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입력 폼
현재 Loading... 타임라인 FAQ
접속자집계 오늘 2,093 어제 2,175 최대 4,859 전체 673,363

/공지(건의&신고)/FAQ/(Android)/스레드 홍보하기/

스레더즈에서는 성별(여혐, 남혐), 정치, 종교 문제를 다루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레더즈는 전체연령가 익명 사이트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연락처를 공유하게 된다면 차단 사유에 해당됩니다.

뉴비를 위한 별명칸 사용 가이드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2D가 3D보다 좋다고!! 2D판이 열렸습니다!

최애를 현실로! 인형/피규어판이 열렸다고?!!

BL 게시판 목록 총 130개의 스레드

새로운 스레드 만들기
  1. 1: 자캐야... 넌 사실... 호모란다! 자캐 bl 스레! 레스 (17)
  2. 2: 원작에서 떠먹여주는 헤르만 헤세 스레! 레스 (95)
  3. 3: 승리를 위해 fight! 망상을 위해 fight! 특촬물 통합 BL스레 레스 (143)
  4. 4: 공 수 취향 A or B 레스 (272)
  5. 5: *애니는 꾸금이 아니라구욧!* 세계제일의 첫사랑 애니ver. 레스 (13)
  6. 6: 내가 파는 벨 커플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쓰는 스레 레스 (76)
  7. 7: 남성향/하렘 애니에서 BL 파는 사람 모여랏! 레스 (17)
  8. 8: 차원이 달라도 난 널...♡차다마 BL판!!! 레스 (91)
  9. 현재: [1차] 신을 믿으십니까? 레스 (157)
  10. 10: 꿈과 사랑의 [영화/드라마] 커플 스레! 레스 (37)
  11. 11: BL판에서도 멈추지 않는 그것은 잡♡담! 레스 (280)
  12. 12: 티르 나 노이에서도 밀레시안 덕질은 멈추지 않아! 밀레시안 총수 제 1판! 레스 (220)
  13. 13: 막이 오르면 망상이 시작되는 연극/뮤지컬 통합스레 1판! 레스 (37)
  14. 14: 따끈뜨끈한 BL 소설판 [조아라] 종합스레 레스 (69)
  15. 15: 오래오래 행복하게 금연하자구! ACCA 13구 감찰과 스레! 레스 (6)
  16. 16: 게이씨엔의 영업에 당한 자들이여 셜록을 잊었는가 레스 (32)
  17. 17: 벨밍아웃 당한 가여운 친구들 있냐...? 레스 (19)
  18. 18: 다시 이상해씨부터 시작해보자구! 포켓몬 제1판 레스 (180)
  19. 19: ★☆공식에서 다 해줘서 마이너인 걸까...? XXX HOLiC 제 1판☆★ 레스 (7)
  20. 20: 짱구철수 파는 사람? 레스 (45)
  21. 21: 공식부터가 틀려먹은 오소마츠상 제1마츠! 레스 (465)
  22. 22: 동지 찾아서 n명 이상 모이면 분가하는 스레 레스 (431)
  23. 23: 그건 틀렸어! 단간론파 1판☆ 레스 (270)
  24. 24: 사랑이 싹트는 성배전쟁! FATE시리즈 통합스레1판 레스 (32)
  25. 25: 취향과 설정을 부르짖는 스레! (울음 주의)(시끄러움 주의) 레스 (97)
  26. 26: 사랑100%,초능력으로 연애하는 모브사이코BL판!! 레스 (57)
  27. 27: 코미카 bl 만화 통합스레! 레스 (9)
  28. 28: 이치카라퓨타에 깔려죽은 카라이치 동료를 찾습니다 [이치른] 레스 (18)
  29. 29: 하라는 배구는 안 하고! 안녕큐 BL판! 레스 (177)
  30. 30: 좋아하는 컾에게 빠진 이유&장면♡! 레스 (70)
  31. 31: 나랑 같이 동반레스 하지 않을래요? 문호 스트레이독스 1판☆ 레스 (71)
  32. 32: 이 빵 속엔 뭐가 들었나요? 위저드 베이커리 제1판! 레스 (62)
  33. 33: 사랑은 첫 걸음? 아니, 사랑은 역시 달리기! 쿠키런 스레 레스 (13)
  34. 34: 비에루로 빠져들게 된 계기를 적는 스레 레스 (101)
  35. 35: 솔직히 엮어봤잖아! 웹툰 통합 BL 스레 레스 (194)
  36. 36: 한국라노벨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1판★ 레스 (347)
  37. 37: 명탐정 코난 & 매직카이토 BL 통합 스레 레스 (16)
  38. 38: 트와일라잇 골목길에서 모이는 사이퍼즈 1판! 레스 (19)
  39. 39: 의인화 통합스레 레스 (114)
  40. 40: 플러스 벨트라!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1판! 레스 (52)
  41. 41: ☆1차창작 통합스레☆ 레스 (70)
  42. 42: scp-bl-001 레스 (12)
  43. 43: 이제 하다하다 돌도 연애를 합니다... 웹툰 가담항설 BL스레 레스 (47)
  44. 44: 남자인데 BL파는사람있어? 레스 (22)
  45. 45: 사랑은 사♥랑으로밖에 갚지 못한다! 단간론파 어나더 BL스레 레스 (15)
  46. 46: 죠죠! 나의 마지막 ♥꽃다발♥ 이다! 받아다오! 죠죠의 기묘한 모험 BL 1판!! 레스 (8)
  47. 47: 비엘 소설 보는 동인녀들 모여랏 레스 (61)
  48. 48: BL 커플 취향으로 아랫사람 죽이는 스레! 레스 (120)
  49. 49: 종류 상관없이 자기가 파는 커플링 적고가자 레스 (150)
  50. 50: 농구 만화라고 쓰고 bl 만화라고 읽는다! 쿠로바스 bl판! 레스 (62)
( 3301: 157) [1차] 신을 믿으십니까?
1
별명 :
이름없음
작성시간 :
16-09-04 22:36
ID :
BLxNmb5FFamlU
본문
겨우 찾아온 봄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바람은 꽤나 쌀쌀했다. 난 이 세상에, 무능한 나에게 절망했다. 고졸에, 백수에, 취업은 안 되지. 찾아드는 초조함과는 별개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어머니의 장례식이 열렸다. 교통사고였다. 며칠 간의 장례식이 끝나고,난 내 자신을 방구석으로 내몰았다.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쓰레기를 필요로 해 주는 사람 따위는 이 세상에 없고, 나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냥 죽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저 순간적인 충동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은, 적어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불행이었는지 행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우리 집은 강 근처였고, 다리에 도착해 뛰어내릴 만한 곳을 찾기까지는 채 오 분도 걸리지 않았다. 인생을 끝낼 시간이었다. 난 난간 너머로 몸을 굽혔다.

"저기, 잠깐만요!"

"...네?"

"혹시, 신을 믿으시나요?"


------
1차창작 통합스레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쳐 건너왔어. 시작!
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xNmb5FFamlU

뭐야 왜 스레가 두 개나 세워진거지... 여기서 진행할게. 밑에 저건 묻어버리시게나 허허

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K7W39yQdhCg

"아뇨. 전 무교입니다만..."

"그럼, 저와 함께 <신>님을 믿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이시는데."

"딱히 관심 없어요. 그것보다 당신은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떨어지면 어쩌려고요."

"전도 중이죠 뭐."

고개를 돌리니, 흰 신부복을 입은 은발의 남자가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쪼그려 있는 게 보였다. 좀 비켜 주시죠. 왜요? 혹시 뛰어내리려고요? 남자는 싱긋거리며 물었다.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인생의 끝에서 만난 사람이 이런 사이비 신도라니, 찝찝한 죽음이 될 것만 같았다. 아, 그래서 뭐요! 남이사 죽든 말든 댁이 뭔 상관인데! 관심 없으니까 좀 꺼지라고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었다.  짜증나네 진짜. 저리 비켜요. 적당히 남자를 뿌리치고, 난간으로 몸을 굽혔다.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걸로 끝이다. 쓰레기같은 세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고, 머리칼 끝에 걸린 바람이 나를 바닥으로 끌어당기던 순간에.

내 다리는 붙잡히고 말았다.

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ov3w5sy1eok

우와 독립했다!(팝콘장착)
뉸쨩한테 스레가 두개 세워졌으니 하나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건 어때? ㅇㅅㅇ

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K7W39yQdhCg

"잠깐만요!"

"으아아아악!!"

"일 분이면 되니까, 얘기 좀 들어 줘요. 아무리 듣기 싫어도 그렇지, 그렇게 갑자기 뛰어내리는 사람이 어딨어요!"

"여기 있다! 당신 뭔데 진짜!"

"당신의 생명의 은인이죠! 일단은 여기 앉아 봐요. 할 얘기가 있으니까요."

남자는 나를 끌고 가더니, 다짜고짜 벤치에 앉혔다. 내가 맞춰 볼게요. 당신 이름은 이 현 씨고, 석 달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죠? 소름이 좌악 돋았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고, 또 내 모친의 죽음은 어찌 알고 있는 것인가. 당신, 스토컵니까. 나름 진지하게 말한 것이었지만, 남자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방구석에 틀어박혔겠죠. 무능한 자신을 미워하고, 열등감에 휩싸여 난리를 치고. 그러다 안 되겠다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죠. 안 그래요? 남자의 보랏빛 눈은 사뭇 진지했다. 속을 간파당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정보의 출처는 둘째 치고, 다시금 자신이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뜨거운 것이 뱃속에서부터 올라왔다.

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K7W39yQdhCg

"그래서 어쩌라고요. 내가 날 싫어한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입니까! 오지랖 그만 부리고 갈 길 가라고요! 사람 속 긁어 놓지 말고! 나는, 나는 정말..."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눈물에, 열기에 목이 막혀버린 것만 같았다. 몸이 천천히 앞으로 끌려갔다.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힘들어하지 마시라고요. 혼자 앓지 말고, 저와, 저의 신과 함께 나눠 봐요. 저희는."

"당신을 구원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은, 아마도 모든 것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날 정말로 구원받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를 만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와, 그와,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K7W39yQdhCg

>>4 뉸쨩한테는 어떻게 부탁하면 돼? 공지판같은 곳에 가보면 되나?

8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K7W39yQdhCg

일단 스타트는 끊었다. 다른 스레는 뉸쨩에게 지워달라고 했어! 여기까지는 프롤로그같은 느낌. 이 뒤로는 대부분 대화문 형식으로 진행되고, 가끔 필요할 때마다 서술이나 독백이 나올 거야. 우선 주인공의 프로필을 정리해 둘게. 나머지 인물들도 차차 나올 거야.


이 현
23세. 164cm. 고동색 머리에 녹안. 신전빌 302호에 살고 있다. 놀고 먹는 날백수. 자기비하가 꽤나 심하다. 고졸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장렬히 실패. 자신과 형을 홀로 키워왔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방에 틀어박혔다. 티는 잘 안 나지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음. 히키코모리 생활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가끔 먹을 걸 사거나 산책하러 밖에 나오는 정도. 솔직하지 못하고, 의외로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약간의 애정결핍이 있으며 귀차니즘이 심한 편. 형에게 약간의 열등감을 느끼고 있지만, 멋진 형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것.

9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K7W39yQdhCg

이름

이 현:..그래서, 이름이 뭔데요.
백 설기:백설기라고 합니다만.
이 현:......혹시 떡집 아들입니까?
백 설기:아니거든요! 상처받았어요!

1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K7W39yQdhCg

나이

이 현: 그럼, 나이는 몇 살인데요?
백 설기: 스물 셋이요.
이 현: 저돈데요? 말 놓으면 안 되나요. 존댓말하는 건 불편해서...
백 설기: 편한 대로 하세요!
이 현: 어 그럼... 아까는 미안했고, 설기...
백 설기:왜 말을 끊어요?
이 현: 설기야.. 아 도저히 못하겠다. 그냥 반말하면서 설기 씨라고 부르면 안 될까요.
백 설기:알아서 하세요. 그래도 전 계속 존댓말 쓸 겁니다! 전 존댓말 캐릭터니까요.
이 현:(뭐지 이 녀석)

1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K7W39yQdhCg

신전

이 현: 그래서 그 '신전'이란 곳이 어딘데? 여기는 우리 집 쪽이고.
백 설기:일단 와 보면 알아요.
이 현: 이 건물은 우리 빌라잖아? 역시 설기 씨는 스토커...
백 설기: 여기가 우리의 신전입니다! 들어오세요!
이 현: 우리 옆집이잖아 미친놈아!!!
백 설기: 설마 옆집 사는 사람 얼굴도 몰랐던 거예요? 안에 <신>님이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죠!
이 현: 이게 뭐야....

백 설기: 마왕님, 새로운 신도를 데리고 왔습니다!
<신>: 어서 와라, 새로운 신도여. 이곳은 나의 신전. 나의 성채. 나 <페리우스-알-다크니스>의-

왕.국.이.다. 크큭.

1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dJPQpmYtx5g

신≒백수

이 현: 아, 나 당신은 알아요. 옆집 백수 아니었나요.
페리우스: 백수라니, 무슨 소리인가! 이 몸은 마왕, '페리우스-알-다크니스'다!
이 현: 지난번에 카페에서 봤던 것 같은데...
백 설기: 현 씨 카페도 가나요? 그렇게 안 생겼는데.
이 현: 아 내가 뭐가 어때서!
백 설기: 옆집 사는 히키코모리처럼 생겼어요!
이 현:(정색)

1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dJPQpmYtx5g

혹시 모르니 인코 남겨놓고 갈게!

1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2OJrvwMX+8I

신도

이 현: 그래서, 난 왜 데리고 온 건데.
백 설기: 믿음을 가지시라는 의미에서, 마왕님을 직접 알현할 수 있도록 해드린 겁니다.
이 현: 아깐 신이라며. 웬 마왕...
백 설기: 아니 그게, 전도할 때 마왕이라고 하니까 아무도 안 넘어와서요. 그래서 신이라 한 건데.
이 현: 무슨 지거리야!!

