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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게시판 목록 총 1,047개의 스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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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50: 퇴마록이나, 그런거에 대해서. 레스 (6)
( 49564: 22) 들었던 괴담을 풀려고 한다.
1
별명 :
이름없음
작성시간 :
16-12-07 23:27
ID :
dd5S75TsqmSCQ
본문
일단 창작괴담은 아니라는 걸 밝힐게.
괴담은 그렇게 많이 듣진 않았어. 기억나는건 두개야.
하나는 예전 스레딕에서 풀었던 것인데 이건 나중에 말할게.
먼저 풀려고 한 것은 조금 까다로운 주제이지만
최대한 순화해서 쓰도록 해볼게.
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dd5S75TsqmSCQ

6.25면 아는 사람은 다들 알테야. 북한과 남한이 싸웠다.
이정도만 알고 있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어.
이 이야기에서 주제는 빨치산에 대한 이야기야. 빨치산이라면 알거야. 북한군의 게릴라라고.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해방부터 전쟁 발발까지 활동했던 좌익들이 총을 들고 무장투쟁을 하던 집단이지.
이 이야기는 경남 진주시에 있는 빨치산에 대한 이야기야.
진주시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지만 거기에 대한 괴담은 이것 말고는 공군훈련소 괴담밖에 없지만.

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dd5S75TsqmSCQ

진주시는 듣보잡 지방도시지만 아마 논개나 김시민이라면 들어본 적 있을거야.
지금도 듣보잡인건 맞아. 경상도에서 마산 창원 부산 울산 이런 곳은 알아도
진주시라 하면 어디에 붙어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서울사람 중에 꽤 많더만. 물론 공군 다녀본 사람은 아마 다 알테지만.

여튼 당시 경상도에 활동하던 빨치산은 지리산 대성골 전투로 인해 완전히 산산조각 났었어.
잔당들만 모였을 뿐이지. 그래서 그 잔당들은 뿔뿔히 흩어져서 멀리선 마산까지 갔었고,
가까이선 산청에 숨어 있다가 잡히고 그런 꼴이었어. 다만 당시엔 남쪽보단 북쪽의 상황이 더 급했고,
그래서 빨치산 잔당까지 토벌은 지지부진한 상태였어. 그렇게 살아남은 빨치산 4명이 진주에 있었어.
역사를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빨치산은 이성관계가 매우 엄격해.
윗사람들만 여성대원과 썸씽이 있다가 그냥 입 싹 닦을 뿐이지 나머지는 사상에 투철해서 엄한 군기만 남아있던 것이야.

4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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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dd5S75TsqmSCQ

그런데 살아남은 빨치산 4명은 전부 남자였고, 토벌을 피한다고 피폐해진 상황이었어.
이들은 진주시에 선학산이라는 작은 산에 숨어다녔어. 일단 진주시 지형을 설명하자면
서쪽으론 진주성과 그 주변에 '시내'가 있었고 시내 중심가가 있어,
동쪽으론 '도동'이라고 해서 지금은 공업단지와 주택단지가 들어서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지만
예전엔 모래밭인데다가 백정들이 많이 살던 곳이었어.
일단 그 중간에 선학산이 있던 곳이야. 선학산은 낮은 산이지만 꽤 넓었고,
그래도 도동과 조금 더 가깝기 때문에 그 산기슭에 백정들이 꽤 많이 살았어.

그래도 전쟁 당시엔 산 것은 아니었지. 전쟁통에 사람들 정말 많이 죽었으니까.
다만 살아남은 백정들은 내내 그 산기슭에 살면서 약초를 캐거나 나무껍질이나 뿌리를 캐면서 연명하고 있었어.
진짜 아무것도 없는 동네였으니까. 가다가 국군들도 그냥 지나가다 말았던 곳이으니
부산이나 서울이나 대구처럼 미군 레이션이라도 줏어먹는 것조차 불가능했어.

그래도 어떻게 살아남은 백정 딸 두명이 있었던 것이야.

5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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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dd5S75TsqmSCQ

빨치산 4명은 계속되는 은둔생활로 인해 식량이 다 떨어져갔던 상황이었어.
국군 및 경찰의 눈을 피해 계속 숨느냐,
아니면 적지만 아직 남아있는 그들에게 들킨다고 하더라도 약탈을 하느냐 둘 중 하나였어.
결국 후자를 택했지. 이제까지 살기 위해 피해다녀야 하는데 굶어죽을 순 없으니까.
마침 산기슭에 백정 집이 몇개 남아 있고, 4명이서 AK-47을 갈기면서 약탈했던거야.

