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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창작 게시판 목록 총 145개의 스레드

새로운 스레드 만들기
  1. 1: 이별을 묘사해 보자 레스 (50)
  2. 2: 문이 열렸다. 를 첫 문장으로 글 써 보는 스레 레스 (96)
  3. 3: 텅 빈것같은 단편소설 써줘 레스 (52)
  4. 4: 소설검수 해주는 스레 레스 (51)
  5. 5: 제발 하루에 한번만 들어오자 하루에 한번만... 완결이 목표다! 레스 (170)
  6. 6: 악당이 주인공인 창작물을 쓸려면 뭐가 필요할까? 레스 (47)
  7. 7: 살고 싶었다. 라는 걸로 시작하는 글을 써보자! 레스 (39)
  8. 8: 저마다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릴레이 소설을 쓰는 스레 레스 (9)
  9. 9: 6단어로 소설쓰기 레스 (54)
  10. 10: 인소를 쓰다가 끝부분에 막나가 보자 레스 (21)
  11. 11: 한 문장씩 소설을 이어가는 스레 레스 (465)
  12. 12: 소설창작판 잡담스레 레스 (114)
  13. 13: 짝사랑을 묘사해보는 스레 레스 (19)
  14. 14: 죽음을 자기만의 문체로 써보는 스레 레스 (216)
  15. 15: 어느 시골 마을에 예쁜 여자아이가 살았어요 레스 (8)
  16. 16: 책 제목을 주제로 글을 써보자 레스 (27)
  17. 17: 자신이 쓴 소설의 명대사를 적어보자 레스 (24)
  18. 18: 한문장만으로 여러 감정이 뿜뿜하게 만들어보자 레스 (384)
  19. 19: 자신이 쓴 글의 처음/마지막 문장을 써보자 레스 (4)
  20. 20: ~소설창작판 1000제~ 레스 (125)
  21. 21: 자기가 쓰거나 썼던 또는 맘에드는 소설 주인공 이름 쓰고 가보자 레스 (41)
  22. 22: 틀리기 쉬운 단어, 맞춤법스레! 레스 (55)
  23. 23: 스레주 손풀이용 키워드->조각글 스레 레스 (2)
  24. 24: 초보 글쟁이를 위한 안내서 레스 (30)
  25. 25: 일기장? 같은 레스 (2)
  26. 26: 희망적인 글 남기고 가는 스레 레스 (20)
  27. 현재: 주어진 단어 3개로 글을 적는 스레 레스 (117)
  28. 28: 레전드인소추천하자 레스 (3)
  29. 29: 인소잘쓰고싶어요ㅜㅜ 레스 (58)
  30. 30: 소재 투고 스레 레스 (120)
  31. 31: 각종 소설 공모전이 시작될 때마다 갱신되는 스레 레스 (6)
  32. 32: 1년 프로젝트 - 하루에 한 편씩 레스 (14)
  33. 33: 각종 팁을 주고받고 해볼까요? 레스 (34)
  34. 34: 소설에 필요한 의학적 정보를 주는 스레 레스 (20)
  35. 35: 대사를 이어 받아 묘사 하는 스레 레스 (151)
  36. 36: 소설쓰면서 느낀점들 쓰고가는 스레! 레스 (39)
  37. 37: 글러들아 여기ㅔ조각글 투척해조 레스 (123)
  38. 38: 심심할 때마다 쓰는, 기도. 레스 (9)
  39. 39: 영어 실력도 기를 겸 영어로만 글을 써 보는 스레 레스 (50)
  40. 40: 만약 병사들이 레스 (6)
  41. 41: 의지박약 저퀄러가 뭔가 쓰는 스레 레스 (4)
  42. 42: 소설 쓸때마다 넣는 요소 적고가는 스레 레스 (6)
  43. 43: 소설창작판 단어공책 레스 (18)
  44. 44: 무퇴고 작문 레스 (5)
  45. 45: 그녀는 죽었다. 레스 (15)
  46. 46: 감성적인 릴레이 소설 쓰자! 레스 (5)
  47. 47: 죽어버렸습니다. 레스 (4)
  48. 48: 음악을(노래를) 주제로 글을 써보자! 레스 (6)
  49. 49: 설마 실화일까...? 레스 (2)
  50. 50: 주제를 던져주면 그걸 가지고 짧은 글을 써준다 레스 (13)
( 641: 117) 주어진 단어 3개로 글을 적는 스레
1
별명 :
이름없음
작성시간 :
16-08-02 09:02
ID :
maktII+8tvKYc
본문
예전 스레딕에 있던 듯이, 글을 적고 단어 3개를 제시하면 돼.

ㅜ 해변, 흉터, 아들
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RToio0pJ3+U

ㅗ 아들은 해변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 불의의 사고로 등에 생긴 큰 흉터 때문이었다. 소금끼 가득한 바닷물에 들어가면 환상통이 느껴진다고 했다. 모래에서 뒹굴면 등이 따갑다고 했다. 아들은 바다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거였을까, 아니면 고통의 파도 속에 휩쓸리기를 싫어하는 거였을까. 나로써는 아직, 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ㅜ드라마, 감자칩, 엉망인 방

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QL7QlsIfTls

ㅗ 방안은 내 머리속 생각들처럼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여기저기 나동그라진 음료수병 몇가지, 고양이의 털뭉치들, 바람에 실려 온 먼지들과 내 방 고유의 먼지들. 그런 것들 하나하나 모두가 마치 내 방 그자체가 된듯해서 나는 그것들을 치우지 않았다. 게다가 내 마음상태와도 닮아있다.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이 울었고, 나도 울었다. 내가 원하는 엔딩이 아니였다.

문득 그것은 내가 아닌 작가가 스토리를 썼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토리를 쓰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것. 그것을 내 인생에 빗댈만큼 세상 진리가 단순하다면 좋을텐데. 와그작, 하고 무념무상으로 감자칩을 한웅큼 입으로 씹었다. 됐어, 이젠 다른 드라마를 팔거야. 감자칩을 한웅큼 더 입에 밀어 넣을때엔 아까의 생각이 모두 하얗게 지워졌다.

ㅜ노트, 공부, 강아지

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cLVzqHA5rpY

ㅗ 여름은 더웠다. 노트 위에 버리듯 던져 놓았던 잉크 글자가 어느새 번져 얼룩이 되어 있었다. 이름도 지어주지 않은 강아지는 제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얼룩진 노트에 발자취를 남겼다.
그가 내게 말해 준 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그와 내가 살아간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변명으로는 도저히 커버할 수 없을 정도로, 개연성도 줄거리도 없는 사랑고백은 그저 여름더위와 맞먹는 낯뜨거움을 선사했을 뿐이다. 네가 좋아. 전후사정도 없이 덤덤한 얼굴로 말한 그의 반반한 낯짝을 후려치고도 싶었으나, 그보다는 부끄러움이 먼저였기에 꿀 먹은 벙어리마냥 어린 강아지만 꼭 붙들고 집으로 달음박질했더랬다. 내가 미쳤지. 혹여 연락이라도 오지 않을까 싶어 전화통만 붙잡길 수어 번이었으나 얄미운 고철덩어리는 철 지난 인디밴드의 곡을 한 번도 뱉어내지 않았다.

ㅜ 해, 가디건, 라면

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6WKkCnXbxmE

ㅗ  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있던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온 것은 그저 라면을 먹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냄비에 물을 앉히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그녀를 내려다 보는건 빛나는 계란 노른자 같은 해 뿐이었다. 그녀는 문득 마지막으로 집을 나선게 언제였나 생각해보았다.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어머니와의 마지막 외출이었다. 영원히 한 조각 한 조각이 선명할 것만 같았던, 그리고 선명해야 할 것만 같았던 그 기억도 이제는 점점 기억의 저 편으로 깊숙이 숨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날이 마지막이었는데... 그때 어머니는 평소에도 자주 입으시던 가디건을 입고 계셨다. 어머니의 향기를 품고 있던 그 포근한 옷... 이제는 그 향기마저 가물가물하다. 그녀는 그리움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앉아 고개를 숙인다. 흐려져만 가는 기억들이 너무도 야속해서, 그녀는 한참을 끓고 있는 냄비 소리도 듣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ㅜ 우리, 별, 깃털

6
별명 :
헬리오
기능 :
작성일 :
ID :
maJhT9CKOtS3k

ㅗ 저것 봐, 하늘에 북두칠성이.
초록빛 옷의 아이는 내 손을 꼭 잡고서 하늘 저편을 가르켰다. 아, 내가 널 처음 만난 그 날 내게 준 북두칠성. 난 저걸로 하늘을 날았지. 지금처럼, 네 손을 잡고서. 나는 아이를 보며 웃는다. 하늘에도 만약 끝이 있다면, 그 끝에 닿을듯이 높게 솟아있는 마천루 옥상에서 우리는 한참동안 하늘의 별들을 관찰했다. 아이는 가끔씩 코가 높은 뾰족 신발을 탁탁 튕겨가며 저 별은 오리온에 있는 거. 저 별은 .. . 하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손을 뻗어 소리쳤고, 나는 응,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있잖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조금 슬픈 얼굴로 나는 속삭인다. 그 표정을 봤음에도, 아이는 그런 나와 대조적으로 신난듯이 옥상 난간을 박차고 휭, 날아올랐다. 어느새 아이의 손에는 흰 깃털이 들려져 있었다. 천사의 실존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새하얗고 보드라운 깃털.
- 나랑 같이 도망가자. ( Run away with me. )
씨익 웃는 아이의 입 속에서 아직 덜 자란 젖니가 보였다. 그렇지, 너 같이 예쁜 아이에게 슬픔은 어울리지 않아. 나는 천천히 난간을 딛고 일어선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서늘해. 마치 ' 그 곳 ' 의 길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나는 여행을 떠난다. 아주 길고, 먼 곳으로. 그렇기에 영원히 늙지 않는 신비스러운 섬으로. 네버랜드로.



- 뉴스 속보입니다, 어제 오전 3시경, 경기도 안성시 모 아파트 옥상 위에서 투신 자살한 18 지 모양이 지나가던 주민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지 모양은 평소 성적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 ...



ㅜ 자살, 꿈, 라이터

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dhhFUeOB7I

ㅗ 이상하게 며칠 사이 나는 같은 꿈을 반복한다 처음엔 단순한 불장난하는 꿈이었는데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서 화장실 바닥에서 태웠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또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서 화장실 바닥에 태웠는데 누군가 문을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또 그 다음날은 그 전 꿈과 같이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서 화장실 바닥에 태웠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날 보자마자 나에게 손찌검을 했다.
그리고 또 그 다음날은 그 전 꿈과 같이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서 화장실 바닥에 태웠고 누군가 들어와서 내 뺨을 후려갈겼고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
그리고 또 그 다음날은 그 전 꿈과 같이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서 화장실 바닥에 태웠고 누군기 들어와서 내 뺨을 때렸는데 나는 그 힘에 못이겨 바닥에 주저 앉아 울면서 그 사람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게 이 며칠동안 있었던 꿈 이야기다.
나는 정신 병에 걸릴거 같았다. 낮잠을 자면 꿈을 꾸지 않았는데 밤에만 잠을 자면 꿈을 반복했다
하지만 매번 똑같이 반복하는것도 아닌,

조금씩 다르게 하지만 비슷하게 꿈을 반복했다

나는 정신 병에 걸릴거 같았다. 낮잠을 자면 꿈을 꾸지 않았는데 밤에만 잠을 자면 꿈을 반복했다.
하지만 매번 똑같이 반복하는 것도 아닌

나는 조금씩 다르게 하지만 비슷하게 그 사람에게서 폭행을 당했다.

나는 정신 병에 걸릴거 같았다. 낮잠을 자면 꿈을 꾸지 않았는데 밤에만 잠을 자면 꿈을 반복했다.
하지만 매번 똑같이 반복하는 것도 아닌

나는 조금씩 다르게 하지만 비슷하게 그 남자에게서 폭행을 당하고 강간을 당했다.

나는 정신 병에 걸릴거 같았다.

나는 정신 병에 걸릴거 같았다.

나는 정신 병에 걸린거 같았다.

나는 정신 병에 걸린거 같았다.

나는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였고 그대로 머리카락에 옮겼다.

나는 정신 병에 걸린거 같았고.

나는 자살했다.



ㅜ바람,검은옷,칼

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0Q4gs0Qviv+

ㅗ 스산한 바람이 내 목을 조여왔다. 나의 검은옷 끝자락이 이에 저항이라도 하듯 신경질적으로 휘날린다.
멀리서 날카로운 새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내 고막에 칼을 찌른 듯한 느낌에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아버렸다.

ㅜ 바다, 거미, 천상

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OS050LZ0nYQ

ㅗ 천상의 고래가 숨을 쉰다면, 바다같이 밀려온 구름에
적란운이 뛰놀고 지상의 거미집에 이슬구슬이 맺히고
태양을 가린 그림자가 언덕에 드리우겠지.

고래를 상상할 때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거대한 흰긴수염고래를 상상하지만 그 거체를 아른아른 가리는 심해의 어둠은 상상하지 않으려 한다.
맑고 투명한 파란빛의 배경에 박힌 듯 한 고래를 상상하려한다.
허나 그 상상은 너무나도 리얼리티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나는 애써 동화와 같은 하늘고래를 깊은 심해에 처박을 수 있도록
상상속에서 어둔 비구름에 고래를 매몰해 버리는 것이다.

빈곤한 상상력에 더해진 비구름도.
아마도 얼어 죽을 리얼리티에 대한 환상일 것이다.
ㅜ휴대폰, 파란새, 노숙자

1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AHtyM/UUb36

ㅗ 그가 가진 낡은 휴대폰은 이미 작동도 안되었다. 충전기를 이리저리 역 화장실 콘센트에 돌려 꽂아가면서 써왔던 4년 남짓된 투지폰. 그가 무당일을 할때 썼던 것이다. 이제는 그냥 껍데기만 남은 무용지물이 되어서 쓸곳도 없다. 다만 이거라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내 삶이 몽땅 허무하게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서 가지고 다닐 뿐이였다. 태어난 이래로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아 대학까지 들어갔다가 갑작스런 신내림을 받고 무당일을 했었던 그 어슴푸레한 과거가 지난뒤 내가 소유한 유일한 물건이였다.

나머지는 다 어디로 갔는가.
아니 사실 유일해 질 수밖에 없었다. 무당일을 끊기 위해 일부러 모든 재산을 버리고 노숙자가 되어 버렸다. 이대로 얼마나 더 떠돌아야 그동안의 허물을 벗고 평범해 질 수 있을까. 동화속 소원을 들어주던 파란새라도 만나고 싶을 정도로 심신은 미약해졌다. 그래, 이제 몇년만 더 버티자.

차마 마지막 연락 수단인, 그들의 연락처를 나는 버리지 못하고 쥐었다. 마지막 희망. 그래, 멀쩡해지면 연락을 할 수 있을거야.

ㅜ레즈비언, 고양이, 상처

1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IMMBAeWlfsE

ㅗ 그 날 넌 내 질문에 거짓말을 했었어.