15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2OJrvwMX+8I

정체

이 현: 그래서 당신 정체가 뭔데? 명색이 마왕이란 사람이 이런 작은 집에서 뭐 하는 거냐고! 그 복장이랑 문신도 그렇고, 그냥 중2병이잖아!
페리우스: 「마왕」의 정체를 세간에 들켜선 안 되는 것이잖느냐. 그리고.
이 현: 그리고?
페리우스: 돈이 없었다. 왕은 일하지 않는 법이다!
이 현: (이런 미친...)

1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U/+44u8FkY

이 현: 당최 모르겠네... 당신들은 대체 뭔데. 신이라길래 사이비 종교같은 건 줄 알고 따라왔는데, 이건 그냥 중2병 백수모임이잖아. 날 대체 왜 데려온 건데?
백 설기: 그래도, 그대로 뒀으면 현 씨는 죽을 거였잖아요? 전 그냥 사람 하나 구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현: 그래도 그건..
백 설기: 그래서, 지금도 죽고 싶어요?
이 현:...아까보다는 낫네.

1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U/+44u8FkY

>>16의 제목은 '이유'야.

1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2OJrvwMX+8I



백 설기: 슬픈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죽으려 하면 곤란하잖아요. 아까는 엄청 힘들어 보였는걸요.
이 현: ...그랬나.
백 설기: 시선 피하지 말고요. 잠시 저 좀 봐주세요.
이 현: 잠깐, 턱 잡지 말고...
백 설기: 봐요. 눈이 이렇게 예쁜데.
백 설기: 죽으면 아깝잖아요.
이 현: 그, 그게 무슨!
백 설기: 오, 얼굴 빨개졌어요! 현 씨 지금 보니까 되게 귀엽네요!
이 현: (뭐야 이 녀석은!!!)

1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2OJrvwMX+8I



페리우스: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밥이라도 먹고 가지 않겠나?
이 현: 됐어. 집에 갈 거야.
백 설기: 아쉽게 됐네요. 치킨 시킬까요 마왕님?
페리우스. 좋지. 간장과 양념으로 시켜라!
이 현: 그냥 먹고 갈게. 난 프라이드로 부탁해.
백 설기: 현 씨는  뻔뻔하시네요...

2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s/RPypMCsmE

아마도 내일쯤에 애들 프로필을 가지고 올 것 같아.  혹시 사소한 설정같은 게 궁금하다면 질문해줘!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대답해줄게.

2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dZh5KUdxH2M

백 설기
23세. 170cm. 은발자안. 신전빌 303호에 산다. 존댓말을 쓴다. 친화력이 좋으며, 기본적으로 온화한 성격. 긍정적인 마인드로 지내고 있다. 요리를 못한다. 진짜 못한다. 예전에 남동생이 있었다. 이 현에 대해서는 '가만히 둘 수 없는 사람'정도로 생긱하고 있는 듯. 물론 이 현은 귀찮아 한다.


늦어서 미안하다. 그리고 질문은 언제나 환영이다!

2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1IK1gB+cnxg

질문은 아직 모르겠고.. 여기까지 잘 읽었고 앞으로도 잘 읽겠다는 말 남기려 한다ㅎㅎ 소재와 발상도 인물과 말투도 좋다! 다음 연성도 기대하고 있을게:)!!!!

2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ncBUOgo3i8w

>>22 정말 고맙다! 사실 반응이 없어서 조금 걱정하고 있었는데, 굉장한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열심히 지켜봐줘(찡긋)

2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ncBUOgo3i8w

리모컨

백 설기: 치킨도 시켰고, TV나 볼까요?
페리우스: 좋다. 리모컨은 어디에 있지?
백 설기: 안 보이네요... 찾아볼게요. 현 씨도 같이 찾아봐요! 곧 유한도전 시작하니까요.
이 현: 귀찮은데..
백 설기: 치킨.
이 현: 아니 왜 치킨을 가지고
백 설기: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란 말이 있잖아요?
이 현: 그럼 쟤는?
백 설기: 마왕님이시니까요.
이 현: 불공평하잖아...
백 설기: 먹기 싫으신 건가요?
이 현: 아 알았다고! 찾으면 되잖아!!
백 설기: 진작에 그러셨어야죠.(생긋)
이 현:(의외로 무서운 놈일지도 모르겠다)

2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ncBUOgo3i8w

꽃병

이 현: 대체 어디에 둔 거야...
백 설기: 알면 벌써 찾았죠.
이 현: 혹시 저거 아냐? 창틀 위에 까만 거.
백 설기: 아, 저거예요!
이 현: 왜 저기 있냐...
백 설기: TV 보다가 물 주러 갔었거든요. 찾았으니 됐어요!
이 현: 됐고, 가지고 올게.
백 설기: 잠깐, 현 씨! 옆에 꽃병 조심해요! 떨어지잖아요!
이 현: 꽃병..? 으아아아악! 떨어진다!!
백 설기: 안 돼요!!(뛰어든다)
이 현: 잠시만!! 밀면 넘어지잖아!!
백 설기: 잡았다! 무사했어요!
이 현:......위에서 내려와 줄래? 이 자세는 좀..
배달원: 치킨 왔습니다~
이 현: 이런 미친

2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ncBUOgo3i8w

오해

배달원:...죄송합니다. 하던 거 마저 하세요.
이 현: 아뇨 그게 아니라
배달원: 돈도 받았고... 안녕히 계세요.
이 현: 아 그런 거 아니라고요! 오해입니다!!
페리우스: 이미 갔다네.
이 현: 아 진짜!!!!
백 설기: 그래도 안 깨져서 다행이예요...
이 현: 넌 지금 그게 중요하냐!!!! 당장 내려와!

2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jZAcnyJLXxI

설마 페리우스가 본명은 아니겠지...?

2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xucICE7pGsM

>>27 본명은 강페리. 외국계 혼혈이라 가능했던 괴랄한 이름이지만, 페리의 중2병 때문에 페리우스-알-다크니스로 지칭되고 있어. 사실 나도 이것 때문에 고민 좀 했었어. 본명으로 저건 너무 과한 것 같아서(...)붙인 설정이긴 하지만, 본명은 강 페리.

2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7nG5vfjmZlU

유품

이 현: 나 이제 저기서 치킨 못 시켜.. 아 진짜...
백 설기: 울지 마요. 치킨 앞에서 그러면 안 되죠.
이 현: 네가 할 소리냐!!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백 설기: 죄송했어요.. 하지만 그 꽃병은 소중한 거라서요.
이 현: 뭔데?
백 설기: 동생 유품이요.
이 현: ...미안.
백 설기: 아뇨. 저야말로요.

3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HutOnBL31B2

동생

백 설기: 밝고 착한 애였어요. 부모님도 저도 많이 예뻐했었는데.
이 현:...
백 설기: 백혈병 때문에, 제작년에 죽었어요.
이 현:...진짜로 미안해. 그리고.
백 설기: 괜찮아요. 지난 일인걸요.. 그리고요?
이 현: ...아무것도 아냐.


상처를,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견뎌내는 그 태도가.
대단해 보였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3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마왕

페리우스: 슬픈 이야기는 그쯤 해두고, 뭔가 궁금한 것은 없나? 그대 역시 새로운 「신도」니까 말이지.
이 현: 솔직히, 당신이 제일 수상해 보이는데.
페리우스: 어째서지?
이 현: 딱 봐도 나오잖아... 옷도 그렇고 눈 밑에 문신도 그렇고. 그 망토는 또 뭔데.
페리우스: 이 문신은「마왕」의 징표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지.
이 현: 아 그래.
페리우스: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반말을 쓰는 것이지? 이 몸은 올해로 230세를 넘긴-
이 현: 옆집 청년들과 동갑이라고, 처음에 이사올 때 집주인 아줌마가 얘기해줬어.
페리우스:......
이 현: 아무래도 존댓말은 불편해서.

3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이쯤에서 공개하는 페리의 프로필!

페리우스-알-다크니스
 자칭 230세. 흑발적안. 176cm. 송곳니가 뾰족한 편이다.「마왕」이며, 백 설기가 섬기는 「신」이다. 영국 쪽 혼혈이다. 정확히는 외할아버지가 외국인. 중2병 말기 환자다. 본명은 강 페리이며, 나이는 23세. 현재 부모님은 외국에 나가계신다. 게임을 좋아한다. 맛있는 것(특히 단 것)을 좋아한다. 근처 카페의 단골손님. 눈 밑에 악마의 날개를 모티브로 한 모양의 문신이 있으며, 검은 망토와 코트 등이 주 복장. 자신을 신으로 하는 종교, 일명 「마왕교」의 주인이다. 그런 것치고 딱히 하는 일은 없는 듯. 따지고 보면 그냥 백수다.

33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PFoFpsDKKeQ

읽고있어! 앞으로 설기가 어떻게 페리를 신으로 모시게 되었는지가 나오려나? 그리고 현이 너무 시크해 ㅋㅋㅋㅋ

3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난 이제 집에 가볼게. 엄청 피곤해..."

"다음에 또 와요!"
"나중에 다시 와라!"

 늬들 같으면 오겠냐. 잔소리를 삼키고 문을 닫았다. 몇 달치 기운을 다 써버린 것 같았다. 열쇠를 끼뭐 돌리자 현관문이 소음을 내며 열렸다. 쓰레기투성이의 거실이 드러났다. 방으로 들어가 희미한 불빛을 내보내던 컴퓨터를 꺼 버리고, 깔아둔 이불 위에 누웠다. 피곤한 하루였다. 죽으려 했었는데,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버렸다. 사이비에, 중2병에, 어째서인지 기운이 넘쳐보이던 사람들. 방에는 불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다. 베게를 끌어안았다. 그 사람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가정사까지도.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궁금했지만, 이젠 별로 상관없었다. 이불을 끌어안았다. 가슴 한 켠이 저렸다. 텅 빈 느낌이었다. 공허가 마음을 찌르다, 이내 같이 침식한다. 내일은 죽을 수 있을까. 또 다시 그 사람이 막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들었다. 왜 막은 거지. 그대로 놔 뒀으면 간단히 죽을 수 있었을 터였다. 왜 하필 나였을까. 이런 우울한 녀석을 구해서 어쩌려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3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34 오타났다. 끼뭐-끼워

>33 현이는 시크하지!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러서 그런 거야. 감정에 익숙하지 못한 편이라서, 누굴 좋아하게 된다면(음흉) 엄청 부끄러워하고 허둥지둥할 거라고 생각해. 설기와 페리에 관해서는 대강 다 짜 놨다. 나중에 나올 거야!

3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위에 >>33이다! 현이의 성격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쿨싴해 보이는 건 일종의 자기방어야. 자기가 속으로 뭘 생각하는지, 어떤 상태인지 드러내면 안될 것 같다고 느끼고 있어서 그러는 거지. 느끼는 울분이나 감정은 많은 편인데, 제대로 자각하려 하지도 않을 뿐더러 묻어두다 보니 순간순간 폭발하는 타입이야. 멘탈도 꽤 약하고, 의외로 충동적이다! 설기와의 첫만남을 보면 잘 알 수 있어(찡긋). 실제로는 꽤나 우울해하는데다 자기혐오와 열등감, 자기보다 잘난 누군가에 대한 동경심도 강하다. 실컷 부러워하고, 대단하다고 느껴 놓고 나는 왜 이러지.. 하면서 자기혐오를 키우는 녀석이야. 여러모로 지켜주고 싶은 녀석이다. 멘탈을 와그작하는 것도 좋고! 현이의 성격은 대강 이런 느낌으로 알아두면 좋겠다.

37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PFoFpsDKKeQ

>>36 오옹 설명 고마워!

3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아파."

 살기 싫었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떠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랬으면 했다. 만약 눈을 뜬다면, 엄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사과할 수 있지 않을까. 숨을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운명은 날 살렸고, 난 죽지 못했다.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어둠은 더욱 커졌다. 숨이 막혀와서, 아파. 방에 내려앉은 어둠이, 이 침식된 마음이 숨을 끊어주지 않을까. 나 대신 목을 졸라주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밝았다. 난 구원받은 것일지도 몰랐다. 당신들이라는, 혹은 당신이라는 사람한테 말이다. 만약, 「신」이 누군가를 구원해 주는 사람이라면.

당신들은, 당신은 「신」이 아닐까 하고.

3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부질없는 생각이다. 내일은, 언젠가는 확실하게 죽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온 몸이 뻐근했다. 슬슬 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막 눈을 감았던 순간, 구속에 박아 놓은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형..."

"그래. 우리 현이 잘 지내고 있었어? 형 내일 가려고."

"뭐, 그럭저럭... 집 더러운데, 여기서 지내도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집은 치우면 되고!"

"마음대로 해. 예전 집은 어떻게 했어?"

"팔기는 좀 그래서, 일단 정리하고 월세 줬어. 근데 진짜 거기서 살아도 돼? 옆집도 한 곳 비어 있는 것 같았고."

"됐어. 돈 아깝게... 방도 있고, 와도 돼. 그리고."

"그리고?"

"...외로우니까, 같이 살면 좋잖아."

"아."
"역시 그렇지? 그러면 내일 오전에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4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내일 갈게. 그럼 끊어! 전화가 끊겼다. 내일 형이 오기로 했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일단 내일까지는 살아 보기로 했다. 형 얼굴은 봐야지. 형을 보는 것은 어머니의 장례식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을까. 새삼 걱정도 되었지만, 이런 내가 누구를 걱정하겠는가. 우선은 자 두기로 했다. 형이 오면, 이 우울도 조금은 나아질까. 난 여전히 구원을 바라는 채였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눈을 감았다.