말인 즉슨 그 나무껍질이나 뿌리까지 뺏어갔다는 의미지. 빨치산은 다른건 엄격해도 약탈만큼은 신랄하게 해냈으니까.

여기서 백정들이 한 15명 죽었나 그랬어.
그런데 그 백정 딸 두명이 그만 총을 쏘고 자기 아버지들을 살려달라고 빌었던거야.
그런데 두명은 꽃다운 나이였다 이거지. 회가 동한 빨치산들은 이 두명을 납치해버렸어.

6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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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d61RzQe4Q

사실 빨치산들은 말이 공산주의 유격대지 사실은 산적에 가까운 작자들이었어.
그렇게 된 이유는 말하자면 조금 복잡해서 6.25 이야기를 상당부분 풀이해야 하지만 생략할게.
어쨌든 꽃다운 나이의 여자가 산적들에 잡히면 어떻게 될까? 일본군 위안부처럼 되어버린 것이지.
빨치산 4명이서 2명의 여자애를 계속해서 괴롭혔던 것이야.
그 와중에 두명이 다 함께 빨치산의 애가 생겨버렸지.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일이었어.
당시에도 낡아빠진 계급의식이라는게 있었고, 게다가 전통이 남아있던 진주시인 만큼 백정들이 많이 천대받았지.
역사 공부 좀 한 사람은 '형평운동'이라는걸 알거야. 일제시대 진주시 백정들로부터 시작된 계급운동이지.
하지만 그런 계급운동에도 불구하고 백정들은 여전히 차별받으면서 살았었거든.

그런데 납득 안가잖아? 아무리 천대받는 백정들이라도 악한들에게 이런 치욕을 견딜 수 있는가?
게다가 도와줄 사람도 없었어. 빨치산들은 총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 백정 아가씨는 전부 죽이기로 모의를 했었어.

7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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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dd+Dd61RzQe4Q

일단 이야기는 여기까지. 여기까지가 1부고, 3부쯤 될까. 나머지 전부 다 내일 풀도록 할게.

8
별명 :
이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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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ddtIz+ywcT9R2

재밌을 것 같다. 기다릴게~

9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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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dd+Dd61RzQe4Q

자. 이제 시작해볼까.

10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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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dd+Dd61RzQe4Q

>>3에도 말했듯이, 빨치산은 이성관계에 대해서 매우 엄격하다고 했지?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빨치산 '내'에선 이성관계가 엄격하다고 하는 게 맞아.
처음엔 모든 빨치산들이 각각 자기네들 구역의 마을 사람들의 협력을 받으면서 살았었어. 아주 약간만.
빨치산들의 생각엔 마을 사람들도 자본가나 대지주같은 '반동'들에게 고통을 받고 살아갔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현실은 달라. 이승만의 농지개혁으로 인해 대부분 농민들이 자기 땅을 가지고 있었던거야.
그래서 그들을 도와줄 이유도, 공산 혁명을 꿈꿀 이유도 없었던거야.
빨치산들의 선동에 넘어가서 협력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협력은 반강제적이었어.
생각해봐. 총을 들고 있는데, 그것도 AK-47. 연사가 되는 '따발총'을 어떻게 이겨. 걍 죽는거지.

이성관계로 넘어가자면, 농민들도 어쩌다 반강제적으로 처녀를 바쳐버린 경우도 있었어.
군사정권 시기에 빨치산이 있는 곳마다 나왔던 괴담들이지. 그리고 빨치산들이 그런 처녀를 냅뒀을까?
노리개. 이 세 글자로도 충분했던 것이지. 여성동지로 보지 않고 하나의 물건으로 봤던거야.
선학산에 네 빨치산이 두 백정의 딸에게 한 것도 마찬가지였어.