너가 분명 그랬잖아, 그 흉터는 고양이에게 긁혀서 난 자국이였다고. 분명 그랬잖아, 너희 집 고양이가 잠 자는 중에 깨워서 성질을 부렸고, 그러다가 팔을 긁힌 것 뿐이라면서. 그런데 넌 지금 왜 그 긁힌 자국위에 또 상처를 내는거야? 지금 그건 고양이의 발톱이 아니라 네 긴 손톱이잖아.
상처가 났어! 상처가 났다고! 분명 흉질거야, 이리와 내가 치료해줄게. 제발, 왜 나를 피해?
……그건 무슨 말이야? 너가 날 사랑한다니? 레즈비언이라고? 너가?
……아무렴 뭐 어때! 지금 내 소중한 친구가 자해를 하고 있단 말야. 제발, 치료만 해줄게 내가 네 몸에 손대게 해줘.

"싫어, 그럼 또 반해버릴 것 같단 말야! "

제발, 너 펑펑 울고있어. 이제 고집부리는 건 그만.

"싫어, 싫어! 가! 가버려! 내가 널, 또, 다시, 다시 보게 되어서 더 사랑하게 되어버리면, 너도 내 가족들처럼, 친구들처럼, 날 상처주었던 사람들처럼 떠날거잖아. 그건, 그건 싫어! "

…….
바보야, 난.
으구, 이 멍청이. 이리와 상처 치료하자. 으이구 뚝, 울음 그치고. 괜찮아, 나도 너 사랑하거든. 아이고 우리 이쁜이. 뚝.

ㅜ자흔, 컷터칼, 비

1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owlneejiLf2

ㅗ내 심장이 하이얀 손목의 살결이라고 한다면, 그대가 오늘 한 것은 컷터칼로 손목을 그은 일.
내 심장이 연약한 사막의 선인장이라고 한다면, 그대가 오늘 한 말은 선인장에 비를 쏟은 것.
그대는 수도 없이 내 심장에 자흔을 남기고, 내 심장을 환생시켜서, 또 그 심장에 자흔을 남기지.

ㅜ선풍기, 붕어빵, 새로고침

1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8vDNjKKB9kI

ㅗ 한가하고도 나른한 주말 정오, 평소와는 달리 조금 늦게 기상한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밤새 켜놓았던 선풍기의 바람을 즐기면서 자주 들리는 웹사이트에 뭐 새로 올라오는 글은 없는지 무의미하게 새로고침하기를 반복한다.

아침을 못 먹은 탓인지 배가 출출하다. 아직도 잠이 다 깨지 않았는지 멍하니 폰 액정만을 들여다보다가 방 문 밖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리니 힘차게 문을 열어제끼는 여동생이 있었다. 뭔가 하얀 봉투를 들고 있다.

"깼네? 컴퓨터 좀 빌려 써도 되지?"
"손에 그건 뭐냐."
"...붕어빵. 왜, 줄까?"
"응. 그리고 좀 비켜 봐. 선풍기 바람 가리잖아."

투덜대며 하얀 봉투를 건네 받아보니 이상하게 가볍고 손에 잡히는 것도 없다. 안을 살펴보니 그냥 빈 봉투였다. 여동생에 장난에 당한 나는 멍하니 봉투만 바라보고 있었다.

"장난이야! 자, 여기. 오빠 건 당연히 남겨 뒀지♡"

재차 손을 내민 여동생의 손에는 붕어빵이 하나 들려 있었다. 나는 무덤덤하게 받고는 새로고침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가끔 내 동생은 진짜 의미불명이다.

ㅜ 꽃다발, 반지, 청혼

1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fNj9BHBgZVM

ㅗ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한여름 날 도로까지 굴러가버린건 확실히 그녀가 좋아할 취향의 반지였다.
물건너 갔지만 아마 그녀에게 청혼하기 위해 쓰려던 거였겠지
문득 저 반지가 달리는 차밑에 깔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 주워야 겠다는 생각을 멈추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있자니 그것은 튕기고 뭉개지고 끌려가 더러워지고 긁혀 볼품이 없어졌다.
그럼 그렇지 하고 내심 흐뭇한 마음으로 도로를 가로 질러 반지를 주웠다.
사방에서 클랙션이 울려 짜증이 날법도 하건만 그저 기분이 좋아 별 생각없이 반지를 손으로 닦아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반지는 긁힌 자국은 많았지만 여전히 반짝이고 그녀의 취향이였으며 더럽고 볼품없는 쪽은 오히려 자신의 손이였다.
반지 너머에 사람의 실루엣이 보여 멍하니 바라보니 그곳에는 그녀가 서있었다.
피웅덩이에 떨어져 물들어가는 꽃다발, 그 모든 것들의 주인이었을 차가운 남자와 긍정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감정을 담은 표정을 한채 나를 바라보는 그녀

ㅜ여름, 겨울, 경찰서

1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BxuIpzz0T6Y

ㅗ겨울에서 여름이 되기까지, 어쩌면 길고 어쩌면 짧을 수도 있는 그 시간동안 그는 계속해서 경찰서를 왔고,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벌써 반년이나 지났다는 경찰의 안쓰러운 어조에도 그는 아직 반년밖에 되지 않은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늘 그래왔잖아, 괜찮아.

그는 애써 저 자신을 다독였다. 가끔씩 길을 정처없이 걷다 보면 실종자 명단이 적혀진 종이가 눈에 밟혀올 때도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없어졌으면 했던 아이였잖아. 그 부끄러운 사실이 제 뇌리를 강타할 때면, 남자는 어김없이 가슴을 움켜잡고 꺽꺽거릴 수 밖에 없었다. 없어졌으면,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말하며 쉽게 상처를 줘도 된다고 믿었다. 그의 실패는, 그의 무능함과 자기혐오는 오히려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여동생의 목을 졸랐다. 너때문에, 너때문에,라는 말을, 그 아이는 몇번이고 들어야 했었다. 결국 그의 여동생은 그 추웠던 겨울날 하나밖에 없는 얇은 가디건과 함께 사라지고야 말았다. 이제 벌써 여름이 다 되어가는데 그의 여동생은 소식조차 없었다. 뜨거운 햇빛이 등을 내리쬐며 그를 조롱한다. 이게 네 벌이야. 달게 받아.라고 말하며.

ㅜ커피, 지갑, 볼펜

1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mamrPMhfIaFqM

나는 어른이 되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다.
가령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던가 하는것
당신의 욕구를 자신을 통해 채우려 하던 엄마 덕분에 그저 학원 집 독서실 학교가 전부였던 일상에서 차안에서 바라보던 카페 테라스의 사람들은 나의 환상이고 로망이였다.
지갑을 챙겨들고 거리를 나서자 길가에 즐비한 카페들이 보였다.
그럴듯한 분위기의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 하고 있자니 테이블 위의 볼펜이 눈에 띄었다.
커피의 컵홀더를 벗겨내 그 위에 볼펜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곳에는 고양이가 나비가 그리고 구름이 있었다.
슬며시 미소를 짓는 찰나 잉크가 뻑뻑해졌고 이내 나오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손을 댄 곳에는 어떻게든 나오게 하려고 애쓰던 흔적과 마른 잉크가 뚝뚝 끊겨져 있을 뿐이었다.

ㅜ도로 꽃 선풍기

17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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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maJESafbJHsCs

ㅗ나는 내 방에 선풍기를 틀고 앉아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도로가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는 아기자기한 화원 앞에 꽃이 가득 핀 화원이나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커피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등등이 내 오감을 만족시켜왔고, 나는 한가로이 차를 마시며 그것들을 감상하는 것이 굉장히 기분좋았다.

오늘은 낮의 일이 굉장히 바빴기때문에 저녁즈음, 늦은 시간에 도로가를 내다 보았다.
시원한 바람과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바깥을 바라보는 것은 낮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했고,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을 털며 살짝 몸을 빼어 보자, 화원이 문을 닫는것이 보였다.
벌써 문을 닫는구나, 저녁은 역시 잠잠하네.

평소와는 다른것을 느낀 저녁이었다.

ㅜ꿈, 유토피아, 세계

18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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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눈을 떴다. 눈 앞에는 가난한 사람도, 부유한 사람도 없는ㅡ 모든게 공평하고, 꿈만 같은 세계가 보였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모두 하하호호 웃고 있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행복하고 즐겁게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은, 꼭 행복한 유토피아에서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도둑 걱정 없이 활짝 열고 있는 대문, 바쁘게 발만 놀리는게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하며 다니는 거리. 공기를 타고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 소리와 향긋한 꽃 내음이 돌아 다닌다. 크게 숨을 들이켰다. ...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눈을 다시 떴다. 우중충한 색의 천장과, 좁아터진 원룸 사이로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이 본다. 창문을 열면 당연하게도 회색 정글이 보인다. 눈가를 손으로 쓸었다. 그만 출근해야지. 내가 살아야 하는 곳은 꿈 같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쓰레기 같은 디스토피아니까.


ㅜ의사, 메스, 피 공포증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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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6MvVHLGMRK6

┴ 환자의 상태는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한 방심을 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회의 자체가 무난하게 흐를 정도로 위험한 환자는 아니였던 게 분명했다. 솔직히 수술을 하지 않고 자연적인 회복을 기대해도 좋았다. 하지만 이 환자는 병이 진행되면 돈이 더 들 거라는 사실에 초기일 때 수술을 원했다.
회의는 환자 사정을 고려하는 부분으로 여유롭게 흘렀다. 수술해야할 부분을 제외하면 건강한 상태였으므로 다른 부분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그 수술 부분도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수술 방법에 대해선 가능하면 회복이 빠른 방법으로 결론 지었다. 위험성이 낮은 수술이였기 때문에 수술당일, 의사들은 물론 마취하기까지의 환자도 동요라곤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원하는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수술 중 환자의 상태는 급변해버렸다. 갑작스런 출혈이 일어났고 환자는 발작했으며 모두가 당황했다. 집도의로서, 그나마 냉철하게 판단하려고 했지만 출혈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계속 수혈을 하지만 출혈을 멈출 수 없었다. 옆에서 숫자가 떨어지고 있음을 긴박하게 전하는 목소리가 있음에도,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덜덜 떨리는 손은 이미 피 묻은 메스를 내팽겨친 뒤다. 하얀 마스크, 수술복은 피로 범벅이 되었다. 그 때까지도 나는 환자의 상태를 부정했다. 결국 다른 의사로부터 사망 선고가 내려진 다음에서야 깨닫는 것이다. 아, 죽었구나.
눈을 감은 상태로 몸 가운데에서 피를 뿜으며 손발이 덜덜 떨리던 환자, 끝내 입에서 피 거품을 물고 끝나버린 시신. 그 이미지는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수술하지 않아도 살아갔을 환자를 내가 수술해서 죽였다는 막연한 감각이 손을 타고 올라온다.

이후, 나는 더 이상 수술을 할 수 없었다. 피를 보면 아직도 그 때의 갑갑한 기운이 목을 죄여온다. 몸은 서늘해지는데 땀은 흐르고 손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떨린다. 마지막 수술실에서의 감각은 여즉 잊혀지지 않고 평생 숨을 편히 쉴 수 없도록, 거대한 죄책감과 공포로서 날 억압한다.

┬ 나무, 새, 바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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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jSKffMIRFQ

ㅗ  귓가에 들리는 새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손목수갑이 거슬렸다.  깨끔발을 들면 간신히 창 밖을 볼수있을정도의 높이에 내 얼굴만 한 크기의 지금은 열려있는 미닫이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에 잠이 깨지는것을 느끼며 정면에 있는 드라마 경찰서 취조실에서나 볼듯한 거울을 멍하니 쳐다봤다.
 작은 방에는 내 취향에 딱 맞는 인테리어로 되있었으며, 책상위에는 소중하게 키우던 작은 월계수 나무화분이 놓여있어 처음 눈을 떴을때 온몸에 소름이 돋고 무서워서 주위 물건을 미친듯이 부수고 부상을 입은채 잠들었는데 정리된 방에 상처가 치료되 있으니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지만 한달이 되가니 이 상황에 익숙해 지고 많이 나아진것 같다.
  처음엔 이 큰 거울을 볼 수가 없었다. 가끔 거울 너머의 누군가와 눈을 마주친듯 소름이 돋았고, 누군의 시선이 느껴져 불면증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멍하니 거울을 보고있으면 진정이 되고 편안하고 달콤한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어 일어나서 잠이 깰때까지 거울을 보는게 습관이 됬다.
  나는 아기때 운나쁘게 비리가득한 고아원에 버려졌고  성인이 되어 고아원을 나간 후 단기알바를 전전하며 살았다. 그런 나에게서 얻을 수 있는것은 아무도 없는데 대체 왜 납치한걸까. 설마 나를 사랑해서 잡아왔다면 나도 모르는 나의 매력을 대체 어떻게 알고 잡아온걸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질때마다 항상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 진다. 그리고  불안해진다. 나에게 관심이 사라진다면, 그래서 나를 풀어준다면, 나를 버려버린다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여기와서 처음으로 느깐 여유와 휴식을 다시 가질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젠 그 무엇도 나에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하는거라곤 거울을 보는것. 그리고 그 너머의 나에게 향하는 달콤한 시선을 찾는것.
  책상의 월계수 잎이 누렇게 변하고 하나 둘 떨어지지만 그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잠을 몇일이나 자지 않은 건지 침대에 무릎을 세우고 쭈그려 앉아있는 그의 눈가가 거무죽죽하고 눈이 풀려 마약중독자와 같이 매우 초췌한 절망하고 포기한듯한 모습이지만  눈동자에 비치는 절박함과 집착은 예전보다 더욱 질척해지고 더욱 어두워 져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를 넘기려 할 때쯤 그가 깨있었을때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문이 찰칵 소리를 내며 열렸다.


 ㅜ  손톱  악수  손수건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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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붉게 칠한 손톱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너는 그랬다.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저 멍하니 보고 있자 내 손을 억지로 잡아끌어 멋대로 악수를 하곤 "우리 이제 친구야?" 라며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나를 흔들어놓았다. 딱히, 너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다. 딱히 예쁘지도 않고 유아틱한 바디를 가진 너를 이성적으로 사랑하게 된 건 아니다. 단지, 오랜만에 마주한 그 순진함에 눈이 부셔 잠시 주저했을 뿐이다. 며칠간 너와 보낸 시간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럴 것이다.
나는 일어선다. 핏방울이 잔뜩 튄 뺨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ㅜ스카치테이프 꽃 피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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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책갈피 만들고 있어."
이름 모를 마른 꽃을 스카치 테이프로 칭칭 감은걸 책갈피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지만,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리라. 맞아, 파랑새도 색을 못 보는 사람에겐 까마귀일 뿐이지.
귀엽게 땋은 양갈래 머리가 선선한 바람을 따라 흔들린다. 어지러울 정도로 하얀 병실 안엔 테이프가 내는 신경질적인 소리밖에 없었다. 나는 이 잔잔한 상황이 익숙하다. 그래서 그런지 하품이 나오는걸 참을 수가 없다. 잠들면 안 돼, 이 작은 아이의 옆에서 오래도록 있어주는게 우리 둘의 약속이었다. 병실에 오래도록 있을 수밖에 없는 불쌍한 아이를 위해 내가 먼저 한 약속. 어른이 되어 약속을 먼저 어기면 창피하지 않겠는가.
바람소리는 상쾌하다. 인공적인 서늘함보다 눅눅한 미지근함이 더 마음에 드는 하루다.
"콜록."
정적을 깨는 기침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다. 방금 전까지와 다르게 계속 오르내리는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괜찮은 것 같아?"
고개를 젓는다.
"창문 닫을까?"
다시 고개를 젓는다. 나는 슬픔이 가득한 소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괜찮을 거야. 지금까지도 괜찮았잖아."
그렇지? 내 되물음을 소녀는 눈물을 한 방울 흘리는 걸로 대신한다. 어느새 만들다 만 파란 꽃받침은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리고 그 꽃받침 옆, 턱선을 따라 흘러내린 붉은 피가 그 꽃받침 옆을 장식한다. 열심히 만들던게 더러워지면 안 될텐데 소녀는 그걸 모르는 눈치다.
"나, 나갈게."
"응."
"꼭 나아야 해, 꼭이야."
소녀는 못내 아쉬운 듯 내 손을 꼭 잡았다.
"다음에 내가 반드시 꽃받침 줄 테니까."
"기대되네."
"다음에 또 보자."
아빠.
소녀는 꽃받침을 주워들고 후다닥 병실 밖으로 나갔다. 문이 완전히 닫히는걸 본 뒤에야 나는 마음 놓고 기침을 할 수 있었다. 목구멍을 거꾸로 울컥 올라오는 피가 오늘따라 이리 원망스러울 수 없다.
용캐 무사하구나. 문이 닫히기 전 마지막으로 본 소녀의 손에는 깨끗한 꽃받침이 있었다. 나는 소녀가 정말 대견스럽다. 자신을 입양한 사람이 불치병 환자에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듦에도 불구하고 저만치 올곧은 아이로 자라주었다는 데 신의 축복을 느낀다. 정신이 아득해지기 전, 나는 언제나 기도를 한다. 저 아이가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 오늘은 저 꽃받침같은 사람이 되어달라고 빌까.
그리고 나는 잠들었다.

