옆을 돌아보려 했으나 움직이지 않는 내 고개, 손가락, 그리고 저 멀리 내 다리.. 다리?
이건 꿈이야. 난 이불 속에 안기어 있고, 내일 아침이면 딸이 뽀뽀로 날 깨우겠지.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꽃잎마냥 흐드러진 내 몸.
너무도 활짝 피었기 때문일까, 떨어져버린 내 잎이 잔인하다.
저 트럭이 날 타고 넘은 걸까. 난 이렇게 죽어버리겠지.
눈 앞이 아득하다. 사랑해 여보, 너무 슬퍼하진 말아줘. 아니 많이 슬퍼해줘. 날 사랑한 만큼.

ㅜ햄버거, 칫솔, 벚꽃

11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ZNEnRpw+AaM

'오늘도 똑같은 날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자취하기 시작하고 취업한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방에선 사람의 온기와 흔적들을 찾기 어렵다.
시계를 보니 서두르지 않으면 늦을 것만 같았다.
'오늘 아침밥도 물건너 같군...'
조용히 욕을 내뱉고 욕실로 가 씻기 시작했다.
이를 닦으려고 하니 다쓴 칫솔이 보였다.
'칫솔, 오는 길에 새로 하나 사야겠네'
어쩔수 없으니 그냥 이를 닦고 옷을 입은 뒤 나는 문을 나섰다.

출근길, 아직 이른 감이 있으나 벚꽃이 핀 것을 보았다.
흰 빛을 띈 분홍색이 아름답다고 느꼈으나, 결국 쓰레기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밟힐 것을 생각하니 씁쓸해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일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무미건조한 서류와 가식전인 통화, 회의를 가장한 꾸지람.
모든 것이 더럽고 지루했다.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다.
아침밥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배는 10시 가량부터 계속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점심은 간단히 햄버거로 때웠다. 몸에 좋지는 않으나 맛있으니 된거라고 생각한다.
회사로 다시 가는 길에 본 벚꽃은 햇빛을 받고 빛나고 있었다.

11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ZNEnRpw+AaM

오후일과도 별반 다르지 않는다.
그저 무료한 시간의 연속일 뿐인 것이다.
어째서 취업을 위해 그리 힘써왔는지도 모르겠지만,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계속 일을 한다.

드디어 일과가 끝났다.
돌아가는 길은 아무도 없고, 그저 달만이 나를 비춰주고 있다.
벚꽃은 달빛을 받아 환히 웃고 있었다.

내일은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군...

ㅜ 우유, 초콜릿, 껌

11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geKi/qifmHU

어릴 적, 그러니까 그건 놀이터 한 구석에 숨어서 볼일을 봐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의 기억이었다.

나는 껌을 매우 좋아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풍선껌을 제일 좋아했다. 민트맛이나 인삼맛의 껌도 풍선을 불 수만 있다면 주저없이 씹곤 했다. 잘 때도 껌을 뱉는게 싫어서 그대로 입에 넣고 잠들기도 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삼키거나 머리카락에 껌이 붙어 혼이 났지만, 나는 껌이 너무나도 좋았다.

하지만 반대로 초콜릿이라면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릴 정도로 싫어했다. 생애 첫 초콜릿이 꽝꽝 얼린 초콜릿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걸 베어물다 미처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앞니가 빠져버렸기 때문이었을까. 한살 아래의 동생은 초콜릿이라면 눈을 뒤집고 달려들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그런 나를 걱정하셨다.

