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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01: 151) [1차] 신을 믿으십니까?
1
별명 :
이름없음
작성시간 :
16-09-04 22:36
ID :
BLxNmb5FFamlU
본문
겨우 찾아온 봄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바람은 꽤나 쌀쌀했다. 난 이 세상에, 무능한 나에게 절망했다. 고졸에, 백수에, 취업은 안 되지. 찾아드는 초조함과는 별개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어머니의 장례식이 열렸다. 교통사고였다. 며칠 간의 장례식이 끝나고,난 내 자신을 방구석으로 내몰았다.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쓰레기를 필요로 해 주는 사람 따위는 이 세상에 없고, 나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냥 죽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저 순간적인 충동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은, 적어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불행이었는지 행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우리 집은 강 근처였고, 다리에 도착해 뛰어내릴 만한 곳을 찾기까지는 채 오 분도 걸리지 않았다. 인생을 끝낼 시간이었다. 난 난간 너머로 몸을 굽혔다.

"저기, 잠깐만요!"

"...네?"

"혹시, 신을 믿으시나요?"


------
1차창작 통합스레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쳐 건너왔어. 시작!
10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Yp79jY2VcGQ

으어어 선 그어놓은게 어긋나 버렸다... 그냥 두 방 사이에 벽이 있다고만 생각해라.

10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N7MjfBPMsVc

이 현: 하나만 더 물을게.
백 설기: 뭔데요?
이 현: ...어제, 왜 구했던 거야?
백 설기: 네?
이 현: 왜 구해줬냐고. 솔직히 이해가 안 가서.
백 설기: 전도를 위해서죠!
이 현: 적당히 넘기려 하지 말고.
백 설기: 진짜인데요?
이 현: 그만해. 말해 줘.
백 설기: ......

확신할 수 있다. 저 보랏빛 눈은, 더 많은 걸 숨기고 있다고.

10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N7MjfBPMsVc

구원

백 설기: 이럴 때 보면, 현 씨는 선배랑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진지해지는 게 똑같네요.
이 현: ...뭐 그렇지.
백 설기: 뭐랄까...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죽게 놔두고 싶지 않았어요.
이 현: ...
백 설기: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았고, 또 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도 싫었어요.
이 현: ...그런...
백 설기: 이기적인 걸지도 모른다고, 주제넘은 참견일 수도 있다고 몇 번씩 생각했었는데, 역시 현 씨가 죽는 건 싫더라고요.
이 현: .....
백 설기: 그냥, 구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 때의 내가 구원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10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cCviaQo1iU

투영

백 설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때 현 씨에게서 예전의 제가 보였던 것만 같아서,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요.
이 현: 그게 무슨..
백 설기: 예전에, 저도 죽으려 했었거든요. 거기서.
이 현: 설기 씨가?
백 설기: 현 씨, 세상은 가혹해요.
이 현: ...그렇지.
백 설기: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가고, 절망적이고, 마음을 죽여요.
이 현: ......
백 설기: 불합리하죠. 견딜 수 없는 순간도 오고요.
이 현: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백 설기: 그런 세상에서라도, 살아가 달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앞뒤가 안 맞는 거 알아요. 납득하기 힘들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백 설기: 살아 주세요. 저를 위해서.

의지할 무언가를 찾는다면.
숨을 쉬는 것에서,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그 때는, 당신도 조금은 강해져 있지 않을까.
만약, 내가 당신의 「의미」가 될 수 있다면.
그건 정말로 기쁜 일이 아닐까.

10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Q74DtogSA

"...이해가 안 돼. 왜 나 같은 걸..."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현 씨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어요."

 더 모르겠다. 어느 정도 납득은 갔다. 이 사람은 형이랑 비슷하다. 받지 않아도 되는, 그저 애정을 주고 싶어 하는 그런 점이 비슷했다. 다만, 조금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단단했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빛이었다. 마주친 자색 눈에 속이 꿰뚫리는 듯 했다.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눈. 가슴을 휘저어 놓고 나가는 시선에, 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뭐라고. 소중한 사람? 고작 만난 지 하루 된 사람에게는 과한 칭호다. 아, 예전에 알았다고 했었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 당신의 이름초차 몰랐는데.  저런 종류의 헌신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일까.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넓어져 가는 따뜻함이다. 이상하게도 얼굴에 열이 퍼져나가서, 그 보랏빛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10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Q74DtogSA

기말을 마치고 온 스레주다! 오예아!!

10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8m/+F4KhoFg

"그러고 보니, 현 씨는 눈 마주치는 거 싫어해요?"
"별로... 싫어하는 건 아닌데, 가끔 좀 부담스러워."