ㅜ침대 여행 소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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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여행을 떠났다. 도시의 소음에 지칠대로 지쳐버려린 나였기에 무작정 짐만 싸고 기차를 타 버린 즉석여행. 덜컹이는 기차에 몸을 실어 떠난 여행은 기차의 소음으로 가득 차올랐다. 창 넘어로 보이는 나무와 푸른 하늘, 기차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가 칭얼이는 소리와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침대 만큼 푹신하진 않은 의자에 몸을 기대어 소리에 파묻혀간다.


ㅜ 시계 이별 상자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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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너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마저도 너를 생각하는 거란 사실을 나는 잊은 듯 싶었다. 내가 널 잊을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가는 시계는 그저 헛고생을 했던 건가. 너에 매달려있던 추억을 하나하나 떼어냈다. 언젠가는, 더 좋은 사람 만날거야. 라며 나를 열심히 위로했다. 너의 상냥한 말투가, 이렇게나 행복해서 마치 거짓말 같았던 이야기가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너는 그게 아니었나봐. 떼어낸 추억을 이 상자에 담아 넣어.
만약 어딘가에서 네가 웃는다면 나는 그것만으로 괜찮아. 이런 아픔마저도 없으면 나는 그저 제자리에 머물 테니까.

ㅜ 별 반지 아파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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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wA9D7MtL5k

ㅗ 어라, 여기서 못 보던 상자가. 남자는 이사를 가는지 택배상자와 짐이 가득 담긴 상자를 나르다 먼지가 가득 묻은 보라빛의 작은 상자를 발견했다. 잠시 나르던 짐들을 내려놓고 상자를 집어들어 뚜껑을 열자 안에 담겨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계였다.
? 아, 이건.
 금세 회상에 젖어든 그가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었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왜 이런 걸 여기서 발견한 거지? 그녀가 달라고 해서 찾을 땐 죽어도 안 보이더니.
? 됐어, 그딴 거. 돌려 받고 싶지 않아.
? 잠깐만, 잠깐만 내 이야길 들어 줘.
? 이거 놔!
 일순간에 조용해진 카페 안, 이목은 우리에게 집중 되었고 시선이 참기 힘들었던 난 널 강제로 자리에 다시 앉히려 했다. 돌아오는 건 차가운 네 시선과 미처 꺼내지 못한 남은 내 말들. 내 단어들. 시선에 숨이 턱 막혀 잡았던 손목을 놓았고 정신을 차렸을 때엔 나만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 이제, 정말 이별이야 오빠. 안녕.

ㅜ 불륜, 살해, 가정폭력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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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49y2ujkyacc

ㅗ오늘도 또 얻어맞았다. 하루 이틀 있는일도 아닌데 가정폭력이라는거 참 매섭다. 마음속에 가라앉아있던 응어리를 자꾸만 건든다. '그 새끼가 불륜을 일으킨걸 왜 내탓으로 돌리냔말야..' 나도모르게 주먹을쥐고 다가섰다.
ㅡ 너 같은건 아빠도아니야. 뭘 야리는거야 그딴 표정으로 날 억누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ㅡ 하지만 그 사람도 널 위해 많은걸 했을거라고. 그깟 살인으로 이 일을 잊을 수 있을것같아? 제발 정신차려!
ㅡ 너도 당해왔잖아? 나보다 니가 더 아파했을것 같은데 착한척하지마 그딴 본능 이제필요없어
ㅡ 이러지마 무너뜨리지말라고..
"후하...."
나도 모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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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49y2ujkyacc

>>26 ㅜ 콧바람, 슬픔, 복통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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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cUsmhEdCUE

ㅗ 알 수 없는 복통에 괜히 서글퍼졌다.
방한칸 없는 자취방에서 이불을 끌어안고 콧바람을 쌕쌕거리며 드러누워 있으니 그게 그렇게 서글플 수가 없었다.
이마에 수건이라도 얹어야겠다는 생각에 화장실로 겨우 걸음을 옮기는데 그만 전날 화장실 청소를 하겠다고 난리부르스를 치며 바닥에 비누칠을 하던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그 축축한 바닥에 미끄러넘어졌다.
옷이, 머리카락이, 온몸이 물과 비누거품으로 범벅이 되어서 누워있는 꼴이 서글프다 못해 슬픔이 벅차올라 난 그렇게 한동안 눈물만 끅끅되며 뱉어낼수밖에 없었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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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cUsmhEdCUE

ㅜ 공부 내일 불안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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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FU4Hzp7VY

성적도 고만고만하고 재능마저 그저그런 고3에게 내일이라는 단어는 불안하고 흐릿한 단어일뿐이다.
내일이 불안한 이유는 내가 공부를 못하기 때문이고 내일이 불안해지지않으려면 내가 공부를 잘하면된다. 결국 공부를 못하는 나에게 미래는 평생 불완전한 존재인것이다. 거지같은 현실에 반항해보려고 연필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그렇게 몇십년이 흐르고 모두가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시작하였을때 나는 더욱더 절실히 깨달았다. 공부를 포기했던 나에게 안정적인 생활은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라는걸.

ㅜ 애인, 죽음,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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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언제였던가, 나의 애인과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죽음이란 내 모든 것의 정지인 것일까, 모든 것의 시작인 것일까. 저 하늘 위 새카만 먹구름처럼 무거웠던 그 이야기는 쉽게 종지부를 찍지 못 하고 텁텁한 연기처럼 흐려져버렸었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우리에게 죽음이란 시덥지 않은 언덕같은 존재였기에 우리는 죽음이 다가오는 날에도 같이 있을 것이라며 달콤히 속삭이기만 하였다. 그저 막연히 사랑하기만 했었다.
지금은 그저 차가운 얼음 마냥 서로를 지우기에 바쁘지만.

ㅜ 생명 눈물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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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3년간 권태기는 있었어도 서로 한 눈 팔지않고 나름 뜨겁게 사랑했었다.
그런데 지금 너의 생명의 불씨는 일반 병동의 한 병실안에서 서서히 꺼져가고있다. 너가 떠나가려하는데 난 너에게 눈물만 흘리면서 너가 제일 좋아하는 내 미소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추한모습으로 널 보내줄 준비를 하고있다. 절망스럽다 정말. 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이 죽음을 앞둔 남주인공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 남주인공은 기적처럼 아픈데가 없다는 듯이 일어나서 울던 여자주인공을 꼭 껴안아주던데, 현실은 정말 싸늘하다. 내가 희망적인 생각을 하면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을수록 너의 눈은 서서히 감겨가고있다. 졸음이 몰려오는 듯하다, 영원한 졸음. 너가 눈을 감기전에 내가 꼭 보여주고 싶은거를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너에게 마지막이 될 나의 미소. 이제 넌 편히 갈 수 있을거라고 믿으면서, 하염없이 울고있다 입꼬리만 올라간채로.

ㅜ아메리카노 형광펜 키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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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Io00kht93E

사랑하는 사람과 첫키스를 하면 귓가에 종이 울린다 했던가
어디서 봤던 말인지 기억도 안나는 나이가 됐지만 나는 아직까지 그에 대한 사실여부를 알 수 없었다
길가에는 형광팬과 같은 색깔의 야시시한 전광판이 반짝이고 , 그 길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나는 마치 그곳의 주인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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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Io00kht93E

한낮에는 괜히 마시지도 못하는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자연스럽게 풍경에 섞여들어가기를 원하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밤이 된 지금은 한껏 튀어야 한다
길가에 널부러진 저 인간에게라도 골라져야 한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도 평생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키스는 해보지 못하겠지
(저런짓 나쁜겁니다 착한 어린이는 꿈도 꾸지 말것♡)

ㅜ 라이터 에어컨 목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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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틱...'...계속해서 라이터를 켜보았지만 이미 닳아버린 라이터는 불따위 켜내지 못했다.

'꽃향기 모텔' 이라고 쓰여있엇던 라이터는 이미 내손안을 벗어나 쓰레기통속으로 들어가버린지 오래.... 꽃향기처럼 입을타고 퍼지는 입김...

 .. 하...겨울이다..눈이하얗게
 내리고 있어.. 나는 담배를 물었던 담배를 다시ㅁ 곽속에 넣고,내 목도리를 다시동여맸다....추워  ...."나왔어!"

"왔어..?"

부엌에서들리는 따뜻한목소리...내하나뿐인 여동생..리혜

"한겨울에 에어컨은.."


"불앞에 있으니더워서..헤헤"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면서 하하호호 웃었다...
화려한..크리스마스이브

오늘은 아마 따뜻한겨울이될것같다.....

ㅜ책상,립스틱,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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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책상에 앉아있기엔, 너무나 심심한 주말이었다. 나는 전화를 해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누구냐고?

쭉 짝사랑해온, 소꿉친구 예나되시겠다.

"오, 왠일이냐? 니가 떡볶이를 다 산다그러고?"
"주면 받아~ 의심하면 안사준다?"

오늘따라 그녀의 붉은 입술이 눈에 띄었다. 립스틱? 뭐든 좋았다. 그녀를 독보이게 해 줬고, 빛나게 해 줬으니까.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입술에 계속해서 눈이 가는바람에, 그녀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정신을 차리고나니 아까전의 붉은입술은 지워져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더 아름다웠다. 매운 떡볶이의 탓인지.. 투명한듯이 붉은색이 올라왔고.. 나는 그 입을 덥치고야 말았다.

립스틱따위로 만들어진게 아닌.. 그녀만의 입술을 원했으니까.

ㅜ 손수건, 미안,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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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내가 다 미안해..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응? 제발 떠나지만 마 제발..
5년간 사귀어온 남자친구가 오늘 이별선고를 했다
 
오랜만에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늘상 바쁜 일을 핑계로 만남을 미루고 또 미루던 남자친구가 전화로 오늘 만나자는 말에 그저 기분이 좋아 아무 의심도 없이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설레는 마음을 감히 주체할수 없어 깨끗이 샤워를 하고 거울앞에서 패션쇼를 하고, 두시간 동안 공들여 화장도 했다 약속 장소로 나가 오랜만에 만난 남자친구에게 팔짱을 끼고 그 여느때와 다름없이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쇼핑도 했다 남자친구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이상한것도같았지만 애써 무시하려 노력했다

늦은 저녁, 데이트를 끝마치고 남자친구가 내게 할 말이 있다며 집앞 놀이터로 가자 했다 불안한 마음이 앞서면서도 마음한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나는 웃으며 남자친구를 따라갔다

"와, 이 그네 우리 고등학교 다닐때 말곤 처음이다 그치?"

 남자친구와 함께 쌓은 고등학생때의 추억을 되새김질 하며 얼굴에 한껏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하지만 무던한 내 노력은 알아주지도 않고 시종일관 표정이 좋지 못하던 남자친구가 내게 말했다

"우리 그만 만나자"

'우리 그만 만나자'  내겐 마치 사형선고같은 말이었다 내가 다 잘못했다고, 내가 다 미안하니까 제발 이별선고만은 하지말아달라고 남자친구에게 매달렸지만 무정하게 내 손길을 뿌리치고 자리를 떠났다
고등학교 2학년, 놀이터 앞에서 남자친구가 고백한 행복했던 순간부터 비참하게 이별을 선고받은 오늘까지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너와 함께한 추억이 시작하고 끝나버린 놀이터에서 학교도 나가지 않은 채 꼬박 이틀을 울며 보냈다

"자요, 닦아요, 눈물"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어린 손이 내게 내밀어졌다 노란 나비 자수가 곱게 수놓아진 하얀 손수건을 받아들곤 그 주인을 올려다 보았다 생각했던 대로 교복을 입곤 아직 학생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얼굴을 하고있는 그 남자애는 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울지마요"

픽 웃음이 나왔다 5년전, 열 여덟의 너도 이랬었나
네 손수건을 받아들었을때 이게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ㅜ수능,꽃다발,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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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한 손에는 꽃다발을 쥐고 다른 손으론 찢어진 수험표를 꾹 붙잡은 채로 당당히 앞으로 나아갔다. 신이 나 달려가는 동기들을 지나치고 해묵은 상가를 지나 가로등 밑에 고요만이 잠식된 어느 한적한 골목길에게 멈춰섰다. 새어나오는 입김을 잠시동안,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이어 바라보자니 지금 저게 하늘일지 동굴의 천장일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만약에 천장에 가까운 존재라면 그 이외에 또다른 하늘이 있다는 뜻이어서 내심 기대가 되는 상상이었다. 수능에선 해의 자전을 이유로 들어 하찮다며 깎아내리겠지만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그 시간은 과거였고 지금은 기어코 기어 올라온 미래였다.

품에 꽃다발을 껴안고 잠시 눈을 감았다. 불안함이 토양에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난 한 그루의 그늘이 있다. 다행히 그 뿌리는 '나'라는 근원을 토대로 한 받침대를 디디고 있는 터라 쉬이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나무를 꼬챙이로 들쑤시거나 잘라낼 마음은 없었다. 그마저도 자아였다. 발전을 위해 상처입는다면 너무나 가혹했고 헤집어진 나 자신이란 토양은 자리잡으려 눈물을 흘려야 하기에 옹이 근처에 손을 올려 속삭여주었다.

괜찮아.

꽃다발을 안겨주며 다시 한 번 속삭였다.

괜찮아.


ㅜ손가락, 책장,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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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pAzwL16XCY

ㅗ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따스한 햇살과 봄바람이 몸을 감싸는 행복한 기분과 나른한 기분이 물감처럼 섞여져 오묘한 자극을 흘려보낸다. 느릿하게 일어나보니 눈 앞에 보이는 책장 하나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천천히, 이끌리 듯 책장에 손을 대 하나의 책을 꺼내들고 첫 장을 넘겨버렸다.
아, 행복한 환상이였구나. 다시 눈을 뜬 세상은 회색빛의 매캐한 현실이였다.