11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geKi/qifmHU

그래서일까, 공원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러 나갔던 날이었다. 노란 하늘이 푸른 바닥을 쨍하게 비춰서 눈이 부신 날이었다. 잠시 벤치에서 쉬던 나에게 아버지께서 껌 한통을 내밀었다. 주머니에서 눅눅해진 껌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구르트맛이었고, 껍질이 벗겨진채 초콜릿을 돌돌 말고 있었다. 좋아하는 껌과 함께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거라며 아버지께선 자신있게 껌을 내밀었다. 그 자신감에 가득찬 표정에 나는 뭐에 홀린 듯 그것을 입에 넣었다.
초콜릿과 함께 먹는 껌은 상상 이상의 맛이었다. 시큼한 요구르트의 맛과 진득한 초콜릿이 입 안에서 따로 놀고 있었다. 게다가 초콜릿을 만난 껌은 질척하게 녹아버려서 입 안에 들러붙어 기분이 나빴다. 결국 1분도 안돼서 나는 껌을 뱉어버렸고, 아버지는 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나는 껌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게 되었다. 녹아버린 껌의 흐늘거림이 좀처럼 잊혀지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11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geKi/qifmHU

지금의 나는 초콜릿을 매우 좋아한다. 핫초코를 만들때도 웬만하면 초콜릿을 녹여 우유를 부어마실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여전히 껌은 싫어한다. 사실 어릴 적 좋아했던 것들은 지금은 대부분 다 싫어한다. 어쩌면 그날 녹아버린 껌을 씹어서 내 안의 번데기가  한꺼풀 벗겨진 건 아닐까. 나의 유년기를 가득 채웠던 소중함을 하나하나 떠나보내면서 두 꺼풀, 세 꺼풀,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한 꺼풀까지 모두 벗겨지는 건 아닐까. 떠나보낸 것들이 더욱 애틋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건  성장통이 아닐까.

 가끔은 우유에 초콜릿을 타먹는것도 괜찮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나는 핫초코를 홀짝였다.


ㅜ안경, 마요네즈, 딸기우유

11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jGqI1qGAcsk



뭔가 먹을 건 없는건가...?
 
냉장고를 열자 왜인지 평소에 마시지 않던 딸기우유가 있었다.

누구꺼야 이건...?

아무리 둘러봐도 먹을게 없다고 느껴져서 나는 마트에 가기로 했다.
가끔 차를 몰며 생각한다. 이대로 사고가 나면 아떡할까 라고.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찰 쯤 마트에 도착했다.
나는 이것저것 시식도 하고 둘러보고 카트에 물건을 담다가 갑자기 맥주가 눈에 띄어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맥주와 안주거리를 담고 계산대로 갔다.

삐빅-

저기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나는 귀찮은 듯 지갑을 찾았지만 사실 속으론 아직도 어려보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곤 얀경을 쓴 남자 캐셔에게 신분증을 건냈다. 그 남자는 몇번이고 내 얼굴과 대조하며 신분증을 보다 이내 다시 돌려주었다.

많이 다르시네요.

네?

당황스러운 말을 들은 나는 기쁜 마음도 잠시 예의 없다고 느껴져 불쾌해졌다.
다시 집으로 가는 동안 캐셔의 말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성형한거 같다고 비꼰건지 정말 순수하게 다르다고 한건지 무슨 의도로 했든 기분은 이미 나빠져있고
그대로 운전도 평소완 거칠게 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맥주한캔과 오징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마요네즈를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아 짜증나...


ㅜ 비둘기,일본,바퀴

11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jGqI1qGAcsk

평소완 거칠게 >평소와는 다르게
잘못썼다ㅋㅋ

11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zEs5XrLJNXE


일본의 하늘은 서평역에서 올려다보던 하늘과 다름이 없다. 뭘 하러 일본까지 몸을 날린건지. 말만 통하지 않을 뿐 한국과 다를게 없다는 감상과 돈아까움에 젖어 보도블록을 보며 터덜터덜 걸었다.

"야만적이야, 너무 야만적이야."

흉하고 추해서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들,
끊임없이 늘어지는 인파의 선.
질서정연한 모습이지만 그만큼 차갑고 딱딱하기만 해 되려 야만적이였다. 아주 아주 오래전 지구를 보는것처럼.

이 땅에도 비둘기는 바닥을 쪼아댄다.
서평역 2번 출구에서 보았던 장면과 다를바 없어서 일본에 오길 잘했다고. 말만 통하지 않을 뿐이지 한국과 다를바 없음과 돈값 한다는 감상에 젖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푸르른 하늘을 동경할 세도 없이 벨 울리며 쌩 하고 지나치는 자전거에 분위기가 깨었다.