 ...약간 죄책감 같은 게 든다고나 할까. 웅얼거리며 뒷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저런 걸 바라봐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게 되어버린다.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한다는 건, 그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 이제는 뇌리에 박혀버린 그 말이 가슴을 짓눌렀다. 나약할 것이 분명할 스스로를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특히 당신같은 사람에게라면 더더욱. 맑은 보라색 눈을 마주하면, 그 안에는 호수가 하나 있었다. 바라보고 있자면 빠져들어가고 마는 깊은 자색 물이다. 물은 마음을 휩쓸고, 통증을 걷어내고 나간다. 호수는, 한껏 쏟아낸 눈물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그의 눈은 그랬다. 어쩐지 구원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헛된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눈이었다. 그러니까 피하는 것이다. 맑게 빛나는, 신성함에 가까운 그 보랏빛을. 날 이해하고 있다며, 다 받아 주겠다고 말하는 듯한 그 눈은 내겐 너무 과분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가슴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는 듯 했다.

11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VVZFHYkfrDs

이 열기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당신을 바라볼 때마다 조금씩 뜨거워지는 기운을. 이 뜨거움은 울분이나 억울함 같은 열과는 달랐다. 좀 더 간질간질하고 따뜻했다. 머리로 정의내릴 수 없는 열기였다. 뱉어낼 수 있었다면, 그건 분명 걸러내지지 않은 덩어리였을 것이다. 숨기지 못한 채 드러난, 저 안쪽에 잠들어있던 감정. 이런 걸 어떻게 형용하면 좋을까. 알 수 없는 감정은 내게 있어 언제나 위험요소였다. 토해내는 순간부터 이성이 끊기고, 자아를 겨우 유지시켜 오던 얇은 실이 조각나는 것이었다. 이 사람과의 첫 만남이 그랬다. 간신히 폭발을 막아오던 마지막 한 가닥이 끊겨서, 저 아래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에 불타 버렸다. 몸이 울분에 지배당해 버린 것이다. 꺼내자마자 통제를 벗어날 것이 뻔한 마음 따위, 차라리 처음부터 없는 것이 속이 편했다. 내게 있어, 지금의 이 감정은 의문 그 자체였다. 가끔 형한테서 비슷한 것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 것도 같긴 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이걸 뭐라고 하면 좋지. 속이 울렁거려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은 피곤했다. 혐오스러운 자신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11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7U8dr6u0gM2

"머리 아프네... 잠시만 누워도 될까."
"그렇게 해요. 이불 꺼내드릴까요?"
"자고 갈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뭐 어때요. 이거 덮어요!"

 폭, 하고 푹신한 이불이 날아왔다. 잠시만, 그렇게 던지면, 아 잠깐만! 찰나의 틈조차 없이 날아오는 베개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안고 자요! 커튼 칠까요? 그냥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해맑은 목소리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간질거리던 열기가 이제는 터질 듯 가슴을 채운다. 내쉰 숨결이 뜨거웠다.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듯 했다. 이불을 덮고 몸을 눕혔다. 베개에서 은은한 샴푸 냄새가 풍겼다. 침대 전체에서 옅은 향기가 나는 듯 했다. 텅 빈 품이 허전해 이불을 끌어안으려던 순간, 결 좋은 은발이 팔 사이를 메웠다. 그가 품 속에 들어와 있었다.

11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BiFNlrvhfBM

"뭐 하는 건데."
"껴안을 거 없으면 못 잔다면서요. 안고 자요!"
"됐으니까 내려가."
"제 침대입니다만? 현 씨는 내려가라면 안 내려갈 거잖아요! 주객전도라고요."
"아니, 애초에 누우라고 한 건 설기 씨..."
"이러려고 그랬던 거였는데요?"
"됐어!! 안 자고 만다!"
"내려가지 마요!"

 심장이 터질 듯 했다. 애원하는 눈망울이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숨결이 맞닿을 때마다 박차를 가하는 박동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가 내려가 줬으면 했다. 하얀 피부와 시트에 흐드러진 은발. 자색 눈동자와 오밀조밀한 입술, 은은한 샴푸의 향. 그 모든 것이 정신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고개를 돌리려 했건만, 그는 나의 한쪽 뺨에 손을 얹어버렸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굴이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져 이젠 숨길 수도 없었다. 가슴 속이 이상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울렁거림이었다. 이 열기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무슨 이름을 붙여야 할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시야가 암전하기 전, 그의 보랏빛 눈이 잠시 보였던 것도 같았다.

11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DI3AC9dhx/I

현 씨, 얼굴이 뜨거워요! 일부러 저러는 건지, 그냥 그렇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까의 발언도 그렇고, 역시 반쯤은 고의인 것이 아닐까. 얼굴에 올라온 손이 차갑게 느껴졌다. 내가 뜨거운 것인지, 그의 손이 따뜻한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여러모로 헷갈리게 만드는 사람이다. 눈을 살짝 떴다. 그가 시야에 들어차 있었다. 눈 떴네요. 그러면서 베시시 웃는다. 그만하고, 잘 거니까 건들지 마. 그렇게 몸을 돌리자, 이번에는 뒤쪽에서 껴안아 온다. 이건 안 된다. 심장 소리를 들키고 만다. 그대로 다시 뒤돌았다. 날 보고는 한 번 더 웃더니, 그럼 잘 자요, 하고는 껴안는다. 울려퍼지는 고동과 체온, 바디 워시의 향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 했다. 이젠 그냥 자고 싶었다. 심장 소리는 이미 들킨 지 오래였을 것 같았다. 멈추지 않는 박동에 몸을 맡긴 채, 다시 눈을 감았다. 그가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부드럽게 내려가는 손길에 온 몸이 풀리는 듯 했다. 의식이 잠에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뛰는 가슴이 간지러워 그를 꼭 끌어안자, 그도 덩달아 내 몸을 당겼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먹먹하고 뜨거워서 잠겨버릴 것만 같았다.