아, 아까 말하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옆집에 조금 특이한 이웃이 산다고, 말해야 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난 피로에 눌려 잠들었다.

4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현이 설정 푼다고 흥분해서, 썰의 흐름을 다 끊어먹었다... 더 좋은 스레주가 되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시험기간이라 접률이 낮다. 남는 시간 이용해서 짬짬히 풀어놓을게!

4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대ㅐ

4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위에껀 오타. 동생이 공을 던져서(...) 잘못 눌렀다. 현이가 페리를 보고 존댓말한 건 설정 오류다. 저땐 설정이 다 잡히기 전이었거든. 정 뭣하면 갈수록 존댓말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느껴서 그런 거라 생각해 줘.

4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이사

이 건: 현아, 나와 봐! 형 왔어!
이 현: 문 두드리는 거 누구... 아 맞다.
이 건: 초인종 눌러도 안 열어주고. 자고 있었어?
이 현: 어... 미안해. 일단 들어와.
백 설기: (벌컥)어, 현 씨! 아침부터 뭐예요? 옆에 계신 분은-
이 건: 이웃이야? 안녕하... 설기야? 혹시 설기니?
백 설기: 선배! 오랜만이예요!
이 건: 여기 살고 있었어? 오랜만이야!
페리우스: 무슨 일이지?
이 현:...둘이 아는 사이였어?!

4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선후배

이 건: 대학 후배야. 우리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었는데, 몰랐어?
백 설기: 전 현 씨 알고 있었어요!
이 현: 몰랐어. 별로 관심도 없었고..
이 건: 자퇴했단 얘기는 들었었는데, 이런 곳에 있었구나... 연락은 좀 하지 그랬어.
백 설기: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요. 선배는 잘 지냈어요?
이 건: 그럭저럭. 그리고 페리도 오랜만이야!
페리우스: 오랜만이군! 이젠 카페에 나오는 건가?
이 건: 응. 내일부턴 다시 나갈 것 같아.
이 현: 페리우스 씨도 알아?
이 건: 우리 카페 단골손님이야! 이런 데서 만나다니, 세상 참 좁구나~
이 현: 진짜 좁네...

4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동창

이 현: 그것보다, 설기 씨는 나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었어?
백 설기: 네. 몰랐어요? 전 그 때부터 현 씨 알고 있었는데.
이 현: 주변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백 설기: 너무해요... 전 그래도 존재감 없는 현 씨를 기억하고 있었다고요.
이 현: (어쩌라는 거지)

4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아침

이 건: 다들 아침 안 먹었으면, 맛있는 거 해줄까?
이 현: 뭐 해줄 건데?
이 건: 음... 오므라이스?
이 현: 달걀 없는데. 햄은 있어.
페리우스: 우리도 달걀은 없다.
이 건: 그럼 사와야겠네. 내가 갔다올까?
백 설기: 현 씨랑 제가 사올게요!
이 현: 누구 맘대로!!
이 건: 그럼 부탁할게!
이 현: 믿었던 형까지...

4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cgr+RpJSew

장보기

이 현: 정말, 이게 뭐냐고... 달걀 어딨지.
백 설기: 저기 있어요! 가져올게요!
이 현: 마트는 오랜만이네. 잠깐, 설기 씨? 그건 왜 들고 오는 건데?
백 설기: 오므라이스에 초콜릿 넣으면 맛있지 않을까요?
이 현: 그럴 리가 없잖아!! 설마 페리우스 씨가 먹는 밥도 설기 씨가 하는 거야? 무슨 센스가-
백 설기: 제가 하는데요? 마왕님은 먹기 싫으시다면서도 먹이면 잘 먹어요.
이 현: 왠지 페리우스 씨가 불쌍해졌어.
백 설기: 제가 먹기엔 괜찮은데, 다들 왜 그러는 지 모르겠어요.
이 현: 그게 문제인 거야...

4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E2GWaknuCow

초콜릿

이 현: 결국 샀냐..
백 설기: 네! 넣어 먹어요!
이 현: 당장 내놔! 내가 먹고 만다!!
벡 설기: 가져가지 마요오오오
이 현: 시끄러.
백 설기: 너무해요...
이 현: 너무한 건 당신이야...
백 설기: 몰라요! 삐졌어요!
이 현: 아 그러세요
백 설기: 칠칠맞게 입에 묻히고 먹고 말이예요. 얼굴 줘 봐요! 닦아 줄게요.
이 현: 잠시만, 얼굴 가까워...
백 설기: 흥!
이 현: (뭐 하자는 걸까...)

50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UD4/oS1qdqs

ㅋㅋㅋㅋ 잘 보고있어!

5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Xbl7wtSHQM

>>50 레스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봐라 두번봐라

5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Xbl7wtSHQM

고등학교 때

이 현: 근데 있잖아, 설기 씨는 나링 같은 고등학교 나왔다고 했었지?
백 설기: 그랬죠.
이 현: 난 어떻게 알고 있었어?
백 설기: 현 씨 도서관에 자주 왔었잖아요. 저 사서였거든요.
이 현: 그랬나.
백 설기: 왜요, 그때 현 씨가 도서관 앞에서 넘어져서 발목 부러진 적 있었잖아요.
이 현: 그랬던 것 같기도...
백 설기: 그 때 제가 업어서 보건실까지 데려갔었어요.
이 현: 진짜?
백 설기: 진짜로요.

5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Xbl7wtSHQM

위에 나링-나랑

5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Xbl7wtSHQM

학창시절

백 설기: 잠시 복도에 나와 있었는데, 앞에서 갑자기 자빠졌었잖아요. 기억 안 나요?
이 현: 그때 바닥에 머리를 박아서 기억 안 나는 게 아닐까.
백 설기: 아, 그랬었던 것 같네요. 현 씨 머리에서 피가 났었던 것 같아요.
이 현: 일어나 보니 병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백 설기: 다들 모여있길래 가 봤는데, 쓰러져 있어서 엄청 놀랐다고요.
이 현: ...미안.
백 설기: 현 씨가 미안해할 일이 아닌걸요. 얼굴 펴요.

그러니까 이건,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

5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Xbl7wtSHQM

-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은 같은 학년의 남학생으로, 친구가 거의 없는 듯 했다. 아침마다, 점심시간마다 사람도 별로 없는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읽다 가는 걸 보면 확실했다. 난 도서관의 사서였다. 딱히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채워야 하는 봉사활동 시간이 날 사서로 만들고야 만 것이다. 물론 바쁘디 바쁜 고등학생들이 책을 읽을 리 만무했다. 가끔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 필요한 책들을 챙겨가는 몇몇 선생님들을 포함하더라도 도서관에 자주 오는 사람은 드문 편이었다. 그런 드문 사람들 중에서도 특이하게 눈에 띄는 한 명이 있었다. 그가 눈에 들어온 게 어째서였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언제나 묘하게 경직되어 있는 뒷모습 때문일 수도 있었고, 왜인지 조금 쓸쓸해 보이는 밝은 녹빛의 눈 때문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 모든 복합적인 요소가 상호 작용하여 만들어진 '그'자체가 눈에 밟힌 것일지도 몰랐다. 뭐가 어쨌든, 그는 거의 매일 도서관에 찾아왔다.

5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Xbl7wtSHQM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중간고사가 막 끝난, 한가하고도 즐거운 시기. 공부하던 인원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니, 안 그래도 한적한 도서관이 더욱 넓게 느껴졌다. 달리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안내 데스크에 앉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최근 따가워진 햇살 때문이었는지, 언제나 앉던 창가 자리를 내팽겨치고 근처 책상에 앉은 그였다. 옆모습이 보이는 자리였다. 그의 피부는 사춘기 남학생인 것 치고는 하얀 편이었다. 완전한 우윳빛에 가까운 그것은 아니었으나, 햇볕에 그을린 정도가 덜했다.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닐까.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좀 했다. 그가 다 읽은 책을 덮고는 일어섰다. 반납이요. 검은 표지의 책이 내밀어졌다.

5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Xbl7wtSHQM

빌린 책이면 그냥 가져가서 읽으면 될 텐데, 굳이 도서관까지 와서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새로운 책을 대출했다. 대출증의 바코드를 찍었다. 1학년 3반 16번 이 현.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그는 명찰을 달지 않는 편이었다.) 간단한 이름이었다. 건이 선배 동생인가. 그러고 보니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저 녹안이 익숙한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 같다. 저기, 혹시 3학년에 형제분이 계시지 않으신가요. 질문을 할 새도 없이, 그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5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EOpHY9nX9Tk

오타를 치지 않는 손이 가지고 싶다. >>39 뭐냐고오오오 구속-구석이라고오오.... 이게 모바일의 한계인가. 검수 제대로 해야겠다.

5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swz0FfFoIsk

사람 말은 좀 듣고 갈 것이지. 푹신한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웠다. 책을 빌리는 내내, 그는 내 눈을 피하고 있었다. 타인의 눈을 마주한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을, 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 예전에 동생이 스쳐 지나가면서 했던 말이었다. 시선을 돌린다. 마음을 돌린다? 닫았다? 그렇다기엔 어쩐지. 적당한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뭔가가 있었다. 마음을, 시선을 끄는 알 수 없는 기운을 풍기고 다녔다. 물론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반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듯 했다. 점심시간마다 형이랑만 같이 밥을 먹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선배도 고생이 많을 것 같았다. 둘은 의외로 닮아 있었다. 이름도, 눈도. 그럼에도 풍기는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랐다. 뭔가 의기소침한 기운을 내뿜고 다니는 그와, 밝은 햇살같은 분위기를 흩뿌리는 선배. 성장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것을 궁금해하기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온 신경이 밖에서 들린 비명소리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6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swz0FfFoIsk

잠시 화장실에 가려고 나가던 참에, 눈 앞에서 누군가가 쓰러지더니 쿵 소리가 들렸다. 이 초 정도가 지났을까, 여학생의 외마디 비명이 복도에 울렸다. 그때까지도 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래를 보니, 그가 복도에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책과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 그는 정신을 잃은 듯 했다. 비명의 잔향은 사람들을 끌고 왔다. 다른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방치해 두면 더 큰 사고가 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넘어진 거야? 피 나. 와 미친. 온갖 웅성거림이 복도를 채우던 그 순간, 난 인파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대로 그를 업고 보건실까지 달렸다. 내가 아는 사람이 아픈 건 싫었다. 피를 흘리는 그를 본 순간 투병 중인 동생이 떠올랐던 것도 같았다. 그런 일이 또다시 생기면 안 되니까. 이 사람은.

내가 구한다.

6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v2UvY2oiick

난입 미안하지만 스레주는 내 사랑을 받아야겠어!! 시시한 얘기 같이 시작했다가 이렇게 과거 풀어주면 참 감사해ㅠㅠ 연재물을 리얼 타임으로 보는 재미를 느끼는 중이야 ㅇㅛ즘! 설정과 사건이 나오는 타이밍 좋다! 대본체일 때부터 애들 말투부터 심상치 않더니 서술체도 매력적이네ㅠ!

6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2/4Qh9fMRxU

>>61 난입이라 미안하다니!! 새로운 레스는 언제나 환영이야! 너레더의 사랑을 듬ㅁ뿍 받겠다ㅠㅠㅠㅠ 칭찬 정말로 고맙다. 과거같은 경우는 중간중간 풀어나갈 거야! 물론 중요한 건 나중에 풀 거고. 페리를 뺀 세 명이 아주 조금씩 얽혀있어. 그리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자면(...) 스레주가 곧 시험이라 당분간 접률이 낮아질 것 같아. 한 2주 정도는 썰이 거의 안 올라올 수도 있어. 다들 미안하다. 시험 최대한 잘 보고 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ㅠ

6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2/4Qh9fMRxU

처음 보건실에 들어섰을 때, 보건 선생님은 적잖이 놀란 듯 했다. 사람 한 명을 업고 달려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이라도 마실래?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들여 보건실 의자에 앉았다. 세 사람을 빼면 보건실은 평화로웠다. 그를 이리저리 살피던 선생님이 말했다. 발목 골절이랑 뇌진탕이야.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은데, 얘 몇 반인지 알고 있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한 것 같았다. 1학년 3반이었을 거예요.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퇴시킨다고 그 반 담임한테 얘기해 놓을게. 넌 이따가 가 봐. 그리고 수고했다. 보건 선생님이 밖으로 나갔다. 한시름 놓았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손에 든 물컵은 아직도 따뜻했다.

6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2/4Qh9fMRxU

수업 시작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있었다. 보건실에는 두 사람 뿐이었다. 침대로 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깨진 한쪽 이마에는 커다란 거즈가 붙어 있었다. 그의 앞머리를 살짝 쓸어 넘겼다. 눈, 감고 있네요. 그는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었다. 간간히 들려와야 할 숨소리조차 없었다. 죽은 건 아니겠죠. 조심스레 손을 댄 그의 가슴은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었다. 약하고, 불규칙한 박동이다. 편하게 잠들 수는 없는 걸까요, 당신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서도. 조금 더 안심해도 될 텐데 말이죠. 목소리가 전해진 것이었을까. 그의 심장이 조금은 안정된 듯 했다.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다. 어딘가 여리고, 안쓰러운. 사랑이 조금 부족한 인형과도 같았다. 눈길이 갔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을까. 이 정도는 괜찮겠죠. 그의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잠든 그의 입술을 탐하는 것은, 아마도 이기적인 짓일 것이다. 부드러운 온기가 입가에서 떨어지고, 그 여운이 한참 가신 뒤에야 난 보건실을 나설 수 있었다. 알면 화내려나요. 어쩐지, 그에게 혼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렇게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6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ApCWTQ84lGI

"그래서 고등학생 때 난 어땠어, 설기 씨?"

"궁금해요?"

"아니 그냥. 알고 싶어서."