"야만적이야."

두 다리가 멀쩡한데 왜 자전거 따위를 타고 다니는건지.
오늘따라 그녀가탄 휠체어의 바퀴가 뻑뻑하게 돌아간다.


쌀포대, 과도, 델리만쥬

11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fUiwIHmsCuw


"이 일은 확실히 수입이 좋아." 친구가 말했었다. "게다가 모두에게 이익이지. 사람들은 불법인가는 상관 않고 단지 맛있는 걸 먹길 원하잖아." "불법이라." "어허, 친구야." 친구가 턱수염에 소주를 가져다 부었다. "사람들은 맛있는 것 먹으니 행복하고 자네도 돈 얻으니 행복하고. 거기 문제가 있는가? 행복해지는 데엔 모두 허용돼. 사람은 예쁘면 그만이 아냐. 행복하면 그만이야."

별 일은 아니었다. 친구의 델리만쥬 부스를 사들였다. 꽃놀이 한창인 공원 한복판에 가져다 놓기로 했다. 새벽, 입간판 세워두고 주위를 돌아보니 컵밥부터 문어꼬치, 솜사탕까지 다양한 음식물이 구비되어있었다. 그들은 너무 정리정돈되어 시청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착시까지 일으켰다. 그 정리정돈된 멋진 풍경에 오늘은 그 역시도 함께였다. 그의 다섯 살 난 딸과 함께.

"자네도 행복해야지." 친구가 말했었다. 그는 눈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마치 왼쪽은 아내의 좌석이기에, 누구도 들일 수 없고 자신의 시선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듯이. 친구는 그 표시를 금방 잡아챘다. "에헤. 야야 친구야, 넌 행복할 수 없어졌다 쳐. 그래, 이해해. 다, 이해해. 다, 이해해." 친구는 사람으로선 지나친 말을, 즉 불가능한 말을 태연하게 한 죗값인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는 친구의 말에 기분이 상했으나 다음 말이 너무 치명적이었다.
"자네 딸은, 불쌍한 딸은 어쩔 겐가? 걔는 행복해야지."

11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fUiwIHmsCuw

사람들이 조금씩 공원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람은 때마침 불어, 제 머리칼에 벚꽃과 꽃가루들을 차곡차곡 붙여 도깨비불처럼 뛰어다녔다. 음식이 필요할 광경이었다. 그는 들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딸은 서서히 좁은 천막 안에 서있는 것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딸의 손을 꼭 붙잡았다.
"너무 멀리 가면 안 된다. 알겠지?"

사람들은 곧 몰려들었다. 그들은 먹거리를 좋아했다. 그는 플라스틱 용기에다가 델리만쥬를 네 개씩 담아 여러 높낮이 여러 질감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 값어치만큼의 행복이 공원에 누적되기 시작했다.
그가 딸이 보이지 않음을, 그리고 일대에 소란이 일고 있음을 자각한 건 모든 것이 너무 늦었을 때였다.

*****

딸은 아주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었다. 그리고 소란을 쫓아 아버지 있던 호수 근처 펜스로 돌아갔을 뿐이었다.

그는 벌벌 떨며 소리치고 있었다. "불법인 게 뭐 어때? 여 공원엔 합법적으로 파는 사람들도 없잖아?"
경찰이 말했다. "신고하지 않았잖아요. 세금만 내시면 저희도 뭐라 안 합니다."
"우, 우린, 우린 행복해질 권리 있어."
"왜 저희들을 악당으로 만드십니까? 선생님께서 눈이 짧아 불법을 저지르신 거잖아요?"
하지만 둘의 대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불법 장사에 익숙해진, 하여 경찰들을 역으로 진압하는 데에 익숙해진 상인들이 떠들썩하게 일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뒤로 물러섰다. 그의 딸을 찾기 위해서였다.
"우린, 행복을 미리 신고할 필요 없어. 난 잘못 안 했어. 다들 하는 거 나도 했다고." 하지만 그 순간 그에겐 모든 것이 일종의 모자이크 그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감이 없어졌다. 그것은 그가 미래의 그와 단절됐음을, 하여 무너졌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12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fUiwIHmsCuw