ㅜ 꿈 나비 신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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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내게 있어선 너는 나비와도 같다.
잡아두는게 너에게 얼마나 괴로울지 무서울지 알면서도
난 아름다운 널 내 욕심과 욕망을 위해 가둬둔채
웃음지으며 그것이 나의 희망이자 꿈 그리고 사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나의 욕심을 충족해 나갔다.

허나 내 사랑의 형태는 얼마 못가서 부서져 내리고 말았다.
너는 내가 일때문에 잠깐 나갔을 동안 신고있던 신발의 끈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을 직접 졸라 자살하였다.

그렇게 죽은 널 보며 2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를 죽인거야' 그런데
'너는 죽은 것마저 사랑스러워' 난 최악이다.

ㅜ 창밖 푸른달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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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문뜩 창밖을 보았다. 창밖에 떠오른 푸른 달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푸른 달의 색이 너무나도 오묘하고 신비하여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 자리에서 나는 얼어붙었다. 그리고 나는 고통 속에서 구원받았다. 그 푸른 달에게서.

ㅜ 거울 사랑 이별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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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잘도 버텨왔던 그간의 고뇌를, 햇빛내리쬐던 더운여름 매미의 울음속에서 또 감지해버렸다.
어릴땐 사랑이라 하면 그저 설레이는 그 감정들을 내세워 내가 뭐라도 되는냥,
널 만날것도 모르고 지껄였던 이별의 글귀가,
매일아침 마주해야하는 거울앞에서 여러번, 그것도 지속적으로, 날 포기하게했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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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새벽,짙은,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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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더위에 새벽에 깨어나 한창 짜증이 올라왔다. 주섬주섬 휴대폰을 찾고있는데 발밑에 이불과 함께 둔탁한 무언가가 치였다. 휴대폰이였다.
3:26am
한창 잘시간에 깨어나 더이상 잠도 오지 않았다. 잠깐 바람이나 쐴까 해서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밖도 여전히 더웠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가루가 잔뜩 뿌려져있었다. 짜증났던 기분은 어느새 이런 장관을 보게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으로 변해있었다.

ㅜ파란,가방,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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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마냥 며칠 내내 비만 퍼붓더니 웬일인지 모처럼 날씨가 좋다. 바깥을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절로 기분이 좋아져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걸어가다 툭하고 무언가 발에 채여 걸음을 멈춘다.

"어라, 왜 이런 게 길에 떨어져 있지."

내려다 본 바닥에 떨어져 있던 종이를 들어보니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확실하게 적혀 있는 것이 편지임에 틀림없다. 집배원이 배달 도중에 떨어 트린 건지, 아니면 편지를 쓴 사람이 들고 가다 떨어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받을 사람은 이것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택배를 기다릴 때의 설레는 마음과도 비슷하리라.
마침 약속 장소까지 가는 도중에 빨간 우체통이 있는 것이 떠올라 그 안에 넣을 생각으로 들고 있던 편지를 구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방에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행복할 얼굴을 상상하며 다시 가던 길을 걷기 시작한다.

ㅜ달력, 추억,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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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몇 시간 뒤면 너와의 기억 그리고 추억마저도 사라진다
너는 그곳에 잘있겠지. 지평선 너머로 너의 울렁이는 모습을보자 마음속 깊이 잠들었던 울컥함이 내 코와 눈을 간지럽게해 너는 내게 그런존재야

죽는것보다 너를 못보는게 싫어

나와 사계절을 함께 하겠던 말. 기억나?
너는 우스갯소리로 말한거겠지만
나는 너의 그 말이 진심처럼 들려왔어

안녕 내사랑 결국은 너와 함께 달력의 반년을 채우고
나머지 반년은 내 미련속에 담아두고갈께

나 겨울 싫어했던거 알지?

그런데 너와 만난 그 계절,겨울은 나에게 가장 가슴시린 봄이였어

잘지내


ㅜ가을,책상,머그컵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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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쌀쌀한 가을 하늘을 쳐다보며 책상에 책과 머그컵을 꺼낸다. 작년 이맘때쯤의 너를 추억하며 너의 추천으로 산 책을 읽고 너의 마지막 표정과는 다르게 따뜻한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두손으로 감싼다.
아직 잊지 못한다.
 아마 내년 가을에도 내후년 가을에도 너의 마지막 표정을 닮은 쌀쌀한 가을이 찾아올때면 난 너의 추억이 담긴 책과 너의 포옹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꺼내겠지-


ㅜ이별,사랑,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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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홧김에 이별을 고하는 것과 함께 너와 나누었던 사랑의 순간들이 지독하게도 외로웠었다고 전했다.
누군가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외로움에 묻혀있는 것보단 차라리 곁에 아무도 없기에 외로워한다는 모양새가 더 나아보일거 같다며..
그리고 지금은 그 순간에는 떠오르지 않던 즐거윘던 추억들을 회상하고 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할 때면 조금은 후회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ㅜ 거짓말, 피시방,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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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어느 때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내 친구 숙희가 죽었던 년일것이다. 아마 그때 나는 내 애인과 피시방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었다. 아니, 그녀석은 거짓말도 많이 치고 하는 애였지만 "이건 연인과의 약속이니 지킬게"라며 나랑 약속했었다. 그런데 뭔일인지. 약속시간인 5시부터 두시간도 훨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거였다. 어째 뭔가 불안해서 보니, 애인의 집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어째, 집 앞에서부터 쏴―한거 아닌가. 그래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봤더니 다른 계집애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라. 난 충격먹었대. 아니, 연인인 날 내비두고 바람피던건가? 어찌돼건간에 일단 애인의 변명부터 들어야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문을 '쾅!' 소리나게 열면서 외쳤다.
"야!" 아마 애인녀석은 깜짝 놀랐을거다. 왜 내가 여기있냐면서 말이다. 그리고 내 생각을 옳았다. 벙찐 채로 날 바라보며 더듬더듬 묻더라. "어.., 어음, 네가 왜 여기에..?" 이런것도 생각하지 못하다니, 하여간에. 난 대답할 필요도 없어보였나보다. 그때 아마 대답은 안하고 바로 다음질문으로 넘어갔으니 말이다.
"야! 약속 잊었어? 와 진짜 네가 그럴줄은 몰랐다! 엉?" 공기반 소리반으로 외쳤었다. 이런 거짓말쟁이 녀석에게 내가 왜 이렇게 힘을 뺐는지 이해는 안가지만, 그래도 그녀석이 바람핀것을 용서할수 없었다. 심지어 바람피는것으로 약속을 깬 것은 더더욱.

ㅜ그늘, 부채, 마룻바닥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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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uCyn0+A9SY

ㅗ"어머니,저희 왔어요!"
오랜만에 오는 한적한시골.간만에오니 따사로운 햇빛과 마을사람들이 우리를 반긴다.
"여보,우리 저번추석에 오곤 못왔었지?"
"응.시골,정말오랜만이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러 가끔오곤했는데,
요근에는 일이바빠서 통 오질못했다.
"집 마룻바닥도 참 많이 낡았지..어머니를 우리집으로 데려가도 될거같.."
"뭐라고,했어?"
"아,아니야!혼잣말이야!"
"..알겠어."
..아직은 역시 안되겠지?어머니나 살펴드리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후,힘들다.역시 너무더워.여보야!부채어딨는지알아?"
"어!거기 작은책장 위에!"
"고마워!여보야!"
책장위의 부채를가지고 그늘진 곳을 찾았다.저기 처마밑이 보였다.부챗바람과 바람이 선선히 불어온다..

ㅜ꽃말,세잎클로버,행복.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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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zEckkaGu4cM

ㅗ "그거 알아?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래."

세잎클로버 하나를 따다가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보던 네 모습이 그립다.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또 다시 길을 떠난다.

혹시 모를 마지막 희망을 붙들면서.

ㅜ 말로, 피, 추억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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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vfGvHJmLJzk

ㅗ그 여자의 말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시골 구석의 요양원에서, 그곳에 있는 다른 노인들이 그렇듯이, 딱딱한 병원침대에 누워 말없이 과거를 추억하는것이 일상이었다.어느 순간, 그 노인은 피를 토하고는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 곁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쓸쓸한 말로였다.

ㅜ 비, 시간,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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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fftzeLdU

ㅗ비가 추적추적내리며 뜨거운 대지를 시원하게 적셔주었다. 비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아주 좋은 일이었다.
어두컴컴한 밤에 쏴-하고 울려대는 빗소리는 내 마음을 매우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주위의 만류를 무시한체로 등불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흐르자 등불은 물 속에서 꺼졌다.

난 어디로 가버리는걸까.

ㅜ시계, 이불, 커터칼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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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1pMBnxrJA

ㅗ 시계가 똑딱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그래, 넌 계속 가겠지.. 이불에 떨어진 붉음에 눈이 아프다. 하지만 한번으로는 모자랄 지도 몰라, 커터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ㅜ 만남, 도서관, 포스트잇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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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Wto6Pn+7U

ㅗ우리의 첫 만남은 도서관이었다. 누군가는 청춘영화의 한장면이라고들 하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우리의 여름은 지독했고 고통스러웠다. 너는 포스트잇을 즐겨썼고, 나는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이제서야 생각해보면 모든 게 달랐는데, 어떻게 그런 관계를 맺었는지조차 신기하다. 뜨거웠던 여름과는 달리 지금은 차갑게 식어버린 온도가, 너를 세상에서 가장 이질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과거의 추억은 한낱 꿈이었다는 것처럼, 오늘도 넌 나를 무심히 스쳐지나간다.

ㅜ체스, 망고, 바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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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FvD5zrXBQyI

ㅗ 소녀의 가는 손가락이 나이트를 채 집기도 전에 q는 자신의 패배를 깨닫는다. 이거, 3판째인데 도저히 널 이기지 못하겠구나. 과장되게 두 손을 들어올리며 항복 의사를 표하는 q를 보고 소녀는 수줍게 웃는다. 우리 건배나 하자. q가 맥주잔을 소녀의 눈높이에 맞추어 낮게 들어올린다. 소녀는 맥주 대신 망고주스가 들이찬 유리잔을 조심스럽게 가져다 댄다. 둘의 건배, 합창에 맞추어 맞닿은 두 대양에서 해일이 일어난다.

ㅜ 녹차,대나무,야구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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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tGvLYHwr4k

왜 대나무로는 야구배트를 못만드는거야.
파릇하고 여린 녹차 잎이 나오는 어느 봄, 소년은 녹차밭에 숨어 투덜거렸다. 다른 아이들은 야구공이며, 글러브며 다 가지고있다고 중얼거리던 소년은 이내 밭두렁에 벌러덩 누웠다.

'나도 친구들이랑 야구하고싶단 말이야....'

소년은 분한듯 몇번 씩씩대다 이내 잠이 들었다.

스윽,하고 누군가가 소년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소년앞에 손을 몇변 휙휙대더니, 이내 잠든 소년의 곁에 길다란것과 커다란 장갑같이 생긴것, 작은 공을 두고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소년의 곁에는 야구 배트와 글러브 작은 공이 조용히 자리했다.

ㅜ가방, 노래, 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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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FvD5zrXBQyI

ㅗ 폐장 시간이 가까운 우동집은 한산하다. 30대 초반의 여급인 다희 씨는 카운터에 턱을 괴고 벽시계를 쳐다보고 있다. 마치 왜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느냐고 질책하는 듯하다. 시곗바늘이 가까스로 폐장 10분 전을 가리켰을 때, 가게의 미닫이문이 삐걱대며 열린다. 깔끔한 수트 차림에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 중년 사내이다. 적당한 길이의 소매로 덮인 오른팔에는 서류가방 하나가 들려 있다. 때늦은 손님이 달갑지 않지만 다희 씨는 친절하게 인사한다. 어서 오세요-.

-혹시 제가 너무 늦은 시간에 왔나요?

 사내는 정중한 태도로 묻는다. 거친 말투의 성인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살아온 다희 씨의 굳은 입술이 사르르 풀린다.

-곧 문 닫을 시간이지만 괜찮아요. 주문을 도와드릴까요?

 사내는 우동을 한 그릇 주문하고 능숙하게 다희 씨에게 말을 건넨다. 둘 사이에 오가는 사담에 어색함이라곤 없다. 어느 샌가 미혼인 다희 씨는 중년 남성들의 매력에 대해 떠들던 친구를 떠올린다. 늦은 시간에 가게를 방문한 이 신사적인 손님이 근처의 모 회사에서 일하는 중역이고, 방금 퇴근했으며,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알아냈지만 다희 씨는 그에 대해 더욱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낡은 우동집 의자에 앉아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매너를 갖춘 사내를 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아래위로 훑어보던 다희 씨는 문득 옆에 놓인 서류 가방에 눈이 간다. 남자는 다희 씨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의식하고 먼저 말을 꺼낸다.

->아래 레스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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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FvD5zrXBQyI

-아무래도 제 직책이 직책인지라 이런 경우가 종종 있죠. 부하 직원이 깜빡한 일이 있으면 제가 처리하는 쪽이 편하니까요.

 사내를 한층 더 우러러보게 된 채, 우동을 먹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희 씨는 이미 폐장 시간이 넘었음을 깨닫는다. 사장님은 오늘도 늦네, 조그맣게 투덜대는 다희 씨에게 막 식사를 끝낸 마지막 손님이 온화한 미소를 보낸다.

-밤 길은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요.

 계산을 끝내고 나가는 사내의 뒷모습을 아쉽게 지켜보던 다희 씨는 어디선가 들려온 노랫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주 들어 본 적은 없는 아이돌의 최신곡이다. 뒤를 돌아보자 사내가 앉았던 테이블에 그대로 남겨진 서류 가방 속에서 벨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급히 사내를 불러보지만 거리에서는 사람 그림자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다희 씨는 중후한 멋의 신사와 어울리지 않는 벨소리에 갸웃하지만 분실물을 매개로 그에게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어 내심 기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손쉽게 열린 서류 가방 안쪽을 들여다 본 다희 씨의 얼굴이 의문과 공포로 일그러진다. 가방 안에 든 것은 부하 직원이 빠뜨린 서류가 아니라 인근 여고의 교복 치마이다. 주머니에 벨을 울리는 분홍빛 스마트폰이 든.

ㅜ윤동주, 자동차, 방탄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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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먹구름이 가득해 곧 비올듯 한 날. 사람도 차도 건물도 별로 없는 한적한 동네에 50년은 된듯한 낡은 서점에서 왜인지 눈에 띄는 먼지쌓인 책을 샀다.
 ' 아, 이거 교과서에서 봤었는데. 그립네.'
 오랜만의 추억거리에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지어졌다. 오랜만의 옛날추억에 잠겨있는데 톡 톡거리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점점 더 거세게 오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책을 옆에 두고 시동을 걸어 운전하는데 창문에서 빗물이 새어나와 자꾸 얼굴에 맞았다.
 '방탄유리니 멀쩡한 줄 알았는데 글러먹었네. 앗, 이런'
 조수석 창문에 무언가가 떨어진듯 원모양으로 된 금에서 새어나온 빗물이 펼쳐져 있는 책에 떨어져 얼른 잡아 챘지만 한 페이지의 절반이 이미 젖어 있었다.
 빗물에 빨갛게 얼룩진 한페이지. 그리고 제가 잡아  묻은 빨간 지문 옆의 글귀 '죽는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 좋네. 마음에 들어."
 정말인지 그는 눈까지 휘며 짙게 웃음을 지었다.