 피식 웃었다.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 때의 그를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다. 현 씨는 엄~청 음침하지 않았었나요. 맨날 책이나 읽으러 오고, 친구도 별로 없었죠? 가볍게 떠 보는 말이다. 이런 말을 해도, 절대 진심으로는 화내지 않는 것을 안다. 아 그래서 뭐! 친구 없었던 게 죄냐! 스스로 인정하시네요? 역시 왕따였잖아요!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호흡을 가다듬었다. 됐고 집에 가자. 집 개판인데, 형이 잔소리하려나.. 그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파스락거렸다. 계란 두 판과 초콜릿 한 봉지가 무거울 만도 하건만, 그는 꿋꿋이 한 손으로 들고 있었다. 줘 봐요. 제가 들게요. 잡은 비닐 손잡이가 왠지 모르게 따뜻해서, 조금 안심하고 말았다.

"이대로만 있어줘요."

"뭐?"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고 계속되기를.

6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vPouPbl9gg

재료

이 건: 애들도 갔고, 만들어 볼까.
페리우스: 심심하니까 돕겠네!
이 건: 그럴래? 우선 재료부터 찾아보자.
페리우스: 집이 엉망이군.
이 건: 그렇네. 냉장고도 비었고. 아, 햄 찾았다.
페리우스: 우리 집 부엌을 쓰지 않겠나? 이 몸이 허락하지!
이 건: 진짜? 고마워. 페리는 착하구나~(쓰담쓰담)
페리우스:「마왕」으로서의 의무지. 감사하도록 하여라!
이 건: 그래 그래.(귀여워♥)

6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yfr0JcZJc3k

이 건: 재료는 다 썰어놨어. 애들 언제 오려나~
페리우스: 마트는 가까우니, 금방 올 것이다!
이 건: 그렇겠지? 그나저나 다들 이렇게 만나게 되고, 세상 정말 좁아.
페리우스: 다 인연인 것이지. 운명적인 만남 아닌가. 그대도, 그대의 동생도 말이지.
이 건: 맞는 말이야. 현이 잘 챙겨줘. 맨날 기운 없던 애가 갑자기 멀쩡해져서 놀랐었거든. 솔직히 기뻤어.
페리우스: 걱정하지 마라! 그대의 동생 역시 「신도」이니, 마왕으로서 잘 챙기겠네! 그리고.
이 건: 그리고 뭐?
페리우스: ...음. 그러니까.

그대의 동생이 죽으려 했다고, 전해야만 하는 것일까.

6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yfr0JcZJc3k

페리우스:...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불안하군.
이 건: 안 놀라. 말해줘.
페리우스: 내 입으로 전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네만.
이 건: 뭔데 그게.
페리우스: 역시 못 하겠네.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고, 그리고..

그대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 것은, 원하지 않아.

6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ctL4wYNjeso

부탁

이 건: 페리.
페리우스: ...
이 건: 말해 줘. 현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페리우스: 그래도 그건.
이 건: 제발. 걱정되니까.
페리우스: ...그대의 동생이, 자살하려 했었네.
이 건: 그게 무슨 소리야.
페리우스: 어제, 강에 뛰어내리려던 걸 설기가 막았다고 들었다. 그대가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네만, 역시 안 좋은 소식이기도 하고 해서.
이 건: 그런...!
페리우스: 잠시만, 우는 것인가? 진정하게!
이 건: ...미안. 잠시만 기다려 줘. 진정이 안 되네..
페리우스: 괜찮으니까 이리 와 봐라.

「신」의 품은, 치료약과도 같은 것이니 말이지.

7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ctL4wYNjeso

시험이 끝났다!! 이제 썰을 풀 수 있어!!

71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fLdfWfdPP5Q

헉 어서와 스레주!!

72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W1I5jhaRT4+

어서와 스레주2222!!!!!!! 시험 끝난거 축하해!!
건이랑 페리도 러브라인일까ㅋㅋ 페리 귀엽다... 중2병캐 귀여어어..!! 얘네들 너무 좋아 스레주도 좋아ㅠㅠ(

7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7HWwRDGQ6

>>71 >>72
다들 고맙다!! 내가 좋다닠ㅋㅋㅋㅋ 사랑 잘 받을게. 건이랑 페리도 러브라인 맞아! 두명씩 사이좋게 엮었지. 설기x현이, 건이x페리가 메인. 말은 저렇게 해뒀지만 건이랑 페리는 공수가 애매할 것 같아. 사실 붙어있기만 하면 공수따위 상관 안 합니다 허허헣

7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7HWwRDGQ6

아니지.. 정정할게. 건이x페리x건이다. 내 안의 건이가 의외로 연약행

7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7HWwRDGQ6

따뜻함

페리우스: 진정됐나?
이 건: ...응. 미안했어.
페리우스: 미안해 할 것 없다. 그대가 힘들 땐 언제든 안아 주도록 하지!
이 건: 정말?
페리우스: 정말이다!
이 건: ..고마워. 그러면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도 될까.
페리우스: 그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이 건: 페리는 진짜 착하구나. 고마워.

진심으로.

7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7HWwRDGQ6

신사

백 설기: 다녀왔습니다~
이 현: 다녀왔어.
이 건: 왔구나. 계란은 사 왔어?
이 현: 어.
이 건: 그럼 빨리 해 먹자! 이따 이삿짐 센터에서 올 거거든.
이 현: 아, 집 개판인데.
이 건: 치우면 되지!
백 설기: 도와드릴까요?
이 현: 됐거든. 들어올 생각 마.
백 설기: 왜요? 야한 책이라도 숨겨놨어요?
이 현: 아니거든!!
백 설기: 아니면 직박구리나 Incoming같은 폴더에..
이 현: 아니라고!! 그러는 넌 어떻고!
백 설기: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데요? 그리고 전 별로 그런 취미는 없어서.
이 현: 나더러 어쩌라고... 그리고 못 믿겠어.
백 설기: 반응 보니 맞는 것 같네요. 나중에 뒤져볼게요!
이 현: 그만해...비번 걸어놓을 거야.
백 설기: 현 씨 생일요?
이 현:(뜨끔)
백 설기: 현 씨는 진짜 단순하네요!

7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7HWwRDGQ6

생일

페리우스: 그러고 보니, 그대의 생일은 언제지?
이 현: 알려줄 것 같냐!
백 설기: 0101부터 1231까지 전부 쳐보면 되지 않을까요?
이 현: 진짜 좀!!
이 건: 오므라이스 다 됐어! 다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백 설기: 선배! 현 씨 생일은 언제예요?
이 건: 12월 25일.
이 현: 아 형!!!
이 건: 응? 말 하면 안 되는 거였나?
이 현: 당연하지...

7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7HWwRDGQ6

산타

백 설기: 그럼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거예요? 산타한테 생일선물 받았겠네요!
이 현: 별로.. 어릴 땐 꼬박꼬박 받았었는데,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끊겼어.
백 설기: ...
이 현: 됐어. 어차피 믿지도 않았고. 중학생 때부터는 다시 받았으니까.
백 설기: ...미안해요.
이 현: 됐어. 이제 어른이니까, 없어도 돼.

어쩐지 데자뷰가 느껴진 것만 같았는데. 뭐 됐나.

7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7HWwRDGQ6

위에 됐다는 말 세 번이나 써버렸다. 역시 나 졸린 거 맞잖아 으어어어어어어ㅓ어... 뭐 됐나... 모두넘기고 봐줘. 머리 비우고 쓰지 말자 나자신

8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y2vSki2alPM

요리

이 건: 그래서 어때? 맛있어?
이 현: 어. 오랜만에 먹네..
백 설기: 맛있어요!
페리우스: 감동했다... 설기가 만든 것과는 딴판이군.
백 설기: 제가 만든 게 그렇게 맛없나요?
페리우스: 그렇다! 좀 심각할 정도지.
이 현: 뭐가 어떻길래?
페리우스: 음, 전에 벽돌을 구워놓고 케이크라고 우긴 적이 있었다.
백 설기: 그거 케이크였는데요!!
페리우스: 회무침에 짜장을 부은 적도 있었고.
백 설기: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페리우스: 밥솥에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죽을 만들기도 했었지.
백 설기: 물론 그건 제 실수였습니다만!
페리우스: 심지어 라면도 못 끓이네. 파와 계란을 너무 많이 넣어서 문제지.
백 설기: ......
이 현: 진짜 심각하구나..

8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KMJ+ohnJCQ6

형제

이 건: 아 맞다. 현아.
이 현: 왜?
이 건: 집에 엄청 큰 베개 두고 갔던데, 너 그거 없으면 못 자지 않아?
이 현: 별로. 껴안을 것만 있으면 상관없어.
이 건: 상관없는 게 아니잖아. 계속 이불 안고 잤지? 아직 추운데 감기 걸려.
이 현: 그렇긴 한데.
이 건: 짐 쌀때 네 침대랑 베개 챙겨 놨으니까, 오늘부터 편하게 자!
이 현: ...고마워.
이 건: 그래. 착하다 우리 동생♥
이 현:(발그레)
백 설기: 사이좋아 보이네요.
이 건: 그런가? 좋으면 좋은 거지 뭐!
백 설기: 부럽네요~

네가 아직도 살아 있었다면, 우리도 비슷한 광경 속에 있었으려나.

8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7q/1FngCRp2

은폐

이 건: 이따가 이삿짐센터에서 올 건데, 현이 넌 어떻게 할래? 낯선 사람들 오는 거 싫어하잖아.
이 현: ...왠만하면 집에 있고 싶지는 않아. 어디 나갔다고 둘러대면 될 거고. 그보다 청소해야 하는데.
이 건: 같이 하자!
이 현: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그리고 내 방은 내가 치울게.
백 설기: 역시 방에 야한 책이...
이 현: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이 건: 현이는 보통 책장이나 서랍 뒤에 숨겨놓던데?
이 현: 형도 좀!! 그런 거 산 적 없다고!!
이 건: 비상금 얘기였는데? 왜 화내고 그래~
이 현: 장난치지 마...

8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7q/1FngCRp2

이 쯤에서 공개하는 건이의 프로필

이 건. 25세. 182cm. 살짝 푸른 톤의 머리와 녹안. 머리색은 남색에 가까운 편이다. 녹안은 아버지한테서 유전된 것으로, 동생과 많이 닮았다. 키 크고 잘생긴 미남이다. 기본적으로 누구한테나 친절하게 대하는 상냥한 성격. 학창시절에도 선생님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다. 상당한 브라콤. 동생을 위해서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다. 형제 사이가 꽤나 각별한 듯. 모든 걸 혼자 짊어지려 하는 편이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카페를 운영 중이며. 페리우스가 이 카페의 단골손님이다. 백 설기와는 선후배 관계.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다.

8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7q/1FngCRp2

여담으로, 애들 키는 딱 6cm씩 커진다! 나도 써놓고 나서야 알았던 사실이야. 현이 164cm, 설기 170cm, 페리 176cm, 건이 182cm. 솔직히 현이의 키는 좀 안습인데, 170인 설기한테 맞추다 보니 저렇게 되어버렸다. 형이랑 키 차이가 얼마야... 외모에 대한 설정을 하나 더 풀자면, 현이는 다크서클이 좀 있다. 잠도 많이 자고, 나름 푹 자는 편인데도 퀭해. 그리고 건이는 꽃미남이다. 진짜임. 카페 근처에 여학교가 있어서 여자애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꽤나 인기가 많은 편이다. 본인은 별 생각 없는 듯. 그리고 페리의 문신은 왼쪽 눈 밑에 있어! 한쪽 날개 모양의 작은 문신이고, 집안 대대로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같은 문신이 있다. 그리고 페리는 게이머다. 겜덕의 피가 흘러서 각종 장르를 섭렵했고, 실력도 좋아서 천상계에 머무르는 게임도 있다. 대중적인 것부터 마이너하거나 매니악한 것까지 손대는 편이라 오덕력도 높은 편. 그렇습니다 페리의 중2병은 여기서 온 것이었습니다 하하하

8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Sd1xhaA4pmg

폭풍전야

이 현: 진짜 더럽네.
이 건: 그러네.
백 설기: 현 씨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요?
이 현: 뭘 어쩌라고.. 그리고 둘은 왜 따라온 건데?
페리우스: 심심해서다!
백 설기: 컴퓨터 뒤져보려고요!(해맑)
이 현: 그냥 돌아가!!
이 건: 뭐, 청소해야 하니까 둘은 일단 집에 가 있어. 이따 짐 정리 다 되면 보자.
백 설기: 같이 하면 안 되나요?
이 건: 현이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좀 있다가 봐.
페리우스: 그럼 우린 돌아가도록 하지. 이따 보게나!
백 설기: 잠깐, 끌고 가지 마세요 마왕니이이임
이 건: 잘 가!
이 현: 겨우 갔네...
이 건: 그렇네. 그건 그렇고 현아.

잠시 형이랑 얘기 좀 할까.

8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A1WmyG8mtiw

분위기가 이상하다.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아침의 시끌벅적함을 덮고, 작은 집 전체를 지배하는 조용함이다.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청소를 시작한 지 십오 분쯤 지난 것 같았다.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는, 숨막히는 정적. 이런 불안감을 예전에도 몇 번 느껴본 적 있었던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는 참을 수 없다. 은근하게 목을 틀어쥐는 기류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형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자살하러 했던 게 확실하게 들켰다.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할 말이 필요했다. 미안. 충동적인 거였어. 그런 말로 될까. 그럴 리가 없었다. 어떤 말을 해도,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당연한 것이다. 형은 쓰레기 봉투 하나를 구석에 던져 넣었다. 팔에 힘이 실려 있었다. 고민하고 있는 걸까. 무슨 이유로? 나 때문에? 이런 나를 위해서? 또다시 형을 상처입힌 것만 같았다. 그 사실이 이상할 정도로 크게 닿아 와서, 조금 울고 싶어지고 말았다.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도 입을 섣불리 땔 수 없는 건 어째서였을까.