그는 자신이 쌓아둔 상자 위에 놓은 과도를 집어들었다. 갑자기 모든 걸 깨달은 기분이었다.
"뭐한 거야, 난. 미래는 없는데. 우리는 오늘 다 죽는데." 아니, 그는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벚꽃이 바람따라 휘날리며 몇은 호수 위를 떠다녔다.

"우린 이미 다 죽었어. 이미 여 호수 밑에 뼈를 묻어뒀어. 우린 벚꽃이야. 씨를 뿌린다는 벚꽃의 임무는 피어나기도 전에 실패했어. 벚꽃은 벚나무를 만들지 못해. 벚꽃은 이미 다 죽었어. 그래서 바람에 가볍게 휘날려. 그게 우리들이야."

미래는 없어. 미래는 없어. 과도를 십자가처럼 집어들고 그는 칼이 있을 곳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그때 딸이 그의 눈앞에 보였다. 그는 미래와의 실이 끊어졌어도 여전히 자신이었기에 딸을 딸으로 보았다. 그는 근처에서 쌀포대를 집어들었다.

*****

딸은 아주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아버지가 씌웠던 쌀포대 밖으로 나왔을 뿐이었다.

모르는 아주머니가 딸을 안았다. "불쌍하기도 하지. 불쌍한 것. 넌 선택한 것도 없는데."
넌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는데 이미 네가 되어버렸구나. 해서 네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책임지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을 쓰겠구나. 모르는 아주머니는 그녀가 모르는 그의 딸을 꽁꽁 감싸매었다.

아주머니가 딸을 일으켜 참사의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딸은 그저 사방을 살피었다. 모든 게 무너질 참이었다. 딸의 눈물이, 벚나무와 호수와 이미 죽은 벚꽃들을 둥글게 둥글게 왜곡시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자이크와 같았다.
그리고 세상이 흐릿하게 보였기에, 딸은 마음을 편히 먹고 비극의 한복판을 두 발로 걸어갈 수 있었다.

모든 건 벚꽃처럼 이미 끝난 일이었다. 공중에서 하얗게 매달렸던 벚꽃들은, 태반이 떨어져 거리를 분홍으로 색칠했다.

12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fUiwIHmsCuw

글자 제한 때문에 여기에 적어. 스레 낭비 미안해. ㅜ 나침반 드레스 후배
/그리고 생략을 엄청 했는데, 사람이 죽거나 한 건 아니야. 정신없이 적은 거니 이상해도 양해해줘.

12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0o/AepKlPTc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던 고등학교 후배가 몇 년간 꿈을 쫓다 결국 계속된 가난에 지쳐 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컴퓨터 자판을 치던 손을 잠시 내려놓고 코 끝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다시 올렸다. 하얬었지만 때가 타 회색이 된 이어폰 속에서 친구가 떠들어대던 예전 지인들의 근황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미간을 확 좁힌 채로 하던 일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한 채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길, TV 광고 속 행복하다는 듯 웃음짓는 연예인들이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아 기분이 나빴다. "행복한 삶이라는 건 무엇일까? 인생의 나침반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 뒤섞여 자꾸만 떠다녔다. 결국 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눈에 보인 언제 샀는지 알 수 없는 뜨뜻미지근한 맥주 캔 하나를 비운 뒤 그대로 현관 바닥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ㅜ 화창 시계 젊음