11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NI5CCgUF6GI

흐름 끊고 난입해서 미안... 겨ㄴ딜수가 없었다..... 현이 너무 귀여워 흑흑ㅠㅠ 이제 제대로 연애물의 형태를 보여주는구나 싶어서 감동이고(?) 정말.. 항상 좋은 썰 고마워...!!

11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O6LT6YWL6F2

>>114 저어어어언혀 하나도 미안할 것 없어! 새로운 레스는 언제나 환영이야! 흐름도 중요하지만, 레더들의 피드백과 반응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지♥ 다들 부담없이 레스 남기고 가줬으면 해. 혹시 팬아트라거나(설렘) 그런 걸 던져주고 가면 스레주가 좋아 죽을 것 같다. 음, 나 너무 양심 없나... 어쨌든, 연애물의 형태... 과연 제대로 된 연애물이 맞을까(찡긋) 아마도 그럴 것 같긴 한데 말이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두번봐. 스레주는 레더들의 레스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 다들 많이많이 써주고 가♥

11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IK+7kaYcDwg

"...모르겠어.."
"뭐가요?"
"왜... 나를..."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당신이 왜 이러는 건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고맙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 것 같았다. 나를 이렇게까지 아껴 주는 사람은 찾기 힘들 터였으니까. 형이랑, 그리고. 그리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그대로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그의 품에서 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힘을 잃은 목소리로, 한 단어를 간신히 뱉었다. 고마워.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이렇게나 많은 걸 줘서 고마워. 형도, 이 사람도. 감사할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표현하지 못하는 건, 역시 내가 바보같아서겠지. 의식이 잠겨들어가다, 이내 희미해진다. 뛰는 가슴을 끌어안고, 체온에 파묻혀 잠든다. 사실 예전부터 바라고 있었던 일일지도 몰랐다. 잘 자.. 그 말을 끝으로, 머릿속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11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3jUs/NNrpsg

잠들었네요, 하고 의미 없는 말을 내뱉어 본다. 잠시 떨어져서, 그의 잠든 얼굴을 샅샅이 살폈다. 흰 편인 피부와, 살짝 내려온 다크서클. 이마를 덮은 고동색 머리칼과 흩어지는 호흡이 예전과 다를 것이 없어서, 조금 미소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솔직하지 못한 성격에서부터, 저 안에 새겨져 있을 상처까지 모두 다.

118
별명 :
★0On7c0W9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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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ID :
BLICwheguRoE2

변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에서 멈춰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내가 언제라도 찾아 줄 테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괴로워하지 마요. 옅게 신음하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꼭 감은 눈에 맺혀들어간 눈물을 살짝 닦아내리고, 불안정한 그를 바라봤다. 그가 어떤 것을 끌어안고 있는지, 나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이해하려 할 뿐이었다. 모친의 죽음. 정말 그것뿐인 것일까. 그에게서 전해져 오는 것은 뚜렷한 사실이 아닌, 그저 안개가 낀 듯한 감정이었다. 감정은 사소한 행동이나 말 속에 녹아드는 것이라, 숨기는 것이 서툰 그로서는 내비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책하고 있었다. 잠깐 지켜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비슷하네요, 2년 전의 저랑. 하는 짓이 어지간히 똑같아야 말이죠. 그를 구할 수는 없을까. 그 때의 내가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그의 「신」이 될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울 것만 같은 그를 품에 넣는다. 착하죠, 울지 말고 뚝. 그가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지금은 몰라도 괜찮을 것이다. 품 속에서 안정과 불안정을 반복하던 그를 바라봤다.

11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c5JTjoCj97Q

다시 그의 옆에 누웠다. 두 눈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렇게나 보이기 싫은 건가요. 손을 살짝 그의 눈꺼풀 위로 가져갔다. 속눈썹도 긴 편이고, 예쁘게 생겼는데 왜 인기가 없는 걸까요. 역시 키 때문인가. 아니면 성격 때문에? 그 쪽이 더 일리있었다. 자기혐오가 심한 사람은 사랑받기 힘든 법이었으니. 잡아줄 사람이 없는 증오는 끝없이 퍼져나가는 것이라, 결국은 스스로를 상처입히기 마련이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지탱해줄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감사하라고요, 정말. 이런 목소리 따위 들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저, 계속 곁에 있어줬으면 했다.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입술은 나중에 정식으로 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고른 숨을 내쉬는 몸을 껴안았다. 안정된 듯한 박동이 느껴졌다. 잘 자요. 그렇게 같이 잠들고 말았다.