 ㅜ 눈물 코미디 편지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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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편지가 도착한 날이었다.
너는 나를 떠나고 갔었다.
나를 떠나고 갔으면서, 편지를 보낼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비웃는 것인가. 아니면 동정하는 것인가. 네가 내게 보낸 편지 때문에 나는 또 다시 우스운 꼴이 되어 버렸다.
또 다시 희망을 가져버렸다. 뜯지도 못한 네 편지가 가진 의미를 수천 가지는 생각하면서.
너는 내게 뭐라고 하고 싶었을까. 왜 편지를 보냈을까. 요즘같은 시대에, 할 말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해도 족한것을.
왜 내게 편지를 보냈을까. 아끼고, 또 아끼던 편지를 떨리는 손으로 마침내 뜯어 보았을 때, 보인 글씨는,
아, 나를 우습게 만들었다, 너는 또. 나를 버리고 갔던 그 때처럼, 나를 설레게 했던 바로 방금 전 처럼.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래, 코미디가 따로없었다. 혼자 설레고, 혼자 잃고, 혼자 슬퍼하고, 혼자 아파하는, 원맨쇼, 그 가운데 춤을 추는 코미디언. 눈물을 흘리되 눈물을 보이지 않아야 하는 코미디언. 하얗고, 얇은 종이 뒤에 숨은 관객은 코미디언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나쁜 자식.
나한테까지 청첩장을 보낼게 뭐람.

ㅜ 톱니바퀴, 시계, 공간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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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은 아마도 파도가 모래알을 쓰는 소리, 그리고 팽팽하게 당겨진 피아노 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그 뒤를 따라왔다.

"오, 세상에,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 했지 뭐니!"

머리가 반쯤 벗겨진 키가 작고 통통한, 그러니까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수학 선생님같은 중년 남자가 바삐 움직이며 소리쳤다. 온 사방이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진 참으로 기묘한 공간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 남자가 건네주는 공구들을 받아들었다가, 다시 그에게 알맞은 공구를 건네는 것을 반복했다. 누군가 내 뒤통수를 후려쳐 쓰러진 것도 아니고 술을 진탕 퍼마시고 길거리에서 퍼질러 잔 것도 아닐진대, 왜 멀쩡하게 내 침대에서 잠들었던 내가 눈을 뜨자마자 생판 모르는 요상한 남자의 수발을 들고 있는 지가 의문이었다.

"신이시여, 왜 이렇게 고장난 톱니들이 많은지. 거기 있는 나사를 좀 조여주겠니? 그래, 그것 말야."

"이봐요, 당신 대체 누구예요. 누군데 나한테 이런 막노동을 시켜요?"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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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제멋대로 시계 안으로 뛰어든 침입자를 재워주고 깨워줬으면 그걸로 됐잖니? 우선 거기 나사부터 해결하자꾸나."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남자가 가리키는 나사를 조였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톱니바퀴들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서로를 굴리고 굴러갔다. 아무래도 내가 들었던 소리는 톱니들이 맞물리는 소리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제 다 했으니 말해주세요. 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예요? 왜 멋대로 잘 자고 있는 사람을 납치한 거죠?"

"납치라니, 그런 끔찍한 소리 말아라!

세상에, 양팔로 스스로를 끌어안은 채 부르르 몸을 떠는 중년 남자는 덥수룩한 수염의 외양과 이다지도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ㅜ 크레파스, 하늘을 나는 배, 날개.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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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로 무엇을 그려볼까나. 사람? 동물? 식물?? 이왕이면 내가 어렸을 때 꿈꿔왔던 하늘을 나는 배를 그려볼까? 스케치북에 그냥 배를 그리고, 돛도 달고, 창문도 그려놓고, 아 이왕이면 갈색으로 그리자! 그리고 키작고 배불뚝이 선장 하나 그려놓고 알록달록하게 많은 사람들을 그리자. 그리고 날개를...날개를 달고..

 그래,알아. 이거 다 꿈인거. 사람들은 알록달록이 아니라 흑백이야. 배는 하늘을 날지 못하지. 나 도대체 몇 살인데 이런 짓을...
 난 언제쯤 날개를 달고 하늘로 갈까. 예전부터 오랜 꿈이었어. 난 이제 하늘로, 훨훨-

다음날 신문에 팔에 날개를 그려놓고 자살한 사람의 기사가 나왔다.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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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ozr81l0XwU

>>64 아 빼먹어버렸다!
ㅜ여름, 어울리지 않는, 솜사탕

66
별명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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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nIhZEvWrrk


그 날은 내가 겪은 여름 중 가장 무더웠고 푹푹 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며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여 일찍 집을 나섰다.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내가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다. 괜찮다. 여름의 열기에 녹아버리는 솜사탕처럼 나도 오늘 세상에서 사라질테니까.

ㅜ 안경. 발. 거짓말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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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6KfPvzqgS7w

ㅗ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유리 조각들이 발을 찔러왔다.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곧 발바닥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천천히 안경을 꺼내들었다. 이제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붉은 빛으로 덮인 유리 더미에 맨발로 서있는 나. 언제부터 여기에 서 있었던 거지. 눈물이 흐를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는 그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진 공예품을 좋아하던 그녀 생각이 난다. 네가 반짝일 수 있게 널 비춰주는 태양이 되어 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지. 미안. 거짓말했어. 너에게 난 유리의 투명함을 더럽히는 이 새빨간 핏덩어리였을 뿐.
유리 위에 떨어진 물방울은 너무나도 눈부시다.

ㅜ 시계, 공원,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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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그 시계를 줍지 말았어야 했다.
 할머니께선 버려진 물건을 함부로 줍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그리도 하셨다. 그러니까 지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 건 순전히 내 잘못이다. 음기라든지 팥을 뿌린다든지 그런 건 전부 구시대적 미신으로 치부해버린 내 잘못.
 아니, 생각해보면 이거 전통종교랑 관련있긴 한건가? 잘 모르겠다. 지금껏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구닥다리 시계 하나 주웠다고 이렇게 세상이 멈춰버리는 현상 같은건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오후 7시, 평소같았다면 산책하러 나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동네 공원에서 지금 나는 이리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살아오면서 느꼈던 중에 가장 큰 외로움 말이다.
 "저기 누구 내말 들리는 사람 있어요? 손!"
 손을 들기는 커녕 미미한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는다. 목을 쥐어짠 보람이 없다.
 역시 시계 때문이라고 길바닥에 버리거나 있었던 자리에 돌려놓기도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바람조차도 멈춘 공원에 움직이는 것은 나 하나뿐. 달리던 채로 굳어있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나는 머리를 쥐어뜯는다. 이젠 어떡하지?

ㅜ 고백 양파 비닐봉투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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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에 문을 기껏 문을 열었더니 아무도 없었다. 뭐야.. 하고 집에 들어서려는 순간 시야에 검은 물체가 아른거렸다. 누군가 고의로 쓰레기를 버려두고 간 것이다. 원한 살 만한 일은 딱히 하고 살진 않았는데.. 역겹고 뭐가 들어있을지 몰라 두렵기도 했지만 내용물의 정체가 궁금해 일단 가지고 들어왔다. 비닐봉투에서는 썩은 양파 냄새가 났다. 봉투를 여는 순간 소름이 확 끼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백하자면.. 그곳엔 내가 가장 증오하던 사람의 흔적이 잔인하게 남겨져있었기 때문.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미 7년 전에 죽어버린 걸. 현기증이 났다. 온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눈을..마주쳐버렸어

ㅜ 과대망상 환청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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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또 시작이네...지겹지도 않나."
한동안 잠잠하나 싶더니 또다시 그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야 내 과대망상이겠거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쯤되면 그게 착각이라는것쯤은 누구라도 알것이다. 단순한 환청이라면 크게 신경쓰이지 않겠지만 누군가 자꾸 귓가에 대고 키득거린다거나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거린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내일은 정말 병원이라도 가봐야 겠다. 이비인후과정도? 라고 생각하며 나는 애써 들리는 목소리를 지우며 중얼거렸다.
"그래, 일단 자자. 자고 일어나서 병원에 가보는거야."
그러면 최소한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는 알 수 있겠지.그렇게 다짐하며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아 설마 아무 이성 없다고 하는거 아니야? 그럼 정신병원에 가야하는건가 그건 싫은데...따위의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나는 서서히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결코 잊혀지지 않을, 그리고 다시는 꾸고싶지 않을 그런 꿈을.


ㅜ애원,위선자,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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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ㅗ 방금 전부터, 그가 땅에 무릎을 대고 기며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제발, 제발..."
 애원하는 목소리가 등뒤에서부터 들려와 귓전을 울렸다. 들은척도 하지 않자 그는 내 오른쪽 다리에 매달려 걸음을 방해했다. 걷어차려는 동작을 취하며 그를 다리에서 떨어내려 했지만 보기보다 힘이 센지 꼼짝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그를 내려다보자 그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말을 쏟아냈다.
 "부탁해. 제발.... 한 번만 들어주라. 내 소원이야. 평생 단 하나뿐인 소원. 넌 할 수 있잖아. 그리고 내가 무슨 말 하는지도 알잖아. 제발. 이것만 들어준다면 이제 네게 매달리는 일도 없어. 다신 귀찮게 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진짜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부탁하자. 응?"
 거기까지 말하고는 그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이 내가 청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좌절감 때문인지, 보다 공손케 보이려는 수작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이제는 거의 남지 않은, 그에 대한 동정심을 쥐어짜내어 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네의 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직면하라고. 도망치면 겁쟁이가 될 뿐이야."
 내 말을 들은 그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다리를 놓고 일어서더니, 분노에 찬 소리를 버럭 질러 댔다.
 "그래서 싫다는 거야? 내 부탁, 들어주기 싫단 거냐고! 내가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조용한 공기를 찢었다. 귀를 막았지만 부질없었다. 성대를 가루로 만들 작정인지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에 대한 비난들을 쏟아냈다.
 "날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게 아닌 거 알아! 겉으로 그런 척 하고 있을 뿐이지! 위선자! 넌 지저분한 위선자야!"
 "입 좀 닥쳐."
 그러나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하면 할수록 탄력을 받는지 점점 더 데시벨을 높이고 있었다. 이젠 거의 비명과 가깝게 들리는 그의 거슬리는 목소리를 더이상 참지 못하게 된 나는 한숨을 쉬며 자켓 안쪽에 손을 집어넣었다. 정말 이런 짓에선 손 떼려고 했는데. 나는 누구에게랄것도 없이 한탄하며 권총을 꺼내어 그의 머리를 정확히 겨누고, 이윽고 방아쇠를 당겼다.

ㅜ 열차, 사막,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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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잠에 취해 몽롱해진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황금빛 지평선이었다. 분명 눈을 감기 전에는 해저를 지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여기까지 온 걸까. 하여간 이래서 굳이 비싼 좌석에 앉을 필요가 없다니까. 바깥 풍경을 구경하기도 전에 기절하듯 잠들어버리니, 원. 바다와 사막 사이에 있었을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쳐버린 것이 아쉬웠지만 이미 지나간 걸 어쩌겠는가.
나는 정신도 차릴 겸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은 조용했다. 열차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고 있는데다 남은 사람 자체가 워낙 없어서 더욱 그런 것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이 황금 사막까지 오는 일은 드물다. 살기 편한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은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닌, 정말로 사막밖에 없는 곳이니까.
넓직한 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오자 사막 특유의 강렬한 햇빛이 눈에 강렬한 스파이크를 먹인다. 차양 정도는 만들어둬라, 좀. 황금 사막이 종착역이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쓰잘데기없이 속으로 투덜거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열차 덕분에 덥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담배 한 개비를 아주 느긋하게 태우는 동안 나는 주머니에서 부스럭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종이를 꺼내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오아시스와 야자수 한 그루가 그려진 촌스러운 엽서. 그리고 거기에 쓰여있던 글.

-네가 필요해.
나를 도와줘.
세계의 끝에서 기다릴게.

보내는 사람의 이름도, 받는 사람의 이름도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있는 것은 모란꽃과 나비그림 뿐.
모란꽃은 나의 심볼이며, 나비는, 10년 전에 헤어지고 2년 전에 부고를 들었던 그의 심볼이었다.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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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 하늘, 인어,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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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문득 하늘을 보니 가슴속에 아로새겨진 기억이 떠올랐다.
7살 무렵 그 날도 오늘과 같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하늘이였다. 그랬기 때문일까 고개를 들어 하늘만을 보며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같은 모습인 하늘이였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던중
무언가를 밟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떨어져버린 시선에 하나 둘씩 굴러오고 있는 진주가 보였다.
자그만히 들리는 숨소리에 눈을 옆으로 돌리자 화살에 맞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인어가 있었다.
그 눈물은 떨어질때마다 마치 구해달라는 신호처럼 땅을 짚고있는 나의 손을 툭툭 쳤다.
너무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나 그대로 집으로 내달렸다. 꿈을 꾼것이라고 인어가 있을리가 없다고 피어오르는 생각을
잠재우며 눈을 꽉 감았다. 다음날 새벽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그 장소로 향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지만 상처치료를 위해 반창고와 연고를 양손에 꼭 쥐고 나왔다. 잊을 수 없는 그 장소에 도착했지만 인어는 커녕
핏자국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옆의 풀 숲에 진주 한알이 남아 있을 뿐이였다.
내가 도망치지 않고 바로 인어를 도왔다면 어땠을까. 정말 내가 인어를 본것이 맞았을까 하는 의문을 되새기며
그날은 잊을 수 없는 내 기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ㅜ프리지아, 기적,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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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당신이 좋아하는 프리지아를 샀습니다. 평소에 돈에 대해 인색하는 나도 오늘만큼은 한움큼 쥐어 한 다발을 손에 들고있습니다. 306동, 당신이 좋아하는 3과 6이 들어간 숫자네요. 당신이 계신 주소가 적힌 꾸깃한 종이를 펴보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엘레베이터에 탑니다. 미세한 진동이 느껴져오는 이 순간이 마치 내 심장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주네요. 순간은 순간입니다. 저는 곧 어색한 발걸음을 떼내어 당신에게 가까워집니다. 300동, 301동, 302동...
중간에 거울이 있어 잠시 숨을 고르며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중간에 귀여운 꼬마가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탕을 하나 쥐어줬습니다. 중간에는 당신과 비슷하게 생긴 노인네가 인사를 걸어와 잠시 멈췄고. 지금은 뿌옇게 흐려진 시야를 어찌할 줄 몰라 멈추었습니다. 발이 쉬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내 발에 접착제를 붙여놓은 것만 같아요. 당신을 보러가야 하는데 당신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노고가 서린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아서요. 이제 곧 3시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시간이네요.
기적은 이미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오늘 하루하루가 기적의 일부분 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렵게 프리지아를 건넸습니다. 당신은 그 어떤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지어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시야가 흐려지긴 하지만, 조금 참아보도록 할게요. 기적의 순간에 눈물을 흘리면 안된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점점 안정을 찾습니다. 나도, 당신도. 이제는 영원한 기적을 맛 볼 시간인가 봅니다.
사실은, 하고픈 말이 아주 많았어요. 그렇지만 말 하진 못했습니다.
그 언젠가 저 아득한 곳에 내가 가게 된다면 그때 이야기 해 주려고요, 그러니 그때 까지 나를 기다려주세요.