8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A1WmyG8mtiw

"현아."

"...어."

"...뭐라고 해야 좋을 지 모르겠네."

"......"

 침묵이나 다름없는 대화였다. 둘 다 상황을 알고 있었다. 타인에 생사에 대해 그리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다. 형은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다. 그게, 현아. 형이 마침내 입을 뗐다. 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했다. 형이 화내는 일은 웬만해서는 잘 없었다. 이대로라면 혼날 게 뻔했다. 형은 잠시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따귀라도 때리려는 건가 싶었다. 맞아도 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이내 어깨에 손이 올라오더니, 어떤 동작도 없이 그 자리에 머물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살짝 떴다. 아무것도 안 하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얼굴이 뒤덮였다. 체온에 몸을 감싸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형에게 안겨 있었다.

8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l9Mivg/KfNk

"현아."

"뭐 하는..."

"형이 미안해."

 진짜, 정말로 미안해. 형의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 같이 있어 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안해해야 할 사람은 나였다. 어꺄에 감긴 팔이 간헐적으로 떨려왔다.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힘들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그런데 괴로워서, 슬퍼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어. 넌 그렇게 아파하고 있었는데."

"형..."

"진짜로 미안해..."

 울지 말라고 말해야만 했다. 그랬다. 나의 형은 이런 사람이었다. 힘든 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타인을 먼저 생각한다. 혼자 전부 짊어지려 한다. 옛날부터 쭉 그래왔다. 아빠가 돌아가시던 그 날부터, 혹은 그 전부터 그랬다. 형도 아프잖아. 같은 사람인데, 당연한 거잖아. 머릿속을 내달리는 수천 마디의 말이 가슴을 찔렀다. 형은 왜. 같은 고통이고, 같은 형제인데 왜. 어째서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는 것일까. 정말이지 강한 사람이다. 상반신을 감싼 몸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이 눈물이, 이 포옹이 형이 내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사과이고 어리광일 것이다. 그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8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l9Mivg/KfNk

>>88 어꺄→어깨. 왜 올리고 난 뒤에만 보이는 건지..

9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4F82gcMVvmk

"앞으로는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게. 그러니까."

"...응."

"혼자 슬퍼하지 말아 줘."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

 순간, 팔이 감긴 어깨가 꽉 조여왔다.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그런 이유로 가슴 벅차하는 바보같은 형이다. 사과해야 하는 것은 나다. 형은 잘못한 거 없으니까, 그만해도 돼. 고심 끝에 겨우 말을 내뱉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쉽사리 할 수 없는 답답한 놈이다. 다시금 자신에 환멸을 느꼈다. 하지만 그란 것을 제쳐 두고서라도, 정말로 고맙고 미안하니까. 지금까지 의지해 왔던, 앞으로도 기대어 살아갈 형에게만 할 수 있는 말인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냥 옆에 있어 줘. 힘겨운 말이다. 심장박동이 콧잔등을 두드렸다. 품이 따뜻했다. 그 온도가, 깊은 박동이 언젠가 안겼던 엄마의 품과 닮아 있어서.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9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4F82gcMVvmk

그렇지만, 미안해.
아직까지도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감사도, 속죄도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
가슴 밑바닥에 들어찬 공허를 메울 방법을 모르겠어.
이런 우울을 안은 채 살아가고 싶지 않아.
죽고 싶은 건 아니야. 그렇지만 살고 싶지도 않아.
쓸데없이 겁은 많아서, 숨이 끊기는 그 순간이 두려워.
하지만, 끝내고 싶어. 이런 바보같은 나를.
누군가 나를 구해줄 수는 없을까. 이렇게 아픈데.
이런 생각을 해 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지구는 언제나 돌아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손을 내밀어 잡아 줘.
잊지 않을 테니까.
나의 세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형, 정말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그 품은, 온기는 잊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난 아직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9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suwHkl5q8Sk

의지

이 건: 아, 좀 있으면 이삿짐 오겠네. 빨리 정리하자.
이 현: ...어.
이 건: 네 방은 거의 끝났지? 거실만 좀 더 치우면 되겠네.
이 현: 그렇네. 그리고 형.
이 건: 왜?
이 현: 아니 그냥, 형도 힘들면 말하라고.
이 건: ...
이 현: 맨날 나만 챙기고, 자기 생각은 안 하잖아.
이 건: ......고마워. 형 생각도 하고, 우리 동생 많이 컸네.
이 현: 별로.. 그냥 좀 미안해서. 그래도, 힘들면 기대도 괜찮으니까.
이 건: 응. 진짜 고마워.
이 현: ...나도.

감사와 사과는 언제나 함께.

9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suwHkl5q8Sk

그 시각

백 설기: 쫓겨나 버렸네요.. 아까부터 선배가 왠지 심상치 않았어요.
페리우스: 그랬었지.
백 설기: 마왕님이 말한 거죠? 선배가 엄청 심각해 보였어요.
페리우스: 그랬지.
백 설기: 말해도 되는 거였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선배 화나면 진짜 무섭던데.
페리우스: 잘 될 거다! 내가 보장하지!
백 설기: 마왕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아 잠시만, 조용해졌어요. 뭔가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
페리우스: 나가보지. 같이 갈 건가?
백 설기: 당연하죠!

둘 다 대문에 붙어서 엿듣고 있었다는 후문이.

9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suwHkl5q8Sk

발각

이 현: 나 쓰레기 좀 내놓고 올게.
이 건: 잘 다녀와~
이 현: 무겁네.. 문이 왜 이렇게 안 밀리지(벌컥)
백 설기: 아.
이 현: ...뭔데 이건.
백 설기: 들켜버렸네요♥
이 현: 들켜버렸네요♥ 는 또 뭔데!! 듣고 있었어?!
페리우스: 다 듣고 있었다!
이 현: 이런 미친...
백 설기: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죄송해요.
이 현: 그게 문제가 아니라, 쪽팔려.. 진짜 어떻게 살라고...
백 설기: 현 씨 또 울어요?
이 현: 안 울어!!

9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pF4AZYGr4sA

썰을 드문드문 푸는 것에 대해 변명을 좀 하자면, 스레주가 입시 때문에 요즘 많이 바빠ㅠ 아무래도 비평준화 지역이다 보니 이래저래 할 일이 많다. 가끔 짬짬히 시간내서 쓰고 가는 편이야. 한 12월 중순까지는 접률이 낮을 것 같다. 설정과 스토리는 대강 다 잡아놨지만, 풀지 못하는 게 한이다. 혹시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줘. 심한 스포가 아닌 이상 대답해줄게! 될 수 있는 한 열심히 해볼 테니까, 모두 지켜봐 줘 ;)

96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IZOJXrOhZo

잘 읽고 있어! 좋은 설정 좋은 스토리 항상 고마워ㅠㅠ!! 인물 특징 드러나는 거 완전 좋아(굴러다님) 그래 입시철이었지 고생이네ㅠㅠ 느긋하게 풀어줘도 괜찮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 즐겁게 썰 풀어줘. 오랜만에 오니까 더 귀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게 더 좋아:)ㅋㅋㅋ 아무리 바빠도 몸도 맘도 잘 챙겨야해ㅠ 건강해라 스레주ㅠㅠ!!! 입시도 꼭 성공하기를 바랄게!!
질문.. 자잘한 거지만 살짜쿵 하자면. 혹시 건이랑 설기가 무슨 과인지 생각해둔 거 있니...??

9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X9slW/Zz9FE

>>96 정성스러운 칭찬 정말 고마워ㅠㅠㅠㅠㅠㅠ 레스 읽자마자 좋아서 굴러다닌 건 나야. 귀하게 느껴진다니 그런ㅠㅠㅠㅠ 진짜로 고맙다. 애들 학과에 대한 설정은 나도 고민을 많이 했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이는 경영학과 나왔고 설기는 문창과. 건이의 학과가 상당히 뜬금없다. 나중에 설기의 과거와 함께 풀게 될 것 같아. 건이는 공부를 잘했어! 그것도 상당히. 하지만 본인이 딱히 하고 싶은 건 없었던지라, 평범하게 좋은 대학 빡센 학과에 들어가서 엘리트 코스를 밟을 예정이었다. 그런 애가 왜 카페주인이나 하고 있는 건지는 나중에(찡긋)! 설기도 공부는 잘했다. 물론 건이는 넘사벽이었고. 근데 애가 3년 내내 도서관 사서를 하다 보니(물론 현이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책이랑 글에 관심이 붙어버렸다.(물론 현이가 읽었던 책들을 따라 읽던 것에서 시작된 관심이다!) 근데 얘가 의외로 글을 잘 썼던 거. 많이 읽다 보니 재능이 제대로 개화한 케이스. 그렇게 실기를 대박쳐서 건이랑 같은 대학 문창과에 간 거라는 설정이다. 물론 지금은 자퇴했지만 말이지.

9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X9slW/Zz9FE

>>90 그란→그런

9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O255yp76x3k

뻔하네요

이 건: 아, 밑에 트럭 왔다.
이 현: 난 나가 있을게. 귀찮아..
이 건: 어디 갈 건데? 가게 열쇠 줄까?
이 현: 그건 됐어. 혼자만 있기도 그렇고.. 갈 만한곳이 없네.
백 설기: 우리 집에 오면 되지 않나요? 신도는 환영이랍니다.
이 현: 됐거든. 내가 또 갈 줄 알고..
백 설기: 치킨 시킬까요, 마왕님?
페리우스: 좋다! 매운 걸로 부탁하지.
이 현: ...잠깐만 있다가 갈게.
백 설기: 그럼 들어와요!

10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O255yp76x3k

띄어쓰기 실수가... 그리고 제목이 떨어져 가고 있어! 제목 안 붙이고 쓰는 썰들도 있을 것 같아.

10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O255yp76x3k

의문

이 현: 심심해... 치킨 언제 오지..
백 설기: 집 구경할래요?
이 현: 그럴까.
백 설기: 여기가 제 방이예요!
이 현: 깔끔하네.
백 설기: 옆집 사는 누구 씨와는 다르니까요.
이 현: 아 그러세요.
백 설기: 반응이 없네요...
이 현: 애초에 혼자 사는데, 별로 치울 필요 없잖아. 형이 오긴 했지만.
백 설기: 그래도 그 상태는 좀 심했어요. 너무 더러우면 건강에 안 좋아요!
이 현: 한동안 안 나갔으니까. 할 일도 없었고.
백 설기: 나갈 만한 상태가 아니었던 건가요.
이 현: ...그랬지. 그리고 설기 씨,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우리 엄마 돌아가신 거, 어떻게 알았어?

10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Yp79jY2VcGQ

방음이 안 돼

백 설기: 몇 달 전에, 현 씨가 검은 정장을 입고 들어가는 걸 봤거든요.
이 현: 그것만으로?
백 설기: 아뇨. 이 방, 현 씨네 방 바로 옆에 있거든요. 조용할 때는 벽 너머로 소리가 들려요.
이 현: 아니 그런...
백 설기: 밤에 우는 소리가 다 들리는데, 모를 리가요.
이 현: ......
백 설기: 그리고 야한 건 이어폰 꽂고 봐요! 밤에는 다 들린다고요!
이 현: ...알았어.
백 설기: 현 씨 얼굴 빨개졌어요.
이 현: 좀 조용히 해... 아 쪽팔려...
백 설기: 귀엽네요♥
이 현: 아 쫌!!!

---
혹시라도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          /        /
/  현이 방 (벽) 설기 방 /
/          /        /
같은 느낌이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어. 벽이 두 집의 경계선같은 느낌이다.

10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Yp79jY2VcGQ

으어어 선 그어놓은게 어긋나 버렸다... 그냥 두 방 사이에 벽이 있다고만 생각해라.

10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N7MjfBPMsVc

이 현: 하나만 더 물을게.
백 설기: 뭔데요?
이 현: ...어제, 왜 구했던 거야?
백 설기: 네?
이 현: 왜 구해줬냐고. 솔직히 이해가 안 가서.
백 설기: 전도를 위해서죠!
이 현: 적당히 넘기려 하지 말고.
백 설기: 진짜인데요?
이 현: 그만해. 말해 줘.
백 설기: ......

확신할 수 있다. 저 보랏빛 눈은, 더 많은 걸 숨기고 있다고.

10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N7MjfBPMsVc

구원

백 설기: 이럴 때 보면, 현 씨는 선배랑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진지해지는 게 똑같네요.
이 현: ...뭐 그렇지.
백 설기: 뭐랄까...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죽게 놔두고 싶지 않았어요.
이 현: ...
백 설기: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았고, 또 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도 싫었어요.
이 현: ...그런...
백 설기: 이기적인 걸지도 모른다고, 주제넘은 참견일 수도 있다고 몇 번씩 생각했었는데, 역시 현 씨가 죽는 건 싫더라고요.
이 현: .....
백 설기: 그냥, 구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 때의 내가 구원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10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cCviaQo1iU

투영

백 설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때 현 씨에게서 예전의 제가 보였던 것만 같아서,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요.
이 현: 그게 무슨..
백 설기: 예전에, 저도 죽으려 했었거든요. 거기서.
이 현: 설기 씨가?
백 설기: 현 씨, 세상은 가혹해요.
이 현: ...그렇지.
백 설기: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가고, 절망적이고, 마음을 죽여요.
이 현: ......
백 설기: 불합리하죠. 견딜 수 없는 순간도 오고요.
이 현: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백 설기: 그런 세상에서라도, 살아가 달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앞뒤가 안 맞는 거 알아요. 납득하기 힘들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백 설기: 살아 주세요. 저를 위해서.

의지할 무언가를 찾는다면.
숨을 쉬는 것에서,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그 때는, 당신도 조금은 강해져 있지 않을까.
만약, 내가 당신의 「의미」가 될 수 있다면.
그건 정말로 기쁜 일이 아닐까.