12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c5JTjoCj97Q

당신을 그렇게까지 괴롭게 하는 건 무엇일까요.
그 안애 품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울고 있나요. 물론 울어도 괜찮아요.
다만, 다시 절망하지 말아 줘요.
그 눈으로 날 보면서 웃어 줘요.
견딜 수 없다면, 무너진다면 지탱해 줄 테니까.
괜찮아요. 놓치지 않아요. 몇 년 만에 찾아낸 당신이니까요.
죽지 말아요. 슬퍼하지 말아요.
언젠가는 구해 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그냥 곁에 있어 주세요. 변하지 말고요.
바라는 건 그것뿐이니까요.
이런 당신이라도, 분명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 믿으니까.
당신이 흔들린다면, 그 때는 내가 잡아줄 테니까.
내가 함께 있어줄 테니까.
사랑해 줄 테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외로워하지 말아요.

언제 어디서라도, 내가 당신 곁에 있을 테니까요.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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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우스: 둘 다 나와보게! 치킨이 왔... 아, 자는 것인가.
이 현, 백 설기:(껴안은 채로 취침 중)
페리우스: 정말, 이러고 있으면 깨울 수도 없지 않은가. 뭐, 나중에 먹으면 될 일이지.

그대들이 행복해 보이니, 방해할 수 없지 않은가.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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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이 현: ...아, 나 잠들었었지... 몇 시지, 지금. 해 진 것 같은데.
백 설기:(자고 있다)
이 현: 7시... 오래 잤네.
이 현: 일어나기 싫다... 좀 더 잘까.

비쳐 들어오는 저녁빛이, 당신의 품이 따뜻해서.
조금만 더 이대로 있고 싶어.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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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안애-안에. 좀 철저히 쓰자 나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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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판

이 현: 나 몇 시간이나 잔 거지... 설기 씨도 없고, 나가볼까.(벌컥)
이 건: 일어났어?
이 현: ...맥주?!
페리우스: 자고로 치킨엔 맥주 아닌가!
백 설기: 현 씨도 같이 마셔요!
이 현: 어쩌다 술판이 된 건데... 난 됐어.
이 건: 그러고 보니, 현이는 술 잘 못 마셨지? 싫으면 먼저 들어가 있어.
백 설기: 술 못 하나요? 귀엽네요♥
이 현: 됐거든! 먹고 갈 거야.
페리우스: 역시 치킨이 목적인가.
이 현: 마실 거거든.(캔을 딴다)
이 건: 괜찮겠어?
이 현: 괜찮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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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뒤

이 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에...히끅..
백 설기: 으어어 현 씨 울지 마요오오오..! 제가 있으니까 괜찮아요...(털썩)
이 현: 설기 씨..?! 죽지 마!! 일어나아아...!
이 건: 둘 다 취했네.
페리우스: 그렇군. 그럼 이제 단둘인 것인가!
이 건: 그런 것 같네. 페리도 얼굴 빨개졌는데?
페리우스: 그럴 지도 모르겠군. 꽤 마셨으니 말이다.
이 건: 페리는 술 세구나~
페리우스: 그대에 비할 바는 아니지. 족히 열 캔은 마시지 않았나.
이 건: 맥주는 괜찮아! 뭐, 현이는 두 캔만에 뻗었지만. 설기도 약한 편이었고.
페리우스: 그랬지.
이 건: 응.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2년간, 설기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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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우스: 그건.
이 건: 그건?
페리우스: 말해줄 수 없네!
이 건: 역시 그런가?
페리우스: 그렇네.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이 건: 그렇겠지. 물어보면 말해주려나..
페리우스: 그럴 걸세. 솔직한 아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왜 묻는 것인가?
이 건: ...설기 손목 아래쪽에.

못 보던 흉터가 생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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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들! 기쁜 소식이 있어. 입시 성공했다!! 자유야! 몇 주 뒤면 방학이니까, 그때쯤 진도를 왕창 빼놓을 생각이야. 생각만큼 잘 될진 모르겠지만 뭐 어때. 스토리에 대해 얘기하자면, 아마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눠서 진행하게 될 거야. 아직은 초봄... 떡밥 까느라 분량이 좀 길어진 감이 있어. 과거도 중간중간 나오고,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를 다른 두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량이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외전이나 번외, if스토리 등등도 생각 중. 스토리가 끝나고 몰빵해서 나오거나, 계절이 바뀌는 타이밍에 넣을 가능성이 커. 물론 전부 쓸 수 있을 지가 문제겠지만. 스레주가 게을러서 미안해... 사실, 이렇게 내가 중간중간에 튀어나와서 설명충 역할을 하는 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니까! 그게 인생이니까! 아니 나 뭔 소리를 하는거지 그니까 이게 아니고. 어쨌든 썰을 봐주는 모든 레더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얼마나 많은 레도들이 보고 있을지 감이 안 잡히기는 한데, 그래도 같이 달려주는 레더가 몇 명은 있을 거라 믿으면서 쓰고 있어. 다들 피드백과 질문레스 많이 달아주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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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이 건: 2년 전에, 설기랑 갑자기 연락이 끊겼었어. 자퇴했다고 들었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동생이랑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페리우스: 사실이다.
이 건: ...그렇구나. 그래도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다 싶었어. 설기도 현이도.
이 건: 가족의 죽음은, 극복하기 쉬운 게 아니니까.