12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x8AIb8L0zI2

똑딱, 똑딱, 똑딱
시끄러운 시계의 소리만이 시간의 흐름을 알린다. 사무실의 모든것은 순간에 멈춰버린듯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간간이 정적을 깨는것은 출력되는 프린터의 소리 뿐이었다.
오늘따라 창 밖 하늘은 부질없이 유난히도 화창하다. 먼지 그득한 사무실 내부의 공기는 텁텁하게 목만 메인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더라, 요즘 젊은것들은 끈기가없어. 쩌렁쩌렁 외치는 부장님의 목소리와 프린터 소리만 사무실에 그득하다.
적은 값에 사들인 젊음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저는 오늘부로 사직하겠습니다, 목구멍에 가득차오른 혼잣말을 커피와 함께 삼켜넘긴다.
조금만 참으면 퇴근이니, 앞으로의 내일도, 어쩌면 행복할지도 모를 미래도 있으니까 - 그러니까 오늘도 꿋꿋하게 버티며 5시를 향해 가는 시계만을 바라본다.

ㅜ 휴지 노트북 비누

12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w3vW8s1lQrI

ㅗ "없어...."

그는 황망하게 중얼거렸다. 지금 이순간 가장 필요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휴지......"

급한 신호에 주변을 확인하지 않고 바로 변기에 앉은게 화근이었다. 그는 5분전의 자신을 원망했다. 일을 본 후의 쾌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카톡

주머니의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게임에서 멋대로 나갔다고 욕을 쏟아내는 내용이었다. 다음판 하러 어서 들어오라는 재촉은 덤이었다.

그랬다. 그는 게임을 하던 중 급히 화장실로 왔던것이다. 그는 지금도 열을 내며 작동하고있을 노트북을 생각했다.

'조금만 더하면 승급인데.....'

그는 다시한번 화장실을 둘러보았으나, 없던 휴지가 갑자기 생기는 일은 없었다. 순간, 그의 눈에 세면대 위에 놓인 비누가 보였다.

'저걸로 손을 씻으면 깨끗해지겠지?'

그는 제 손을 한번, 비누를 한번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머리를 쥐며 자괴감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그 행동을 반복했다. 또 한번, 다시한번.....

이윽고, 그는 무언가 마음을 먹은듯 두 손을 굳게 쥐었다.



......30분이 지나, 그는 해탈한 표정으로 화장실을 나왔다. 비누는 그가 화장실에 들어오기 전보다 조금더 작아져있었다.

12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w3vW8s1lQrI

더러운 글 미안......

ㅜ 버스 맥주 머리끈

12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2eTC8y7tszA

머리끈을 잃어버렸다.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벗어난 뒤에야 깨달았다. 비싼 것이라서 버스 노선을 따라 걸어갔다. 하이힐은 아슬아슬, 내 가련한 스펙처럼 내 몸을 방해했다.

다음 버스 정류장 앞, 슈퍼마켓과 맞닿은 목상에 남자가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안경을 벗어 눈앞도 제대로 보지 못할 것으로 보였고, 목을 감은 넥타이는 예의와 질서가 아닌 이른 탈주를 지시했다. 손은 나무결을 따라 탁상에 녹은 고무처럼 눌러붙어 있었다. 나와 엮일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마시는 맥주 캔을 감색 고무줄이 감고 있었다. 바로 내 머리끈임을 깨달았다. 그건 무엇보다 비쌌고, 내가 가장 아끼는 포장지였다.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를 알고 있었다. 나는 그와 같은 반이었다.

"승재."
그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불량아는 아니었다. 학원가와 버스로 두 정류장 떨어진 빈민촌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는 배려가 없었고, 모래가 걸리면 톱니바퀴 모두가 힘을 가하는 기계장치처럼, 자신을 자극한 상대에게 일생 전체의 모욕과 분노를 되돌리는 바보였다. 도저히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걸 감수하고 내가 건 말은, 그에겐 전해지지 않았다. 그는 탁상에 그대로 쓰러졌다.

난 그의 손가락을 붙잡고 맥주캔에서 내 머리끈을 떼어냈다. 이 슈퍼는 대체 무슨 일이래? 교복을 입은 학생이 음주를 하게 놔두다니. 온 머리와 몸을 소중하게 쓰기도 벅찬, 약한 육체 속의 존재들이. 그때 고함.