10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Q74DtogSA

"...이해가 안 돼. 왜 나 같은 걸..."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현 씨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어요."

 더 모르겠다. 어느 정도 납득은 갔다. 이 사람은 형이랑 비슷하다. 받지 않아도 되는, 그저 애정을 주고 싶어 하는 그런 점이 비슷했다. 다만, 조금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단단했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빛이었다. 마주친 자색 눈에 속이 꿰뚫리는 듯 했다.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눈. 가슴을 휘저어 놓고 나가는 시선에, 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뭐라고. 소중한 사람? 고작 만난 지 하루 된 사람에게는 과한 칭호다. 아, 예전에 알았다고 했었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 당신의 이름초차 몰랐는데.  저런 종류의 헌신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일까.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넓어져 가는 따뜻함이다. 이상하게도 얼굴에 열이 퍼져나가서, 그 보랏빛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10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VQ74DtogSA

기말을 마치고 온 스레주다! 오예아!!

10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8m/+F4KhoFg

"그러고 보니, 현 씨는 눈 마주치는 거 싫어해요?"
"별로... 싫어하는 건 아닌데, 가끔 좀 부담스러워."

 ...약간 죄책감 같은 게 든다고나 할까. 웅얼거리며 뒷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저런 걸 바라봐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게 되어버린다.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한다는 건, 그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 이제는 뇌리에 박혀버린 그 말이 가슴을 짓눌렀다. 나약할 것이 분명할 스스로를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특히 당신같은 사람에게라면 더더욱. 맑은 보라색 눈을 마주하면, 그 안에는 호수가 하나 있었다. 바라보고 있자면 빠져들어가고 마는 깊은 자색 물이다. 물은 마음을 휩쓸고, 통증을 걷어내고 나간다. 호수는, 한껏 쏟아낸 눈물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그의 눈은 그랬다. 어쩐지 구원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헛된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눈이었다. 그러니까 피하는 것이다. 맑게 빛나는, 신성함에 가까운 그 보랏빛을. 날 이해하고 있다며, 다 받아 주겠다고 말하는 듯한 그 눈은 내겐 너무 과분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가슴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는 듯 했다.

11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VVZFHYkfrDs

이 열기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당신을 바라볼 때마다 조금씩 뜨거워지는 기운을. 이 뜨거움은 울분이나 억울함 같은 열과는 달랐다. 좀 더 간질간질하고 따뜻했다. 머리로 정의내릴 수 없는 열기였다. 뱉어낼 수 있었다면, 그건 분명 걸러내지지 않은 덩어리였을 것이다. 숨기지 못한 채 드러난, 저 안쪽에 잠들어있던 감정. 이런 걸 어떻게 형용하면 좋을까. 알 수 없는 감정은 내게 있어 언제나 위험요소였다. 토해내는 순간부터 이성이 끊기고, 자아를 겨우 유지시켜 오던 얇은 실이 조각나는 것이었다. 이 사람과의 첫 만남이 그랬다. 간신히 폭발을 막아오던 마지막 한 가닥이 끊겨서, 저 아래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에 불타 버렸다. 몸이 울분에 지배당해 버린 것이다. 꺼내자마자 통제를 벗어날 것이 뻔한 마음 따위, 차라리 처음부터 없는 것이 속이 편했다. 내게 있어, 지금의 이 감정은 의문 그 자체였다. 가끔 형한테서 비슷한 것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 것도 같긴 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이걸 뭐라고 하면 좋지. 속이 울렁거려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은 피곤했다. 혐오스러운 자신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11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7U8dr6u0gM2

"머리 아프네... 잠시만 누워도 될까."
"그렇게 해요. 이불 꺼내드릴까요?"
"자고 갈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뭐 어때요. 이거 덮어요!"

 폭, 하고 푹신한 이불이 날아왔다. 잠시만, 그렇게 던지면, 아 잠깐만! 찰나의 틈조차 없이 날아오는 베개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안고 자요! 커튼 칠까요? 그냥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해맑은 목소리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간질거리던 열기가 이제는 터질 듯 가슴을 채운다. 내쉰 숨결이 뜨거웠다.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듯 했다. 이불을 덮고 몸을 눕혔다. 베개에서 은은한 샴푸 냄새가 풍겼다. 침대 전체에서 옅은 향기가 나는 듯 했다. 텅 빈 품이 허전해 이불을 끌어안으려던 순간, 결 좋은 은발이 팔 사이를 메웠다. 그가 품 속에 들어와 있었다.

11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BiFNlrvhfBM

"뭐 하는 건데."
"껴안을 거 없으면 못 잔다면서요. 안고 자요!"
"됐으니까 내려가."
"제 침대입니다만? 현 씨는 내려가라면 안 내려갈 거잖아요! 주객전도라고요."
"아니, 애초에 누우라고 한 건 설기 씨..."
"이러려고 그랬던 거였는데요?"
"됐어!! 안 자고 만다!"
"내려가지 마요!"

 심장이 터질 듯 했다. 애원하는 눈망울이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숨결이 맞닿을 때마다 박차를 가하는 박동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가 내려가 줬으면 했다. 하얀 피부와 시트에 흐드러진 은발. 자색 눈동자와 오밀조밀한 입술, 은은한 샴푸의 향. 그 모든 것이 정신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고개를 돌리려 했건만, 그는 나의 한쪽 뺨에 손을 얹어버렸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굴이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져 이젠 숨길 수도 없었다. 가슴 속이 이상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울렁거림이었다. 이 열기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무슨 이름을 붙여야 할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시야가 암전하기 전, 그의 보랏빛 눈이 잠시 보였던 것도 같았다.

11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DI3AC9dhx/I

현 씨, 얼굴이 뜨거워요! 일부러 저러는 건지, 그냥 그렇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까의 발언도 그렇고, 역시 반쯤은 고의인 것이 아닐까. 얼굴에 올라온 손이 차갑게 느껴졌다. 내가 뜨거운 것인지, 그의 손이 따뜻한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여러모로 헷갈리게 만드는 사람이다. 눈을 살짝 떴다. 그가 시야에 들어차 있었다. 눈 떴네요. 그러면서 베시시 웃는다. 그만하고, 잘 거니까 건들지 마. 그렇게 몸을 돌리자, 이번에는 뒤쪽에서 껴안아 온다. 이건 안 된다. 심장 소리를 들키고 만다. 그대로 다시 뒤돌았다. 날 보고는 한 번 더 웃더니, 그럼 잘 자요, 하고는 껴안는다. 울려퍼지는 고동과 체온, 바디 워시의 향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 했다. 이젠 그냥 자고 싶었다. 심장 소리는 이미 들킨 지 오래였을 것 같았다. 멈추지 않는 박동에 몸을 맡긴 채, 다시 눈을 감았다. 그가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부드럽게 내려가는 손길에 온 몸이 풀리는 듯 했다. 의식이 잠에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뛰는 가슴이 간지러워 그를 꼭 끌어안자, 그도 덩달아 내 몸을 당겼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먹먹하고 뜨거워서 잠겨버릴 것만 같았다.

11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NI5CCgUF6GI

흐름 끊고 난입해서 미안... 겨ㄴ딜수가 없었다..... 현이 너무 귀여워 흑흑ㅠㅠ 이제 제대로 연애물의 형태를 보여주는구나 싶어서 감동이고(?) 정말.. 항상 좋은 썰 고마워...!!

11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O6LT6YWL6F2

>>114 저어어어언혀 하나도 미안할 것 없어! 새로운 레스는 언제나 환영이야! 흐름도 중요하지만, 레더들의 피드백과 반응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지♥ 다들 부담없이 레스 남기고 가줬으면 해. 혹시 팬아트라거나(설렘) 그런 걸 던져주고 가면 스레주가 좋아 죽을 것 같다. 음, 나 너무 양심 없나... 어쨌든, 연애물의 형태... 과연 제대로 된 연애물이 맞을까(찡긋) 아마도 그럴 것 같긴 한데 말이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두번봐. 스레주는 레더들의 레스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 다들 많이많이 써주고 가♥

11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IK+7kaYcDwg

"...모르겠어.."
"뭐가요?"
"왜... 나를..."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당신이 왜 이러는 건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고맙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 것 같았다. 나를 이렇게까지 아껴 주는 사람은 찾기 힘들 터였으니까. 형이랑, 그리고. 그리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그대로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그의 품에서 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힘을 잃은 목소리로, 한 단어를 간신히 뱉었다. 고마워.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이렇게나 많은 걸 줘서 고마워. 형도, 이 사람도. 감사할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표현하지 못하는 건, 역시 내가 바보같아서겠지. 의식이 잠겨들어가다, 이내 희미해진다. 뛰는 가슴을 끌어안고, 체온에 파묻혀 잠든다. 사실 예전부터 바라고 있었던 일일지도 몰랐다. 잘 자.. 그 말을 끝으로, 머릿속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11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3jUs/NNrpsg

잠들었네요, 하고 의미 없는 말을 내뱉어 본다. 잠시 떨어져서, 그의 잠든 얼굴을 샅샅이 살폈다. 흰 편인 피부와, 살짝 내려온 다크서클. 이마를 덮은 고동색 머리칼과 흩어지는 호흡이 예전과 다를 것이 없어서, 조금 미소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솔직하지 못한 성격에서부터, 저 안에 새겨져 있을 상처까지 모두 다.

11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ICwheguRoE2

변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에서 멈춰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내가 언제라도 찾아 줄 테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괴로워하지 마요. 옅게 신음하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꼭 감은 눈에 맺혀들어간 눈물을 살짝 닦아내리고, 불안정한 그를 바라봤다. 그가 어떤 것을 끌어안고 있는지, 나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이해하려 할 뿐이었다. 모친의 죽음. 정말 그것뿐인 것일까. 그에게서 전해져 오는 것은 뚜렷한 사실이 아닌, 그저 안개가 낀 듯한 감정이었다. 감정은 사소한 행동이나 말 속에 녹아드는 것이라, 숨기는 것이 서툰 그로서는 내비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책하고 있었다. 잠깐 지켜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비슷하네요, 2년 전의 저랑. 하는 짓이 어지간히 똑같아야 말이죠. 그를 구할 수는 없을까. 그 때의 내가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그의 「신」이 될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울 것만 같은 그를 품에 넣는다. 착하죠, 울지 말고 뚝. 그가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지금은 몰라도 괜찮을 것이다. 품 속에서 안정과 불안정을 반복하던 그를 바라봤다.

11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c5JTjoCj97Q

다시 그의 옆에 누웠다. 두 눈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렇게나 보이기 싫은 건가요. 손을 살짝 그의 눈꺼풀 위로 가져갔다. 속눈썹도 긴 편이고, 예쁘게 생겼는데 왜 인기가 없는 걸까요. 역시 키 때문인가. 아니면 성격 때문에? 그 쪽이 더 일리있었다. 자기혐오가 심한 사람은 사랑받기 힘든 법이었으니. 잡아줄 사람이 없는 증오는 끝없이 퍼져나가는 것이라, 결국은 스스로를 상처입히기 마련이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지탱해줄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감사하라고요, 정말. 이런 목소리 따위 들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저, 계속 곁에 있어줬으면 했다.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입술은 나중에 정식으로 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고른 숨을 내쉬는 몸을 껴안았다. 안정된 듯한 박동이 느껴졌다. 잘 자요. 그렇게 같이 잠들고 말았다.

12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c5JTjoCj97Q

당신을 그렇게까지 괴롭게 하는 건 무엇일까요.
그 안애 품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울고 있나요. 물론 울어도 괜찮아요.
다만, 다시 절망하지 말아 줘요.
그 눈으로 날 보면서 웃어 줘요.
견딜 수 없다면, 무너진다면 지탱해 줄 테니까.
괜찮아요. 놓치지 않아요. 몇 년 만에 찾아낸 당신이니까요.
죽지 말아요. 슬퍼하지 말아요.
언젠가는 구해 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그냥 곁에 있어 주세요. 변하지 말고요.
바라는 건 그것뿐이니까요.
이런 당신이라도, 분명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 믿으니까.
당신이 흔들린다면, 그 때는 내가 잡아줄 테니까.
내가 함께 있어줄 테니까.
사랑해 줄 테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외로워하지 말아요.

언제 어디서라도, 내가 당신 곁에 있을 테니까요.

12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w2CthEVu5/c

페리우스: 둘 다 나와보게! 치킨이 왔... 아, 자는 것인가.
이 현, 백 설기:(껴안은 채로 취침 중)
페리우스: 정말, 이러고 있으면 깨울 수도 없지 않은가. 뭐, 나중에 먹으면 될 일이지.

그대들이 행복해 보이니, 방해할 수 없지 않은가.

12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aU50vYe6/Aw

저녁 7시

이 현: ...아, 나 잠들었었지... 몇 시지, 지금. 해 진 것 같은데.
백 설기:(자고 있다)
이 현: 7시... 오래 잤네.
이 현: 일어나기 싫다... 좀 더 잘까.

비쳐 들어오는 저녁빛이, 당신의 품이 따뜻해서.
조금만 더 이대로 있고 싶어.

12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bMxxBKLBak+

>>120 안애-안에. 좀 철저히 쓰자 나자신

12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4iLxMMp5GkY

술판

이 현: 나 몇 시간이나 잔 거지... 설기 씨도 없고, 나가볼까.(벌컥)
이 건: 일어났어?
이 현: ...맥주?!
페리우스: 자고로 치킨엔 맥주 아닌가!
백 설기: 현 씨도 같이 마셔요!
이 현: 어쩌다 술판이 된 건데... 난 됐어.
이 건: 그러고 보니, 현이는 술 잘 못 마셨지? 싫으면 먼저 들어가 있어.
백 설기: 술 못 하나요? 귀엽네요♥
이 현: 됐거든! 먹고 갈 거야.
페리우스: 역시 치킨이 목적인가.
이 현: 마실 거거든.(캔을 딴다)
이 건: 괜찮겠어?
이 현: 괜찮겠지 뭐.