ㅜ 인연 열쇠 초콜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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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인연? 웃기고 있네. 헛소리 말고 그쪽 집으로 돌아가세요."
"아이, 자기 너무하다~"

그녀가 몸을 비비 꼬면서 되도않는 애교를 부렸다. 그러나 같은 여자인 내게 애교 따위가 통할 리 만무했다. 나는 불쾌한 속마음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진심이거든요? 가라고 했어요. 3초안에 돌아가세요. 3, 2, ..."
"너무하잖아~ 정말. 갈 곳 없단 말야. 하루만 재워 줘. 응?"
"그건 내 알바 아니고요, 꺼지시라고요."

내 말에 볼을 둥글게 부풀리는 그녀는 솔직히 인형으로 만들고 싶을 만큼 귀엽다. 물결치는 웨이브 머리, 시원스레 큰 눈, 귀여운 코와 흰 달걀처럼 매끈한 피부는 화장품 광고 모델이라도 가능할 것 같고, 적당히 살이 붙어 선이 돋보이는 다리와 빨간색 야상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거리를 걸으면 선망과 질투의 눈빛이 무수히 집중될 것 같은 그녀가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것일까.

"하루만, 그거면 엄마도 화 풀릴 테니까. 딱 하루만. 응?"

도저히 돌아갈 것 같지 않은 기세다. 경찰을 부른다면 자연히 해결되겠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모질지 못하다.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좋게 말하면 착한 게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다. 한숨을 쉬는 나에게 그녀는 말없이 호소의 눈빛을 보냈다. 겨우 눈꺼풀을 깜빡이는 정도의 단순한 행동에도 애교를 일일히 녹여내는 그녀를 내심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도 저런 능력이 있었다면 이제껏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떠나지 않았을까 하고 이제와선 소용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열쇠를 돌려 잠금쇠를 풀었다.

달칵.

다음 레스 >>77 에 계속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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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진짜, 진짜로 고마워~ 자기는 역시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야."

순수한 기쁨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이런 표현은 진부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진짜로 눈을 반짝일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어떤 광원이나, 가로등이나, 필라멘트 따위가 비친 게 아니라 온전히 기쁜 마음으로 눈을 빛낼 수 있는, 그런 신기한 사람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다. 나는 지금 그런 사람에게 하룻동안 내 집의 반을 내주게 생겼다. 재워 주기로 결정하고도 찝찝함을 차마 지우지 못하는 내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신이 나서 야상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집어 내게 내밀었다. 내용물을 포장하듯 감싼 그녀의 손 끝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이거, 좋은 건 아니지만 스위스 제. 지금은 가진 게 이것 뿐이네."

그녀가 멋쩍어하며 건넨 것은 초콜릿이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조그마한. 키세스 초콜릿이 이것보다 조금 더 작을까, 헛웃음을 참지 말고 망신을 줄까 생각했지만 앞으로 만 하루동안 그녀와 붙어지낼 걸 생각하면 그보다 멍청한 짓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난 마음을 바꿔 그녀의 작은 손바닥에서 그보다 더 조그마한 스위스 초콜릿을 집었다. 곧 스위스 초콜릿이 내 혓바닥 위로 올라앉았다. 체온이 초콜릿을 녹여 달콤한 액체가 혓바닥에 스미는 것이 느껴졌다. 크기는 밤톨만한 주제에 스위스제 초콜릿은 의외로 상상 이상의 맛을 냈다. 나는 그저 신을 마주한 신도들처럼 마음 속으로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타인의 감정에 민감한 그녀는 그 사실을 바로 캐치하고 생긋 웃었다.

"맛있지? 그치? 맛있는 거랬어."

나는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며 혀를 이용해 초콜릿을 입 안에서 한바퀴 굴렸다. 그리고 그녀의 빨갛게 언 손을 잡아끌며 집 안으로 직행했다. 갑작스럽게 이끌려 놀란 그녀가 카나리아가 재잘거리는 톤으로 한바탕 무어라고 쏟아내었지만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도라서 나는 마음놓고 웃을 수 있었다. 보일러가 열심히 데워놓은 집의 따듯한 기운이 그녀의 두 손을 녹이는 데에 하루라는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ㅜ 찹쌀떡, 바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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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합격기원」
「수능, 힘내자!」
「수능…─」

"아, 씨."

짜증을 내며 식탁 위에 켜켜히 올려진 총천연색의 찹쌀떡을 슬쩍 밀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던 찹쌀떡은 잠시 흔들거리는가싶더니, 이내 살짝 기울인 상태에서 멈추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않아 오히려 짜증이 배가 되었다. 다시 한번 더 건들일려는 찰나,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째랑째랑한 목소리는 얼굴을 보지 않아도 엄마의 것이리라.

"윤 가을! 뭐하는거니? 빨리 방에 들어가. 어서!"
"…엄마, 나 방금 들어왔는데."

저녁밥은? 자그맣게 항의하는 목소리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금방 묻혔다.

"좀 있으면 너희 오빠 수능이잖아. 배려해주면 안되니? 당장 들어가!"
"아니, 나 저녁…"
"대충 간식 가져다줄테니까 방에 들어가! 윤 가을, 말 안들어?"

엄마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쳇, 하고 혀를 차며 식탁의 대부분을 점렴한 찹쌀떡 중 몰래 하나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 책가방을 던지고, 양말은 대충 구석에 던져뒀다. 던진 책가방 옆으로 찹쌀떡이 나뒹굴었다.
심통스럽게 볼을 부풀리며 괜히 찹쌀떡을 꾹꾹 눌렀다. 예쁜 분홍색 상자 안의 하얗고 말랑한 찹쌀떡이 뭉그래졌다.

"치. 오빠 편만 들어, 엄마는. 수능이 뭔 대수라고."

바보같아. 왜 수능에만 매달려있는거야? 방 한 구석에 뒹구는 축구공에 시선을 두었다. 수능이랍시고 재미없는 목걸이를 목에 건 뒤로 오빠는 장난거리는 전부 다 내다버렸다. 오빠 몰래 겨우 가져나온 축구공만이 외롭게 제 방을 뒹구르르 굴러다녔다.
푹, 하고 비닐랩에 구멍이 뚫렸다. 너무 눌러댔는 것 같다. 손가락이 비닐랩을 뚫고 찹쌀떡을 뭉개버렸다. 침대가 하얀 가루로 엉망이다. 쓸쓸함에 침대 위로 얼굴을 묻었다.


ㅜ 시한부, 연인,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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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따뜻하다..그치?"
얼마남지 않은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한없이 흐느끼는 소리만 들린다. 쥐어짜는 듯, 고통스러운 울음소리.

"왜 울어.. 예쁜 얼굴 다 망가졌네.  얼마 안남았는데 이럴꺼야?"

"너..!! 흐..어떻게 그런말을 해!! 가지마..갈꺼면 나랑 같이가!!"

링거바늘이 수백번 뚫고 지나간 얇은 피부로 감싸진 손이 부드러운 볼에 닿았다. 이 와중에도 눈물로 반짝거리는 두 눈이 예뻤다. 어깨까지 흐트러진 웨이브 머리가 부드러워 보였다.원망스럽다는듯 후려치는 두 손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았다. 바보야 치려면 더 세게 쳐. 이게 마지막인데.

"너, 나따라서 오기만 해봐? 진짜 혼날줄알아"

"차라리 혼내..혼나고 같이 죽어!! 너, 이렇게 가면 나 다른남자랑 계속 바람필꺼야. 계속 딴남자 만날꺼야!!"


"그래. 나 가면 나 잊고 행복하게 살아야해. 알겠지?"

더이상은 무리였다. 억지로 서있던 다리에 힘이 풀리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눈앞이 흐려졌다. 울고있는 너를 위로해주고 싶은데 더이상 근육은 일을 하지 않았다.

"..가지마.."


갸냘픈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난 여행을 떠났다. 영원히.




ㅜ(지쳐 죽을것같아 살려줘) 벚꽃,전설,결국엔 들킨 비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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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4PhLLaGDMEs

동아리 활동을 마친 뒤, 나는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 늦었다고 뭐라 하겠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걸음을 재촉했다. 역시나, 교문 앞에서는 네가 서있었다.

“오늘 너무 늦게 나왔잖아! 동아리 끝난 지가 언젠데!”

“뒷정리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 미안해.”

그러자 너는 알겠다며, 얼른 집에 돌아가자고 말했다. 너는 내가 10살 때쯤에 전학을 온 아이였다. 이렇게 작은 시골 마을에 전학을 오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 나는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긴 생머리에,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어디인가 무심한 표정 때문인지 처음에는 별로 정이 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너는 금세 친구들을 사귀었고, 나하고도 금방 친해졌다. 그렇게 시간을 흐르고 흘러서 우리들은 학창시절을 1년 정도 남겨두고 있었다.

“저기, 내 말 듣고 있어?”

갑자기, 말을 걸어온 탓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얼떨떨하게 있을 뿐이었다.

“역시나, 안 듣고 있었구나. 들어 줬으면 했는데.”

“미안, 다시 한 번 해줄래?”

너는 목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기 저 산 정상에 벚꽃나무 한 그루가 있잖아? 그 나무에 대한 전설이야. 옛날에 어느 한 절세미인이 있었대. 그 절세미인은 중국의 서시나 양귀비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만큼 아름다웠대. 그녀에게는 정혼자가 있었어. 그 둘은 다정하게 지내며, 혼인을 올릴 날만을 기다렸지. 그런데 어느 날, 전쟁이 터졌어. 온 나라의 남자들은 전쟁에 나서게 되었고, 그건 그 정혼자한테도 예외가 아니었어. 그녀는 그 벚꽃나무 아래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대. 해가 뜨기도 전에 나와서 달이 하늘높이 떠있을 때나 집에 들어가기를 반복했지.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큰 화를 당하게 되었어. 그 날도 그녀는 달이 하늘높이 떠서야 집에 돌아가기 시작했지.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남자들이 다가와서 그녀를 범했어. 그녀는 순결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벚꽃나무에서 목을 매달아 죽었대.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에 돌아온 그 정혼자도 그녀의 뒤를 따라 그 곳에 목을 매달아 죽었다고 해.”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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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4PhLLaGDMEs

“왠지, 소름 돋는 이야기네.”

“그래?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잠시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얼른 돌아가자!”

“알았어...”

나는 너의 말을 끊고, 좀 더 걸음을 빨리 했다.

미안해,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알아. 하지만, 말해서는 안 돼. 하늘이 말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 비밀인 걸. 그러니까 정말 미안해. 내가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에는 들킬 비밀이란 걸 알고 있어. 아니, 어쩌면 이미 들킨 비밀이고, 너는 내가 스스로 말해주기를 원할지도 몰라. 하지만, 말해 줄 수 없어. 당장이라도 전부다 기억하고 있다고, 정말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어. 정말 미안해.

나는 전해주지도 못할 말을 곱씹으며 계속 너와 함께 걸어갔다.

ㅜ 시계, 초콜릿, 손수건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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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문득 눈이 떠졌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것 같았다. 시계를 확인하니 이미 등교시간을 한참 지나있었다.
어라..알람이 왜 안 울렸지?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밥 먹을 새도 없이 부랴부랴 챙겨 집을 나섰다.
허겁지겁 달려서 겨우 1교시 전에 학교에 도착했다. 쉴새없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으려는데 이질감이 느껴져 주위를 돌아보니 책상 대형이 여느 때와 달랐다.
넌 시험기간에도 지각이야?
같은 반 아이가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그렇다. 난 오늘이 시험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 우두커니 서있는 내게 그 아인 초콜릿을 건네며 시험 잘 보라는 말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교실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왔다. 시끌벅적하던 교실은 이내 조용해졌고, 나는 텅 빈 눈으로 앞 자리 아이가 넘겨주는 시험지를 받았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에 응하려는데 무언가 톡,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시험지가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나는 애써 침착하려고 하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틀어막았다.
그 때 감독하는 선생님이 와서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뭘 꺼내는 거 다 봤어. 쓰던거 그대로 멈추고 교무실로 따라와
나는 너무 기가 막혀 놀란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만 보는데 그 때 사물함 쪽에서 시끄러운 기계 알람 소리가 났다.

번쩍, 하고 눈이 떠졌다.

ㅜ 투명인간, 갈증, 소름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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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이야. 무야. 텅 비었어. 인간일격의 이 구절에 넉아웃당하고 하루 일상을 포기한 날 있었다.

투명인간은 별 것 아니다. 일상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오면 세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없는 것과 다름없어진다. 길거리에는 출결이 없다. 이제 서로를 구별할 것은 그들의 목적지뿐. 그러나 난 골목길을 미리 헤어나왔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듯, 누구도 귀가를 피할 수 없다. 난 일탈은 이로 충분하고, 목적지 있는 일상에 돌아가야 할까 생각했다. 여행에 실망한 중년 회사원처럼 넥타이도 풀어 헤치고.

"이봐!"
그때 만난 너희들. 들떠 있었다.

"카페에서 녹두도 기다리자!" "지난번 보드게임 카페?"  "4번 출구로 올 거잖아. 거 앞 별다방이 나아."
"배고파." 그때 햇빛처럼 파고드는 네 목소리. 순식간에 목적지는 맥도날드로 결정됐다. 난 가만히 말 없이 결정을 기다렸다. 거리의 혼잡함은 내 목소리와 맞지 않았다.

녹차를 먹고 싶었는데. 갈증이 심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끌려 실내로 들어가 콜라로라도 목을 축인다면, 그걸로 된 거다. 난 우선 너희들이 좋다. 그래서 웃음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그 겨울 공기를 헤치는 발 한 걸음이

너에게 붙잡혔다. 넌 내 어깨를 잡고 귀 옆에서 서서히 발성했다. "왜 자기주장이 없어? 우리가 싫은 거지?"
아니. 완전히 오해야. 그러나 내 호감도가 네 기준으론 싫음에위치했을지도 모르고, 주장이 과연 좋은 것인지도 알 수 없어, 난 소름을 억누르며 조금씩 입을 열었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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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에. 그럴 리가 없잖아."
난 그 질문을 받은 사람이 할 법한 대답을 연기하였다. 그렇게그 겨울 목마른 나는 투명하였다. 내가 세어져봤자 모두에게 민페야. 무능력자니까.

ㅜ 축제, 경품, 지갑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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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일본의 어느 한 작은 도시. 오늘 그 도시는 다른 날보다 비교적 바쁘게 돌아갑니다. 내일이 다름 아닌 여름축제날이기 때문이랍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성별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죠.

다음 날이 되면 많은 풍경들을 보게 될 거예요.
밤이 되면 예쁠 풍경 속에서 길게 줄지어서 있는 가게들, 아리따운 색의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넓은 수조 주변에 모여 쭈그려앉은 상태로 열심히 금붕어 건지기에 도전해보는 사람들의 열정적인-가끔 짜증을 내는 사람도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모습, 인기 만화영화의 가면을 머리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링고아메나 타코야키 등을 나누어먹는 사람들의 모습, 경품을 따기 위해 지갑을 냉큼 열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 여름축제하면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아름다운 불꽃놀이의 광경...

아아, 여동생이 떠오르네요. 여동생은 여름축제를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답니다. 유카타를 입는 것도 좋아했고, 금붕어를 건지는 것도 좋아했고, 타코야키를 먹는 것도 좋아했고, 경품을 타는 것도 좋아했고, 밤에 볼 수 있는 불꽃놀이 또한 좋아했습니다. 여름축제를 즐길 깨마다 보여주는 그 즐거운 듯한 미소를 보면 언제나 저도 따라 웃게 되더라고요. 여동생의 행복해하는 그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졌습니다.
그래요, 그 시절이 너무나도 좋았죠.

"...산책이라도 나가볼까요."