11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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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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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d61RzQe4Q

여튼 이대로 치욕을 견딜 수 없다. 네 사람 한꺼번에 죽여버릴 방법이 어디 있을까?
잠시 지형 이야기 좀 하자면, 시내에서 도동으로 가는 길목에 뒤벼리라고 벼랑지대가 있어.
지금은 크고 높은 6차선도로가 생기고 차도 많이 다니고 그렇지만 당시엔 거긴 모랫길이었고,
때문에 끝에서부터 바닥까지 거리가 높았어. 한마디로 떨어지면 100% 뒈지는 높이지. 아파트로 치자면 적어도 8층 높이니까.
마침 산기슭에서 조금 넘어가면 양반집의 거리가 있었고, 진주에 유명한 토호인 진주 강씨의 본가가 있었어.
강호동으로 유명한 그 진주 강씨 말이야. 지금도 그 진주 강씨 종친회라고 큰 저택이 있긴 해.
여튼 그 본가를 네 빨치산들이 털면서 술을 약탈했던 것이야. 그래서 그들이 술에 먹고 취해 있었어.

두 백정 아가씨는 그들을 뒤벼리에서 밀어버려서 죽여버릴 생각이었어.
그들은 아가씨들이 애를 밴 몸인데도 여의치 않고 갖고 놀 생각이었고,
그래서 아가씨들이 어찌 한번 유혹해서 벼랑 끝으로 갔었어.
일단 술을 좀 먹인 다음 만취된 상태에서 밀려고 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던거야.

12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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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dd+Dd61RzQe4Q

빨치산들이 아무리 인간말종 산적들이라고 해도 전쟁을 겪은 몸이고
자기 동지들이 죽어나간 참상을 봤던 인간들인데 쉽게 당할까?

밀어버리려던 순간에 살기라는 걸 감지해버렸고, 쉽게 술에 깨버려서 그녀들이 밀려고 하자마자 총부리를 들이댄거야.
이 년들이 어디서 수작이냐고. 그렇게 벼랑에서 밀어 죽이고 싶다면 너부터 죽여주마.
라면서 백정 아가씨 한명을 총으로 쏴죽인거야. 정확히. 이마 정중앙을 노리고 말이야.
살아있는 한명은 깜짝 놀라서 떨고 있었지. 이제 틀렸다.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한거야.
그런데 빨치산들이 보통내기가 아니었어. 어차피 총알은 아깝거든? 그래서 빨치산 중 한명이 이렇게 말한거야.

너, 총 맞아 죽기 싫으면 벼랑 끝에 한발로 서서 30분만 버텨봐. 그러면 살려줄게.

이렇게 말이야. 그런데 그게 쉽냐? 아무리 여자가 남자보다 신체 균형감각이 좋다지만 어쨌든 임산부인데?
그런데 살고 싶었던 그녀는 어떻게든 시킨대로 한거야. 한발로 서서, 흔들거리는 몸을 두 팔벌려 어떻게 잡으면서.

그런데 10분도 안되어서 빨치산이 발로 차서 밀어버린거야. 그녀는 결국 뒤벼리에 떨어져 머리가 깨져 죽어버리고 말았어.

13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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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dd+Dd61RzQe4Q

빨치산들은 여기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면서, 이제 살아있기를 빈다면서 뿔뿔히 흩어지고 말았어.

한명은 광주로 갔어. 그리고 거기서 노동자가 되다가 노동운동가가 되었어. 5.18에도 참여하고.
한명은 마산으로 갔어. 그리고 거기서 10년간 노동과 공부를 겸하다 변호사가 되었어. 그것도 인권변호사로 말이야.
한명은 서울로 갔어. 그리고 거기서 장사를 하다가. 수완이 좋아서 커다란 클럽을 차리면서 먹고 살았어.
한명은 춘천으로 갔어. 거기서 빈 땅을 얻어서 농부가 되다가 과수원이 잘 되어서 그럭저럭 잘 사는 부농이 되었어.

이정도면 감이 오려나? 전부 빨치산 경력들을 숨기고 남한에 적응하며 살았던 것이야.
전후엔 이런 경우가 굉장히 빈번했어. 전통적인 계급도 무너져버렸고.
그들도 어쩌다 은근슬쩍 이름을 바꾸며 새 호적을 얻어서 처자식들을 먹여살릴 만큼 팔자가 핀 것이지.
더이상 그들은 빨치산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아래에 하나의 시민으로 변한 것이었어.

14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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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dd+Dd61RzQe4Q

여기까지가 2부. 진짜 괴담은 3부에 있어.

15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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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dd+Dd61RzQe4Q

자, 진주시 선학산에 잔혹한 짓을 저질렀던 빨치산들이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았습니다ㅡ 라면 이야기가 안되겠지?
그래.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았지. 하지만 그정도론 어그로는 되어도 괴담은 아니잖아?
그로부터 한참 후. 박정희 정권부터 이때부터 뒤벼리에 도로가 생기게 되었지.
뒤벼리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고 그 도로로 취미로 드라이브 하는 사람도 있었어.
지금 뒤벼리는 나무가 빽빽하고 덩굴이 너무 많아서 암석이 제대로 안보일 정도지만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암석이 말끔하게 보였고 그 절경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었어.