12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4iLxMMp5GkY

한 시간 뒤

이 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에...히끅..
백 설기: 으어어 현 씨 울지 마요오오오..! 제가 있으니까 괜찮아요...(털썩)
이 현: 설기 씨..?! 죽지 마!! 일어나아아...!
이 건: 둘 다 취했네.
페리우스: 그렇군. 그럼 이제 단둘인 것인가!
이 건: 그런 것 같네. 페리도 얼굴 빨개졌는데?
페리우스: 그럴 지도 모르겠군. 꽤 마셨으니 말이다.
이 건: 페리는 술 세구나~
페리우스: 그대에 비할 바는 아니지. 족히 열 캔은 마시지 않았나.
이 건: 맥주는 괜찮아! 뭐, 현이는 두 캔만에 뻗었지만. 설기도 약한 편이었고.
페리우스: 그랬지.
이 건: 응.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2년간, 설기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12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4iLxMMp5GkY

페리우스: 그건.
이 건: 그건?
페리우스: 말해줄 수 없네!
이 건: 역시 그런가?
페리우스: 그렇네.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이 건: 그렇겠지. 물어보면 말해주려나..
페리우스: 그럴 걸세. 솔직한 아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왜 묻는 것인가?
이 건: ...설기 손목 아래쪽에.

못 보던 흉터가 생긴 것 같아서.

12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JuV5I0hSYDY

레더들! 기쁜 소식이 있어. 입시 성공했다!! 자유야! 몇 주 뒤면 방학이니까, 그때쯤 진도를 왕창 빼놓을 생각이야. 생각만큼 잘 될진 모르겠지만 뭐 어때. 스토리에 대해 얘기하자면, 아마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눠서 진행하게 될 거야. 아직은 초봄... 떡밥 까느라 분량이 좀 길어진 감이 있어. 과거도 중간중간 나오고,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를 다른 두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량이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외전이나 번외, if스토리 등등도 생각 중. 스토리가 끝나고 몰빵해서 나오거나, 계절이 바뀌는 타이밍에 넣을 가능성이 커. 물론 전부 쓸 수 있을 지가 문제겠지만. 스레주가 게을러서 미안해... 사실, 이렇게 내가 중간중간에 튀어나와서 설명충 역할을 하는 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니까! 그게 인생이니까! 아니 나 뭔 소리를 하는거지 그니까 이게 아니고. 어쨌든 썰을 봐주는 모든 레더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얼마나 많은 레도들이 보고 있을지 감이 안 잡히기는 한데, 그래도 같이 달려주는 레더가 몇 명은 있을 거라 믿으면서 쓰고 있어. 다들 피드백과 질문레스 많이 달아주고 가!

12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9Yfj0EXVpY

공백

이 건: 2년 전에, 설기랑 갑자기 연락이 끊겼었어. 자퇴했다고 들었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동생이랑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페리우스: 사실이다.
이 건: ...그렇구나. 그래도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다 싶었어. 설기도 현이도.
이 건: 가족의 죽음은, 극복하기 쉬운 게 아니니까.

아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가슴에, 그 사람의 자리만큼의 공백이 생겨 버려.

12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9Yfj0EXVpY

이 건: 현이, 많이 우울해 보였어?
페리우스: 우울...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자책감에 가까운 눈이었지.
이 건: 그랬나...
페리우스: 이 몸의 안목은 정확하니까 말이지!
이 건: 응, 그렇지.
페리우스: 이 몸은 「신」이 아니더냐. 전지전능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이 몸의 눈에 비치는 그대는.
아직도 괴로워 보여서.

13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r9Yfj0EXVpY

전지

이 건: 페리의 눈은 뭐랄까, 속을 꿰뚫는 듯한 느낌이 들어. 뭐든 알고 있는 것 같고 말야.
페리우스: 「전지」의 일부다! 그대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 알아낼 자신이 있다네. 그러니 뭐든 생각해 보게. 알아차려 주겠네!
이 건: 진짜? 그럼 맞춰 봐.

내 마음이 어떤지 나도 모르겠으니까.
대답을, 신탁을 내려 줘. 나의 작은 마왕님.

13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tsZbtLH63z2

"그대는, 지금 간신히 일어서 있군."
"무슨 말이야?"
"무너진 마음을 억지로 붙여놓은 것이 아닌가."
"......"

말문이 턱 막힌다. 너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찾을 수 없는 눈이다. 와인색에 가까운 눈빛이 머릿속을 뚫고, 심장까지 내려가 휘저어댄다. 그게 무슨, 무어라 변명을 해 볼 작정이었지만, 목에서 막혀 버렸다. 덕지덕지 이어 붙인 마음과, 간신히 버티고 있는 두 다리. 추상적이지만 직관적으로 꽂혀 오는 문장이다. 이러한 화법 또한 너의 특성이라 말할 수 있었을까. 다시 한 번, 네가 입을 열어 뭔가를 말한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역시 눈에 보인다고나 할까. 힘들어하는 것을 알 수 있었지. 전부 간파당한 듯한 기분이다. 사람을 너무나도 잘 안다는 점에서, 너는 의외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눈치없는 듯 보여도 판단이 빠르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언제나 진심으로 행동한다.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내가 파악한 너의 성격은 이 정도였다. 정열적인 적색이다. 그 눈이,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하며 말한다. 그런가. 이 한 마디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 이상은, 나약한 나로서는 불가능했다.

13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IkfSzV9glMo

"강한 척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
"아니, 정정하지. 그대는 강하다. 하지만."
"...좀 더 기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네."
"현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페리는."

 무너질 것만 같았다. 이 고통이 버겁다고 외칠 수 없었던 날들이 이어졌다. 벼랑 끝에 몰린 것만 같다고 생각해 왔다. 그럼에도 자신을 포장해서 멀쩡한 척하고,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는 것이 정말 최악이다. 맥주 한 캔을 따 한 번에 들이켰다. 술기운이 오르지 않았다. 소주를 사올 걸 그랬나 보다. 고개를 돌리면, 날 응시하는 네가 보였다. 저 눈을 바라봐도 될까. 그렇지 않다면, 난 눈을 감아야 하는 걸까. 가슴 속에 뭔가가 응어리진 듯 했다. 캔을 내려놨다.

13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zQnjPU3ODk2

"그리고, 난 별로 강하지 않아. 오히려 강한 건 페리지."
"「신」으로써, 당연한 일이다."
"그럼, 약한 사람은 「신」이 될 수 없어?"

 그 말에, 너는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이내 네가 입을 열고, 나는 너를 지켜봤다. 마주친 시선이 좀 더 먼 곳을 향해 있었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어떤 진리를 찾고 있는 듯 했다. 아니, 그게 아니다. 내가 믿고, 동경하고 있는 너는 이미 답을 찾았을 것이다. 어쩐지 그런 확신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이상한 신뢰감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네가 머무른 곳의 대기가 바람을 타고 흐른다. 그 향기가 내 세상에 퍼져 나가서 어쩐지 몽롱해지는, 그저 매달리고 싶어지는 향취다. 너에겐 힘이 있었다. 스스로를 맡겨도, 의지해도 될 것만 같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내가 언젠가 동경했던 힘이. 그런 강함을 가진 자를 「신」이라 칭한다면, 넌 누구보다 그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좀 했다.

-----------------
12월 25일이네. 시간이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현이 생일 축하해! 다들 행복하게 살아라 얍얍

13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SavH9kzjcO6

"그대가 생각하는 「신」은, 어떤 존재인가?"
"전지전능한, 의지할 수 있는 존재?"
"그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신」이 맞겠지."
"애매모호하네."
"추상적인 개념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각자 기준이 다른 것이니 말이다."
"그럼, 페리의 기준은 뭔데?"

 너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옛날 일을 떠올리는 듯이 눈을 굴리더니, 이내 사랑스럽다는 듯 미소짓는다. 취기가 올라 홍조를 띤 얼굴과,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드러난 송곳니. 붉디 붉은 동공과, 왼쪽 눈 밑에 새겨진 작은 문신. 맥주캔을 꼬옥 쥔 손가락과 그 위로 이어지는 팔목. 마왕의 자리를 증명하는 듯 둘러진 망토와 그 사이로 드러난 목덜미. 밤 9시는 너의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시간인 듯 했다. 이런 너와 함께할 수는 없을까. 가질 수는 없을까. 자유로운 새와 같은 너를 이 품에 안아도 될까. 「신」을 소유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고개를 좌우로 털었다. 너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위험한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역시 조금 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하는 신은-"

「누군가를 구원하는 자」이네.

13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tqq9xk6ojrI

"구원?"
"말하자면 그렇다네."
"자세히 얘기해 줘."
"간단히 설명하기는 힘들 것 같군. 그 사람의 어둠을 걷어내는 것이라고나 할까."
"......알 것 같아, 그건."

 애매한, 그렇기에 흥미로운 개념이다.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지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어둠은 안개와도 같았다. 시야를 가린다. 이성도 통찰도 사라진, 그저 흐릿함만이 가득한 세상을 불러 온다.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기에. 그러다 눈 앞에서 손을 휘젓는 너에 정신을 차렸다. 괜찮은가, 하고 네가 묻는다. 얼떨떨한 느낌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랫입술을 굳게 물고 있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 아파서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이제 방학했으니 열심히 써야징

13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rHY6RvG7F6

입술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생각해 보니, 피가 나는 곳은 이미 한 번 터졌던 곳이었다. 낫지 않은 곳을 후벼파면 더 아픈 법이었다. 심지어 더더욱 쉽게 상처입는다. 그렇다면 감추는 것이 답이다. 감싸고 감싸서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자기 자신조차도 마주하지 않을 수 있게끔 묻어버린다. 그러고 나면 다시 아름다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감싼 상처의 위에 선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바라본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13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rHY6RvG7F6

시선을 고정할 수가 없었다. 풀 한 포기, 건물 한 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회색빛 구름과 콘크리트 바닥만이 그 곳에 있었다. 목이 말랐던 것도 같았다. 발 밑의 상처가 말한다. 이건 나야. 상처의 말은 애매했다. 이곳은 「나」인 것인지, 나의 「상처」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발치에 대고 물었다. 그리고 난 상처에게 비웃음당했다.

나는 너고.
너는 나고.
「나」는, 「너」는, 혹은 「우리」는.
이 세상이라고.

13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rHY6RvG7F6

나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뭐냐고. 이때쯤부턴 울먹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발 밑의 상처가 재차 비웃었다. 목소리가 들렸다. 앍

13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rHY6RvG7F6

얽 실수로 작성 눌러버렸다

14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rHY6RvG7F6

나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뭐냐고. 이때쯤부턴 울먹이고 있었던 것 같다. 발 밑의 상처가 재차 비웃었다. 목소리가 들렸다. 알고 싶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가 말했다. 나는 말이야.

그날 그 횡단보도의 반대편이고.
동생의 눈물이고.
너의 책임감이고.
동시에 「너」그 자체이기도 하지.
이제 좀 솔직해져도 되잖아?
아무리 날 감싸고 외면해도, 넌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나는 이 세상인 걸.
뭐, 이렇게 말해도 넌 절대 날 마주하지 못하겠지만.
넌 진짜 쓸모 없구나.
너덜너덜한 주제에 강한 척이나 해 대고.
덕분에 이 모양 이 꼴이잖아. 피 나는 것 좀 봐.
존재하는 이유가 뭔데?
동생? 그 애가 널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
알량한 방어기제에 불과해. 자기합리화일 뿐이야.
아, 하나 더 늘었다.
나는 말이야.

너의 「절망」이야.

14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3+t25ewWlY

"정말 괜찮은 것인가? 아까부터 좀 멍한 것 같아서."
"...아, 미안. 그냥 좀 피곤했나 봐."
"그런가."

 그렇게 말해 놓고는, 넌 나를 의아한 듯한 눈으로 쳐다본다. 시선에 쿡쿡 찔리는 느낌이다. 적당한 변명인 것을 너는 분명 눈치챘을 것이다. 어째서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정말로 그렇다면, 무슨 일인지 묻지 말아 주었으면 했다. 이 갈 곳 없는 절망을 듵키지 않도록. 나는 강한 사람이다. 형은 강한 사람이니까. 그대는 강하다. 그런 기대들을 져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상처를 좀 더 감춰둘 필요가 있었다. 너는 손에 쥔 맥주캔을 내려놓았다. 가벼운 소리가 나는 것이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이 꽤나 붉어진 네가 휘청이는 듯 하더니, 이내 이 쪽으로 쓰러진다. 졸리다...취한 것 같군, 하고 네가 중얼거렸다. 응, 그런 것 같네. 어깨에 기대 오는 너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었다.

14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3+t25ewWlY

>>141 듵키지→들키지

밤 아홉 시. 저녁 아홉 시라고 불러도 괜찮을, 잠들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그렇다기엔 이미 뻗어버린 사람도 있지만, 뭐 어떤가. 다른 두 명은 곯아떨어진 지 오래였다. 너는 나의 어깨에 뺨을 부비더니, 아래로 스르륵 내려가 무릎을 베고 누웠다. 취했구나, 하고 말을 붙이면 네가 고개를 끄덕인다. 칠흑 같은 앞머리를 손끝으로 흩뜨리고 있자니, 아래서부터 손이 불쑥 올라왔다.

14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3+t25ewWlY

왜 그러냐고 물으려 했는데, 네가 터진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통증이 욱신거리며 전해져 왔다. 아프지 않은가, 하고 네가 묻는다. 괜찮다며 웃는데, 어쩐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어쩐지 아슬아슬한 기분이다. 입꼬리가 떨린다. 너는 어쩐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본다. 꿰뚫어보는 듯한 올곧은 눈이다. 그 붉은 색은 너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본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을, 영혼을 보는 것과도 같다. 그 말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네가 입을 연다. 다시 묻지. 정말 괜찮은가. 네가 웬일로 진지하다. 말문이 막혔다. 저런 눈 앞에선 거짓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드러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네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싫어서. 그렇기에 웃으며 말한다.