여름축제가 가까워지는 날들, 특히 바로 그 전 날-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에 밖으로 나와서 사람이 그리 북적이지는 않는 길거리를 천천히 걸어보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답니다. 내일 입을 유카타를 고민하는 여자의 이야기, 여름축제를 누구보다도 기대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간혹 들을 수 있는, 여름축제에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해서 우려하는 이야기도 말이죠. 그래도 괜찮답니다. 모두가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면 그런 일은 분명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또 다시...제 여동생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은 거예요. 그렇게 믿습니다.


ㅜ 가족, 불행, 행복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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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불행의 연속이었던 인생에서, 그대라는 사람을 만나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행복했다.

ㅜ 마음 선풍기 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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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무더운 7월의 날, 선풍기가 고장나 버렸다. 새로 구입할 돈이 없던 나는 고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컴퓨터의 마우스를 잡았지만, 컴퓨터 역시 작동되지 않아 마음이 울적했다.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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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3daDgfPax2

ㅜ 동성 이성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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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나는 처음엔 이성애자였고, 후엔 동성애자가 되었다. 너의 성별에 따라 난 이성애자였다가 동성애자가 되었다. 난 너를 좋아해서 양성애자가 되었다.


ㅜ노래 음표 벌레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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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며 외쳤다, "콩쿠르 연습 잘 되가냐?"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한 번 들려줘봐. 응?" 너는 알겠다며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악보 위에는 여러 개의 음표들이 나돌고 있었다. 음표들은 악보 위에서 아름답게 춤추었다.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으악!"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는 끊기고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황급히 눈을 떠 너를 보았다. "왜 그래?!"
"버.....벌레가.." 피아노를 자세히 봐보니 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나는 그 벌레를 종이로 감싸 밖으로 놔 주었다.
"자 이제 됐으니까, 피아노 계속 쳐줘." 너는 그제야 다행이라는 듯 숨을 내뱉고 피아노로 다시 걸어갔다.

ㅜ 여름, 달,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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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날따라 너무 더워서 집에만 박혀 있기에는 힘든 날씨였다. 얇은 겉옷을 대충 걸치고는 집을 나와 근처에 있던 바닷가로 향하여 잠시 잔잔히 물결이 치던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의 하늘 한가운데에 달이 떠서 수면의 위로 물결에 천천히 흔들리는 또 다른 달이 비추어졌다. 그렇게 멍하니 바다를 보기만 하다가 모래사장에 앉자마자 바다 위에 비춰지던 달은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에 부서져 버렸다.
파도는 천천히 밀려와 내가 앉아 있는 곳 앞까지 다가오는 듯 싶다가 결국 코앞에서 점점 사라졌다. 달은 이제 파도에 가려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파도가 오지 않을 때까지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ㅜ 숲, 인형, 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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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어둡고 음침한 숲 속에 홀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곳저곳에 못이 박힌 인형을 바구니에 넣어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여기면 될 거야."

한 그루의 나무 앞에 멈춰선 소녀는 무릎을 굽혀 바구니를 땅에 내려놓고, 나무 밑의 흙을 손으로 파내기 시작했다. 소녀의 하얀 두 손이 돌부리에 긁히고 채여, 흙이 잔뜩 묻고 더러워졌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다 팠다. 그럼,"

긴장감 속에서 소녀는 조심스레 인형을 꺼내 꽤 깊숙히 흙을 파낸 자리에 넣고, 다시 흙을 덮었다. 소녀는 인형을 묻은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땅을 파느라 힘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압박 때문인지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 저주로 이제 끝난 거야. 다시는, 그래...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을 거야..."

소녀는 빈 바구니를 집어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숲을 빠져나왔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집에 도착해, 바로 잠자리에 누웠다. 그녀는 기다리고 기다릴 것이다. 저주인형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ㅜ 음악, 블루베리,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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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꽤나 간만에 만난 멋들어지는 여름 휴가였다. 난 친구들과 수영장 옆 의자에 누워서 쓸데없는 말이나 주절거리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날 차버린 전남친 이야기 같은 것들이 주된 주제였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여기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로 한 본 목적일 것이다. 친구들이랑 좀 떠들면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얘네는 더 짜증나게만 만들 뿐이었지, 내 기분은 하나도 생각을 하지 않은듯 보였다.

한숨을 쉬며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시끄러운 물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볼륨 업 버튼을 눌러댔다. 노래는 얼마전 나온 최신 가요들로 잔뜩 채워 넣었다. 평소같으면 물 근처에 가보기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그저 전남친을 잊기에 바빠서 노래 가사에 집중했으나, 야속하게도 노래 가사는 애인을 떠나보내고 잊은 척 하는 내용의 노래였다.

그렇게 흠뻑 짜증에 젖어 시간을 보내면서 해가 점점 기어 올라갈수록 날씨는 더울대로 더워지기 시작했다. 쨍하게 내리쬐며 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해는 아직은 애인이랑 행복한 것 같다.

친구도, 노래 가사도, 햇빛도 내 마음 알지 못하는 정말이지 멋들어지는 휴가, 수영장의 잔물결이 햇빛에 반짝이고만 있었다.

그래도, 블루베리 칵테일 만큼은 괜찮았을지도.

ㅜ드로잉 북, 빼빼로, 뜨개질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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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흐아암-"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니 책상에는 언젠가 그에게 둘러줄 목도리가 될 대바늘과 짧게 짜여진 노란 털실, 그리고 그와 처음으로 여행을 간 장소인 바닷가가 그려지다 만 드로잉 북이 있었다. 두 물건 모두 어제 밤을 새워서라도 완성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의 결과물이었다. 새삼 그를 위해 무언가라도 해주겠다고 무작정 잡았는데... 하여간 그 날은 정말 손에 잡히는 일이 없었다, 라는 핑계로는 그에게 부끄러워진다. 일단은 너무 피곤했다고 치자.
천천히 침대 옆에 놓여진 작은 서랍장으로 시선을 돌리니 서랍장의 위에는 저번 빼빼로 데이에 그가 선물해준 바구니가 놓여져 있다.
내 마음 같아서는 평소에도 파는 작은 빼빼로 하나면 충분한데 뜯기 아까워서, 또 그에게 받은 선물이라 받고도 한동안 놔두었다. 품에 한아름 안길 정도의 바구니에는 빼빼로 몇 개와 곰인형이 포장지로 보기 좋게 싸여 있다.
갑자기 베게 밑에서 익숙한 알람음이 들려왔다. 베게를 들추니 밑에 내 핸드폰이 깔려 메세지 수신의 알림을 띄운다. 한참 전에 그에게서 온 문자였다. 급하게 문자를 확인해보니 '어제는 잘 들어갔어? 오늘도 좋은하루:)'라는 다소 수수한 문자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누군가의 애인으로서 부족한 나에게 주는 짧은 말이다. 씻고 나면 가장 먼저 그가 선물한 빼빼로를 먹으며 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할 생각이다.

ㅜ 저녁, 관람차, 도시락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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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응. 일곱시. 관람차 앞에서 만나. 응, 나도 사랑해."
너와 만날 생각을 하니 세포 하나하나가 붉게 물드는 기분이었다. 내가 해주는 건 뭐든 맛있다던 너를 떠올리며 도시락을 준비하고, 항상 1시간 먼저 나와 기다리는 너를 알기에 오늘은 나도 일찍 나가볼 생각이었다.
 촌스럽지만 도시락 바닥에 써두었다. 이젠 내 아내가 되어주지 않겠느냐고. 저녁을 다 먹을 때 쯤이면 너는 이게 뭐냐고, 촌스럽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예쁘게 웃어주겠지. 그렇게나마 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너를 만나기 30분 전,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평소같지 않은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감쌌다. 손을 비벼 볼에 가져다댔다. 어쩐지 네가 해줄 때처럼 따숩지가 않았다.

심심하다.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올려다보았다.
'xx놀이공원, 운행중이던 관람차 이탈로 56명 사망 172명 부상'



...느리게 지나가는 글자 무더기 속에 너의 이름이 없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ㅜ기억, 증오, 수선화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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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수선화 꽃잎들 한가운데, 무슨 자신감인지 징그럽게도 톡 튀어나온 샛노란 것이 참 보기 싫어 뜯어내 버렸다. 유리조각과 흩어진 물얼룩들, 노란 꽃가루와 빨간 피가 한데 어울려 뒹굴었다. 입가에 떠오르는 자조적인 미소가 점점 기괴해 지고 몸이 떨려온다. 한두번이 아님에도 익숙해 지지 않는 아픔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이딴걸... 이딴걸 선물로 주고가?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의 괘씸함이 곧 아픔을 증오로 뒤바꾸어 놓았다. 결국 그녀는 수선화 한송이를 통째로 낚아 목부터 땄다. 미친듯이 찢기고 짓뭉개진 그것을 던진 그녀가  초점없는 눈으로 울려대는 휴대폰을 응시했다. 죽여버릴 거야. 그 어린 나를 비참하게 밟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 곱디 고운 수선화 같던 나를, ... 너만 아니였다면 지금도 나 자신을 칭송했을 날, 한치의 더러움도 묻어나지 않았을 날. 그랬을... 어릴적의 나를.

“ 다 죽자. 난 이제 잃을 게 없어. 나자신을 가장 먼저 잃었거든. ”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아 휴대폰을 잡아채 던져버렸다. 모든것이 산산 조각난 게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너가 어디 사는지 알아. 네가 누군지 잘 알아. 너를 어떻게 죽이면 좋을지, 방금 막 생각이 났어. 기대해. 그리고, 수선화 고마워. 이제 찢어지는건 그만할래. 대신 니가 찢어져라. 10년만에 다시본 수선화. 곧 너도 네 선물처럼 만들어 줄게.

ㅜ 발자국, 그림자, 하늘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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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진 하늘에 길어진 너의 그림자를 뒤쫒는다. 머리위가 이니라 거의 정면에 위치한 태양 덕분에 길어진 너의 그림자를 조심스레 밟아보기도 하고 너의 것 위로 나의 그림자를 덮어보기도 했다.

아아- 부질없음에 눈물이 난다.

차마 온기가 느껴지는 너의 곁으로 다가갈 용기가 없어 스토커처럼 너의 발자취를 따라, 너가 밟았던 보도블럭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나를 용서말아라.

비가 오면 너의 신발에 묻은 물기로 생긴 발자국 위에 내 발을 올려보고, 눈이 오면 눈위에 찍힌 발자국  바로 옆에 내 발자국을 찍어, 같이 걸어간 연인마냥 만드는 날, 용서말아라.

하늘에서 토해내는 빗물이, 눈송이가 나였으면 하고, 불어오는 바람이 나였더라면. 적어도 지금보단 너에게 더 자주, 더 많이 마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핸드폰, 개나리, 욕조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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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따듯한 날이었다. 가로수 넓게 핀 개나리 덕분인지 오랜만에 만난다는 기대감과 기쁨덕인지 그 어느날보다 제일 따듯한 날이었다. 핸드폰을 들어 이리저리 구도를 맞춰서 개나리를 찍었다. 가서 얼른 보여줘야지.
 내 사랑하는 그이 작년 겨울 그날 이후 집안에 틀어박혀서 전혀 나오지 않는 안타까운 나의 그이 캄캄한 집안에서 죽어가던 그이가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떠올라 눈가가 뜨거워졌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동생이 자전거를 타다가 나를 들이 박았다는 건 어제 말했고 날도 따듯하고 개나리도 예쁘게 폈으니 산책하자고 물어볼까. 안입던 치마지만 오늘은 오랜만의 봄이니까. 화장도 해봤는데 알아줄까.
 그이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답이 없다. 그는 원래 답을 해주지 않지만 어느정도 회복했으니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직 그정도는 아니었나보다. 서운하지만 시간은 많으니까. 열쇠로 따고 들어온 집은 여전히 어두웠다.물소리가 들리니 씻고있는 중인걸까.
 "나왔어!!"
..아무반응이 없다. 왜지? 설마 욕조에서 잠든건 아니겠지. 물소리에 내 목소리가 안들린걸까. 문을 꽉 안닫아 보이는 바닥이 붉다. 떨리는 손이 미는 그대로 열리는 문 안에 보이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아아 그대여. 어찌 이리가는 것인가. 붉은 욕조는 뜨거웠다.
 오늘은 정말 따듯한 날이었다

손목시계.절벽.노을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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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져

그래. 참으로 간단한 말이지. 난 모든 실수에 책임을 져야 한다 떠벌리고 다니던, 사르트르를 오독한 생활력 없는 독서가였으니, 그 말을 아주 손쉽게, 손목시계로 햇빛을 반사시키듯 돌려주면 되었겠지. 난 우선 냉소하였는데, 노트북이 가방에서 떨어져 조별과제의 실험 데이터들이 축적되기 이전과 같은 접근 불가한 상태로 돌아가게 된 것은 내 자유의 범위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누군가는 네 좌절에 책임을 져야 했고(한다 너는 믿었고), 성적을 매긴 교수는 시스템으로 장기를 맞바꾼, 즉 인간보다는 시계장치에(네 태도를 보자면 태양에) 가까운 자이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모양이었으니까.

이리 나는 지껄여보았으나 생활력 없는, 햇빛을 견디지 못하는 자이므로 이따위 관념놀이는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아니, 이것은 과장이다. 햇빛을 못 견디는, 주어진 일을 못하는 학생이 이 대학에 들어오는 건 드물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안 하고 있기에 무책임한 자, 무임승차자라 불릴 수 있는 듯하다.
럭키! 이름이 늘어났다! 이름을 변명처럼 줄줄 늘여 살아있음을 변명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이상.
무시해주었으면 한다. 랩실에 자정까지 남아 colony pcr과 electrophoresis을 진행 중인, 갈 곳 먼 엉터리 문학도인 뿐이니까. 따지고 보면 나도 억울하다. 무임승차자이기는 하지만 이 버스에, 대학에 거의 억지로 밀어넣어졌는걸. ...아, agarose gel을 만들어두어야겠구나. 읏차, comb를...잠시...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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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kc5AQ2KR2s

하여튼, 이제 내 평판은 끝이겠지. 있어야 할 곳에 드디어 안착했다는 기분이다. 그래, 난 흰 실험복을 입은 주제에 옷에 맞는 꿈을 꾸지 않는, 제 태어난 이유를 모르는 쥐공장의 쥐란 모양이니까. 그뿐인가, 난 겁쟁이어, 저 한 마디에 겁먹고는 이렇게 다시 실험을 진행 중인 것이다. 고작 힐난이 두려워서. 지난주만 해도 이리 생각했는데-정오의 태양에 사라져버린 내 소중한 분신을, 내 미래와 능력을 분신하여서라도 애도하자고. 그런데 나는 무얼하고 있는가. 두려움에, 제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해, 양지에, 대학의 내부에, 옷에 맞는 꿈에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내 소설가란 장래희망 역시 생존을 위한 임시방편이었을지 모른다. 아니, 난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자임이 증명되었으므로 이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됐다. 해야 할 일을 하라. 행복해져라. 할 일을 함으로써 미래를 위하고 남은 시간으로 현재를 위하라-이리 말하는 당신들은 무책임한 나를 싫어하겠지! 좋다, 나도 그 정도는 예상했다! 날 경고한 후 내쫓아도 좋다! 그러나 난 내게 정직하다. 꿈이 변명의 수단임을, 이름을 늘리는 또 하나의 방법임을 감추지 않으련다. 내가 꿈을 내 위에 올려놓는 자가 아니었으며 계속 마찬가지일 것임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는 물 빠져나간 간척지를, 태양이 만들어낸 땅을, 태양이 원할 작물, 옷에 맞는 성과로 채우지는 않으련다! 이것이 나, 무책임한 자의 논리다! 과거를 위하는, 삶에 맞지 않는 성격인  부적응자의 논리다!

pcr 종료. 기계장치가 허락한 시간이 지났다. Objective에 적힌대로 deletion mutant의 선별 여부를 확인하자. 적힌대로, 적힌대로... 쓰기를 포기하고도 나는...
원리에 맞추어 이름들의 길이를 분석하자.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란 모양이니까.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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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epxFURDI

절벽에서 글들이 뛰어내리고 있어. 추상적인 글귀들이야. 삶의 구체성이 아닌 관념의 추상성. 하나가 내 팔짱을 끼어. 가면이 고백을 하면 무슨 모양일까? 미가 눈을 가로막은 경험을 이해하니? 하나가 내 어깨를 잡아. 살아있음이 폭력임을, 학문이 허영임을 설파해 겨우 살아남는다. 하나가 내 팔을 잡아. 인간은 초극되어야 한다. 하나가 뛰어내려. 생은 무의미하기에 더욱 잘 살 수 있다. 난 저 절벽 뒤에, 비합리적인 추론이나, 내 잃어버린 모든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내 잃어버렸다는 감각을 없애주지 않을까
그 희망이 너무 낯선데, 내 나신을 너무나 편안히 감싸서-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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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epxFURDI

어느새 졸았나 보다. 난 장치의 전원을 끈다. 비교되었어야 할 이름들이 시간이 지나 모두 gel 밖으로 탈주하였다. 난 고개를 턴다. 톡이 와있다. "계속 늦어진다면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의 이 말이 노트북 수리와 내 게으름 중 무엇을 겨누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한 번 두렵다.
절벽 끝에 서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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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Q//oogIj0ZU

바다로 뛰어드는 쥐. 저들은 군중의 어리석음에 대한 은유였다. 꿈을 꾸지 않으면 이리 되는 건 너, 라는 위협이었다. 그러나 이 랩에서 꿈 없는 자, 어리석은 자는 나란 모양이고 바다로 뛰어드려는 자도 나라는가 보다.