그런데 문제가 뭔지 알아? 암석이 말끔하게 보이는 대신 낙석사고가 많이 생겼던거야.

오죽하면 진주 내에서 뒤벼리 도로를 '죽음의 길'이라고 했을까?
가다가 낙석사고로 교통사고까지 합해서 죽은 사람이 더러 있었어.
그런데 그런 경우는, 죽은 사람과 고인들에겐 미안하지만 정말 재수없어서 죽는 경우였어.
많은 사람들은 뒤벼리 도로가 편하니까 그쪽을 애용했지. 안그랬으면 다리 건너 돌아서 가야 했으니까.

16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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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dd+Dd61RzQe4Q

어느덧 1980년대. 네 빨치산들이 어떻게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되면서
동지들끼리 진주시에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연락했었어.
모이려고 했던 날짜는 12월 7일. 바로 이 스레가 세워진 바로 그 날짜야.

광주에 몸을 숨겼던 빨치산이 먼저 뒤벼리 도로를 건넜어. 그런데 그 전에 꿈을 꾼 것이었어.
이마에 바람구멍이 나 있던 백정 아가씨가 자기 발을 끌어당기는 꿈을 말이야.
개꿈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언듯 모르게 불안했어. 총을 쏜 빨치산은 그였거든.

여튼 약속장소는 진주시 앞에 장어요리집 골목이었고,
자기 가족을 동행해서 현대 포니 자동차를 몰고 뒤벼리길을 건너고 있었어.
그런데 커다란 돌이 굴러떨어지면서 자동차 앞에 떨어져버리고 말았어.
당시 그의 가족은 아내, 딸, 아들 이렇게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아내와 자식들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자신은 돌이 떨어지면서 쪼개진 파편에, 이마에 제대로 박히면서 즉사하고 말았던거야.

마치 자신이 빨치산일 때 백정 아가씨의 머리에 총을 갈긴 것처럼, 그 부위 그대로 박혔던 것이지.
총알 대신 날카로운 돌 파편으로.

17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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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dd+Dd61RzQe4Q

결국 술 약속은 파토가 나고 장례식을 치루고 말았어.
남은 세 사람은 설마 그때의 원한이 아니었나 떨고 있었어.
결국 술도 꺼림찍해서 못 마시고 장례식이 끝날때까지 계속 있다가 다시 뿔뿔히 흩어졌어.
그리고 진주시로 가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지.

여기서 뒤벼리 이야기를 또 하자면 그래. 박정희 정부 시절에 뒤벼리에 시내 방향 끝에서
한쪽 벽이 싸하게 깎이면서 '반공, 방첩'이라는 표어가 새겨져 있었거든? 아주 쌔하게 말이야.
남은 빨치산들은 이것부터 재수가 없었다고 또 생각해버리곤 말았지.

여튼 그 이후로 대통령이 바뀌고 민주화가 되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전두환부터 노태우로 바뀌던 시기.
그때도 뒤벼리엔 어떤 정비도 하지는 않았어. 부서진 길을 고치는 정도일까?
그때 마산에 몸을 숨겼던 빨치산이 일 때문에 진주시로 가게 되었어. 진주에 누구 변호해주기 위해서.

18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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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dd+Dd61RzQe4Q

뭐 뒤벼리에 가지 않으면 죽는 일은 없겠지 싶었지. 뒤벼리 반대편에 보면 새벼리라고 있는데
지금으로 치면 진주성에서 다리 건너 진주산업대(지금의 경남과학기술대)가 있고 산업대에서 연암공대로 가는 길에 있거든.
그래서 새벼리를 건너자고 생각했던거야. 변호할 사람은 병원에 있었고, 진주성 부근에 커다란 병원에 있었거든.
하지만 새벼리가 막혀서 어쩔 수 없이 뒤벼리를 건너야 했던거야.
다만 그는 먼저 죽은 광주의 동지와는 다르게 악몽은 꾸지 않았어. 그래서 더더욱 괜찮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것이 나이브한 생각이었을까. 뒤벼리에서 굴러떨어진 작은 돌에 바퀴가 나가면서
차가 엇나가다가 가드레일을 뚫고, 그 아래 강둑으로 떨어지면서 차가 박살나버렸어.
그리고 그는 그 충격으로 두부외상을 입고 죽어버렸어. 머리가 반쯤 날아갔지.