"승재! 네 새끼, 애비 일 안 돕고 뭐하냐?"
아마도 슈퍼 주인일, 가래에 막힌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승재는 화들짝 눈을 뜨고 슈퍼로 들어갔다. 셔터가 내려갔다.
난 무시당했다. 하지만 침통치 않았다. 난 머리끈을 제자리로 돌려놨다.

12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2eTC8y7tszA

닫힌 셔터 문, 너머의 낮과 밤을 향해 합장했다. 난 그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배기가스의 냄새가 기분 나쁜 구역질처럼 올라왔다. 난 손을 들었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계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한 정거장을 거슬러갔다. 그곳에 있는 학원에 돌아가야 했다. 학원의 굳건한 문이 닫히면, 맥주의 세계와 머리끈의 세계는 섞일 일이 없겠지.

ㅜ 각본, 절, 가치

12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uKboZhjsGhc

절인지 사당인지 모를 그 빌어먹을 곳에 너를 보내는 게 아니었다.
이미 한 사람을 잃은 후였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다른 한 녀석에게도 소중했던 사람을 잃어놓고도 나는 머저리처럼 네가 그곳에 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만 봤더랬다.
너는 원체 똑똑한 아이였다. 똑똑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영악하기까지 해서, 자주 하지 않는 거짓말에도 능한 녀석이었다. 괜찮아요, 하고 웃는 게 거짓인 줄은 알았지만 설마 목숨을 걸고 그런 거짓을 하겠느냐고 생각한 내가 멍청했다.
이것도 그 잘난 네 각본 중 하나였을까? 몇 번을 되짚어봐도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너는 그 각본으로 무엇을 전하고 싶어했던가. 희망? 사랑? 어쩌면 살려달라는 마지막 발악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너는 이제 없으니 그 답을 말할 이도 없다.

ㅜ 허수아비, 관계, 공주

12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Kc/DJQ/RPpw

"공주님,제가 그저 허수아비처럼 보이시나요?사람의 인연에는 관계라는 수많은 실이 얽혀있죠.베테랑은 그 관계들을 능숙하게 이용해 상황에 따라 모습을 바꾼답니다.결국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것만이 방법이라 할 수 있을까요?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위해 그 관계들을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것은 아직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과연,아직도 제가 허수아비라고 단언할 수 있으신가요?공주님은 여태 그것들을 잘 못보고 지나치신것 같군요.다시 한번 찬찬히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저는 한낱 허수아비가 맞으나 지금 공주님은 깨달은게 있지 않으십니까?"

말을 끝마친후,허수아비는 다시 지푸라기를 찾기 시작했고 공주는 단지 시선을 밀밭에만 고정시킬뿐이었다.


ㅜ커피,와인잔,피

13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eR9fIasl/Og

은은한 커피향이 침식하듯 방을 채운다. 오래된 가구들이 배치되어있는, 고풍스럽고도 소박한 그런 방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유리잔만이 -피마냥 검붉은 와인이 조금 남아있는- 덩그러니 놓여있다.
커피향을 풍기고 있는것은 방금, 막 그 방을 들어온 사내의 작은 찻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눈길이 향한 것은 커피가 아니라 먼지 쌓인 와인잔이었다. 사내는 커피를 내려놓고 와인잔을 든다. 그는 흥미롭다는듯 잔을 가볍게 흔들어본다. 잠겨있던 향기가 퍼져나간다. 허나 사내의 코에 다가온 냄새는 와인의 깊은 향기가 아니라 흡사 피비린내와 같은 그런 악취였다. 그는 이것이 와인인것을 알고있었고 향기 또한 향긋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느껴진 착각에 의해 구역질이 올라오는듯 하여 잔을 벽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산산조각난 와인잔의 파편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피비린내가 - 그의 착각이었으나 - 온 방안에 퍼져나갔다.
인상을 찌푸린 그는 티스푼으로 커피를 몇번 휘적거리더니 마시지 않고 그저 커피잔을 바라볼 뿐이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방 내부는 적막만이 존재했다.