아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가슴에, 그 사람의 자리만큼의 공백이 생겨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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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 현이, 많이 우울해 보였어?
페리우스: 우울...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자책감에 가까운 눈이었지.
이 건: 그랬나...
페리우스: 이 몸의 안목은 정확하니까 말이지!
이 건: 응, 그렇지.
페리우스: 이 몸은 「신」이 아니더냐. 전지전능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이 몸의 눈에 비치는 그대는.
아직도 괴로워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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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

이 건: 페리의 눈은 뭐랄까, 속을 꿰뚫는 듯한 느낌이 들어. 뭐든 알고 있는 것 같고 말야.
페리우스: 「전지」의 일부다! 그대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 알아낼 자신이 있다네. 그러니 뭐든 생각해 보게. 알아차려 주겠네!
이 건: 진짜? 그럼 맞춰 봐.

내 마음이 어떤지 나도 모르겠으니까.
대답을, 신탁을 내려 줘. 나의 작은 마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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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지금 간신히 일어서 있군."
"무슨 말이야?"
"무너진 마음을 억지로 붙여놓은 것이 아닌가."
"......"

말문이 턱 막힌다. 너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찾을 수 없는 눈이다. 와인색에 가까운 눈빛이 머릿속을 뚫고, 심장까지 내려가 휘저어댄다. 그게 무슨, 무어라 변명을 해 볼 작정이었지만, 목에서 막혀 버렸다. 덕지덕지 이어 붙인 마음과, 간신히 버티고 있는 두 다리. 추상적이지만 직관적으로 꽂혀 오는 문장이다. 이러한 화법 또한 너의 특성이라 말할 수 있었을까. 다시 한 번, 네가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한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역시 눈에 보인다고나 할까. 힘들어하는 것을 알 수 있었지. 전부 간파당한 듯한 기분이다. 사람을 너무나도 잘 안다는 점에서, 너는 의외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눈치없는 듯 보여도 판단이 빠르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언제나 진심으로 행동한다.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내가 파악한 너의 성격은 이 정도였다. 정열적인 적색이다. 그 눈이,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하며 말한다. 그런가. 이 한 마디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 이상은, 나약한 나로서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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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척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
"아니, 정정하지. 그대는 강하다. 하지만."
"...좀 더 기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네."
"현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페리는."

 무너질 것만 같았다. 이 고통이 버겁다고 외칠 수 없었던 날들이 이어졌다. 벼랑 끝에 몰린 것만 같다고 생각해 왔다. 그럼에도 자신을 포장해서 멀쩡한 척하고,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는 것이 정말 최악이다. 맥주 한 캔을 따 한 번에 들이켰다. 술기운이 오르지 않았다. 소주를 사올 걸 그랬나 보다. 고개를 돌리면, 날 응시하는 네가 보였다. 저 눈을 바라봐도 될까. 그렇지 않다면, 난 눈을 감아야 하는 걸까. 가슴 속에 뭔가가 응어리진 듯 했다. 캔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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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별로 강하지 않아. 오히려 강한 건 페리지."
"「신」으로써, 당연한 일이다."
"그럼, 약한 사람은 「신」이 될 수 없어?"

 그 말에, 너는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이내 네가 입을 열고, 나는 너를 지켜봤다. 마주친 시선이 좀 더 먼 곳을 향해 있었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어떤 진리를 찾고 있는 듯 했다. 아니, 그게 아니다. 내가 믿고, 동경하고 있는 너는 이미 답을 찾았을 것이다. 어쩐지 그런 확신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이상한 신뢰감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네가 머무른 곳의 대기가 바람을 타고 흐른다. 그 향기가 내 세상에 퍼져 나가서 어쩐지 몽롱해지는, 그저 매달리고 싶어지는 향취다. 너에겐 힘이 있었다. 스스로를 맡겨도, 의지해도 될 것만 같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내가 언젠가 동경했던 힘이. 그런 강함을 가진 자를 「신」이라 칭한다면, 넌 누구보다 그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좀 했다.

-----------------
12월 25일이네. 시간이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현이 생일 축하해! 다들 행복하게 살아라 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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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생각하는 「신」은, 어떤 존재인가?"
"전지전능한, 의지할 수 있는 존재?"
"그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신」이 맞겠지."
"애매모호하네."
"추상적인 개념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각자 기준이 다른 것이니 말이다."
"그럼, 페리의 기준은 뭔데?"