괜찮을 거야.
아마도.

그런데 왜 눈물이 나지.

144
별명 :
이름없음
기능 :
작성일 :
ID :
BLF8AFVNghlYQ

기다리다가 포기하면 오는구나! 스레주 밀당 너무 어렵네(뭔소린지) 너무너무나 좋게 흥미롭게 잘 읽고 있어! 언제나 좋은 글 정말 고마워:D
건이도 현이처럼 안쪽?이 위태로운 사람이었구나8ㅁ8 136레스의 은유와 유추로 감정 묘사한 거 정말 좋다 한동안 계속 읽고 있었어...! 그리고 페리 되게 철 없이 중2병이기만 한 캐릭터일 줄 알았는데 속 깊고 강하다는 게 매력적이게 다가오네ㅎㅎ

14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lnhFtbPjO/w

>>144 정성스러운 레스 정말 고마워..!감정묘사가 좋다니 엄청난 칭찬을 들은 기분이야.건이도 현이도 위태위태하지!형제가 쌍으로 쿠크다스다. 다만 건이가 숨기는 걸 좀 더 잘할 뿐이야. 현이는 좀만 파고들면 멘탈 약한게 확확 드러나는데, 건이는 멘탈을 감싼 자아가 좀 더 단단하다고 해야하나..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잘 모르겠네. 자기 속이 너덜너덜한 만큼 주변인에게 매달리는 성격. 멘탈수치는 건이>현이. 그래도 건이는 나름대로 강해. 페리가 괜히 강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그리고 페리의 멘탈은 티타늄 합금이야! 평소에 하는 짓을 보면 마냥 가볍게 보이긴 하는데, 눈치와 멘탈이 만렙. 눈치라기보단 직관력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기도 해. 중2중2하고 철없는 평소 행실에 묻혀서 안 보이는 편이지만, 속을 까보면 작중에서 페리만큼 강하고 올곧은 캐릭터는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해. 이건 진짜야. 그 강려크한 보살력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만, 뭐 어때. 과거 나올 때쯤엔 드러나려나..어쨌든 레스 고마워! 본의 아니게 밀당해 버려서 미안해지네ㅠ 요즘은 그래도 여유로우니까 자주 와 보도록 할게. 다들 레스랑 질문 많이 달아주고 가!

14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FrV8uHc1s0I

"울어도 괜찮네."
"아니야. 진짜 괜찮으니까..."
"조금은 솔직해져도 괜찮지 않겠는가."
"...그런...!"
"그대가 아프다면, 언제든 이 몸이 안아줄 터이니."
"......"
"그렇게 혼자 끌어안고 있지 말게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속에서 일렁이던 것이 어느 순간 흘러 넘쳐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미안, 꼴사나운 건 아는데, 멈출 수가 없어. 그 뒤론 계속 울었던 것 같다. 반쯤은 오열하고 있었던 것도 같았다. 이렇게까지 운 건 그 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그 날부터, 스스로를 먹혀버릴 것만 같은 공허에 시달려 왔다. 그 끔찍한 빈자리의, 텅 빈 세상의 구석에서 그저 말라 비틀어질 것만 같은 나날들을 보냈다. 가슴 한 구석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픈데,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아서. 아픈데,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었다. 엄마는 죽었다. 그럼 현이는. 주위를 둘러봤는데, 그 애가 곁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현이에겐 의지할 수 없었다. 난 형이니까. 지켜야 하니까. 하지만, 그럼 난 누구를 의지해야 해? 누구한테 기대야 해?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난 혼자구나, 하고.

14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xX5gPoSPcxo

삼 개월 정도 전이었다. 마치 엊그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몇십 년 전에 있었던 일 같기도 했다. 그저 작년에는 함께 있었다는 사실과, 잊을 수 없는 모친의 기일이 그 기간을 알리고 있을 뿐이었다. 정확히는, 그 순간의 기억 자체가 흐릿하다. 저도 모르게 지워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추측만 해볼 뿐이다. 저 아래 무의식에 묻혀 있는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사고의 장면이 직접적으로 떠오르지 않기 시작할 때쯤, 꿈에 나오기 시작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에서 튕겨나오는 날이 늘었다. 무슨 행복한 꿈을 꾸든, 결과는 하나였다. 엄마가 죽었다. 깨어날 때마다 절망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꿈에서조차 봐야 한다는 것은 괴로웠다. 그런 밤들을 열다섯 번쯤 반복하고 나자, 잠이 오지 않았다. 의사는 불면증이라고 했다. 수면제를 처방받았지만, 먹지 않았다. 자고 싶지 않았다.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되었다. 그저 현실의 연장선이고, 절망의 밑바닥일 뿐이었다. 제 발로 그런 곳에 걸어들어갈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148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cGsIQGcd1Do

그러던 어느 날, 침대에서 눈을 떴다. 잠시 졸았던 것 같았다.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낮인가 보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빈 속이 쓰렸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뭔가를 먹은 기억이 없었다. 물이라도 마실까 싶었는데, 일어날 기운이 없었다. 사고 이후 생활감각이 거의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기력했다. 자고 싶지도, 뭔가를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하루종일 멍하니 앉아 있었다. 병원에도 안 나가고, 출근도 안 하고 있으니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난 이 의지따위 찾아볼 수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었다. 다만 그것 뿐이었다. 생각만 하고 실천은 안 했다.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기운도 없었다. 이게 며칠째더라. 저 구석에 걸린 달력을 확인했다. 12월을 알리고 있었다. 작년 달력이었다. 이래서야 의미가 없다. 애초에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더더욱. 침대 밑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웠다. 켜지지 않는다. 충전기는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포기하자. 휴대폰을 툭 놓고 다시 드러누웠다.

149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qq0JpsRYKiM

속이 쓰라리다. 목 아래부터 아랫배까지가 텅 비어서, 찬바람만이 나돌며 살을 베어내는 느낌이다. 이건 식사 여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깊은 공허이며 빈자리다. 평생을 함께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었던 가족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순간, 저도 모르게 그 날의 향취를 떠올리고 말았다. 피비린내다. 겨울날의 차가운 공기와 뒤섞인 쇠 냄새다. 후각을 기점으로, 죽어 있던 감각들이 차례차례 되살아난다. 요근래 억눌러 놓았던 기억들이 되돌아온다. 호흡이 안정되지 않는다. 횡단보도의 반대편. 붉게 빛나던 차량용 신호등. 트럭의 브레이크 소리. 현이를 밀쳐내는 엄마. 현이의 울음 섞인 외침. 그리고 일 초도 안 되어 들려왔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150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eKu+ytRLFMU

비명과 웅성거림, 비린내와 구급차의 소리가 뒤섞여 멀어지더니, 순간 시야가 흐릿해졌다. 안 돼. 막아야 하는데.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사고의 현장은 내게서 떠나 있었다. 익숙한 천장이 눈에 비쳤다. 잠에서 깨어났다. 방이 어두웠다. 커튼 사이로 흐릿하게 비쳐들어오던 빛이 사라져 있었다. 꿈이었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이었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소리가 들리던 때부터? 아니면 일어났던 것도 꿈이었나?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상한 희망 같은 것이 한 줄기 돋았다. 지금 이것도 꿈은 아닐까. 깨어나고 나면, 언제나처럼 가족들이 반겨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잤냐고 물어보고, 비몽사몽한 현이를 깨우고, 엄마가 해준 아침밥을 먹고 카페에 나가는 일상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 헛된 희망, 아니 그것울 넘은 환상에 가까운 무언가에 도취될 것만 같았다. 그것은 내가 바라던, 보내 왔던 삶이었다. 그 안에서 영원히 행복할 수 있도록, 이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었다. 난 잠시 고민했다. 깨어나다니, 그럼 어떻게? 그 순간 튀어오른 생각은 꽤나 위험한 것이었다.

죽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분명 깨어날 수 있을 텐데.

151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SEXbkRe98dg

꿈은 신기하다. 의식과 무의식의 가물가물한 경계에 걸친 상상인 것이다. 잠든 사이 저도 모르게 지어지고, 돌아가고, 무너지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세계이자 주인의 내면이다. 꿈은 창조와 붕괴의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고, 현실과 구분하지 못한 채 허우적대다 깨어난다. 어쩌면 난 아침이면 무너질 신기루에 매달려, 현실인 척 믿으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깨어나겠지. 하지만, 내가 믿는 내일이 꿈이 아니라 확신할 수 있을까.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반복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엄마의 죽음이, 무너진 평화가 한낱 꿈이었던 것은 아닐까. 깨어나면 모든 게 끝나지 않을까. 머리가 핑핑 돈다. 지금 이 순간은 현실이 맞을까. 현실과 너무나도 비슷한 꿈은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현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 고통이, 공허가 현실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스스로를 옥죄는 현실로부터, 뇌리를 떠도는 그 날의 기억으로부터 숨고 싶었다. 지쳤다.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차다. 이땐 어째서인지 웃고 있었던 것도 같았다.

152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Grs2ZK+L2Tc

여기서 뛰어내리면, 확실하게 깨어날 수 있을까.
모두를 만날 수 있을까.
이것은 끝낼 가치가 있는 삶일까.
죽을 자격이 있기나 할까.
뛰어내리면, 죽을까?
죽으면 깨어날 수 있는 게 맞아?
깨어나면, 정말 모두를 만날 수 있어?
그 전에, 이건 꿈이 맞는 건가?
이렇게 아픈 게 현실일 리 없다고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떨리는 몸이, 흐르는 눈물이, 살을 에는 바람이 현실을 노래하고 있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엄마는 죽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믿고 싶지 않아서 도망쳤다.
옥상은,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은 그 종착점이었다.
하늘이 검다. 별 하나 뜨지 않은, 무너질 것만 같은 밤이다.
결국 세상은, 약하디 약한 나와 다를 것이 없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이제 그만 받아들여.
발 밑에서 「상처」의 목소리가 들린 듯 했다.

153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Nk70QAnQyEg

>>152 두 번째 줄의 모두를→부모님을.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서.

154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DK7DAdnFBAM

그 길로 집을 정리했다. 일종의 도피였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함께 있었던 날들을 떠올릴 때마다 괴로워졌다. 내게 있어 이 집은 기억 그 자체였다. 가슴 한 켠이 아린다. 25년을 이 곳에서 살아왔다. 기억도 나지 않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소중한 곳이다. 모든 것에 추억이 배어 있었다. 그렇기에 도망쳤다. 행복한 꿈에 빠져들어 죽어가고, 괴로워 할 바에야 차라리 떠나는 것이 맞았다. 이 고통애서 빠져나가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했다. 현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열 번 넘게 울렸다. 받지 않는 것일까. 그저 하릴없이 기다렸다. 장례식 이후론 두 달만이었다. 엄마의 장례식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상주가 되어선 정신없이 친척들을 맞아들였다. 젊은 나이에 안 됐다거니 어쨌다거니, 어쨌든 위로받았던 것 같다.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괜찮은 척 했다. 괜찮다고, 고맙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반쯤 버릇이 되어버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가면이 어느새 내가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55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DK7DAdnFBAM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좋은 형과 좋은 아들을 연기했다. 그리고 그건 머지않아 연기가 아니게 되었다. 형은 멋진 사람인 것 같아. 어린 현이가 쭈뼛거리며 건냈던 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난 진짜로 멋진 사람이 되었다. 얼마나 기뻤던 지 모른다. 인정받는 것이 좋았다.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원래의 내가 어땠는지는 기억하지도 못한 채, 껍질을 조금씩 키워갔다. 그렇게 덮어쓰기 시작한 가면이 너무나도 커져 폐부를 찔렀다. 나는 가면이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저 안고 지탱해줄 뿐, 안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날 안아주던 사람은 이젠 없다. 그리고 이젠 그 흔적에서조차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무책임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역시 더 이상 이 집에 있을 수는 없었다. 다른 종류의 안정이 필요했다. 그 순간 신호음이 끊겼다. 연결됐다.

156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632YxPeQ2fA

"...여보세요. 아, 형..."
"그래. 우리 현이 잘 지내고 있었어? 형 내일 가려고."
"뭐, 그럭저럭... 집 더러운데, 여기서 지내도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집은 치우면 되고!"
"마음대로 해. 예전 집은 어떻게 했어?"
"팔기는 좀 그래서, 일단 정리하고 월세 줬어. 근데 진짜 거기서 살아도 돼? 옆집도 한 곳 비어 있는 것 같았고."
"됐어. 돈 아깝게... 방도 있고, 와도 돼. 그리고."
"그리고?"

"...외로우니까, 같이 살면 좋잖아."

"아."

말문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꿰뚫린 듯한 느낌이었다. 현이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일 심산이 컸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랬구나. 외로웠구나. 수화기 너머는 여전히 조용하다. 말한 지 얼마나 지난 것일까. 침묵은 싫다. 무언가 말해 감추지 않으면 속을 읽히기 십상이었다. 그대는 눈에서 모든 것을 드러낸다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감추지 못하는 것은 미숙함일까 순수함일까. 그렇다면 그건 약한 것일까. 지금으로선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무엇으로 정의내리든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나다. 약하고, 무너져버릴 듯한 나인 것이다. 난 작게 웃었다.

157
별명 :
★0On7c0W9An
기능 :
작성일 :
ID :
BL632YxPeQ2fA

>>154 고통애서→고통에서. 두 달→석 달. 아이고 중요한 부분을 틀렸넹

새로운 레스 입력
레스 :
/ 1500글자   파일 추가
검색어 입력 폼