ㅜ 초콜렛, 수건, 시계

13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2yNddEQKl2Q

스위스제입니다. 바흐로 채워진 고풍스러운 식당의 분위기에 휘말렸기 떄문일까? 그 말로부터 고급 초콜릿이나 시계를 떠올리고 말았다. 나를 주눅들게 만들 만큼 온몸에 명품을 휘감은 그녀의 존재도 한몫했다. 만년필이 1억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하. 제가 뇌물이라도 주는 줄 아셨나요? 선생님 자제께 질 좋은 선물을 주었다간 뇌물죄로 잡혀가는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늘 들이킨 음식과 공기, 그리고 택시에서 묻은 먼지를 빼면 몸의 모든 분자가 외국에서 왔을 것 같은 그녀였다. 2시간 전에 스위스발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온 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가 탁자 밑으로 손을 낚싯대처럼 드리웠을 때, 인삼이 적힌 종이가방이 튀어나온 것에 대해 나는 썩 당황했다. 인삼은 멋진 필기체로 적혀 있었다.

"스위스 군대에서 쓰는 양털 담요 세트. 안에 수건도 있어요."
"선물 고맙습니다."
난 종이가방을 받아들었다. 난 멍하니 있는데 그녀가 되물었다.
"법에 걸리지는 않을 거에요. 걱정 마세요."
"안 해요, 안 해."
"너무 싼 선물이라고 기분 나빠하지도 마세요."
난 그 말을 넘겨듣고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씹어삼켰다. 담백한 풍미가 좋았다. 아이스크림은 응어리진 채 남아, 삼킬 때마다 식도 위를 기분 좋게 흘러내렸다.

이 선물이 천만 원 상당임을, 명품의 세계는 넓었으며 어머니가 승진의 기회를 박탈당했음을 난 일주일 후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ㅜ 섭씨, 세제, 명절

13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6l1L4cnXkT6

나 혼자 보내는 명절이 또다시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학교는 방학중이고 친구들은 저마다의 약속을 잡고, 가족들과 보낼시간에 불평부리기도 즐겁다거나 귀찮다거나 온갖 반응들을 한다. 그 오색찬란한 장면은 언제나 한겹의 막이 쳐저있어 같은 장소에 있을 수 없이 영화속 스크린을 보는 것 처럼 보기만 했다.

"너는 요번 명절에 뭐해?"

만난지 이제 2년째가 넘어가는 과 동기의 말에 멋쩍이 웃으며 정해져 있는 말을 했다.

"딱히. 별거 안하는데. 굳이 하는걸 말하자면 설거지 정도?"
"그게 뭐야. 하하하하"

찬장에 있는 모든 그릇들을, 식기구를 꺼내 하루종일 몇 번이고 닦는건 사실이니까.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명절이라는 일년에 크게 두번을 맞이하는 내 태도일 뿐이다. 세제냄새가 베였던 어머리의 등을 그리며, 단정하게 메고계셨던 진한 주홍빛의- 이젠 빛바레 옅은 빛을 띄는 앞치마를 입고, 싸구려 세제를 사용해 수시간을 그렇게 보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정신을 차리면 이 때를 위해 사왔던 세제 한 통은 반정도도 남지 않은체 처음의 무게를 잃어버렸고, 장시간 차가운 물에 닿아있던 손은 퉁퉁 불고 감각도 느껴지지 않은 정도로 차가워져 있다.

"잘가라 ㅅㅐ꺄!"
"욕은 집어 넣어라. 나이가 몇이냐. 엉?"

코 앞으로 다가왔다. 차게 얼어버린 손끝을 의미하는 날이, 가족이 차게 변했던 날이, 섭씨 영하 수 도를 내리찍어 내 모든것 앗아간 그 날이 온다.

향수를 그리며 차게 변한 내 몸과 그 날의 가족들의 체온이 같아질 때, 비로소야 심장에서 미적지근한 피를 펌프질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ㅜ 친구, 책상, 통화

새로운 레스 입력
레스 :
/ 1500글자   
검색어 입력 폼

~광고는 스레더즈 운영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