 너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옛날 일을 떠올리는 듯이 눈을 굴리더니, 이내 사랑스럽다는 듯 미소짓는다. 취기가 올라 홍조를 띤 얼굴과,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드러난 송곳니. 붉디 붉은 동공과, 왼쪽 눈 밑에 새겨진 작은 문신. 맥주캔을 꼬옥 쥔 손가락과 그 위로 이어지는 팔목. 마왕의 자리를 증명하는 듯 둘러진 망토와 그 사이로 드러난 목덜미. 밤 9시는 너의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시간인 듯 했다. 이런 너와 함께할 수는 없을까. 가질 수는 없을까. 자유로운 새와 같은 너를 이 품에 안아도 될까. 「신」을 소유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고개를 좌우로 털었다. 너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위험한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역시 조금 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하는 신은-"

「누군가를 구원하는 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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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말하자면 그렇다네."
"자세히 얘기해 줘."
"간단히 설명하기는 힘들 것 같군. 그 사람의 어둠을 걷어내는 것이라고나 할까."
"......알 것 같아, 그건."

 애매한, 그렇기에 흥미로운 개념이다.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지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어둠은 안개와도 같았다. 시야를 가린다. 이성도 통찰도 사라진, 그저 흐릿함만이 가득한 세상을 불러 온다.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기에. 그러다 눈 앞에서 손을 휘젓는 너에 정신을 차렸다. 괜찮은가, 하고 네가 묻는다. 얼떨떨한 느낌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랫입술을 굳게 물고 있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 아파서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이제 방학했으니 열심히 써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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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생각해 보니, 피가 나는 곳은 이미 한 번 터졌던 곳이었다. 낫지 않은 곳을 후벼파면 더 아픈 법이었다. 심지어 더더욱 쉽게 상처입는다. 그렇다면 감추는 것이 답이다. 감싸고 감싸서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자기 자신조차도 마주하지 않을 수 있게끔 묻어버린다. 그러고 나면 다시 아름다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감싼 상처의 위에 선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바라본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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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고정할 수가 없었다. 풀 한 포기, 건물 한 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회색빛 구름과 콘크리트 바닥만이 그 곳에 있었다. 목이 말랐던 것도 같았다. 발 밑의 상처가 말한다. 이건 나야. 상처의 말은 애매했다. 이곳은 「나」인 것인지, 나의 「상처」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발치에 대고 물었다. 그리고 난 상처에게 비웃음당했다.

나는 너고.
너는 나고.
「나」는, 「너」는, 혹은 「우리」는.
이 세상이라고.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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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뭐냐고. 이때쯤부턴 울먹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발 밑의 상처가 재차 비웃었다. 목소리가 들렸다. 앍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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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 실수로 작성 눌러버렸다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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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뭐냐고. 이때쯤부턴 울먹이고 있었던 것 같다. 발 밑의 상처가 재차 비웃었다. 목소리가 들렸다. 알고 싶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가 말했다. 나는 말이야.

그날 그 횡단보도의 반대편이고.
동생의 눈물이고.
너의 책임감이고.
동시에 「너」그 자체이기도 하지.
이제 좀 솔직해져도 되잖아?
아무리 날 감싸고 외면해도, 넌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나는 이 세상인 걸.
뭐, 이렇게 말해도 넌 절대 날 마주하지 못하겠지만.
넌 진짜 쓸모 없구나.
너덜너덜한 주제에 강한 척이나 해 대고.
덕분에 이 모양 이 꼴이잖아. 피 나는 것 좀 봐.
존재하는 이유가 뭔데?
동생? 그 애가 널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
알량한 방어기제에 불과해. 자기합리화일 뿐이야.
아, 하나 더 늘었다.
나는 말이야.

너의 「절망」이야.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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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은 것인가? 아까부터 좀 멍한 것 같아서."
"...아, 미안. 그냥 좀 피곤했나 봐."
"그런가."

 그렇게 말해 놓고는, 넌 나를 의아한 듯한 눈으로 쳐다본다. 시선에 쿡쿡 찔리는 느낌이다. 적당한 변명인 것을 너는 분명 눈치챘을 것이다. 어째서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정말로 그렇다면, 무슨 일인지 묻지 말아 주었으면 했다. 이 갈 곳 없는 절망을 듵키지 않도록. 나는 강한 사람이다. 형은 강한 사람이니까. 그대는 강하다. 그런 기대들을 져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상처를 좀 더 감춰둘 필요가 있었다. 너는 손에 쥔 맥주캔을 내려놓았다. 가벼운 소리가 나는 것이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이 꽤나 붉어진 네가 휘청이는 듯 하더니, 이내 이 쪽으로 쓰러진다. 졸리다...취한 것 같군, 하고 네가 중얼거렸다. 응, 그런 것 같네. 어깨에 기대 오는 너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었다.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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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듵키지→들키지