동이 트고 있다. 다시 해가 뜬다. 정밀한 시계들은 모두의 손목에 배급돼, 갈 곳 없는 책임을 받아줄 나 같은 자들에 햇빛을 겨눌 것이다. 노을이었으면 한다. 낮이 가고 서둘러, 난 내 무능력으로 개화하지 못한 글재주를 애도할 수 있을, 밤이 오면 좋겠다.

ㅜ 교통카드 우체통 동생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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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하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며 교통카드가 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곧이어 나는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집을 향해 바삐 걷는 발걸음과는 상반되게 시선은 빨간 우체통에 고정이 된 채였다.
점점 뒤로가는 우체통을 향해있는 고개가 당길즘에서야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반응하던 시선을 거둘 수 있었다.
주머니에서 여러번의 진동이 느껴졌다.
동생의 전화였다. 정말로. 곤란했다.
오늘도 우체통을 지나쳤기 때문이다.
오늘도 엄마에게 우리의 소식을 전해주지 못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ㅜ콘센트, 뒤꿈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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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소설창작방에서 저 오른쪽 하단의 새로고침 아이콘은 정말 독인것 같어... 실수로 눌러서 글이 날아가버렸어...ㅠㅠㅠ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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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콘센트 충전기에 꽂힌 핸드폰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알람을 끄며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도 그 꿈을 꿨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면 어김없이 이 꿈을 꾸곤 한다. 꿈에서 나는 감은지 얼마 안 되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싸곤 엄마가 방금 차려준 밥을 먹는다. 그러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 밤새 콘센트에 꽂혀있던 핸드폰을 빼내어 학교에 가려가다 그만 아무것도 없는 방바닥에서 미끄러져서 발라당 넘어지고 만다. 그리고 바닥에 무방비하게 놓여 있던 눈썹 칼에 발뒤꿈치가 베려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이다. 내 방에서 나는 우당당 소리를 듣고 엄마가 놀란 얼굴로 날 보러 들어온다.

ㅜ겨울, 아이스크림,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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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쌩쌩 부는 어느 아침이었다. 나는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덜 말리고 나온 머리는 어느 새 얼어붙어 내 뒤통수 언저리에 딱딱해져 있었다. 이상하다,햇빛은 따뜻한데 바람만 차네. 그렇게 생각하며 발갛게 물든 코를 훌쩍이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때였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내 등교 단짝. 그 애는 이상스럽게도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있었다. 쟤는 춥지도 않나.

"야, 너는 이 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냐?"

그 애는 막 아이스크림을 까서 입에 문 참이었다.

"추웅 나에 엉는 아이흐크이니 더 아히딴마이지!"

"뭐?"

"으어어어어 차차차차가워. 그러니까, 추운 날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다고. 뭘 모르네."

그 애는 입에 문 아이스크림을 다시 손으로 옮겨 쥐어 내게 말을 전하고는 다시 입에 물고 콧노래를 불렀다. 나는 뭐, 그런가보다. 싶어서 입을 한 번 꾹 다물고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그 애도 나와 함께 골목길을 걸었다.

"잠깐만, 여기 있어봐."

뜬금 없이 편의점 앞에 날 세워두더니 허둥지둥 들어갔다 나왔던 그 애. 뭔가 싶어서 눈썹을 올렸더니 내 뒤통수에 뭔갈 들이댄다.

"으악!"

또 장난이려나 싶어 눈을 감으며 고개를 홱 숙였더니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왜?

"너 뒷머리가 다 얼어서 캔커피로 좀 녹여보려고 했다야. 뒷태가 아주 마귀할멈이야."

아, 이런.

"이거 줄 테니까 양 쪽 주머니에 넣어. 손시렵잖아."

제 주머니에서 따끈따끈한 캔 커피를 두 개나 꺼내 내 손에 들려주었다. 난 얘가 왜 이러나 싶어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날따라 실실거렸던 그 애. 이상한 날이었다. 날도 이상스레 추웠고, 그 애도 이상하게 실실거렸고.

"어~고마워~"

대충 대답하고는 캔커피를 내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그런데 넌?

"너는?"

"야, 니 거 샀는데 내 거 안샀겠냐."

"하긴."

그렇게 시덥잖은 말을 귀와 코, 볼이 빨개진 채로 나누며 학교로 향했다.


ㅜ드라이기, 페트병, 고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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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건조한 바람을 사정없이 내뿜는 헤어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며 문득 생각해냈다.
 이대로 녹아버리면 어떨까. 바닥에 내가 잔뜩 있겠지. 정말 다 녹아버려서 뼈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면 좋겠다. 착한 사람들한테 미련이 생기지 않게끔.
 기분나쁜 나를 커다란 콜라 페트병에 나눠서 담고는 여러 곳을 다니게 될 거야. 장기같은 건 이미 다 쓸 수 없게되었으니 병원은 아니겠지. 고물상. 그래, 고물상일 거야. 녹아버린 나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가족들에겐 가장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받아줄까? 가분나쁜 붉은 색 액체를 어디다가 팔 수 있다고. 고물상에게도 거절당하는 걸까.
 좋은데, 그거. 부모라는 사람들에게 엿먹일 수 있을 거야.

 축축함이 베어나오지 않는 머리카락을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지으며 난 약국으로 향했다. 염산이라는 거, 비쌀까?


ㅜ 역사(교통사고의 그 역사), 안개꽃,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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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뻑, 눈을 감았다 뜨자 내 시야에 가득 들어찬 안개꽃. 이상스럽게도 붉어 옆을 돌아보려 했으나 움직이지 않는 내 고개, 손가락, 그리고 저 멀리 내 다리.. 다리?
이건 꿈이야. 난 이불 속에 안기어 있고, 내일 아침이면 딸이 뽀뽀로 날 깨우겠지.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꽃잎마냥 흐드러진 내 몸.
너무도 활짝 피었기 때문일까, 떨어져버린 내 잎이 잔인하다.
저 트럭이 날 타고 넘은 걸까. 난 이렇게 죽어버리겠지.
눈 앞이 아득하다. 사랑해 여보, 너무 슬퍼하진 말아줘. 아니 많이 슬퍼해줘. 날 사랑한 만큼.

ㅜ햄버거, 칫솔,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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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똑같은 날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자취하기 시작하고 취업한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방에선 사람의 온기와 흔적들을 찾기 어렵다.
시계를 보니 서두르지 않으면 늦을 것만 같았다.
'오늘 아침밥도 물건너 같군...'
조용히 욕을 내뱉고 욕실로 가 씻기 시작했다.
이를 닦으려고 하니 다쓴 칫솔이 보였다.
'칫솔, 오는 길에 새로 하나 사야겠네'
어쩔수 없으니 그냥 이를 닦고 옷을 입은 뒤 나는 문을 나섰다.

출근길, 아직 이른 감이 있으나 벚꽃이 핀 것을 보았다.
흰 빛을 띈 분홍색이 아름답다고 느꼈으나, 결국 쓰레기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밟힐 것을 생각하니 씁쓸해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일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무미건조한 서류와 가식전인 통화, 회의를 가장한 꾸지람.
모든 것이 더럽고 지루했다.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다.
아침밥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배는 10시 가량부터 계속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점심은 간단히 햄버거로 때웠다. 몸에 좋지는 않으나 맛있으니 된거라고 생각한다.
회사로 다시 가는 길에 본 벚꽃은 햇빛을 받고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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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일과도 별반 다르지 않는다.
그저 무료한 시간의 연속일 뿐인 것이다.
어째서 취업을 위해 그리 힘써왔는지도 모르겠지만,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계속 일을 한다.

드디어 일과가 끝났다.
돌아가는 길은 아무도 없고, 그저 달만이 나를 비춰주고 있다.
벚꽃은 달빛을 받아 환히 웃고 있었다.

내일은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군...

ㅜ 우유, 초콜릿, 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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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러니까 그건 놀이터 한 구석에 숨어서 볼일을 봐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의 기억이었다.

나는 껌을 매우 좋아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풍선껌을 제일 좋아했다. 민트맛이나 인삼맛의 껌도 풍선을 불 수만 있다면 주저없이 씹곤 했다. 잘 때도 껌을 뱉는게 싫어서 그대로 입에 넣고 잠들기도 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삼키거나 머리카락에 껌이 붙어 혼이 났지만, 나는 껌이 너무나도 좋았다.

하지만 반대로 초콜릿이라면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릴 정도로 싫어했다. 생애 첫 초콜릿이 꽝꽝 얼린 초콜릿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걸 베어물다 미처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앞니가 빠져버렸기 때문이었을까. 한살 아래의 동생은 초콜릿이라면 눈을 뒤집고 달려들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그런 나를 걱정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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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공원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러 나갔던 날이었다. 노란 하늘이 푸른 바닥을 쨍하게 비춰서 눈이 부신 날이었다. 잠시 벤치에서 쉬던 나에게 아버지께서 껌 한통을 내밀었다. 주머니에서 눅눅해진 껌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구르트맛이었고, 껍질이 벗겨진채 초콜릿을 돌돌 말고 있었다. 좋아하는 껌과 함께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거라며 아버지께선 자신있게 껌을 내밀었다. 그 자신감에 가득찬 표정에 나는 뭐에 홀린 듯 그것을 입에 넣었다.
초콜릿과 함께 먹는 껌은 상상 이상의 맛이었다. 시큼한 요구르트의 맛과 진득한 초콜릿이 입 안에서 따로 놀고 있었다. 게다가 초콜릿을 만난 껌은 질척하게 녹아버려서 입 안에 들러붙어 기분이 나빴다. 결국 1분도 안돼서 나는 껌을 뱉어버렸고, 아버지는 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나는 껌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게 되었다. 녹아버린 껌의 흐늘거림이 좀처럼 잊혀지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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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초콜릿을 매우 좋아한다. 핫초코를 만들때도 웬만하면 초콜릿을 녹여 우유를 부어마실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여전히 껌은 싫어한다. 사실 어릴 적 좋아했던 것들은 지금은 대부분 다 싫어한다. 어쩌면 그날 녹아버린 껌을 씹어서 내 안의 번데기가  한꺼풀 벗겨진 건 아닐까. 나의 유년기를 가득 채웠던 소중함을 하나하나 떠나보내면서 두 꺼풀, 세 꺼풀,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한 꺼풀까지 모두 벗겨지는 건 아닐까. 떠나보낸 것들이 더욱 애틋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건  성장통이 아닐까.

 가끔은 우유에 초콜릿을 타먹는것도 괜찮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나는 핫초코를 홀짝였다.


ㅜ안경, 마요네즈, 딸기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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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먹을 건 없는건가...?
 
냉장고를 열자 왜인지 평소에 마시지 않던 딸기우유가 있었다.

누구꺼야 이건...?

아무리 둘러봐도 먹을게 없다고 느껴져서 나는 마트에 가기로 했다.
가끔 차를 몰며 생각한다. 이대로 사고가 나면 아떡할까 라고.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찰 쯤 마트에 도착했다.
나는 이것저것 시식도 하고 둘러보고 카트에 물건을 담다가 갑자기 맥주가 눈에 띄어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맥주와 안주거리를 담고 계산대로 갔다.

삐빅-

저기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나는 귀찮은 듯 지갑을 찾았지만 사실 속으론 아직도 어려보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곤 얀경을 쓴 남자 캐셔에게 신분증을 건냈다. 그 남자는 몇번이고 내 얼굴과 대조하며 신분증을 보다 이내 다시 돌려주었다.

많이 다르시네요.

네?

당황스러운 말을 들은 나는 기쁜 마음도 잠시 예의 없다고 느껴져 불쾌해졌다.
다시 집으로 가는 동안 캐셔의 말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성형한거 같다고 비꼰건지 정말 순수하게 다르다고 한건지 무슨 의도로 했든 기분은 이미 나빠져있고
그대로 운전도 평소완 거칠게 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맥주한캔과 오징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마요네즈를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아 짜증나...


ㅜ 비둘기,일본,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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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완 거칠게 >평소와는 다르게
잘못썼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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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하늘은 서평역에서 올려다보던 하늘과 다름이 없다. 뭘 하러 일본까지 몸을 날린건지. 말만 통하지 않을 뿐 한국과 다를게 없다는 감상과 돈아까움에 젖어 보도블록을 보며 터덜터덜 걸었다.

"야만적이야, 너무 야만적이야."

흉하고 추해서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들,
끊임없이 늘어지는 인파의 선.
질서정연한 모습이지만 그만큼 차갑고 딱딱하기만 해 되려 야만적이였다. 아주 아주 오래전 지구를 보는것처럼.

이 땅에도 비둘기는 바닥을 쪼아댄다.
서평역 2번 출구에서 보았던 장면과 다를바 없어서 일본에 오길 잘했다고. 말만 통하지 않을 뿐이지 한국과 다를바 없음과 돈값 한다는 감상에 젖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푸르른 하늘을 동경할 세도 없이 벨 울리며 쌩 하고 지나치는 자전거에 분위기가 깨었다.

"야만적이야."

두 다리가 멀쩡한데 왜 자전거 따위를 타고 다니는건지.
오늘따라 그녀가탄 휠체어의 바퀴가 뻑뻑하게 돌아간다.


쌀포대, 과도, 델리만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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