백정 아가씨를 발로 밀어 떨어뜨린 빨치산이 바로 그였어.

19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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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dd+Dd61RzQe4Q

나머지 두 사람. 즉 서울의 빨치산과 춘천의 빨치산.
그 둘은 마산의 변호사 동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불안했던거야.
그런데 또 한편으론, 직접 죽인 범인이 죽었으니 자기네들은 괜찮다고 생각했었어.
그래도 진주시엔 발을 들일 생각도 하지 않았지. 21세기 전까지만 말이야.
당시 1999년을 넘어가면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종말론이 많았잖아.
그걸 진지하게 믿는 사람이 많았었고 이 둘이 그 중에 하나였어.
교회에 헌금을 내던가 부처님 앞에 절하던가 등등 미신도 굉장히 많이 믿었지.

그런데 21세기. 2000년 1월 1일이 되자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다는걸 눈에 보게 된거야.
그것이 이 둘에게 헛바람을 불어넣은 것이지. 야, 우리는 괜찮다! 그러면 죽을 경우 없겠다 라면서.

20
별명 :
스레주★T/ICQGPc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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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dd+Dd61RzQe4Q

21세기가 되었으니 그때 남은 둘은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되었겠지? 그래도 멀쩡하게 운동도 하고 그랬어.
서울에 빨치산이 이제 진주로 내려간거야. 진주에 교수로 있던 자기 자식을 보기 위해서 말이야.
그때는 뒤벼리도 많이 바뀌었어. 반공, 방첩이 새긴 것도 덩굴로 싸그리 가려져 있었고
그 뒤에 나머지는 크고 아름다운 그물로 덮어놨거든. 이 시기에 낙석사고가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어.

고로 자신은 뒤벼리 도로를 가도 죽지 않을 것이고 아름다운 절경이나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
그는 운전석에 있지 않고 뒷칸에 있었어. 앞엔 막 대학생이 된 자기 손자들이 운전석과 조수석에 타고 있었지.

그런데 뒤에 트럭이 난폭운전을 하다 박아버린거야. 차는 티코였고, 티코가 반정도 확 찌그러진 것이지.
다행히 손자들은 하반신에 심한 부상만 입었을 뿐 살아있긴 했어.
문제는 그 빨치산은 완전압축된 티코 뒷좌석에 끼어서 잔혹하게 죽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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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명. 춘천의 빨치산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지.
그렇게 10년이 흘러 2010년. 뒤벼리는 이제 그물에다가 덩굴을 깔아놔서 완전히 돌을 막았던 때였어.
차도 6차선으로 새로 정비되었고 길도 엄청 안전해졌지. 옆에 자전거도로도 있었고.
그래도 남은 그는 결코 진주로 갈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자기 땅을 사기친 사채꾼이 진주에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증인으로 나서기 위해 진주까지 가게 된거야.
자기 며느리가 태워주는 4WD차를 몰고 쭉 가고 있었지. 그런데 우연의 일치였을까?
차가 갑작스럽게 고장이 나면서 서버리고 말았는데, 여기까진 안전했어.
일단은 차 안이 답답해서 밖으로 나와 자전거도로에 담배를 피고 있는데,
자전거를 몰고 다니던 노인에게 치여서 바닥에 넘어지고 뒷통수가 깨진 것이었어. 그 노인과 같이.

그는 그렇게 죽어버린 것이었어. 참고로 그 노인은... 조금 억지같지만,
그 빨치산의 약탈에 살아남았던 어린 백정의 자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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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이 뭐냐면 죽은 날짜는 딱 12월 7일. 바로 그 두 백정 아가씨가 죽은 날이었어.

이걸로 이 이야기를 마칠게.

사실 실화라고 하기엔 그래, 그냥 권선징악적인 이야기일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듯이 말이야.

다만 난 이 이야기를 >>20에 아까 말한 한 교수님에게 들었어. 바로 서울의 빨치산의 자식이었지.
그 사람은 자기 아버지가 죽은 날부터 10년동안, '이젠 다 용서했다'라는 귀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무당에 굿을 시키며 제사를 지냈었어. 결국, 뒤벼리엔 이 날 이후로 낙석사고로 죽은 사람은 한명도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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