밤 아홉 시. 저녁 아홉 시라고 불러도 괜찮을, 잠들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그렇다기엔 이미 뻗어버린 사람도 있지만, 뭐 어떤가. 다른 두 명은 곯아떨어진 지 오래였다. 너는 나의 어깨에 뺨을 부비더니, 아래로 스르륵 내려가 무릎을 베고 누웠다. 취했구나, 하고 말을 붙이면 네가 고개를 끄덕인다. 칠흑 같은 앞머리를 손끝으로 흩뜨리고 있자니, 아래서부터 손이 불쑥 올라왔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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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냐고 물으려 했는데, 네가 터진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통증이 욱신거리며 전해져 왔다. 아프지 않은가, 하고 네가 묻는다. 괜찮다며 웃는데, 어쩐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어쩐지 아슬아슬한 기분이다. 입꼬리가 떨린다. 너는 어쩐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본다. 꿰뚫어보는 듯한 올곧은 눈이다. 그 붉은 색은 너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본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을, 영혼을 보는 것과도 같다. 그 말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네가 입을 연다. 다시 묻지. 정말 괜찮은가. 네가 웬일로 진지하다. 말문이 막혔다. 저런 눈 앞에선 거짓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드러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네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싫어서. 그렇기에 웃으며 말한다.

괜찮을 거야.
아마도.

그런데 왜 눈물이 나지.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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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가 포기하면 오는구나! 스레주 밀당 너무 어렵네(뭔소린지) 너무너무나 좋게 흥미롭게 잘 읽고 있어! 언제나 좋은 글 정말 고마워:D
건이도 현이처럼 안쪽?이 위태로운 사람이었구나8ㅁ8 136레스의 은유와 유추로 감정 묘사한 거 정말 좋다 한동안 계속 읽고 있었어...! 그리고 페리 되게 철 없이 중2병이기만 한 캐릭터일 줄 알았는데 속 깊고 강하다는 게 매력적이게 다가오네ㅎㅎ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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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정성스러운 레스 정말 고마워..!감정묘사가 좋다니 엄청난 칭찬을 들은 기분이야.건이도 현이도 위태위태하지!형제가 쌍으로 쿠크다스다. 다만 건이가 숨기는 걸 좀 더 잘할 뿐이야. 현이는 좀만 파고들면 멘탈 약한게 확확 드러나는데, 건이는 멘탈을 감싼 자아가 좀 더 단단하다고 해야하나..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잘 모르겠네. 자기 속이 너덜너덜한 만큼 주변인에게 매달리는 성격. 멘탈수치는 건이>현이. 그래도 건이는 나름대로 강해. 페리가 괜히 강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그리고 페리의 멘탈은 티타늄 합금이야! 평소에 하는 짓을 보면 마냥 가볍게 보이긴 하는데, 눈치와 멘탈이 만렙. 눈치라기보단 직관력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기도 해. 중2중2하고 철없는 평소 행실에 묻혀서 안 보이는 편이지만, 속을 까보면 작중에서 페리만큼 강하고 올곧은 캐릭터는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해. 이건 진짜야. 그 강려크한 보살력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만, 뭐 어때. 과거 나올 때쯤엔 드러나려나..어쨌든 레스 고마워! 본의 아니게 밀당해 버려서 미안해지네ㅠ 요즘은 그래도 여유로우니까 자주 와 보도록 할게. 다들 레스랑 질문 많이 달아주고 가!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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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괜찮네."
"아니야. 진짜 괜찮으니까..."
"조금은 솔직해져도 괜찮지 않겠는가."
"...그런...!"
"그대가 아프다면, 언제든 이 몸이 안아줄 터이니."
"......"
"그렇게 혼자 끌어안고 있지 말게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속에서 일렁이던 것이 어느 순간 흘러 넘쳐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미안, 꼴사나운 건 아는데, 멈출 수가 없어. 그 뒤론 계속 울었던 것 같다. 반쯤은 오열하고 있었던 것도 같았다. 이렇게까지 운 건 그 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그 날부터, 스스로를 먹혀버릴 것만 같은 공허에 시달려 왔다. 그 끔찍한 빈자리의, 텅 빈 세상의 구석에서 그저 말라 비틀어질 것만 같은 나날들을 보냈다. 가슴 한 구석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픈데,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아서. 아픈데,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었다. 엄마는 죽었다. 그럼 현이는. 주위를 둘러봤는데, 그 애가 곁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현이에겐 의지할 수 없었다. 난 형이니까. 지켜야 하니까. 하지만, 그럼 난 누구를 의지해야 해? 누구한테 기대야 해?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난 혼자구나, 하고.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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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개월 정도 전이었다. 마치 엊그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몇십 년 전에 있었던 일 같기도 했다. 그저 작년에는 함께 있었다는 사실과, 잊을 수 없는 모친의 기일이 그 기간을 알리고 있을 뿐이었다. 정확히는, 그 순간의 기억 자체가 흐릿하다. 저도 모르게 지워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추측만 해볼 뿐이다. 저 아래 무의식에 묻혀 있는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사고의 장면이 직접적으로 떠오르지 않기 시작할 때쯤, 꿈에 나오기 시작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에서 튕겨나오는 날이 늘었다. 무슨 행복한 꿈을 꾸든, 결과는 하나였다. 엄마가 죽었다. 깨어날 때마다 절망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꿈에서조차 봐야 한다는 것은 괴로웠다. 그런 밤들을 열다섯 번쯤 반복하고 나자, 잠이 오지 않았다. 의사는 불면증이라고 했다. 수면제를 처방받았지만, 먹지 않았다. 자고 싶지 않았다.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되었다. 그저 현실의 연장선이고, 절망의 밑바닥일 뿐이었다. 제 발로 그런 곳에 걸어들어갈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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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침대에서 눈을 떴다. 잠시 졸았던 것 같았다.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낮인가 보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빈 속이 쓰렸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뭔가를 먹은 기억이 없었다. 물이라도 마실까 싶었는데, 일어날 기운이 없었다. 사고 이후 생활감각이 거의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기력했다. 자고 싶지도, 뭔가를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하루종일 멍하니 앉아 있었다. 병원에도 안 나가고, 출근도 안 하고 있으니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난 이 의지따위 찾아볼 수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었다. 다만 그것 뿐이었다. 생각만 하고 실천은 안 했다.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기운도 없었다. 이게 며칠째더라. 저 구석에 걸린 달력을 확인했다. 12월을 알리고 있었다. 작년 달력이었다. 이래서야 의미가 없다. 애초에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더더욱. 침대 밑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웠다. 켜지지 않는다. 충전기는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포기하자. 휴대폰을 툭 놓고 다시 드러누웠다.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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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쓰라리다. 목 아래부터 아랫배까지가 텅 비어서, 찬바람만이 나돌며 살을 베어내는 느낌이다. 이건 식사 여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깊은 공허이며 빈자리다. 평생을 함께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었던 가족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순간, 저도 모르게 그 날의 향취를 떠올리고 말았다. 피비린내다. 겨울날의 차가운 공기와 뒤섞인 쇠 냄새다. 후각을 기점으로, 죽어 있던 감각들이 차례차례 되살아난다. 요근래 억눌러 놓았던 기억들이 되돌아온다. 호흡이 안정되지 않는다. 횡단보도의 반대편. 붉게 빛나던 차량용 신호등. 트럭의 브레이크 소리. 현이를 밀쳐내는 엄마. 현이의 울음 섞인 외침. 그리고 일 초도 안 되어 들려왔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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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과 웅성거림, 비린내와 구급차의 소리가 뒤섞여 멀어지더니, 순간 시야가 흐릿해졌다. 안 돼. 막아야 하는데.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사고의 현장은 내게서 떠나 있었다. 익숙한 천장이 눈에 비쳤다. 잠에서 깨어났다. 방이 어두웠다. 커튼 사이로 흐릿하게 비쳐들어오던 빛이 사라져 있었다. 꿈이었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이었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소리가 들리던 때부터? 아니면 일어났던 것도 꿈이었나?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상한 희망 같은 것이 한 줄기 돋았다. 지금 이것도 꿈은 아닐까. 깨어나고 나면, 언제나처럼 가족들이 반겨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잤냐고 물어보고, 비몽사몽한 현이를 깨우고, 엄마가 해준 아침밥을 먹고 카페에 나가는 일상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 헛된 희망, 아니 그것울 넘은 환상에 가까운 무언가에 도취될 것만 같았다. 그것은 내가 바라던, 보내 왔던 삶이었다. 그 안에서 영원히 행복할 수 있도록, 이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었다. 난 잠시 고민했다. 깨어나다니, 그럼 어떻게? 그 순간 튀어오른 생각은 꽤나 위험한 것이었다.

죽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분명 깨어날 수 있을 텐데.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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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신기하다. 의식과 무의식의 가물가물한 경계에 걸친 상상인 것이다. 잠든 사이 저도 모르게 지어지고, 돌아가고, 무너지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세계이자 주인의 내면이다. 꿈은 창조와 붕괴의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고, 현실과 구분하지 못한 채 허우적대다 깨어난다. 어쩌면 난 아침이면 무너질 신기루에 매달려, 현실인 척 믿으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깨어나겠지. 하지만, 내가 믿는 내일이 꿈이 아니라 확신할 수 있을까.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반복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엄마의 죽음이, 무너진 평화가 한낱 꿈이었던 것은 아닐까. 깨어나면 모든 게 끝나지 않을까. 머리가 핑핑 돈다. 지금 이 순간은 현실이 맞을까. 현실과 너무나도 비슷한 꿈은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현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 고통이, 공허가 현실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스스로를 옥죄는 현실로부터, 뇌리를 떠도는 그 날의 기억으로부터 숨고 싶었다. 지쳤다.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차다. 이땐 어째서인지 웃고 있었던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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